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일당에 명의 빌려준 바지 임대인도 처벌되나요
사건 개요
이름만 빌려주면 된다고 했습니다. 계약서에 도장 한 번 찍는 것뿐이고 번거로운 일은 전혀 없을 거라는 말과 함께, 다달이 사용료 명목의 돈까지 준다는 제안을 받은 분들이 있습니다. 지인이나 부동산 업자를 통해 소개받은 사람이 원룸·오피스텔·다세대주택을 사들이면서 등기부상 소유자 명의만, 혹은 임대차계약서상 임대인 명의만 빌려 달라고 하는 경우입니다. 실제 자금을 대고 건물을 관리하는 사람은 따로 있고, 명의를 빌려준 사람은 서류상으로만 집주인이 되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얼마 지나지 않아 터집니다. 그 집을 실제로 관리하던 사람은 세입자들에게서 받은 전세보증금을 챙겨 잠적하고, 건물에는 애초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근저당이 잡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등기부에 이름이 올라 있는 '집주인'을 찾아가지만, 정작 그 사람은 보증금이 얼마인지, 세입자가 몇 명인지조차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리고 얼마 후 경찰에서 '전세사기 피의자'로 조사를 받으라는 연락이 옵니다.
명의를 빌려준 사람은 대개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나는 그냥 이름만 빌려줬을 뿐이고 돈을 가로챈 적도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수사기관과 법원은 이 항변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조직적인 전세사기 사건에서 명의를 빌려준 이른바 '바지 임대인'이 실소유자와 함께 사기죄의 공범으로 함께 기소되고,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단순히 '명의만 빌려줬다'는 사정만으로 형사책임에서 자동으로 벗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처벌 여부와 수위를 가르는 것은 그 사람이 무엇을 알았고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은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명의를 빌려준 행위만으로 사기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하는지입니다(형법 제30조). 법원은 범행 전체를 계획하거나 주도하지 않았더라도, 그 사람의 역할이 범행의 성공에 필수적이고 중요한 부분이었다면 이른바 '기능적 행위지배'를 인정해 공동정범으로 처벌해 왔습니다.
둘째, 사기죄 성립의 핵심 요건인 편취의 고의를 언제를 기준으로 판단하는지입니다. 법원은 계약 체결 당시를 기준으로, 그 시점에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는지를 봅니다. 계약 당시에는 반환 능력이 있었는데 이후 사정이 나빠져 못 갚게 된 것이라면, 형사상 사기가 아니라 민사상 채무불이행 문제로 처리될 수 있습니다.
셋째, 명의만 빌려준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임차인을 만나 계약서에 서명하고 보증금을 직접 수령해 전달하는 등 범행의 실행 단계에 관여했는지입니다. 관여 정도에 따라 공동정범이 아니라 방조범(형법 제32조)에 그칠 수도 있고, 아예 고의 자체가 부정될 수도 있습니다.
넷째, 등기부상 소유권까지 명의를 빌려준 경우라면 사기죄와는 별개로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이 문제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법은 사기의 고의와 무관하게,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등기 명의만 빌려주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다섯째, 조직적 사기 범행이라 피해자가 여럿이고 편취액을 합산할 경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어 형량이 크게 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다섯 가지가 얽혀 있어, 초기에 어떤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해 두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명의를 빌려준 경위와 고의 유무를 사실관계로 다시 세우기
명의를 빌려줬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게 된 의뢰인을 만나면, 김강희 변호사는 가장 먼저 그 사람이 사기 범행의 공동정범인지, 방조범에 그치는지, 아니면 애초에 고의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지를 가르는 사실관계부터 재구성합니다.
1) 명의를 빌려준 경위와 대가 수수 여부를 확인합니다.
수사기관은 명의를 빌려주고 대가(사용료·수수료 명목의 돈)를 받았는지를 중요한 정황으로 봅니다. 대가를 받았다면 단순한 호의가 아니라 대가관계 있는 역할 분담으로 해석될 여지가 커지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대가 없이 친분이나 부탁에 못 이겨 명의만 빌려준 경우라면, 그 경위와 정황(누가 어떤 말로 부탁했는지, 그 말을 믿을 만한 사정이 있었는지)을 문자·통화 내역 등으로 최대한 구체적으로 재구성해 둡니다.
