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이나 반영구 화장 시술을 받은 뒤 염증이 가라앉지 않거나 눈썹 모양이 비뚤어지는 등 부작용을 겪는 사람이 매해 적지 않게 나옵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이 비의료인의 통상적인 문신 시술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판례를 34년 만에 뒤집으면서, 이제는 시술자에게 아무 책임도 물을 수 없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판례 변경은 형사처벌 여부에 관한 판단일 뿐, 부작용으로 입은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는지는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이 글에서는 무엇이 실제로 바뀌었고 무엇이 그대로인지, 그리고 시술 부작용을 겪었을 때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문신·반영구 시술 처벌이 사라졌다는 말, 정확히 무슨 뜻인가
눈썹 반영구나 두피 문신을 시술하는 사람이 의사·간호사 면허 없이 영업하면 그동안 의료법 제27조 제1항 위반, 즉 무면허 의료행위로 형사처벌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이 조항은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이를 어기면 의료법 제87조의2 제2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합니다. 문신·반영구 시술이 이 조항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가 관건이었는데, 오랫동안 법원은 그렇다고 보아왔습니다.
그런데 2026년 5월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통상적인 방식의 미용·서화 문신 시술은 더 이상 의료법상 '의료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며 "문신은 이제 합법"이라는 식의 보도가 이어졌지만, 정확히는 시술자를 형사처벌할 수 없게 됐다는 의미이지, 시술 과정에서 발생한 부작용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까지 사라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형사책임과 민사책임은 각각 별도의 법리와 절차로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34년 만에 뒤집힌 판례 — 대법원 2021도15611·2022도13370 전원합의체 판결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본 첫 판례는 대법원 1992. 5. 22. 선고 91도3219 판결입니다. 당시 대법원은 눈썹 문신처럼 바늘로 피부를 찔러 색소를 주입하는 시술이 감염 등 보건위생상 위해를 일으킬 수 있어 의료인만 할 수 있는 행위라고 판단했고, 이 판단은 이후 30년 넘게 하급심 재판의 기준이 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2026년 5월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두피문신 시술이 문제 된 2021도15611 판결과 서화문신(레터링) 시술이 문제 된 2022도13370 판결에서, 이 종전 판례를 명시적으로 변경했습니다. 통상적인 미용문신·서화문신 행위는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가 아니라 신체 장식·미용을 목적으로 하고, 색소를 피부 표피에 주입하는 정도의 시술은 충분히 숙련된 비의료인도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으며, 일회용 바늘과 소독기·소독제 사용이 보편화되어 보건위생상 위해도 관리 가능한 수준이 되었다는 것이 다수의견의 논거였습니다. 재판부는 여기에 더해 사회 일반의 인식 변화로 미용·반영구 시술을 전문 시술소에서 받는 것이 사회통념상 통상적인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 시술을 받는 사람의 행복추구권·표현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도 함께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판결로 눈썹 반영구·두피 문신·타투 시술을 이유로 시술자를 의료법 위반죄로 기소하기는 어려워졌습니다. 이미 진행 중이던 관련 형사사건에도 이 판단이 적용되어, 벌금형이 확정되지 않은 사건은 무죄 취지로 결론이 바뀔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판례 변경은 문신 시술을 '합법화'한 것이 아니라, 통상적인 시술이 의료법상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재해석한 것이다 — 시술자의 민사상 배상책임까지 없앤 것은 아니다.
"통상적인" 시술이라는 조건 — 여전히 무면허 의료행위가 될 수 있는 경우
대법원 판결의 논거를 뒤집어보면, 이 무죄 판단이 모든 문신·반영구 시술에 무조건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드러납니다. 판결이 전제로 삼은 것은 어디까지나 "통상적인" 방식의 시술, 즉 피부 표피에 색소를 주입하는 정도의 일반적인 미용·서화 문신입니다. 마취주사를 직접 놓거나, 진피 아래 조직까지 침습하는 방식, 안구에 색소를 주입하는 특수 시술처럼 의학적 판단과 전문지식이 필요한 방식이라면 여전히 의료행위로 평가될 여지가 남습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처벌 수위 때문이기도 합니다. 시술이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나 의료행위로 평가되고 그로 인해 시술받은 사람이 다치기까지 했다면, 단순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라 의료법 제87조의2 제1항이 적용되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7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량이 크게 올라가고, 중상해에 이르면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판례가 바뀌었다고 모든 유형의 시술이 안전지대에 들어간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표피에 색소를 주입하는 통상적 미용·서화문신 — 판례 변경 후 무면허 의료행위 아님.
