강간죄, 남성 피해자도 성립합니다 — 2012년 개정으로 달라진 처벌 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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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강제추행 등

강간죄, 남성 피해자도 성립합니다 — 2012년 개정으로 달라진 처벌 범위 

강대현 변호사

강간죄는 오랫동안 '부녀'만을 피해자로 인정하는 범죄였습니다. 남성이 폭행이나 협박으로 성폭력을 당해도 법정형이 훨씬 낮은 강제추행죄로만 처벌할 수 있었고, 이 때문에 같은 유형의 피해인데도 가해자가 받는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2012년 형법이 개정되면서 강간죄의 객체가 '부녀'에서 '사람'으로 확대되었고, 지금은 남성 피해자도 강간죄와 유사강간죄의 보호 대상에 명확히 포함됩니다. 이 글에서는 이 개정으로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남성이 성범죄 피해자가 됐을 때 지금 적용되는 죄명과 처벌 기준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강간죄, 왜 한때는 남성 피해자에게 성립하지 않았나

형법이 처음 만들어진 1953년부터 2012년 개정 전까지, 형법 제297조 강간죄 조문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는 형태로 피해자를 부녀로 한정했습니다. 당시 법률 실무와 학설은 강간죄의 구성요건인 '간음'을 남성 성기가 여성 성기에 삽입되는 이성 간 성기 결합으로 좁게 해석했고, 그 결과 남성이 피해자인 사건에는 이 조문 자체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역시 당시 같은 방식으로 부녀를 전제로 규정돼 있어, 특별법으로도 남성 피해자를 강간죄의 틀에 넣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결국 남성에 대한 성기 삽입 행위, 예컨대 강제로 항문성교를 당하는 경우조차 강간죄가 아니라 강제추행죄로만 의율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해석은 학계에서도 오랫동안 비판을 받았습니다. 피해의 실질, 즉 폭행·협박에 의한 성적 침해라는 본질은 피해자의 성별과 무관하게 동일한데 죄명과 법정형만 다르게 적용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었습니다. 특히 남성 간 성폭력, 여성이 남성을 상대로 저지르는 성폭력이 실제로 존재함에도 이를 강간죄의 보호 범위 밖에 두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보호법익의 본질에도 맞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습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2012년 형법 개정이 이뤄졌습니다.

2012년 형법 개정 — 강간죄 객체가 '부녀'에서 '사람'으로

2012년 12월 18일 공포된 법률 제11574호 형법 일부개정법률은 2013년 6월 19일부터 시행되면서 성범죄 규정을 큰 폭으로 손질했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형법 제297조 강간죄의 객체를 '부녀'에서 '사람'으로 바꾼 것입니다. 이 개정 이후 현행 형법 제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문언상으로도 피해자의 성별에 아무런 제한이 없습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가해자가 남성이든 여성이든 성립 요건은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같은 개정으로 형법 제297조의2가 신설되어 유사강간죄가 새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조문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구강, 항문 등 신체(성기는 제외)의 내부에 성기를 넣거나, 성기·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성기는 제외)의 일부나 도구를 넣는 행위를 2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합니다. 강간죄가 남녀 간 성기 삽입만을 전제로 해석돼 왔던 한계를 보완하면서, 동시에 남성에 대한 항문성교 강요처럼 그동안 강제추행죄로만 다뤄지던 행위 유형을 훨씬 무거운 법정형으로 끌어올린 것입니다. 강간죄와 유사강간죄는 모두 하한이 정해진 유기징역형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상한만 있고 벌금형까지 가능한 강제추행죄와는 처벌의 무게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2012년 개정으로 강간죄와 유사강간죄의 피해자는 '사람'이 되었다 — 남성이 성기 삽입 방식의 성폭력을 당했다면 더는 강제추행죄가 아니라 강간죄 또는 유사강간죄로 의율된다.

개정 전 남성 피해자는 어떻게 처벌받았나 — 강제추행죄의 한계

2013년 6월 19일 이전에 벌어진 사건에는 지금도 행위 당시의 법이 적용됩니다(형벌불소급 원칙). 즉 개정 전에 남성이 성폭력을 당했다면, 아무리 그 행위가 실질적으로 강간에 해당하는 내용이었더라도 가해자는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죄로만 처벌받습니다. 강제추행죄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한은 낮지 않지만 하한이 없다는 점이 결정적 차이입니다.

하한이 없는 법정형 구조에서는 초범이거나 정상참작 사유가 있으면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사건이 마무리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습니다. 반면 강간죄나 유사강간죄는 하한이 정해져 있어 집행유예를 받으려면 형이 3년 이하로 선고돼야 하는 형법 제62조의 제약을 넘어야 하고,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집니다. 같은 정도의 폭행·협박으로 이뤄진 성기 삽입 행위인데도 피해자의 성별에 따라 처벌 수위가 이렇게 갈렸던 것이 개정 전 제도의 실질적 문제였습니다.