2) 계약 체결·보증금 수령 과정에서 실제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특정합니다.
등기부에만 이름이 올라 있을 뿐 세입자를 직접 만난 적도, 계약서에 서명한 적도, 보증금을 직접 받은 적도 없다면, 그 사실을 계약서의 서명 필적·인감 사용 경위·계좌 입출금 내역으로 밝혀 실행행위에 관여하지 않았음을 보입니다. 반대로 실제로 계약 현장에 나가 서명하고 돈을 받아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면, 그 역할이 전체 범행에서 얼마나 필수적이었는지에 따라 공동정범과 방조범의 경계가 갈리므로, 그 비중을 낮추는 방향으로 진술과 증거를 정리합니다.
3) 부동산 시세·근저당 관계를 실제로 인식할 수 있었는지를 확인합니다.
건물에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근저당이 잡혀 있었고 그로 인해 세입자의 보증금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였다는 사실을,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가 편취의 고의 판단에서 결정적입니다.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볼 위치에 있었는지, 실소유자로부터 어떤 설명을 들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 몰랐다면 몰랐다는 사정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갖춥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부동산실명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까지 아우르는 전체 형사 리스크 관리하기
사기죄 공모가 다투어지는 것과 별개로, 명의를 빌려준 행위 자체가 다른 죄명으로 문제 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챙겨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과 같이 전체 그림을 짜서 대응합니다.
1) 부동산실명법 위반 부분을 별도로 검토합니다.
등기부상 소유 명의까지 넘겨받은 경우라면, 사기죄와 무관하게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등기 명의만 보유한 명의수탁자로서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7조제2항 위반이 별도로 성립할 수 있습니다(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사기 혐의는 다투더라도, 이 부분은 사실관계가 비교적 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기에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취하는 편이 전체 양형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편취액 산정 방식을 다툽니다.
피해자가 여럿인 조직적 사기 사건에서는 전체 피해액을 합산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가 적용되면,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훨씬 무거운 법정형이 열립니다. 명의를 빌려준 사람에게 조직 전체의 편취액을 그대로 귀속시킬 수 있는지, 아니면 실제 가담한 범위로 한정해야 하는지는 공동정범의 성립 범위와 맞물려 다툴 여지가 있는 지점이므로, 이 부분을 초기 단계부터 정리해 둡니다. 참고로 형법 제347조제1항 사기죄의 법정형 자체도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3) 초기 진술의 일관성과 자료 확보를 관리합니다.
이런 사건은 수사 초기에 어떤 진술을 하고 어떤 자료를 제출하느냐가 이후 재판 결과에 그대로 이어집니다. 진술을 번복하거나 뒤늦게 자료를 내면 오히려 신빙성을 잃을 수 있으므로, 조사를 받기 전 단계부터 진술의 방향과 제출할 자료의 우선순위를 함께 정리해 대응합니다.
결론
'이름만 빌려줬다'는 말은 명의를 빌려준 사람 입장에서는 사실일 수 있지만, 수사기관과 법원이 보는 것은 그 말이 아니라 실제로 무엇을 알았고 어떤 역할을 했는가 하는 사실관계입니다. 대가를 받았는지, 계약과 보증금 수수 과정에 관여했는지, 근저당 관계를 알 수 있었는지에 따라 공동정범으로 실형을 선고받을 수도, 방조범으로 형이 줄어들 수도, 아예 무죄로 형사책임에서 벗어날 수도 있습니다.
이미 명의를 빌려준 사실이 있거나 수사기관의 연락을 받았다면, 사실관계를 스스로 정리하기 전에 사기죄 공모 여부와 부동산실명법 위반 가능성까지 함께 놓고 자신의 형사 리스크가 정확히 어디까지인지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