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여러 계열사나 거래처의 자금을 한 사람이 함께 관리하다가, 그 자금 사용이 문제가 되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 위반으로 조사받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회사가 여러 곳이니 하나씩 보면 얼마 안 되는데, 그걸 다 합쳐도 특경법까지야 걸리겠느냐”는 생각으로 대응 시점을 늦추다가, 정작 수사기관이 여러 회사의 피해액을 하나로 묶어 계산하는 것을 보고 당황하는 경우였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특경법 제3조가 정한 이득액이 정확히 어떤 경우의 합산액을 뜻하는지에 관해 단순일죄 또는 포괄일죄의 합산액만을 의미할 뿐, 경합범으로 처벌될 여러 죄의 이득액을 단순히 합한 금액은 아니라는 기준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피해 회사가 몇 곳인지가 아니라, 그 죄들이 법적으로 하나의 죄인지 여러 개의 죄인지가 먼저 가려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래에서는 피해 회사가 여러 곳일 때 특경법상 이득액이 어떻게 산정되는지, 그리고 어떤 경우에 예외적으로 합산될 수 있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피해 회사가 다르면 원칙적으로 각각 별도의 범죄가 되고 이득액도 합산되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다르면 죄도 다르다는 것이 형사법의 원칙입니다.
여러 계열사나 거래처의 자금을 함께 관리하다 문제가 생기면 “회사가 3곳이니 이득액도 당연히 다 더해져 5억, 10억으로 계산되겠지”라고 지레짐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형사법에서 죄의 개수를 정하는 기준은 회사의 개수가 아니라 피해법익의 개수입니다.
수인의 피해자에 대해 각각 별도로 기망하거나 횡령 행위를 하여 각각 재물을 취득한 경우, 범의가 단일하고 범행 방법이 동일하더라도 각 피해자의 피해법익은 독립한 것이므로 하나의 죄, 즉 포괄일죄로 묶이지 않고 피해자별로 독립한 범죄가 성립합니다. 이 경우 각 죄는 서로 실체적 경합 관계에 놓입니다.
예를 들어 A회사에서 2억원, B회사에서 2억원, C회사에서 2억원을 유용했다면, 산술적으로는 6억원이 되더라도 이것이 곧바로 특경법 제3조가 적용되는 6억원짜리 하나의 범죄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원칙적으로는 2억원짜리 업무상횡령죄 세 개가 각각 성립하는 구조이고, 세 죄 모두 형법 제356조가 적용되는 5억원 미만 구간에 머무르게 됩니다.
피해 회사가 여러 곳이라는 사정만으로 이득액이 자동으로 합산되어 특경법이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2. 특경법 이득액은 포괄일죄의 합산액이지 경합범 수죄의 합산액이 아닙니다
여러 죄를 하나로 묶어 이득액을 계산할 수 있는 것은 포괄일죄일 때뿐입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 제1항이 정한 이득액이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지가 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법원은 이 이득액이 단순일죄의 이득액이거나 포괄일죄가 성립하는 경우의 합산액만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에 정한 이득액은 단순일죄의 이득액이나 혹은 포괄일죄가 성립되는 경우의 이득액의 합산액을 의미하는 것이지 경합범으로 처벌될 수죄에 있어서 그 이득액을 합한 금액을 말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횡령행위를 포괄하여 특경법 위반(횡령)죄로 의율하려면 원칙적으로 피해자 및 피해자별 피해액에 관한 공소사실의 특정을 요한다(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3도12155 판결).
이 판결은 여러 회사가 얽힌 자금 유용 사건에서 자주 인용됩니다. 수사기관이 여러 회사의 피해액을 산술적으로 합쳐 특경법으로 의율하려 해도, 법원이 각 죄를 실체적 경합으로 판단하면 그 합산 자체가 무너지고 개별 죄별로 다시 형이 정해집니다.
여러 죄가 실체적 경합 관계라면, 수사기관이 산술적으로 합친 금액이 아니라 각 죄별 이득액이 특경법 적용 여부를 가릅니다.
3. 계열사 자금이 사실상 하나로 관리됐다면 예외적으로 합산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를 나눌 수 없을 정도로 자금이 뒤섞였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다만 회사가 여러 곳이라고 해서 언제나 각각 분리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외가 문제되는 축은 크게 둘입니다.
첫째, 단일한 범의 아래 동일한 방법으로 반복된 행위이면서, 피해자를 사실상 하나의 동일체로 볼 수 있는 사정이 있는 경우입니다. 여러 계열사가 사실상 한 사람의 지배 아래 자금을 공동으로 운용하고, 그 자금이 특정 회사의 소유로 구분되지 않은 채 뒤섞여 관리돼 왔다면 법원은 이를 포괄일죄로 볼 여지를 열어둡니다.
둘째, 앞서 본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3도12155 판결처럼, 유용된 자금이 특정 계좌에 뒤섞여 입금되어 어느 회사의 돈이 얼마나 빠져나갔는지 개별적으로 구분해 특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입니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두 회사 모두를 피해자로 기재하는 것이 부득이하다고 보면서도, 각 회사별로 산정한 피해액이 이미 개별적으로 특경법 적용 기준을 충족한다는 점에 무게를 두었습니다. 즉 자금이 뒤섞였다는 사정만으로 무조건 유리해지는 것이 아니라, 개별 회사별 이득액이 얼마인지가 여전히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자금이 실제로 뒤섞여 피해자별 구분이 불가능하거나, 계열사들이 사실상 하나의 재산으로 운용됐다는 사정이 확인돼야 예외적으로 합산이 문제됩니다.
