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아버지나 배우자 등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의 자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가, 회사 명의로 횡령 혐의 고소를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아버지 회사니까 내가 좀 가져다 써도 나중에 문제없겠지”, “어차피 우리 집 회사인데 친족끼리 형사처벌까지 가겠어”라는 생각으로 회사 계좌에서 돈을 인출해 개인 용도로 썼던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고소가 진행되면 “친족상도례가 있으니 형이 면제되거나, 최소한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된다”는 기대가 그대로 무너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법원은 친족상도례가 적용되는 ‘피해자’의 범위를 자연인 친족 사이의 관계로 엄격하게 한정해 판단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라 하더라도 그 회사가 상법상 법인격을 갖춘 이상, 회사와 아버지는 법률적으로 별개의 권리주체이기 때문입니다.
아래에서는 아버지 회사의 돈을 썼을 때 친족상도례가 적용되는지, 어떤 경우에 예외적으로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실제로 문제가 됐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아버지 회사의 돈은 아버지 개인 돈이 아니라 회사의 재산입니다
회사가 법인이라면 자금의 소유자는 아버지가 아니라 회사 그 자체입니다.
“아버지 회사”라고 부르지만, 그 실체가 주식회사·유한회사 같은 법인인지, 아니면 법인 설립 없이 아버지 개인 명의로 운영하는 개인사업자인지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 구분이 친족상도례 검토의 출발점입니다.
회사가 법인으로 설립돼 있다면, 상법상 회사는 주주나 대표이사와 별도로 권리·의무의 주체가 되는 법인격을 가집니다. 회사 명의 통장에 있는 돈, 회사 명의 부동산, 회사가 보유한 매출채권 등은 모두 회사에 귀속되는 재산이지, 그 회사를 운영하는 아버지 개인의 재산이 아닙니다.
아버지가 대표이사로서 회사 자금을 관리·보관하는 지위에 있었다면, 아버지는 회사(타인)의 사무를 처리하거나 회사(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자녀가 그 자금을 정당한 권한 없이 개인 용도로 가져다 썼다면, 형사법적으로 피해를 입는 쪽은 아버지 개인이 아니라 회사입니다.
아버지 회사가 법인이라면, 그 돈을 가져다 쓴 상대는 법률적으로 ‘아버지’가 아니라 ‘회사’입니다.
2. 친족상도례는 피해자가 법인인 경우에는 처음부터 적용되지 않습니다
형법상 친족상도례는 자연인 친족 사이의 재산범죄에만 적용되는 특례입니다.
형법 제328조(친족 사이의 범행과 고소)는 절도·사기·횡령·배임 등 재산범죄에 적용되는데, 그 취지는 가정 내부의 문제에 국가형벌권이 함부로 개입하지 않는다는 정책적 고려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 특례가 성립하려면 애초에 행위자와 피해자 사이에 민법상 ‘친족관계’가 존재해야 합니다.
민법 제767조가 정한 친족은 배우자, 혈족, 인척 등 자연인 사이의 신분관계를 전제로 합니다. 법인은 이러한 신분관계를 가질 수 없는 존재이므로, 피해자가 법인인 경우에는 그 법인의 대표자나 주주와 아무리 가까운 친족이라 하더라도 친족상도례가 적용될 여지가 없습니다. 대법원도 일찍이 이 요건을 엄격하게 보고 있습니다.
친족상도례에 관한 규정은 범인과 피해물건의 소유자 및 점유자 모두 사이에 친족관계가 있는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고 절도범인이 피해물건의 소유자나 점유자의 어느 일방과 사이에서만 친족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적용이 없다(대법원 1980. 11. 11. 선고 80도131 판결).
이 판례는 절도 사건에서 소유자와 점유자가 다른 경우를 다룬 것이지만, 그 밑바탕에 있는 “피해자와의 친족관계”라는 요건 자체는 횡령·배임 등 다른 재산범죄에도 그대로 통용됩니다. 아버지 회사 돈을 쓴 경우, 자금의 실질적 귀속 주체이자 형사법상 피해자는 법인이므로, 자녀와 그 법인 사이에는 애초에 성립할 수 있는 ‘친족관계’ 자체가 없습니다.
피해자가 법인인 이상, 그 대표자가 아버지라는 사실만으로는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3. 아버지가 1인 주주·대표이사라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법인격은 주주·대표이사 개인과 분리돼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반박이 “회사 주식을 사실상 아버지 혼자 다 가지고 있다”, “아버지가 곧 회사고 회사가 곧 아버지다”라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이른바 1인 회사라 하더라도 법인격은 그 1인 주주와 분리돼 있다는 것이 오래전부터 확립된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소위 1인회사에 있어서도 행위의 주체와 그 본인은 분명히 별개의 인격이며, 그 본인인 주식회사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을 때 배임의 죄는 기수가 되는 것이므로 궁극적으로 그 손해가 주주의 손해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성립한 죄에는 아무 소장이 없다(대법원 1983. 12. 13. 선고 83도2330 전원합의체 판결).