마취제 주사, 진피 아래 침습, 안구 시술 등 특수 시술 — 여전히 의료행위로 평가될 가능성.
통상적 시술이라도 방식이 조악해 부작용을 일으키면 별도로 민사·형사 책임 문제가 남음.
형사 무죄가 손해배상 면책은 아니다 — 민사책임의 독자적 성립 근거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나온다고 해서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형사책임은 국가가 처벌할 것인지를 따지는 문제이고, 민사책임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것인지를 따지는 문제로, 판단 기준과 절차가 완전히 다릅니다.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하는데, 이 조항은 그 행위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는지와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적용됩니다.
실제로 시술자가 소독을 소홀히 해 감염을 일으키거나, 숙련도가 부족해 시술 부위가 과도하게 손상되거나, 시술 전 알레르기 반응 가능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피부 이상반응을 일으켰다면, 이는 그 자체로 시술 과정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에 해당합니다. 시술이 의료행위로 평가되든 아니든, 시술자가 계약에 따라 안전하게 시술할 의무를 다하지 못해 손해가 발생했다면 채무불이행책임과 불법행위책임 중 하나 또는 둘 다를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부작용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무엇을 입증해야 하나
손해배상을 인정받으려면 크게 세 가지, 즉 시술자에게 과실(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다는 점, 손해가 실제로 발생했다는 점, 그리고 그 과실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을 피해자 쪽에서 입증해야 합니다. 시술 부위가 잘못됐다는 결과만으로 자동으로 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시술자가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위생·기술 수준을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보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설명의무입니다. 시술 전 알레르기 이력이나 피부 질환 여부를 확인하는 문진, 색소나 마취 성분에 대한 부작용 가능성 고지, 시술 후 관리 방법 안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부작용이 예측 가능한 범위였는데도 이를 알리지 않은 과실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시술자가 이런 절차를 문서로 남겨두었다면 과실이 없었다는 유력한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실무적으로는 시술 직후부터 증상이 나타난 사진, 병원 진료기록과 진단서, 시술 계약서나 결제 내역, 시술자와 주고받은 메시지, 사용된 제품·도구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빨리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술과 부작용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워지고, 시술자가 폐업하거나 연락이 끊기면 배상 청구 자체가 곤란해질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은 결과책임이 아니라 과실책임이다 —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배상받는 것이 아니라, 시술자가 주의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구체적 사례로 보는 손해배상 범위 — 감염, 흉터, 색소 이상반응
시술 부위에 소독되지 않은 도구를 사용해 세균 감염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항생제 치료나 절개·배농 시술까지 받아야 했다면, 실제로 지출한 치료비는 물론 치료 기간 동안 일을 하지 못해 발생한 일실손해,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까지 손해배상 범위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감염이 심해 흉터가 남았다면 흉터 제거·레이저 치료 비용도 추가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반영구 눈썹이나 아이라인 시술에서 색소가 예상과 다르게 퍼지거나 좌우 비대칭이 심하게 남는 경우도 흔한 분쟁 유형입니다. 이런 경우는 신체적 상해보다는 미용상 손해와 정신적 고통이 배상 범위의 중심이 되는데, 교정 시술이나 레이저 제거 시술에 드는 비용,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 통증과 시간적 손해가 함께 고려됩니다. 시술 전 상담 시 보여준 결과물 사진이나 예시와 실제 결과가 현저히 다르다면, 설명의무 위반이나 통상적으로 기대되는 시술 수준에 미달했다는 점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개인의 피부 체질이나 사후관리 소홀처럼 시술자의 과실로 돌리기 어려운 요인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면, 손해배상액이 과실 비율에 따라 일부만 인정되거나 아예 부정될 수도 있습니다. 시술 전 문진에서 특이체질이나 지병을 알리지 않은 피시술자 쪽 사정이 있었다면, 그 부분은 과실상계로 반영될 수 있습니다.
