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부부, 동업자, 형제자매 등이 생활비나 사업자금, 전세보증금을 모아 공동명의로 예금계좌를 개설했다가, 관계가 틀어지면서 그 돈을 둘러싼 분쟁으로 번지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어차피 공동명의니까 절반은 내 돈이다”, “내가 먼저 넣은 돈이니 먼저 빼서 써도 문제없다”는 생각으로 상대방 동의 없이 계좌를 정리해버린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상대방이 문제를 삼으면, “계좌 이름에 내 이름도 있지 않느냐”는 항변만으로는 넘어가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공동명의 예금이라도 실제 출연 비율과 개설 목적에 따라 그 귀속과 인출 권한이 달라진다는 법리를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명의를 함께 올렸다는 사정만으로 인출이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며, 상대방 동의 없는 전액 인출은 횡령죄, 자금 규모에 따라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까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공동명의 예금을 한 사람이 전부 빼가는 경우 어떤 요건에서 횡령죄가 성립하는지, 그리고 의심 정황이 있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공동명의라고 해서 계좌 속 돈이 똑같이 내 몫인 것은 아닙니다
명의는 은행에 대한 관계일 뿐, 실제 몫은 누가 얼마를 냈고 무슨 목적으로 모았는지로 정해집니다.
공동명의 예금은 통장에 두 사람 이상의 이름이 함께 올라가 있다는 뜻일 뿐, 그 돈이 절반씩 각자의 것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은행과의 관계에서는 계좌 명의자들이 함께 예금채권자가 되지만, 그 돈이 실제로 누구에게 귀속되는지는 각자 실제로 얼마를 입금했는지, 그리고 어떤 목적으로 그 계좌를 함께 개설했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실무에서는 “어차피 공동명의니까 절반은 내 돈”, “내가 먼저 넣은 돈이니 먼저 빼 써도 된다”는 생각으로 상대방 동의 없이 계좌를 정리해버리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그러나 실제 출연 비율이 전혀 다르거나, 전세보증금 마련·동업자금·부모님 병원비처럼 서로 감시·견제할 목적으로 공동명의를 만든 것이라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대법원도 공동명의 예금의 귀속 문제를 은행 앞으로의 명의가 아니라, 출연관계와 개설 목적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동업자금으로 모은 것인지, 특정 목적 달성 전까지 단독 인출을 막기 위한 것인지에 따라 예금에 대한 권리관계가 전혀 다르게 결론 납니다.
공동명의는 은행에 대한 관계일 뿐, 그 돈이 실제로 누구 몫인지는 출연 비율과 개설 목적으로 정해집니다.
2. 목적 달성 전 혼자 전액을 인출하면 횡령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 동의 없이 전액을 빼내 개인적으로 쓰면, 상대방 몫을 보관하다 가로챈 것이 됩니다.
형법 제355조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계좌를 관리하며 자금 정산 업무까지 맡고 있었다면 형이 더 무거운 업무상횡령이 적용되어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대법원은 특정 목적을 위해 공동명의로 예치해 그 목적이 달성되기 전에는 단독으로 인출할 수 없도록 방지·감시하려는 취지로 계좌를 개설한 경우에 관해 다음과 같이 판단한 바 있습니다.
공동명의 예금채권자들 각자가 분담하여 출연한 돈을 동업 이외의 특정 목적을 위하여 공동명의로 예치해 둠으로써 그 목적이 달성되기 전에는 공동명의 예금채권자가 단독으로 예금을 인출할 수 없도록 방지·감시하고자 하는 등의 목적으로 공동명의로 예금을 개설한 경우라면 하나의 예금채권이 분량적으로 분할되어 각 공동명의 예금채권자들에게 귀속된다(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5다72430 판결).
이 법리에 따르면 계좌에 든 돈은 각자의 출연 비율만큼 나뉘어 귀속되는 것이고, 명의자 한 사람이 이를 넘어 전액을 인출해 상대방 몫까지 개인적으로 써버렸다면 상대방의 재물을 보관하다가 임의로 처분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특히 “같이 쓰자”는 명목으로 계좌를 열어 놓고 상대방 모르게 전액을 다른 계좌로 옮기거나 현금으로 인출해버린 경우가 실무에서 자주 문제됩니다.
목적 달성 전 상대방 동의 없이 전액을 인출해 써버리면, 상대방 몫의 돈을 보관하다 가로챈 것으로 평가되어 횡령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3. 동업자금으로 모은 계좌라면 정산 전 인출은 지분과 무관하게 전액이 문제됩니다
손익 정산이 끝나지 않았다면 인출한 금액 전부가 지분 비율과 상관없이 횡령금액이 됩니다.
동업자금을 모아 공동명의로 예금한 경우라면 그 예금채권은 동업자들의 합유에 속합니다. 동업재산은 정산이 끝나기 전까지 개별 동업자가 자기 지분만큼을 임의로 떼어 처분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실무에서 가장 흔한 항변은 “내 지분이 있으니 그 한도 내에서는 써도 된다”는 것인데, 대법원은 이런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동업자 사이에 손익분배의 정산이 되지 아니하였다면 동업자의 한 사람이 임의로 동업자들의 합유에 속하는 동업재산을 처분할 권한이 없는 것이므로, 동업자의 한 사람이 동업재산을 보관 중 임의로 횡령하였다면 지분비율에 관계없이 임의로 횡령한 금액 전부에 대하여 횡령죄의 죄책을 부담한다(대법원 2000. 11. 10. 선고 2000도3013 판결).
