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화재 손해배상, 발화 원인 못 밝혀도 임차인이 책임지는 범위
건물 화재 손해배상, 발화 원인 못 밝혀도 임차인이 책임지는 범위
법률가이드
손해배상임대차

건물 화재 손해배상, 발화 원인 못 밝혀도 임차인이 책임지는 범위 

강대현 변호사

임차한 상가나 사무실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서 감식 결과가 "발화지점만 특정되고 원인은 미상"으로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원인을 밝히지 못했으니 누구 책임인지도 불분명할 것 같지만, 실제 법원의 판단은 정반대로 흐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차인은 임대차가 끝나면 빌린 건물을 원래 상태로 돌려줄 의무를 지는데, 화재로 그 반환 자체가 불가능해지면 원인을 밝히지 못한 몫까지 임차인이 떠안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발화 원인이 불명확한 화재에서 임차인이 어떤 근거로 책임을 지게 되는지, 어디까지는 임차인이 지고 어디서부터는 임대인이 증명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임차인이 반환의무부터 지는 구조 — 특정물채무와 선관주의의무

임대차는 임대인이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해 사용·수익하게 하고, 임차인은 그 대가로 차임을 지급하는 계약입니다(민법 제618조). 계약이 끝나면 임차인은 빌린 건물을 원래 상태로 회복해 돌려줄 의무를 지는데(민법 제615조, 제654조 준용), 이때 임차인이 부담하는 것은 '건물'이라는 특정된 물건 자체를 돌려줘야 하는 특정물채무입니다. 특정물의 인도가 채무 내용인 경우 채무자는 그 물건을 인도할 때까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 민법 제374조의 원칙이고, 이 의무는 임차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일반적인 채무불이행에서는 채권자가 채무자의 고의·과실을 증명해야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민법 제390조). 그런데 화재로 건물이 소훼되어 반환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이행불능 상황에서는 이 증명책임의 방향이 뒤바뀝니다. 같은 조 단서에 따라 채무자가 자신에게 고의·과실이 없었음을 증명하지 못하면 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는데, 판례는 임차 목적물의 이행불능에도 이 원칙을 그대로 적용해 왔습니다. 즉 임대인이 임차인의 잘못을 입증할 필요 없이, 임차인 스스로 자신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불이 났음을 증명하지 못하면 배상책임을 진다는 것입니다. 이 구조를 모르고 있다가 화재 이후에야 증명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임차인이 많습니다.

화재로 건물 반환이 불가능해지면, 임대인이 임차인의 잘못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임차인이 자신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불이 났음을 증명해야 하는 구조로 바뀐다.

발화 원인을 못 밝혀도 임차인이 책임지는 이유

화재는 특성상 발화 지점과 원인이 화재 자체로 소훼되어 사후에 정확히 규명되지 않는 경우가 흔합니다. 소방당국이 현장을 감식해도 발화지점만 특정될 뿐 발화원인은 '전기적 요인 추정' 정도로 결론짓거나 아예 '미상'으로 종결되는 사례도 많습니다. 대법원 판례는 이런 원인불명의 화재에서도 임차인이 책임을 면하려면 임차건물의 보존에 관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봅니다. 원인을 못 밝혔다는 사정 자체가 임차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고, 오히려 원인을 못 밝힌 위험을 임차인이 떠안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결론이 나오는 이유는 목적물이 임차인의 배타적인 점유·관리 아래 있었다는 사정에 있습니다. 화재 당시 그 공간을 실제로 사용하고 전기·가스 설비를 관리한 것은 임차인이고, 화재원인에 관한 자료(전기설비 점검이력, 소방시설 관리기록, CCTV 영상 등)도 대부분 임차인 쪽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임대인에게 화재원인과 임차인의 과실을 증명하라고 요구하면 사실상 증명이 불가능해지므로, 법원은 목적물을 지배·관리하던 임차인에게 무과실 증명책임을 지우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춘 것입니다. 다만 이 법리가 무제한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다음 항목에서 살펴볼 임차 외 부분과는 적용 범위가 다릅니다.

임차 부분과 임차 외 부분이 갈리는 지점 — 2017년 전원합의체 판결

초기 판례는 화재로 인한 손해라면 임차 건물 부분이든 그 화재가 번져나간 다른 부분이든 구분 없이 임차인이 무과실을 증명하지 못하면 모두 책임진다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다86895, 86901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 구도를 크게 바꿨습니다. 이 판결은 임차인이 지배·관리하는 영역에서 불이 났지만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 임차 건물 부분의 손해에 대해서는 종전대로 임차인이 채무불이행책임을 지되,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에 대해서는 임차인이 보존·관리의무를 위반해 화재를 일으켰다는 사정을 임대인이 주장·증명해야 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차하지 않은 부분까지 임차인이 무한정 책임지도록 하는 것은 계약이 예정한 위험 범위를 벗어난다는 것이 이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입니다. 예를 들어 상가 임차인이 쓰던 1층 점포에서 불이 나 2층·3층의 다른 임차인 구역이나 건물 공용부분까지 피해를 입었다면, 1층 임차 부분 손해는 임차인이 무과실을 증명하지 못하면 배상해야 하지만, 2층·3층 손해는 임대인 쪽에서 그 임차인의 관리 소홀이나 의무 위반을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비로소 청구할 수 있습니다. 원인이 끝내 규명되지 않으면 임차 외 부분에 관한 한 그 위험은 임대인이 지게 됩니다.

