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거래처나 회사 업무와 관련해 금품을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배임수재 혐의로 조사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이 문제를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당사자들은 거의 예외 없이 “청탁을 받은 적이 없다”는 항변부터 준비합니다.
실제 상담을 해보면 “그냥 인사차 받은 거다”, “딱히 부탁받은 일은 없었다”는 생각으로 사건을 가볍게 보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조사가 진행되면, 돈을 받은 시기와 액수, 그 무렵 처리한 업무 내용이 나란히 놓이면서 “청탁이 없었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배임수재죄의 ‘부정한 청탁’이 반드시 말이나 문서로 명시될 필요는 없고, 정황만으로도 묵시적 청탁이 인정될 수 있다는 기준을 거듭 확인하면서, 청탁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하급심 판단을 파기하는 사례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는 주장이 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지, 어떤 정황이 있으면 묵시적 청탁이 인정되는지, 그리고 조사를 앞두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부정한 청탁은 말로 오가지 않아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명시적으로 부탁한 적이 없어도, 시기·액수·지위를 보면 묵시적 청탁이 인정됩니다.
배임수재죄가 성립하려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해야 합니다(형법 제357조 제1항). 실무에서 가장 흔한 오해는 이 ‘청탁’이 구체적인 말이나 문서로 오갔어야 성립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일관되게 부정한 청탁이 반드시 업무상 배임의 내용이 될 정도로 구체적일 필요는 없고,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면 충분하며, 명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묵시적으로 이루어지더라도 무방하다고 판시해 왔습니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080 판결). “이번 건 잘 봐 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더라도, 금품이 오간 시점과 액수, 당사자의 지위, 그 전후에 처리된 업무 내용을 종합했을 때 서로 무엇을 주고받는지 알고 있었다고 볼 정황이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조사 단계에서 “부탁한 적 없다”, “그냥 받았을 뿐이다”라는 진술만으로 수사기관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진술은 언제 얼마를 받았고 그 무렵 어떤 업무를 처리했는지를 대조하는 계기가 되어, 진술인의 의도와 반대로 정황증거를 부각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부정한 청탁은 대화로 나눈 말이 아니라, 돈이 오간 시점과 그 전후의 업무 처리 정황만으로도 인정될 수 있습니다.
2. 청탁 존재 여부는 대가의 액수·형식·거래의 청렴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하급심에서 무죄였던 사건도, 정황을 다시 짜맞추면 대법원에서 뒤집힙니다.
부정한 청탁에 해당하는지는 청탁의 내용, 이와 관련해 취득한 재물이나 이익의 종류·액수·형식, 재산상 이익 제공의 방법과 태양, 그리고 보호법익인 거래의 청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해 판단합니다. 최근 대법원은 이 기준을 다음과 같이 재확인했습니다.
배임수재죄에서 ‘부정한 청탁’이라 함은 반드시 업무상 배임의 내용이 되는 정도에 이를 것을 요하지 아니하고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면 족하며,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청탁의 내용 및 이에 관련한 대가의 액수, 형식, 보호법익인 거래의 청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야 하고, 그 청탁이 반드시 명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며 묵시적으로 이루어지더라도 무방하다(대법원 2024. 3. 12. 선고 2020도1263 판결).
이 사건에서 하급심은 피고인이 회사 매각 절차를 직접 담당하지 않았고 청탁의 내용도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인이 이사로서 이사회 참석과 의결권 행사 등을 통해 매각 절차에 관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 점, 정상적이지 않은 경로로 금원을 받은 정황이 있었던 점 등을 근거로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청탁의 구체적인 문구가 특정되지 않더라도, 지위와 자금 흐름의 비정상성만으로 묵시적 청탁을 추단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청탁의 존재는 구체적인 대화 내용이 아니라, 대가의 액수·형식과 그 사람의 지위를 함께 놓고 판단합니다.
3. 정상적인 사례금·자문료였다는 주장도 청렴성을 해치면 배임수재가 됩니다
주고받은 결과물이 객관적으로 문제없더라도, 업무를 거래 대상으로 삼은 것 자체가 부정한 청탁입니다.
배임수재 사건에서 또 하나 자주 등장하는 방어 논리는 “정상적인 사례금이었다”, “업무 처리와 무관한 자문료였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대가로 받은 결과물 자체에 문제가 없더라도, 본래 대가를 받아서는 안 되는 업무를 금전적 거래의 대상으로 삼았다면 그 자체로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보도의 대상이 되는 자가 언론사 소속 기자에게 이른바 ‘유료 기사’ 게재를 청탁하는 행위는 사실상 광고를 언론 보도인 것처럼 가장하여 달라는 것으로서 언론 보도의 공정성 및 객관성에 대한 공공의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므로, 설령 그 기사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더라도 언론 보도를 금전적 거래의 대상으로 삼은 이상 그 자체로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대법원 2021. 9. 30. 선고 2019도17102 판결).