이 법리는 앞서 대법원 1982. 9. 28. 선고 81도2777 판결에서도 같은 취지로 확인된 바 있습니다. 즉 계좌에 자신의 지분에 해당하는 금액만큼만 있었다 하더라도, 정산 절차 없이 전액을 인출해버렸다면 인출한 금액 전부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산 전 지분은 관념적인 몫일 뿐이고, 임의로 인출한 금액 전부가 지분 비율과 무관하게 횡령금액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4. 인출한 금액에 따라 적용 법조와 형량 구간이 크게 달라집니다
5억원, 50억원을 기준으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어 형이 훨씬 무거워집니다.
앞서 본 것처럼 단순 횡령은 형법 제355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 업무상횡령은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그런데 인출한 금액, 즉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이 무거워지고,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공동명의 예금은 전세보증금·혼수자금처럼 목돈인 경우가 많아, 한 번의 인출만으로도 이득액이 커질 수 있습니다. 또한 여러 차례에 걸쳐 조금씩 빼낸 경우라도 하나의 범의 아래 반복된 것으로 평가되면 포괄일죄로 묶여 합산 이득액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합니다.
다만 인출 경위, 반환·합의 여부, 실제로 공동 목적을 위해 일부라도 사용했는지 등은 횡령죄의 성립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이후 양형 단계에서는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확인 순서는 이렇게 됩니다
계좌 개설 경위와 실제 출연 비율부터 정리해야 대응 방향이 잡힙니다.
공동명의 예금 인출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계좌·거주지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횡령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이라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상대방이 계좌 전액을 인출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통장·인터넷뱅킹 거래내역을 발급받아 계좌 개설 이후 누가 얼마를 입금했는지, 언제 얼마가 인출됐는지부터 정리합니다.
계좌를 개설한 목적(전세보증금·혼수자금·동업자금·모임회비 등)과 관련된 약정서·문자·대화 기록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인출된 돈이 실제로 어디에 쓰였는지 카드 사용내역·계좌이체 내역으로 대조해 개인 용도로 흘러갔는지 확인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공동명의 예금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형사 고소와 부당이득반환·예금반환 청구를 함께 검토해 실질적인 회수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공동명의 예금 문제는 “그래도 배우자인데”, “동업자인데 설마 이 정도로 문제 삼겠나”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돈을 인출당한 쪽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주장보다, 실제 출연 비율과 계좌 개설 목적을 뒷받침하는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거래내역, 약정서, 인출 경위에 대한 대화 기록이 쌓일수록 형사 고소와 민사 반환청구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계좌를 인출한 쪽 입장에서도 “내 이름도 있는 계좌니까 괜찮을 줄 알았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 동의가 있었는지, 정산 절차가 어떻게 진행됐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공동명의 예금과 동업자금을 둘러싼 횡령 분쟁에서 돈을 지킨 쪽과 인출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 정리와 법리 선택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배우자 명의 계좌에 제 돈도 섞여 있었는데 배우자가 전부 인출해 갔습니다. 횡령으로 고소할 수 있나요?
A. 실제로 누가 얼마를 입금했는지, 어떤 목적으로 모은 돈인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다만 배우자 사이의 재산범죄에도 친족상도례(형법 제328조, 제361조에 의해 횡령죄에 준용)가 적용되는데, 2026년 9월 13일 시행되는 개정 형법부터는 가까운 친족이라도 형이 자동으로 면제되지 않고 고소가 있으면 처벌 대상이 됩니다.
Q. 제 지분이 있으니 그만큼은 인출해도 되는 것 아닌가요?
A. 정산이 끝나지 않았다면 지분은 관념적인 몫일 뿐이고, 임의로 인출한 금액 전부에 대해 횡령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Q. 계모임(친목회) 회비 계좌를 총무가 관리하다가 개인적으로 썼습니다. 횡령인가요?
A. 회비를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면 단순 횡령보다 형이 무거운 업무상횡령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나중에 갚을 생각이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불법영득의사가 부정되지 않습니다.
Q. 상대방이 “동의를 받고 썼다”고 주장하면 어떻게 되나요?
A. 동의 여부는 핵심 쟁점입니다. 명시적 동의를 입증할 대화 기록·문자·정산 합의서가 있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양쪽 모두 관련 자료를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Q. 소액이라 그냥 넘어가려 했는데, 나중에 문제 삼을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반복적으로 조금씩 인출한 경우 하나의 범의로 묶여 합산 이득액이 커질 수 있고, 고소기간이나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면 뒤늦게 문제 삼는 것도 가능합니다.
Q. 형사 고소와 별도로 민사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형사 고소로 확보되는 수사 기록이 부당이득반환·예금반환 청구 등 민사 소송의 입증자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병행 전략이 회수에 유리합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고, 이득액이 큰 사건은 구속 수사 가능성까지 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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