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구인구직 사이트나 SNS 광고를 통해 ‘문자 발송만 하면 되는 단순 아르바이트’에 지원했다가, 얼마 뒤 경찰서에서 출석을 요구받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의뢰인들 중 상당수는 “저는 그냥 시키는 대로 문자만 보냈을 뿐이에요”, “내용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몰랐어요”라는 말로 상황을 설명합니다. 그런데 막상 조사를 받아보면, 자신이 보낸 문자가 실제로는 대출 사칭·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이나 투자사기 조직이 피해자를 낚기 위해 대량으로 뿌린 이른바 ‘미끼문자’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법원은 방조범의 고의에 관해, 정범이 저지르는 범죄의 구체적 내용까지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고 미필적 인식 또는 예견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문자만 보냈다는 사정이 곧바로 무혐의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아래에서는 미끼문자 발송이 어떤 경우에 범죄가 되는지, ‘몰랐다’는 항변이 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지, 그리고 조사 통보를 받았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실제 판결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미끼문자 발송도 사기 범행을 돕는 방조행위로 인정됩니다
문자 한 통이 정범의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했다면 그 자체로 방조범 성립의 출발점이 됩니다.
형법 제32조는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자를 종범으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방조란 직접 손을 대는 유형적 방조뿐 아니라, 정범이 범행을 저지르기 쉽게 만들어주는 무형적 방조까지 포함하며, 정범이 실행에 착수하기 전 단계에서 장래의 실행행위를 예상하고 이를 용이하게 하는 행위도 방조에 해당합니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제2조는 전기통신을 이용해 타인을 기망·공갈함으로써 자금을 송금·이체하게 하거나 개인정보를 알아내 자금을 이체하는 행위, 자금을 교부받거나 출금하게 하는 행위 등을 ‘전기통신금융사기’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대출 안내, 기관·지인 사칭, 고수익 투자 권유 등 명목으로 대량 발송되는 미끼문자는 이러한 사기 범행이 시작되는 최초 접점 역할을 합니다.
실제 사건에서 피해자는 미끼문자에 담긴 링크를 클릭하거나, 문자에 적힌 번호로 먼저 연락하면서 조직과 접촉하게 됩니다. 즉 문자 발송은 정범이 피해자를 물색하고 접근하는 실행행위 자체를 가능하게 만드는 행위이므로, 발송자가 직접 돈을 받지 않았더라도 방조행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미끼문자 발송은 사기 범행이 시작되는 접점을 만들어주는 행위로, 그 자체로 방조범 성립의 기초가 됩니다.
2. ‘내용을 몰랐다’는 항변만으로는 처벌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방조범의 고의는 범행의 구체적 내용을 알아야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미필적 인식만으로 충분합니다.
실무에서 조사 대상이 된 아르바이트 참여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항변은 ‘정확히 무슨 내용인지 몰랐다’, ‘단순 광고문자인 줄 알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방조범의 고의에 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방조범에 있어서 정범의 고의는 정범에 의하여 실현되는 범죄의 구체적 내용을 인식할 것까지 요하는 것은 아니어서 미필적 인식 또는 예견으로 족하다(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2도649 판결).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보이스피싱에 사용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계좌 접근매체를 전달·유통한 사람이 이른바 ‘전달책’ 역할까지 승낙한 행위는 정범의 범행 결의를 강화하는 방조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실행행위를 직접 한 시기와 관계없이 사기죄의 종범이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고의는 내심의 사실이라 자백하지 않는 이상 직접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법원은 채용 경로, 업무 지시 방식, 보수 지급 조건 등 간접사실을 종합해 고의 유무를 판단합니다. ‘몰랐다’는 말 자체가 아니라, 몰랐다고 할 수 있을 만한 정황이 실제로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몰랐다’는 항변은, 정황상 알 수 있었다고 판단되는 순간 방패가 되지 못합니다.
3. 실제 판결도 문자 발송 가담자의 고의를 구체적 정황으로 인정했습니다
명의를 빌린 계정 사용, 발송 대상의 출처, 홍보 문구 내용이 고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쓰였습니다.
대량 문자 발송을 중개하며 투자사기 조직에 광고성 문자 발송 프로그램과 타인 명의 계정을 제공한 사건에서, 법원은 다음과 같은 정황을 근거로 방조의 고의를 인정했습니다.
피고인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고객으로 하여금 추적이 어려운 제3자 명의의 계정을 사용하게 하였던 점과 피고인이 사용한 홍보 문구 내용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모객한 상대방이 합법적인 투자업체가 아닐 가능성에 대하여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창원지방법원 2021. 12. 16. 선고 2021고합182 판결).
이 판결에서 법원은 발송자 본인 명의가 아닌 대포 계정·프로그램을 쓰도록 요구받았는지, 통상적인 광고 대행과 달리 지나치게 높은 건당 단가를 받았는지, 문의해오는 상대방에게 별다른 설명 없이 발송만 반복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고의를 인정했습니다.
미끼문자 발송 아르바이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채용 공고에서 정상적인 근로계약서 작성 없이 텔레그램 등 메신저로만 지시가 이루어졌는지, 본인 명의가 아닌 번호나 발송 프로그램을 쓰라는 요구가 있었는지, ‘내용은 신경 쓰지 말라’는 식의 지침이 있었는지, 일반적인 문자 발송 대행보다 현저히 높은 일당·건당 보수를 받았는지가 실무에서 고의 판단의 핵심 간접사실이 됩니다.