이 법리는 배임죄에서 나왔지만 횡령죄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회사 주식 전부를 아버지가 보유하고 있어 회사의 손해가 궁극적으로 아버지 개인의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 하더라도, 형사법적으로는 회사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시점에 범죄가 완성되고, 그 피해자는 여전히 회사입니다.
따라서 “회사가 곧 아버지 것이니 내가 써도 아버지 돈을 쓴 것과 같다”는 논리는 형사책임을 피하는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오히려 이런 사정은 친족상도례가 아니라 양형 단계에서 참작될 수 있는 사정에 그칩니다.
아버지가 지분 100%를 가진 회사라도, 회사와 아버지는 법률적으로 분명히 별개의 인격입니다.
4. 유용한 금액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지고, 신분에 따라 죄명도 달라집니다
회사 자금을 보관·관리하는 지위였는지에 따라 횡령죄와 업무상횡령죄가 갈립니다.
형법 제355조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 그 임무가 업무상의 것이라면 형법 제356조에 따라 형이 무거워져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자녀가 회사 직원이나 임원으로서 자금 관리 업무를 맡고 있었다면 업무상횡령이 적용되고, 그런 지위 없이 단순히 접근 권한만 이용해 돈을 빼냈다면 단순횡령이나 절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이득액이 커지면 처벌 수위는 급격히 올라갑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이 무거워지며,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라는 사정만으로 처벌 수위가 낮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 자금이라는 점, 그리고 어떤 지위에서 그 자금을 다뤘는지가 죄명과 형량을 함께 좌우합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회사가 법인인지 개인사업자인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가족 회사 자금 유용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업장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이라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아버지 회사 자금을 썼다는 이유로 고소·조사 통보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회사가 법인등기부상 실제로 설립된 법인인지, 아니면 법인 등록 없이 아버지 개인 명의로 운영되는 개인사업자인지부터 확인합니다.
회사 명의 통장의 전체 거래내역을 발급받아 인출 시점·금액·용도를 정리합니다.
자금 인출에 관해 대표이사(아버지)나 이사회의 명시적 동의·승인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그 근거자료를 확보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가족 회사 자금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친족상도례 적용 여부와 별개로 실제 성립 요건과 양형 자료를 함께 검토해 대응 방향을 정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의 돈을 썼다는 이유로 형사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막상 고소장을 받고 나서야 실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 자금이 유용된 쪽에서는 “가족이니까 넘어가야 하나”라는 생각과 “그래도 회사는 지켜야 한다”는 생각 사이에서 고민하다 대응 시점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장 내역과 인출 경위를 빨리 정리할수록 형사 고소와 민사 반환청구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회사 자금을 사용했다고 의심받는 자녀 입장에서도 “어차피 아버지 회사니까 괜찮을 줄 알았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 승인이 있었는지, 회사가 법인인지 개인사업체인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가족 회사 자금을 둘러싼 분쟁에서 자금을 관리한 쪽과 문제를 제기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회사의 형태와 자금 관리 실태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버지 회사 돈을 썼는데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않나요?
A. 회사가 법인으로 설립돼 있다면 적용되지 않습니다. 피해자는 아버지 개인이 아니라 회사이고, 법인은 민법상 친족관계의 주체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Q. 아버지가 개인사업자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면 다른가요?
A. 다를 수 있습니다. 법인 등록 없이 아버지 명의 개인사업자로 운영되는 경우, 사업체 자금은 법률적으로 아버지 개인 재산과 동일하게 취급되므로 이때는 친족상도례 적용 여부를 검토할 여지가 있습니다.
Q. 아버지가 회사 지분 100%를 가진 1인 회사라도 결론이 같나요?
A. 같습니다. 대법원은 1인 회사라 하더라도 회사와 주주는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다고 판시하고 있어, 지분 비율과 관계없이 피해자는 회사입니다.
Q. 회사 돈이지만 아버지가 “써도 된다”고 구두로 허락했다면요?
A. 허락 여부는 핵심 쟁점이 될 수 있지만, 회사 자금에 관한 처분은 대표이사 개인의 구두 승낙만으로 정당화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사회 결의나 정식 절차 없이 이뤄진 승낙이라면 여전히 임무위배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Q. 형사 고소와 별도로 민사 반환청구도 가능한가요?
A. 가능합니다. 회사(또는 다른 주주)는 부당이득이나 손해배상을 원인으로 민사상 반환을 청구할 수 있고, 형사 절차에서 확보된 자료가 민사 입증에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이미 일부를 갚았는데도 처벌될 수 있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인출 시점에 이미 임무위배행위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면 범죄는 그때 완성되고, 사후 반환은 양형에서 참작되는 사정일 뿐 성립 자체를 막지 못합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회사 형태와 자금 관리 실태에 대한 초기 진술이 사건 전체 방향을 좌우하고, 이득액이 큰 사건은 구속 수사 가능성까지 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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