  • 임차 부분 손해 — 임차인이 자신의 무과실을 증명하지 못하면 배상책임을 짐.

  • 임차 외 부분 손해 — 임대인이 임차인의 계약상 의무위반을 증명해야 배상책임이 인정됨.

  • 원인이 끝내 밝혀지지 않으면, 임차 외 부분에 관한 위험은 임대인이 부담.

같은 화재라도 손해 범위에 따라 증명책임의 주체가 갈린다 — 임차 부분은 임차인이, 임차 외 부분은 임대인이 증명해야 한다.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은 왜 적용되지 않나

화재 관련 상담에서 자주 나오는 오해가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입니다. 이 법 제1조는 실화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손해배상액을 경감할 수 있도록 하는 민법 제765조의 특례를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제2조는 그 적용범위를 실화로 화재가 발생한 경우 연소로 인한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로 한정합니다. 즉 이 법은 불법행위 손해배상, 그중에서도 불이 옮겨붙어 확대된 부분에 관한 청구에만 적용되는 특례입니다.

그런데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지는 목적물 반환의무 불이행 책임은 계약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이지 불법행위책임이 아닙니다. 그래서 임차인이 "나는 중대한 과실이 없었으니 실화책임법에 따라 배상액을 경감해 달라"고 주장해도, 임대인에 대한 목적물반환의무 불이행 책임에는 이 법이 적용되지 않아 그 주장이 통하지 않습니다. 다만 화재가 옆 건물이나 제3자에게 옮겨붙어 그 제3자에 대한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책임이 문제되는 경우라면, 그 부분에 한해서는 실화책임법에 따라 중대한 과실이 없음을 이유로 법원에 배상액 경감을 청구할 여지가 있습니다. 계약책임과 불법행위책임을 구분하지 않고 "중과실이 없으니 책임이 없다"고 오해하면 대응 방향 자체를 잘못 잡게 됩니다.

임차인이 책임을 벗으려면 무엇을 증명해야 하나

임차인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했다는 사실은 결국 구체적인 자료로 증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소방서·경찰이 작성한 화재원인조사결과서, 한국전기안전공사의 정기점검 이력, 소방시설 자체점검 결과, 가스·전기설비 교체나 수리 내역, 화재 직전까지의 CCTV 영상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자료로 평소 설비를 정상적으로 관리해 왔고 화재 전까지 별다른 이상 징후가 없었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다면, 원인이 끝내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무과실 증명이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화재원인이 건물 자체의 노후 배선이나 임대인이 설치·유지해야 할 설비의 결함으로 밝혀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임대인은 계약존속 중 목적물을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할 의무를 지므로(민법 제623조), 이런 사정이 드러나면 오히려 책임이 임대인 쪽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화재 직후에는 임차인 스스로의 책임을 걱정하기에 앞서, 감식 결과와 현장 상황을 근거로 발화 원인이 임대인 관리영역의 문제는 아니었는지부터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 화재원인조사결과서 및 감식 사진·영상 확보.

  • 전기·가스설비 점검·수리 이력 정리.

  • 화재 직전까지의 CCTV 영상, 소방시설 자체점검 기록 보관.

  • 배선 노후 등 건물 자체 하자 여부를 별도로 확인.

구체적 적용 예시 — 상가 화재로 본 책임의 갈림길

야간에 상가 1층 점포에서 화재가 발생해 그 점포와 건물 2층 일부가 함께 불탔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소방서 감식 결과 발화지점은 1층 점포 내부 전기배선 부근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발화원인은 규명하지 못한 채 '미상'으로 종결되었습니다. 이때 임차인에게 최근 몇 년간 전기설비 점검 이력이 없고, 콘센트 하나에 여러 전열기구를 문어발식으로 연결해 사용해 온 정황이 확인된다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 경우 1층 임차 부분 손해는 물론, 임대인이 그 관리 소홀을 증명해내면 2층 손해까지 책임 범위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같은 상황에서 임차인이 매년 전기설비 정기점검을 받아왔고, 화재 며칠 전까지 이상 징후가 전혀 없었다는 점검기록과 CCTV 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면 결론이 달라집니다. 무과실 증명이 받아들여지면 1층 임차 부분 손해에 대한 책임에서도 벗어날 수 있고, 2층 손해에 대해서는 애초에 임대인이 임차인의 의무위반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청구 자체가 어렵습니다. 결국 같은 '원인불명 화재'라도 평소 관리 자료를 얼마나 갖추고 있었는지에 따라 책임의 크기가 완전히 달라지는 셈입니다.

