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회사 자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난 뒤, 뒤늦게라도 피해금을 갚으려는 임직원분들의 상담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돈을 준비해도 회사가 수령 자체를 거부하면서 진행이 막막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분들은 “돈을 돌려주려고 준비까지 했는데 회사가 안 받아주면 그건 내 책임이 아니지 않냐”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회사 측이 수령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오히려 처벌불원 대신 강한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표시인 경우가 많고, 이 상태로 방치하면 형사재판에서 피해 회복 노력을 전혀 인정받지 못한 채 선고를 맞게 될 수 있습니다.
최근 법원 실무는 피해자가 돈을 받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가해자의 피해 회복 노력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되, 실제 회수 여부와 방식을 구체적으로 따져 양형에 반영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등장하는 제도가 바로 변제공탁입니다.
아래에서는 회사가 피해금 수령을 거부하는 경우에도 공탁이 가능한지, 공탁을 하면 어떤 법적 효과가 생기고 형사처벌에는 어떻게 반영되는지 구체적인 절차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회사가 돈을 받지 않겠다고 해도 변제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채권자가 수령을 거부하면, 채무자는 공탁으로 채무를 면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487조는 채권자가 변제를 받지 아니하거나 받을 수 없는 때에는 변제자는 채권자를 위하여 변제의 목적물을 공탁하여 그 채무를 면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피해금 수령 자체를 거부하는 상황은 이 조문이 정한 “채권자가 변제를 받지 아니하는 때”에 정확히 해당합니다.
실무에서는 회사가 합의 자체를 거부하는 이유가 다양합니다. 손해액 산정에 이견이 있어서일 수도 있고, 형사처벌 수위를 낮춰주고 싶지 않아 의도적으로 수령을 미루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회사가 돈을 받지 않겠다고 버티는 이상 임직원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정확한 판단이 아닙니다.
공탁은 회사의 동의나 협조 없이도 채무자 단독으로 진행할 수 있는 절차입니다. 회사가 공탁금 수령을 끝내 거부하더라도 공탁 자체는 유효하게 성립하고, 그 효과로 채무자는 변제와 동일하게 채무를 면하게 됩니다.
회사가 수령을 거부한다고 해서 피해금을 갚을 방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공탁이라는 별도의 절차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2. 다만 공탁을 했다고 해서 형사책임 자체가 곧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공탁은 피해 회복 노력의 증거일 뿐, 범죄 성립 자체를 지우는 것은 아닙니다.
횡령죄는 재물을 보관하던 사람이 불법영득의사를 가지고 이를 자기 소유처럼 처분한 시점에 이미 성립합니다. 이후 돈을 갚거나 공탁을 하더라도, 이미 완성된 범죄 성립 자체가 지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업무상횡령죄에서 사후에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함에 지장이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업무상횡령죄에서의 불법영득의 의사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반하여 보관하고 있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과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 지장이 없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3399 판결).
즉 공탁은 범죄가 성립하지 않았다는 근거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범죄 성립을 전제로 그 이후 단계, 즉 양형 단계에서 참작될 수 있는 사정일 뿐입니다. 이 구분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공탁만 해두면 처벌을 면한다고 오해하기 쉽습니다.
공탁은 이미 성립한 형사책임을 지우는 수단이 아니라, 양형 단계에서 고려되는 피해 회복 노력의 하나입니다.
3. 회사가 미리 거부 의사를 밝혔다면 돈을 직접 들고 찾아갈 필요도 없습니다
수령거절이 명백하면 구두제공만으로도 변제제공 요건을 갖출 수 있습니다.
민법 제460조는 변제는 원칙적으로 채무 내용에 좇은 현실제공, 즉 실제로 돈을 준비해 채권자에게 직접 제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정합니다. 그런데 같은 조 단서는 채권자가 미리 변제받기를 거절한 경우에는 변제 준비를 완료했다는 사실을 통지하고 수령을 최고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이미 명시적으로 “돈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라면, 굳이 현금을 마련해 회사를 직접 찾아갈 필요 없이, 내용증명 등으로 변제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과 수령을 최고한다는 취지를 통지하는 것으로 현실제공에 준하는 요건을 갖출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회사의 수령거절 사실과 변제제공 사실을 객관적으로 남겨두는 것입니다. 통화나 문자만으로는 나중에 다툼의 여지가 있으므로, 정확한 피해액과 함께 변제 의사를 명시한 내용증명을 발송해 두는 것이 이후 공탁 절차와 형사절차 모두에서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회사가 미리 수령을 거절했다면, 통지와 최고만으로도 변제제공 요건을 갖추고 곧바로 공탁 절차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4. 공탁을 하더라도 이득액 규모에 따른 처벌 수위는 그대로 적용됩니다
공탁은 감경 참작사유일 뿐, 이득액에 따른 적용 법조 자체를 바꾸지는 못합니다.
