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없이 피해자 진술만으로 강제추행 기소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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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강제추행 등

증거 없이 피해자 진술만으로 강제추행 기소되나요 

김강희 변호사


증거 없이 피해자 진술만으로 강제추행 기소되나요


사건 개요


엘리베이터, 지하철, 술자리처럼 CCTV 각도가 애매하거나 아예 없는 곳에서 벌어졌다는 강제추행 사건들이 있습니다. 목격자도 없고, 몸싸움의 흔적도, 상해진단서도 없습니다.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통보를 받은 사람은 "그날 그런 일이 없었는데 무슨 증거로 부르는 거냐"며 당황해합니다.

그런데 막상 조사를 받고 나면 사건은 생각보다 쉽게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물증이 하나도 없는데도 검찰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넘기거나, 실제로 재판에 넘겨졌다는 통지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때 상담자들은 한결같이 "증거도 없이 어떻게 기소가 되느냐"며 억울해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물증이 전혀 없어도 피해자 진술만으로 기소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이는 수사기관이 허술해서가 아니라, 기소 단계와 유죄 판단 단계가 요구하는 증명의 정도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차이를 모르고 "물증이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생각하다가 초동 대응 시기를 놓치는 것이 가장 흔한 실책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 승패를 가르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기소 단계와 유죄 인정 단계의 증명 기준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는 데에는 혐의를 인정할 만한 상당한 개연성이면 충분하지만, 법원이 유죄를 선고하려면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이 정한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합니다. 물증 없이 기소되는 것과 물증 없이 유죄를 받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둘째, 피해자 진술 하나만으로도 유죄가 인정될 수 있는가입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 자유심증주의에 따라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지므로, 물증이 없어도 진술 자체의 신빙성이 인정되면 유죄가 선고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 신빙성을 "진술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고,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으며, 허위로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사소한 사항의 불일치만으로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기준으로 판단합니다(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0도11185 판결 등). 뒤집어 말하면 이 네 가지 중 하나라도 무너뜨리면 무죄로 이어질 여지가 커집니다.

셋째, 강제추행죄(형법 제298조)의 '폭행 또는 협박' 자체가 예전보다 인정 폭이 넓어졌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3년 9월 21일 선고한 2018도13877 판결에서 종전에 요구되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라는 기준을 폐기하고, 상대방의 신체에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한 정도면 충분하다고 판시했습니다. "격렬한 몸싸움이 없었으니 무죄"라는 방어가 예전만큼 통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수사 단계에서 진술의 신빙성 요건을 정면으로 공략하기


물증이 없는 사건일수록 승부는 오히려 초반, 즉 수사 단계에서 갈립니다. 기소된 뒤에 뒤집기보다, 애초에 '혐의없음' 처분을 받아내는 쪽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대법원이 제시한 신빙성 판단 네 요건을 하나씩 겨냥해 진술을 검증합니다.

1) 진술의 일관성이 흔들리는 지점을 특정합니다.

피해자 진술은 경찰 조사, 검찰 조사, 필요시 법정 증언까지 여러 번 반복됩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장소·순서·신체접촉 부위 등 공소사실의 핵심을 이루는 주요 부분이 회차마다 달라지는지를 조서 열람·등사를 통해 대조합니다. 사소한 지엽적 표현 차이는 신빙성을 흔들지 못하지만, 핵심 사실관계의 변경은 다릅니다.

2) 경험칙에 비추어 부자연스러운 대목을 짚어냅니다.

진술된 상황이 실제 물리적 여건(좌석 배치, 조명, 동선, 소요 시간)과 맞아떨어지는지를 현장 구조·CCTV 사각지대·통행량 등 객관적 정황과 대조합니다. 다만 대법원이 "마땅히 그러한 반응을 보여야만 하는 피해자로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할 수 없다"고 못박은 만큼(대법원 2020도11185 판결), 단순히 "그 상황이라면 소리를 질렀을 것"이라는 식의 막연한 상식 공격이 아니라 구체적 물리 여건과의 모순을 찾아야 실질적 효과가 있습니다.

3) 허위 진술의 동기가 될 만한 정황을 확보합니다.

금전 관계, 채무, 인사·평가상 갈등, 이별 통보 전후의 감정 대립 등 진술을 왜곡할 만한 동기가 있었는지를 문자메시지·통화기록·목격자 진술로 정리합니다. 이런 동기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진술이 일관되어 보이더라도 신빙성 평가 전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정황증거로 진술의 공백을 메우고 공판 전략을 세우기


수사 단계에서 혐의없음을 받아내지 못해 기소에 이르렀다면, 이제 무게중심은 공판정으로 옮겨갑니다. 물증이 없다는 사실을 그대로 방치하지 않고, 있는 자료를 최대한 끌어모아 진술의 공백을 채우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1) 주변 정황증거를 최대한 수집합니다.

직접 물증이 없더라도 사건 전후의 CCTV(현장이 아니라 진입·이탈 동선), 대중교통 승하차 기록, 통신사 위치정보, 사건 직후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 등 간접·정황증거는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재료가 됩니다. 이런 자료는 시간이 지나면 삭제·폐기되므로 변호인 선임 즉시 증거보전 신청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합니다.

2) 반대신문으로 진술의 전체 취지를 검증합니다.

대법원은 "피해자 증언은 단편적인 부분만 떼어 판단할 것이 아니라 질문 내용과 다른 답변 내용까지 비교해 전체적인 취지를 살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20도11185 판결). 이 기준을 거꾸로 활용해, 증인신문 과정에서 진술 전체를 관통하는 흐름 속에 실제 모순이 있는지를 질문 설계를 통해 드러내는 것이 공판 대응의 핵심입니다.

3) 유죄 가능성이 높은 경우의 대비책도 함께 세웁니다.

신빙성 공략이 완전한 무죄로 이어지지 않을 상황에 대비해, 처벌 수위를 낮출 수 있는 자료(재범 위험성 부존재, 피해 회복 노력, 생활환경 등)를 병행해 준비합니다.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해 벌금형 선고도 가능한 범위이므로, 다투는 지점과 별개로 처분 수위를 관리하는 전략도 처음부터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결론


"증거가 없으니 기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는 형사소송법의 실제 구조와 맞지 않습니다. 기소는 혐의의 개연성만으로 이루어지고, 유죄는 진술의 신빙성만으로도 인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단계 모두 물증의 유무가 아니라 진술의 일관성·경험칙 부합성·모순 유무·허위 동기 유무라는 잣대로 판가름 납니다.

조사 통보를 받은 시점부터 이 네 가지 기준을 염두에 두고 자료를 모아 두는가, 아니면 "증거가 없다"는 안도감에 시간을 흘려보내는가에 따라 결과는 크게 갈립니다. 지금 이런 상황에 놓여 있다면, 조사에 응하기 전에 진술 방어와 정황증거 확보 방향을 함께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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