이 법리는 언론사 사건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거래처 담당자가 정상적인 구매 절차를 거쳐 물품을 선정했더라도 그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면, 선정 결과가 합리적이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배임수재 성립을 막을 수 없습니다. 다만 통상적인 명절 인사나 사교적 의례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소액의 금품이라면, 대가성이 부정되어 부정한 청탁으로 평가되지 않을 여지도 있습니다. 결국 관건은 결과의 정당성이 아니라, 그 업무 처리와 금품 수수 사이에 대가관계로 볼 만한 정황이 있는지입니다.
결과물이 객관적으로 흠 없더라도, 업무를 거래 대상으로 삼았다는 사정만으로 부정한 청탁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4. 청탁이 인정되면 처벌뿐 아니라 받은 재물 전액이 몰수·추징됩니다
이미 돌려줬거나 갚을 생각이었다는 사정은 몰수·추징을 막지 못합니다.
형법 제357조 제1항은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금품을 제공한 상대방, 즉 증재자도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받습니다.
여기에 더해 같은 조 제3항은 범인이나 그 사정을 아는 제3자가 취득한 재물을 몰수하고, 몰수가 불가능하면 그 가액을 추징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몰수·추징은 나중에 금품을 돌려줬는지, 애초에 돌려줄 생각이었는지와 무관하게 이루어집니다. 수수한 금액 전액이 대상이 되므로, 형사처벌과 별도로 받은 돈을 그대로 잃는 경제적 불이익이 뒤따릅니다.
수수한 금액이 크고 그 경위가 반복적일수록 벌금형보다 징역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 실무 경향입니다. 이득액이 크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수수 횟수와 금액, 지위를 이용한 정도는 양형에서 무겁게 반영됩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조사 통보를 받기 전에 자금 흐름과 업무 처리 내역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배임수재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또는 인지수사 개시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수수 금액이 크거나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정황이 있다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배임수재 혐의를 의심받고 있거나 관련 조사 통보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항변부터 준비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사실관계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문제가 된 금품을 언제, 얼마, 어떤 명목으로 주고받았는지 계좌 거래내역과 함께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그 시기를 전후해 본인이 처리한 업무 내용, 특히 재량이 개입될 수 있는 결정 사항을 대조합니다.
청탁으로 볼 만한 대화·문자·메신저 기록이 있는지, 반대로 통상적인 인사치레였다고 볼 자료가 있는지 함께 확보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배임수재·배임증재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다면, 청탁의 존재 여부와 대가관계를 다투는 지점을 정확히 짚어 대응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배임수재 사건은 “정식으로 부탁받은 적도 없는데 설마 문제가 되겠나”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금품을 준 거래처나 회사 입장에서는 정상적인 사례나 접대였다고 생각했는데 뒤늦게 배임증재로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금품을 받은 담당자 입장에서는 그저 인사치레로 받았을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배임수재로 조사받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어느 쪽이든 “청탁은 없었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고, 그 돈이 오간 경위와 전후 업무 처리 정황을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저는 금품을 받은 쪽과 제공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사실관계라도 어느 지점을 부각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고 다투기에 앞서, 그 주장이 실제로 통할 수 있는 사안인지부터 냉정하게 점검해야 합니다. 그 판단이 필요한 지금,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청탁을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하면 배임수재가 성립하지 않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부정한 청탁이 명시적일 필요가 없고 정황상 묵시적으로도 인정될 수 있다고 보므로, 진술만으로는 부족하고 금품 수수 시기·업무 처리 내역 등 객관적 자료로 다퉈야 합니다.
Q. 받은 돈을 나중에 전부 돌려줬는데도 처벌되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을 취득한 시점에 범죄는 완성되고, 반환 여부는 몰수·추징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유가 아니라 양형에서 참작되는 사정에 그칩니다.
Q. 정식 계약서를 쓴 자문료·컨설팅비라면 문제없나요?
A. 형식이 정당해 보인다고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명목이 자문료라도 실질적으로 특정 업무 처리에 대한 대가로 볼 정황이 있다면 배임수재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Q. 제가 직접 받지 않고 가족 명의 계좌로 받으면 괜찮은가요?
A. 원칙적으로는 본인이 직접 재물을 취득한 경우에 성립하지만, 그 제3자가 사자·대리인 역할을 했거나 본인이 부담할 지출을 대신 면하게 해준 관계로 볼 수 있다면 본인이 직접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되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Q. 금품 액수가 적으면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배임수재죄는 금액의 하한을 별도로 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통상적인 명절 인사나 사교적 의례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소액이라면 대가성이 부정될 여지가 있어, 액수는 부정한 청탁 여부를 판단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로 고려됩니다.
Q.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에서 청탁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정황이 그대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고, 진술이 정리되기 전에 자금 흐름과 업무 처리 내역부터 맞춰봐야 방어 전략을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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