실무 유의점 — 화재보험과 과실상계, 다중이용업 임차인의 경우

임차인 입장에서는 임대인에 대한 반환의무 불이행 책임에 대비해 임차인 배상책임보험(화재보험 특약)에 가입해 두는 것이 실질적인 대비책이 됩니다. 특히 음식점·주점·PC방 등 다수의 손님이 드나드는 업종이라면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13조의2에 따라 다중이용업주는 화재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이 보험은 임차인에게 과실이 없더라도 화재로 다른 사람이 사망·부상하거나 재산 피해를 입으면 일정 금액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는 손님 등 제3자에 대한 무과실 배상책임이고, 임대인에 대한 목적물반환의무 불이행 책임과는 별개 제도이므로 두 책임을 혼동하지 않아야 합니다.

실제 소송에서는 임차인의 과실 유무뿐 아니라 임대인 쪽의 관리 소홀이 일부라도 인정되면 과실상계로 배상액이 조정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화재보험금이 지급된 경우 그 보험금과 손해배상 청구액 사이의 관계를 정리하는 것도 중요한 쟁점입니다. 발화원인, 설비관리 이력, 계약상 수선의무 분담 등 사실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는 사안인 만큼, 화재 직후 현장 보존과 자료 확보부터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이후 책임 범위를 다투는 데 유리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소방서 감식 결과가 '원인 미상'으로 나오면 임차인 책임이 없어지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도 임차인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했음을 스스로 증명하지 못하면 임차 부분 손해에 대해서는 배상책임을 집니다. 원인불명이라는 사정 자체가 임차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Q. 화재가 임차하지 않은 옆 점포까지 번졌다면 그 부분도 임차인이 책임지나요?

A. 임차 외 부분의 손해는 임대인 쪽에서 임차인의 보존·관리의무 위반을 증명해야 배상책임이 인정됩니다. 원인이 끝내 밝혀지지 않으면 그 부분에 관한 위험은 임대인이 부담하게 됩니다.

Q.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로 배상액을 줄일 수 있나요?

A. 이 법은 연소로 인한 손해에 대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에만 적용되고, 임대인에 대한 목적물반환의무 불이행 책임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제3자에게 옮겨붙은 손해에 대해서만 중대한 과실이 없음을 근거로 경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화재원인이 건물 노후 배선으로 밝혀지면 어떻게 되나요?

A. 임대인은 계약존속 중 목적물을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할 의무를 지므로, 노후 배선 등 건물 자체의 하자가 원인으로 확인되면 책임이 임대인 쪽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감식 결과와 함께 설비 관리 주체를 따져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임차인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해 두면 임대인에 대한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나나요?

A. 보험 가입은 실제 배상이 필요할 때 재원을 마련하는 수단일 뿐, 임대인에 대한 법적 책임의 유무 자체를 바꾸지는 않습니다. 다중이용업소의 화재배상책임보험은 손님 등 제3자에 대한 별도의 무과실 책임 제도입니다.

Q. 화재 직후 가장 먼저 확보해야 할 자료는 무엇인가요?

A. 소방서의 화재원인조사결과서, 전기·가스설비 점검·수리 이력, 화재 직전까지의 CCTV 영상을 우선 확보해야 합니다. 이 자료들이 이후 무과실 증명이나 임대인의 관리 소홀을 다투는 데 핵심 근거가 됩니다.

맺음말

발화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는 사정은 임차인에게 면죄부가 되지 않고, 오히려 임차 부분에 관한 한 스스로 무과실을 증명하지 못하면 책임으로 돌아옵니다. 다만 그 화재가 임차하지 않은 부분까지 번진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져, 그 부분은 임대인이 임차인의 잘못을 증명해야 배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같은 화재라도 손해 범위에 따라 증명책임의 주체가 갈린다는 점, 그리고 실화책임법은 이 계약책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대응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습니다.

결국 관건은 화재 이전부터 설비 관리 자료를 얼마나 갖추고 있었는지, 화재 직후 감식 결과와 현장 자료를 얼마나 신속히 확보했는지입니다. 수원과 경기남부 지역에서도 상가·공장 화재로 인한 임대인·임차인 간 분쟁이 수원지방법원에 꾸준히 접수되고 있는 만큼, 책임 범위를 다투기 전에 자신이 처한 상황이 임차 부분인지 임차 외 부분인지부터 구분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강대현 변호사가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28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