지금 적용되는 죄명 — 강간·유사강간·강제추행을 가르는 기준

개정 이후에도 남성 피해자 사건에 강간죄가 자동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죄명은 성기 삽입 여부와 삽입 부위·방식에 따라 갈립니다. 남성의 성기가 피해자의 신체 내부에 삽입되면 형법 제297조 강간죄가 성립합니다. 구강이나 항문 등에 성기를 넣거나, 성기·항문에 손가락이나 도구를 넣는 행위는 형법 제297조의2 유사강간죄로 처벌됩니다. 그 외에 신체 접촉은 있었지만 위와 같은 삽입 행위에 이르지 않은 경우는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죄로 의율됩니다.

  • 강간(제297조) — 성기의 신체 내부 삽입, 3년 이상의 유기징역.

  • 유사강간(제297조의2) — 구강·항문 등에 성기 삽입 또는 성기·항문에 손가락·도구 삽입, 2년 이상의 유기징역.

  • 강제추행(제298조) — 위 삽입 행위에 이르지 않은 폭행성 성적 접촉,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

  • 준강간·준강제추행(제299조) —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경우, 위 각 죄의 예에 따라 처벌.

실무에서는 이 구별이 수사와 재판 초기 단계부터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피해자의 진술, 상해 부위, 목격자나 CCTV, 디지털 포렌식 자료 등으로 구체적 행위 태양, 즉 어느 부위에 무엇이 어떻게 들어갔는지를 특정해야 정확한 죄명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죄명이 강간이냐 유사강간이냐 강제추행이냐에 따라 법정형의 하한 자체가 달라지므로, 초기 진술과 증거 확보의 정확성이 이후 양형에 곧바로 영향을 미칩니다.

법원이 보는 판단 기준 — 폭행·협박의 정도

강간죄·유사강간죄·강제추행죄가 모두 성립하려면 공통적으로 '폭행 또는 협박'이 있어야 합니다. 오랫동안 법원은 이 폭행·협박이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 이른바 '최협의'에 이르러야 한다고 봐 왔습니다. 그런데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은 강제추행죄에서 폭행·협박이 반드시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를 필요는 없다고 판시하며, 1983년부터 유지돼 온 이 최협의설 기준을 40년 만에 변경했습니다.

이 판결은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보호법익의 본질에 비춰 폭행·협박의 정도를 지나치게 좁게 요구하면 실제 피해가 있어도 처벌이 어려워지는 문제를 지적한 것입니다. 남성 피해자 사건에서도 이 기준 변화는 그대로 적용됩니다. 가해자가 우월한 신체적 힘이나 지위를 이용해 저항을 무력화한 정황, 피해자가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 저항하지 못한 이른바 '얼어붙음 반응'까지도 폭행·협박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사정으로 고려될 여지가 넓어졌습니다. 다만 폭행·협박 자체가 전혀 없었던 상황이라면 이 법리와 무관하게 범죄 성립이 부정될 수 있으므로, 사건 초기에 구체적으로 어떤 유형력이나 언동이 있었는지를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은 더 이상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를 필요가 없다 — 40년간 유지된 최협의설은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폐기됐다.

친고죄 폐지가 남성 피해자에게 갖는 의미

2012년 개정 전에는 형법 제306조에 강간죄·강제추행죄 등을 친고죄로 규정하는 조문이 있었습니다. 피해자가 직접 고소해야만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있었고, 고소기간이 지나거나 고소를 취소하면 처벌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구조였습니다. 2012년 개정으로 이 조문은 삭제되었고, 2013년 6월 19일 이후 발생한 사건부터는 강간죄·유사강간죄·강제추행죄가 모두 비친고죄로 전환되었습니다.

이 변화는 남성 피해자에게 특히 실질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남성이 성폭력 피해를 밝히는 데는 사회적 시선에 대한 부담이 여전히 크고, 고소 여부를 망설이다 고소기간을 넘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친고죄가 폐지된 지금은 피해자가 직접 고소하지 않았더라도 수사기관이 인지한 사건이면 수사와 기소가 가능하고, 이미 고소했더라도 이를 취소한다고 해서 처벌이 불가능해지지 않습니다. 다만 실무상 피해자의 협조 없이는 증거 확보와 진술 확보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 수사 초기 협조 여부가 사건 진행 속도에 영향을 주는 것은 여전합니다.

가중처벌 되는 경우 — 흉기 휴대·합동범과 공소시효 특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조는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지닌 채, 또는 2명 이상이 합동하여 강간죄를 범한 경우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훨씬 무거운 법정형을 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방법으로 강제추행죄를 범한 경우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합니다. 이 조문 역시 강간죄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피해자로 규정하고 있어, 남성이 피해자인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여러 명이 함께 남성 피해자를 위협해 성폭행한 사건이라면, 단순 강간죄가 아니라 이 특수강간 조항으로 기소될 가능성이 큽니다.

