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간자가 기혼인 줄 몰랐다고 주장하는데 어떻게 반박하나요
사건 개요
배우자의 외도 상대를 상대로 위자료 소송을 준비하다 보면, 답변서 단계에서 거의 매번 마주치는 방어가 있습니다. "그 사람에게 배우자가 있는 줄 전혀 몰랐다"는 주장입니다. 처음 만났을 때 미혼이라 소개받았거나, 명함에 기혼 여부가 적혀 있지 않았거나, 상대가 결혼반지조차 끼지 않고 다녔다는 식의 사정을 앞세워 자신은 선의의 피해자일 뿐이라고 항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항변을 마주한 의뢰인들은 대개 두 가지 반응을 보입니다.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라며 분노하거나, 반대로 "정말 몰랐다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자신감을 잃습니다. 그러나 이 항변이 통하는지는 감정이 아니라, 상간자가 배우자의 존재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사실을 원고 측이 얼마나 구체적인 정황으로 채워 넣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몰랐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 면책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법원은 상간자의 진술이 아니라 교제 기간, 접촉 빈도, 주변에 드러난 정황을 종합해 판단하며, 이 정황을 얼마나 촘촘하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같은 항변이라도 결과가 정반대로 갈립니다.
핵심 쟁점
상간자에 대한 위자료 청구는 민법 제750조, 제751조에 따른 불법행위 책임입니다. 계약이 아니라 불법행위이기 때문에, 단순히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가해자의 고의 또는 과실이 별도의 요건으로 요구됩니다. "몰랐다"는 항변은 바로 이 고의·과실 요건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주장입니다.
이 지점에서 자주 인용되는 것이 대법원 1987. 8. 18. 선고 87므19 판결의 판시입니다. 이 판결은 "통상 남녀간에 정교를 함에 있어서 상대방이 배우자 있는 자인가를 확인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간음 당시 상대방에게 배우자가 있는지를 확인하여 보지 아니하였다 하여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상간자 측이 이 판시만 떼어 내 "확인할 의무 자체가 없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입니다.
그러나 같은 판결을 끝까지 보면 다른 이야기가 나옵니다. 해당 사건의 원심은, 문제된 관계가 약 2년에 걸쳐 계속되었던 사정에 비추어 "호적 또는 주민등록을 확인하거나 생활환경·주위 사정에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배우자가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아 과실을 인정했고, 대법원도 이 판단을 그대로 수긍했습니다. 즉 이 판례가 말하는 것은 "확인 의무가 없다"는 것이지 "몰랐다고만 하면 무조건 면책된다"는 것이 아닙니다. 교제의 기간·밀도, 드러난 정황의 정도에 따라 과실은 얼마든지 인정됩니다. 쟁점은 결국 상대방이 배우자의 존재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정황을 구체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가로 좁혀집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알았다'는 사실을 직접 증거로 세우기
가장 강력한 반박은 상간자가 실제로 배우자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직접적인 자료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자료를 정리합니다.
1) 대화 내용 속 인식의 흔적을 찾아냅니다.
메신저 대화방을 처음부터 끝까지 넘겨 보면, 상간자가 "이혼은 언제 할 거냐", "그 사람(배우자)한테는 뭐라고 했느냐", "애는 어떻게 할 거냐"는 식으로 배우자와 자녀의 존재를 전제로 한 발언을 남긴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통화 녹음, 문자, SNS 다이렉트메시지를 시간순으로 정리해 배우자를 언급한 대목만 따로 뽑아 두면, "몰랐다"는 진술 자체와 정면으로 모순되는 증거가 됩니다.
2) 제3자의 진술을 확보합니다.
상간자의 지인이나 직장 동료가 "그 사람이 애초에 유부남(유부녀)인 거 알고 만난다고 나한테 말했다"는 취지로 진술해 주는 경우, 사실확인서나 진술서 형태로 받아 둡니다. 상간자 본인이 SNS에 배우자의 존재를 인정하는 취지의 게시물을 남겼거나, 지인과의 대화에서 이를 인정한 정황이 있다면 그 캡처도 함께 확보합니다.
3) 상견례·경조사 등 배우자 측과의 접점을 확인합니다.
드물지 않게, 상간자가 배우자의 지인 모임이나 회사 행사, 심지어 배우자 본인과 한 자리에 있었던 정황이 나옵니다. 이런 접점이 확인되면 "몰랐다"는 주장은 사실상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통화 기지국 정보, 카드 사용 내역, SNS 태그·체크인 기록으로 이런 접점의 시점을 특정해 둡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알 수 있었던' 정황으로 과실을 구성하기
직접 증거가 부족하더라도, 87므19 판결의 논리를 거꾸로 활용하면 과실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확인할 의무 자체는 없더라도, 관계의 실질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어도 알 수 있는 수준이었다면 과실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1) 교제 기간과 밀도를 구체적으로 정리합니다.
단발성 만남과 수개월·수년에 걸친 지속적 교제는 법원의 평가가 다릅니다. 만난 횟수, 숙박 여부, 동거에 가까운 생활을 했는지, 여행·동반 출장 여부를 시간순으로 정리해 "장기간·고밀도의 관계였음에도 확인하지 않은 것 자체가 부주의"라는 구도를 세웁니다. 이는 앞서 본 판례에서 원심이 과실을 인정한 논리와 같은 축입니다.
2) 배우자의 존재가 드러날 수밖에 없었던 생활환경을 입증합니다.
상간자가 상대방의 집이나 차량을 드나들었다면, 가족사진·아이 용품·부부 공동명의 우편물 같은 것이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상대방의 SNS에 배우자·자녀와 찍은 사진이 공개되어 있었는지, 회사 인사기록이나 청첩장·결혼식 사진이 지인들 사이에 돌았는지도 확인 대상입니다. 이런 자료가 확보되면 "확인하지 않았다"가 아니라 "확인할 필요조차 없이 눈에 보였다"는 주장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3) 뒤늦게 알았다면 그 이후의 행동으로 고의를 보강합니다.
설령 초기에는 정말 몰랐다 하더라도, 배우자의 존재를 알게 된 이후에도 관계를 정리하지 않고 계속 이어갔다면 그 시점부터는 명백한 고의로 평가됩니다. 배우자 있음을 알게 된 시점(직접 통보받은 날, 배우자의 항의를 받은 날 등)을 특정해, 그 이후의 만남·연락 기록을 별도로 정리해 두면 최소한 그 시점 이후의 책임은 확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결론
"몰랐다"는 항변은 상간자 소송에서 가장 흔하게 등장하지만, 그만큼 반박의 방법도 정형화되어 있습니다. 관건은 상간자의 진술을 감정적으로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기록·제3자 진술·생활환경 정황을 시간순으로 재구성해 법원이 판단할 수 있는 자료로 만드는 일입니다.
소송을 준비하고 계시다면, 지금 가지고 있는 자료만으로 "알았다" 혹은 "알 수 있었다"는 구도를 세울 수 있는지, 부족하다면 어떤 자료를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지 미리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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