업무상횡령죄는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유용한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형이 무거워집니다.
공탁을 했다는 사정은 이 적용 법조 자체를 바꾸는 사유가 아니라, 정해진 법정형의 범위 안에서 형을 정할 때 참작되는 양형 요소입니다. 양형기준에서도 피해자가 실제로 피해금을 수령해 회복된 경우와, 채무자가 일방적으로 공탁만 해 둔 경우는 참작되는 비중이 다르게 다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이득액이 크고 회사가 끝까지 수령을 거부하는 사건일수록, 공탁 시점과 액수, 지연손해금까지 정확히 반영했는지가 재판부의 평가에 영향을 줍니다. 원금만 공탁하고 지연손해금을 누락하면 진정성 있는 피해 회복 노력으로 평가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5. 공탁까지 고려한다면 이 순서로 자료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내용증명과 공탁 준비는 수사 초기 단계부터 함께 진행해야 유리합니다.
회사 자금 유용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업장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회사가 합의를 거부한 채 고소를 진행하는 사건이라면, 수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변제 준비와 공탁을 함께 진행해야 재판까지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습니다.
공탁까지 염두에 둔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확한 피해액을 산정합니다. 원금뿐 아니라 사건 발생일부터 계산되는 지연손해금까지 포함해야 나중에 액수 부족을 이유로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습니다.
회사의 수령거절 의사와 변제제공 사실을 내용증명으로 남깁니다. 통화나 구두 통보만으로는 추후 공탁 원인사실을 소명하기 어렵습니다.
회사 본점 소재지 관할 법원 공탁소를 확인해 공탁서와 공탁원인사실을 갖추어 접수하고, 공탁사실증명원을 발급받아 수사기관·법원에 제출합니다.
이렇게 준비된 자료는 수사 단계에서는 진술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되고, 재판 단계에서는 양형자료로 제출되어 실질적인 피해 회복 노력을 입증하는 근거가 됩니다.
마치며
회사가 돈을 받지 않겠다고 버티면, 임직원 입장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에 대응을 미루다가 수사와 재판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어 당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금을 돌려받지 못한 회사 입장에서는 합의보다 정확한 처벌을 원하는 경우가 많고, 이는 정당한 선택입니다. 다만 회사가 수령을 거부한다는 사정만으로 상대방의 피해 회복 시도 자체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습니다.
돈을 갚으려 해도 받아주지 않는 임직원 입장에서도, 공탁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은 채 시간만 흘려보내면 정작 재판에서 아무런 피해 회복 노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저는 회사 자금을 둘러싼 횡령 사건에서 피해를 입은 회사 측과, 반대로 처벌을 앞둔 임직원 측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공탁 시점과 방식에 따라 재판 결과가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확인해 왔습니다.
회사가 돈을 받지 않겠다고 버틴다고 해서 손 놓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정확한 절차를 밟을 수 있을 때,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회사가 아예 연락을 받지 않고 잠적하듯 피하는 경우에도 공탁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민법 제487조는 채권자를 알 수 없거나 소재를 알 수 없는 경우도 공탁 사유로 정하고 있어, 회사가 연락 자체를 차단하는 경우에도 공탁 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Q. 공탁금을 회사가 나중에 찾아가면 그때부터 참작되나요?
A. 회사가 실제로 공탁금을 수령하면 실질적인 피해 회복으로 평가되어 참작 비중이 커집니다. 다만 회사가 끝까지 찾아가지 않더라도 공탁을 시도했다는 사정은 별도로 참작될 수 있습니다.
Q. 공탁금액은 형사합의금과 똑같이 정해야 하나요?
A. 공탁은 민사상 확정된 채무액, 즉 정확한 피해액과 지연손해금을 기준으로 산정합니다. 형사합의금처럼 위자료 성격을 더해 협상하는 금액과는 산정 기준이 다를 수 있습니다.
Q. 공탁을 하면 회사가 제기한 민사소송은 어떻게 되나요?
A. 공탁으로 채무를 면하게 되면 그 범위에서 민사상 반환청구권도 함께 소멸합니다. 다만 회사가 주장하는 손해액과 실제 공탁액이 다투어지는 경우에는 별도의 민사절차에서 액수가 정리될 수 있습니다.
Q. 회사가 수령을 거부한 이유를 밝히지 않아도 공탁 요건이 인정되나요?
A. 인정될 수 있습니다. 회사가 거부 이유를 설명하지 않더라도, 변제 제공 사실과 수령거절 사실 자체가 객관적으로 확인되면 민법 제487조가 정한 공탁 요건을 충족합니다.
Q. 공탁을 이미 했는데도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공탁은 양형 단계에서 참작되는 사정일 뿐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절대적 기준은 아니므로, 이득액 규모나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크면 공탁 이후에도 구속 수사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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