공소시효 문제도 함께 살펴볼 부분입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1조 제2항은 강간죄·유사강간죄를 포함한 일정 범위의 성폭력범죄에 관해 디엔에이(DNA) 증거 등 죄를 증명할 과학적 증거가 있는 경우 공소시효를 10년 연장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사건 발생 직후 병원에서 증거를 채취해 두거나 관련 자료를 보전해 두면, 시간이 지나 뒤늦게 고소·신고를 하더라도 처벌 가능성을 넓힐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이 조항이 적용되려면 과학적 증거의 존재가 전제되어야 하므로, 피해 직후 병원 진료 기록과 증거 채취 여부가 이후 공소시효 판단에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실제 사례로 보는 적용 — 남성 대 남성, 여성이 가해자인 경우

개정된 조문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몇 가지 상황을 놓고 보면 분명해집니다. 예를 들어 남성 두 명 사이에서 한 사람이 폭행이나 협박으로 상대방에게 항문성교를 강요했다면, 이는 형법 제297조의2 유사강간죄에 해당합니다. 만약 흉기를 이용해 위협했거나 다른 사람과 함께 가담했다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조의 특수유사강간이 적용되어 법정형이 5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높아집니다.

가해자가 여성이고 피해자가 남성인 경우도 마찬가지로 강간죄·유사강간죄의 틀 안에서 판단됩니다. 예컨대 여성이 폭행이나 협박으로 남성의 신체에 삽입 행위를 강요했다면 행위 태양에 따라 강간죄 또는 유사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남성이 가해자, 여성이 피해자'라는 통념과 다른 사건 구도이지만, 법률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별 조합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런 사건은 수사 단계에서 피해 사실 자체를 증명하는 데 더 세심한 준비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 상해 진단서나 목격 정황, 대화 기록 등 객관적 자료를 최대한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2012년 개정 전에 일어난 사건도 지금 처벌할 수 있나요?

A. 형벌은 행위 당시의 법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라, 2013년 6월 19일 시행 전에 벌어진 사건에는 개정 전 규정, 즉 강제추행죄만 적용됩니다. 다만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면 지금이라도 고소·신고해 수사를 진행할 수 있고, 디엔에이 증거 등이 있다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공소시효 연장 규정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Q. 여성이 남성을 성폭행하면 어떤 죄가 적용되나요?

A. 2012년 개정으로 강간죄와 유사강간죄의 객체가 '사람'으로 확대되었으므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별 조합과 무관하게 폭행·협박으로 삽입 행위가 있었다면 강간죄 또는 유사강간죄가 성립합니다. 삽입 행위에 이르지 않은 성적 접촉이라면 강제추행죄로 의율됩니다.

Q. 삽입 없이 신체 일부만 접촉했다면 강간죄인가요, 강제추행죄인가요?

A. 삽입 행위가 없었다면 원칙적으로 강간죄나 유사강간죄가 아니라 강제추행죄가 적용됩니다. 다만 접촉의 부위와 방식에 따라 유사강간죄에 해당하는지를 다시 따져봐야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구체적인 행위 태양을 정확히 특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남성 피해자도 고소하지 않으면 처벌이 불가능한가요?

A. 아닙니다. 2012년 개정으로 형법 제306조의 친고죄 규정이 삭제되어, 강간죄·유사강간죄·강제추행죄는 모두 비친고죄로 전환되었습니다. 피해자가 직접 고소하지 않았더라도 수사기관이 인지하면 수사와 기소가 가능합니다.

Q. 남성 간 성폭행에도 강간죄가 적용되나요?

A. 그렇습니다. 개정된 형법 제297조와 제297조의2는 피해자를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어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남성인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삽입 행위가 있었는지에 따라 강간죄와 유사강간죄 중 어느 조문이 적용되는지가 갈립니다.

Q. 시간이 많이 지난 뒤에 고소해도 처벌할 수 있나요?

A.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다면 가능합니다. 특히 디엔에이 증거 등 과학적 증거가 있는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공소시효가 10년 연장되므로, 피해 직후 확보해 둔 진료기록이나 증거가 있다면 시간이 지난 뒤에도 고소를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

맺음말

2012년 형법 개정은 강간죄의 보호 대상을 '부녀'에서 '사람'으로 넓히면서, 남성 피해자에게도 강간죄와 유사강간죄라는 무거운 처벌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개정 전에는 강제추행죄로만 다뤄지던 삽입 행위가 지금은 훨씬 높은 법정형 하한이 있는 강간죄·유사강간죄로 처벌되고, 친고죄 폐지로 피해자의 고소 여부와 무관하게 수사와 기소가 가능해졌습니다. 이 변화를 정확히 아는 것은 피해자에게도, 수사·재판 단계에 놓인 당사자에게도 사건의 방향을 가늠하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 됩니다.

다만 죄명은 자동으로 정해지지 않고 구체적인 행위 태양, 폭행·협박의 정도, 삽입 여부와 부위에 따라 강간·유사강간·강제추행 중 무엇이 적용되는지가 갈립니다. 수원지검이나 수원지법 관할에서 이런 성범죄 사건을 다루다 보면, 초기 진술과 증거 확보의 정확도가 이후 죄명과 양형에 그대로 이어지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사건 초기에 정확한 법적 판단을 받아보는 것이 결과를 좌우할 수 있습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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