문신사법 시행 전 과도기, 시술 전후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에 별도의 자격 기준을 두는 문신사법이 2026년 9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약 2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27년 10월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시행되면 문신사 면허를 취득한 사람만 합법적으로 시술할 수 있게 되어 지금보다 자격 검증 장치가 생기지만, 시행 전까지는 별도의 국가자격 없이도 통상적인 시술이라면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과도기가 이어집니다.
이 과도기에는 자격 검증이 시술자 개인의 경력과 평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만큼, 시술 전 위생관리 상태(일회용 바늘 사용 여부, 소독기 비치 여부)를 직접 확인하고, 알레르기·피부질환 이력을 정확히 알리며, 시술 동의서나 계약서에 시술 방식·색소 성분·사후관리 안내가 포함돼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분쟁을 예방하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부작용이 이미 발생했다면 병원 진료와 증거 확보를 먼저 하고, 시술자와의 합의가 어려우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나 소비자분쟁조정 절차를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문신 시술자를 이제 형사고소할 수 없나요?
A. 통상적인 방식의 미용·서화 문신이라면 의료법 위반으로 고소하기는 어려워졌습니다. 다만 시술이 통상적 범위를 벗어나거나 시술자의 과실로 상해를 입었다면 업무상과실치상죄(형법 제268조) 등 다른 죄명으로 형사책임을 물을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Q. 판례가 바뀌기 전에 발생한 부작용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손해배상 청구권은 형사처벌 가능 여부와 무관하게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 요건인 과실·손해·인과관계를 충족하면 성립하고, 소멸시효가 남아 있는 한 판례 변경 전 사건이라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시술받을 때 서명한 동의서가 있으면 손해배상을 못 받나요?
A. 동의서에 서명했다고 해서 모든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통상적으로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설명과 동의였는지, 시술자의 과실로 인한 손해까지 포괄해 면책하는 조항인지에 따라 효력이 달라지며, 과도한 면책조항은 무효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Q. 감염이나 흉터가 남았는데 시술자가 연락을 끊으면 어떻게 하나요?
A. 시술자 정보(상호·연락처·계좌)와 결제 내역, 부작용 발생 사진, 진료기록을 먼저 확보한 뒤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응하지 않으면 민사소송이나 지급명령 절차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소액 사건이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한 조정도 함께 검토할 만합니다.
Q. 문신사법이 시행되면 지금 벌어진 분쟁에도 영향이 있나요?
A. 문신사법은 향후 시술에 대한 자격·관리 기준을 정하는 법이라 시행 전에 이미 발생한 분쟁에 소급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시행 이후에는 무자격 시술 자체가 별도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어 분쟁 발생 시 판단 기준이 지금과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시술자가 개인사업자가 아니라 프리랜서라면 배상 책임을 못 묻나요?
A. 사업자 등록 여부와 무관하게 시술을 실제로 한 사람이 배상 책임의 주체가 됩니다. 다만 상호나 매장을 함께 운영한 경우 매장 운영자에게도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별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맺음말
2026년 5월 대법원 판례 변경으로 통상적인 문신·반영구 시술은 더 이상 무면허 의료행위로 형사처벌되지 않지만, 이는 시술자의 민사상 배상책임까지 없앤 것이 아닙니다. 부작용이 발생했다면 시술자에게 과실이 있었는지, 손해와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를 따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별도의 길이 여전히 열려 있습니다.
시술받기 전에는 위생 상태와 시술자의 경력을 직접 확인하고, 이미 부작용을 겪었다면 증거를 서둘러 확보하는 것이 손해배상 가능성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판단이 애매한 상황이라면 상담을 통해 구체적인 대응 방향을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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