구체적인 지시 방식과 보수 조건이 남긴 정황이, 결국 고의 유무를 가르는 증거가 됩니다.
4. 가담 방식에 따라 적용 법조와 처벌 수위가 달라집니다
단순 발송이라도 정보통신망법·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함께 적용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47조 제1항의 사기죄는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 종범인 방조범은 형법 제32조 제2항에 따라 정범의 형보다 감경됩니다. 다만 이는 형이 가벼워질 뿐 처벌 자체를 면하게 해주는 규정은 아닙니다.
단순히 지시받은 문자만 발송한 것이 아니라 발송 대상 명단을 직접 모집·관리하거나 조직의 지시 체계에 편입되어 반복적으로 가담했다면, 방조를 넘어 공동정범으로 의율되어 정범과 동일한 법정형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편취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형이 더 무거워지지만, 이 가중처벌구간에 해당한다는 사실까지 본인이 인식했음이 함께 증명되어야 하므로, 단순 가담자에게 곧바로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미끼문자에 포함된 링크가 원격조종앱이나 통화가로채기앱 등의 설치를 유도하는 방식이었다면,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 제70조의2에 따라 악성프로그램 전달·유포죄가 별도로 문제되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발송 대상자 명단, 즉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취급·거래했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도 함께 적용될 수 있습니다.
또한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제15조의2 제1항은 전기통신금융사기를 행한 자를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범죄수익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어, 조직적으로 반복 가담한 정도에 따라서는 이 조항의 공동정범으로 의율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5. 조사 통보를 받았다면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출석 전 자료 정리가 이후 처분 방향을 좌우합니다.
미끼문자 발송 아르바이트 관련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출석 요구 및 피의자 조사 → ②계좌 추적, 통신 내역 등 보완수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조직적 가담이 의심되거나 피해액이 클 경우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채용 경위가 석연치 않았다는 사정을 인지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채용 당시 주고받은 구인 광고, 텔레그램·카카오톡 대화 내역을 전부 캡처해 보관합니다.
실제로 발송을 지시받은 문자 원문, 링크 주소, 발송 대상 명단의 출처를 최대한 정리합니다.
지급받은 보수의 산정 방식(건당·일당), 입금 계좌, 지급자 정보를 확인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형사 사건 대응 경험이 있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다면, 가담 정도와 고의 유무를 구체적으로 소명해 실질적인 방어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미끼문자 발송 아르바이트로 조사를 받게 된 분들은 “그때는 정말 몰랐다”는 억울함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담이 의심되는 아르바이트생 입장에서는, 몰랐다는 사정을 뒷받침할 채용 경위·지시 내역·보수 지급 방식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정황이 촘촘하게 정리될수록 미필적 고의를 다투는 데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그 문자에 속아 실제로 돈을 잃은 피해자 입장에서도, 문자만 보냈을 뿐이라는 가담자라도 정황상 고의가 인정되면 형사책임은 물론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까지 함께 물을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저는 보이스피싱·투자사기 조직에 가담이 의심되는 분들과, 반대로 그 범행으로 피해를 입은 분들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에 어떤 자료를 확보하고 어떻게 진술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정말 문자 내용을 몰랐고 시키는 대로만 했는데도 처벌되나요?
A. 몰랐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채용 경로, 업무 지시 방식, 보수 지급 조건 등 정황을 통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면 방조범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런 정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죄가 될 수도 있습니다.
Q. 하루 이틀만 하고 그만뒀는데도 문제가 되나요?
A. 가담 기간이 짧더라도, 그 기간 동안 발송한 문자가 실제 피해로 이어졌다면 방조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다만 가담 정도와 기간은 양형에서 참작되는 사정입니다.
Q. 제가 받은 보수는 얼마 안 되는데 처벌 수위는 어떻게 정해지나요?
A. 처벌 수위는 본인이 받은 보수가 아니라 정범이 실제로 편취한 피해액과 가담 정도를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다만 편취액이 5억원 이상이라는 점까지 본인이 인식했다는 사실이 증명되지 못하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아닌 형법상 사기방조로 처리될 수 있습니다.
Q. 문자에 링크가 있었는데 그 링크가 무엇인지도 몰랐습니다. 그래도 문제되나요?
A. 링크가 원격조종앱 등 악성프로그램 설치로 이어지는 방식이었다면 정보통신망법 위반이 별도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링크의 실제 기능을 몰랐다는 사정은 수사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소명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Q. 경찰에서 출석하라는 연락을 받았는데 바로 나가도 되나요?
A. 출석 전에 채용 경위, 지시 대화 내역, 보수 지급 내역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초기 진술이 이후 처분 방향을 좌우하므로, 가능하면 출석 전에 변호사와 상담해 진술 방향을 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자수하면 처벌을 면할 수 있나요?
A. 자수 자체로 처벌을 면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사에 협조하고 가담 경위를 구체적으로 소명하면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될 수 있습니다. 사안에 따라 기소유예 등 처분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Q. 형사처벌과 별도로 민사상 책임도 지나요?
A. 방조범으로 인정되면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함께 질 수 있습니다. 정범과 부진정연대책임 형태로 배상 범위가 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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