4. 회사별 이득액에 따라 처벌 수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득액을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적용 법조와 형량 하한이 통째로 바뀝니다.
업무상횡령죄는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하한이 껑충 뛰고,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세 개 회사에서 각각 2억원씩 유용해 실체적 경합으로 처리된다면, 각 죄는 형법 제356조가 적용되는 구간에 머무르고, 재판에서 함께 선고될 때는 형법 제38조에 따라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의 장기의 2분의 1까지만 가중됩니다. 이는 특경법처럼 처음부터 하한이 3년 이상으로 고정되는 구조와는 전혀 다릅니다.
반대로 한 회사에서만 5억원 이상을 유용했다면, 다른 회사 피해가 전혀 없더라도 그 자체로 특경법이 적용되는 구간에 들어갑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유용한 총액의 크기가 아니라, 어느 죄가 어느 피해자를 상대로 성립했는지를 정확히 나누는 작업입니다.
다만 반환·합의 여부, 자금 사용 경위, 초범 여부는 죄의 성립이나 이득액 산정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이후 양형 단계에서는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회사별로 자료를 먼저 나눠 정리해야 절차 전체의 방향이 잡힙니다.
여러 회사의 자금이 얽힌 횡령·배임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업장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 과정에서 수사기관이 여러 회사의 피해액을 어떻게 묶어 공소사실을 구성하느냐에 따라 적용 법조 자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회사가 여러 곳이라면 초기에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회사별로 자금 흐름을 분리해, 어느 계좌에서 어느 회사 명의로 얼마가 빠져나갔는지 거래내역을 각각 발급받아 정리합니다.
각 회사의 지분·지배구조와 자금 관리 체계가 실제로 독립돼 있었는지, 아니면 사실상 한 사람이 통합해 관리했는지를 확인합니다.
회사별 이득액이 각각 얼마인지, 그중 어느 금액이 5억원 문턱에 근접하거나 이를 넘는지 계산해 대응 전략을 세웁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여러 회사가 얽힌 자금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회사별 이득액 산정과 실체적 경합·포괄일죄 여부에 대한 법리 검토를 함께 진행해 방어 또는 회수 전략을 정교하게 세울 수 있습니다.
마치며
여러 회사의 자금이 함께 얽힌 사건은 “회사가 다르니 어차피 다 합쳐지지 않겠느냐”는 생각과 “회사가 다르니 별일 아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뒤섞이면서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를 입은 회사 입장에서는 여러 계열사·거래처의 피해를 하나로 묶어 신속하게 형사 절차를 진행하고 싶겠지만, 실제로는 회사별 피해액과 자금 흐름을 정교하게 나눠 입증해야 특경법 적용까지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의심받는 쪽 입장에서는 산술적으로 합쳐진 금액만 보고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습니다. 각 죄가 실체적 경합인지, 자금이 실제로 뒤섞여 있었는지에 따라 적용 법조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러 계열사·거래처의 자금이 얽힌 사건에서 피해 회사 측과 의심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회사의 개수를 어떻게 셈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회사별 이득액을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지금,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회사가 3곳이고 각각 2억씩 유용했으면 6억으로 계산돼 특경법이 적용되나요?
A. 원칙적으로는 아닙니다. 각 피해자별로 독립한 범죄가 성립하는 실체적 경합이라면 이득액은 산술적으로 합산되지 않고, 각 죄가 형법 제356조가 적용되는 5억원 미만 구간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Q. 계열사들이 전부 같은 대표 한 사람이 지배하는 회사라면 다르게 판단되나요?
A. 사실상 한 사람이 자금을 통합해 관리하고 회사 간 구분 없이 뒤섞어 운용했다는 사정이 확인되면, 포괄일죄로 묶여 합산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이는 예외적 판단이라 자금 관리 실태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Q. 자금이 여러 회사 계좌에 뒤섞여 들어가 어느 회사 돈인지 구분이 안 되면 어떻게 되나요?
A. 법원은 그런 경우 피해자별 구분이 부득이하게 어렵다고 보아 관련 회사를 함께 피해자로 기재하는 것을 허용한 사례가 있습니다. 다만 이때도 각 회사별 이득액이 개별적으로 특경법 기준을 충족하는지는 별도로 검토됩니다.
Q. 각각 5억원 미만이라도 실체적 경합으로 처벌받으면 형이 가벼운가요?
A. 특경법이 정한 3년 이상 유기징역 하한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할 수 있지만, 여러 죄가 함께 선고되면 형법 제38조에 따라 가장 중한 죄의 장기의 2분의 1까지 가중되므로 실제 선고형은 사안마다 다릅니다.
Q. 형사 고소와 별도로 민사상 반환청구도 회사별로 따로 해야 하나요?
A. 원칙적으로 피해 회사별로 청구권이 독립돼 있어 각 회사가 각자 반환청구나 손해배상청구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형사 절차에서 확보된 자료가 민사 입증에 함께 활용될 수 있습니다.
Q. 경찰 조사에서 여러 회사의 피해액을 합쳐 특경법으로 입건됐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각 죄가 실체적 경합인지, 포괄일죄로 볼 사정이 실제로 있는지를 다투는 것이 핵심 방어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초기 단계에서 회사별 자금 흐름을 정리해 법리를 검토받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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