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녹음했어야 했는데 하지 못했습니다.
현장에 CCTV가 없는데 제 말만으로 고소할 수 있을까요?
형사사건 상담에서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사건은 갑자기 발생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증거를 남길 생각으로 대화하거나 행동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피해를 입은 뒤에야 CCTV가 없거나 녹음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형사사건에서 증거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CCTV·녹음·문자가 없다는 것과 증거가 전혀 없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직접적인 객관적 증거가 없다면 목격자의 진술과 사건 전후의 여러 정황을 연결해 사실관계를 입증해야 합니다.
형사사건은 결국 증거로 판단합니다
형사소송법은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해야 하고, 범죄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자료가 있다면 사건 판단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사건 장면이 촬영된 CCTV와 영상
당사자 사이의 통화녹음
문자메시지와 카카오톡 전체 대화
계좌이체·카드결제 내역
위치기록과 출입기록
상처 사진과 병원 진료기록
계약서·영수증·전자우편
객관적인 자료가 당사자의 주장과 명확히 배치되는 경우, 아무리 설명을 잘하고 변호사가 법리를 주장하더라도 그 자료의 존재 자체를 없앨 수는 없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말솜씨만으로 명확한 영상이나 금융기록을 뒤집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다만 객관적인 증거도 촬영 범위가 일부에 그치거나 앞뒤 맥락이 빠져 있다면 해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자료가 존재하는지만이 아니라 그 자료가 사건의 어떤 사실을 보여주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도 확인할 자료가 있습니다
현장을 촬영한 영상이나 대화 녹음이 없더라도 다음과 같은 정황자료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건 직후 상대방과 주고받은 대화
사건 직후 가족·지인에게 알린 메시지
상대방의 사과·해명 또는 책임을 회피하는 내용
사건 전후 통화내역과 위치기록
현장에 출입하거나 결제한 기록
병원 진료기록과 상처의 변화가 담긴 사진
돈을 요구하거나 지급한 계좌내역
당시 상황을 직접 보거나 들은 사람
사건 이후 당사자들의 행동 변화
예를 들어 협박 발언 자체를 녹음하지 못했더라도, 발언 직후 피해자가 제3자에게 상황을 알린 메시지, 상대방이 이후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다”라고 해명한 대화, 당사자들의 통화내역 등이 서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하나의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면 각 자료의 시간과 내용을 맞춰 하나의 흐름으로 구성하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목격자가 있다면 사실확인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사건을 직접 보거나 문제 된 발언을 들은 사람이 있다면 사실확인서를 받아 수사기관에 제출할 수 있습니다.
사실확인서에는 다음 내용이 구체적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작성자의 성명·연락처와 당사자와의 관계
사건을 목격한 날짜·시간·장소
어디에서 어느 정도 떨어져 있었는지
직접 본 행동과 들은 말
당시 함께 있던 사람
사건 직후 당사자들의 행동과 반응
내용을 기억하게 된 경위
작성일과 작성자의 서명
작성자가 직접 보고 들은 내용과 다른 사람에게 전해 들은 내용은 구분해야 합니다. 수사기관은 필요하면 작성자를 참고인으로 불러 실제로 그 내용을 경험했는지, 당사자와 어떤 관계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법률적 결론보다 구체적인 사실이 중요합니다
다음과 같은 사실확인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합니다.
“A가 B를 협박하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피고소인이 피해자를 폭행했습니다.”
“명예훼손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협박’, ‘폭행’, ‘명예훼손’은 일상적으로도 사용하는 표현이지만 동시에 법률적인 평가입니다. 확인서에는 평가보다 작성자가 실제로 경험한 사실이 담겨야 합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2026년 ○월 ○일 오후 ○시경 카페에서 A가 B에게 ‘내일까지 돈을 보내지 않으면 가족에게 사진을 보내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당시 저는 두 사람과 약 2m 떨어진 옆 테이블에 앉아 있었습니다.”
이처럼 정확한 말, 행동, 위치와 전후 상황이 기재되어야 수사기관이 해당 사실이 범죄의 성립요건과 관련되는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사건의 종류마다 필요한 사실이 다릅니다
같은 목격 사실이라도 어떤 혐의가 문제 되는지에 따라 확인해야 할 내용이 달라집니다.
명예훼손·모욕
어떤 표현을 사용했는지
누가 그 말을 들거나 게시물을 보았는지
누구에 관한 말인지 알 수 있었는지
사실을 말한 것인지 단순한 평가나 욕설인지
협박·공갈
정확히 어떤 말이나 행동을 했는지
당사자 사이에 어떤 관계와 갈등이 있었는지
돈이나 재산상 이익을 요구했는지
그 말 이후 실제 지급이나 행동이 있었는지
폭행·상해
누가 먼저 어떤 행동을 했는지
신체접촉의 방식과 순서
당시 당사자들의 위치와 거리
사건 직후 상처와 행동
병원 방문 시점과 진료 내용
과거의 기억을 길게 적더라도 범죄 성립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사실이 빠져 있다면 사실확인서의 활용도가 낮아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법률용어를 많이 쓰지 않아도 핵심 사실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다면 사건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사실확인서를 받을 때 주의할 점
사실확인서는 작성자가 기억하는 내용을 자신의 표현으로 작성해야 합니다. 특정한 결론에 맞춰 내용을 유도하거나 사실과 다른 문구를 넣어서는 안 됩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신빙성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작성자와 당사자가 매우 가까운 관계인 경우
사건 발생 후 오랜 시간이 지나 작성한 경우
여러 사람의 확인서가 문장까지 똑같은 경우
법률용어와 결론만 있고 구체적인 장면이 없는 경우
직접 본 사실과 전해 들은 내용이 섞여 있는 경우
작성자가 이후 진술을 번복하는 경우
사실확인서는 제출했다고 곧바로 모든 내용이 사실로 인정되는 만능 증거가 아닙니다. 재판에서 진술서가 증거로 사용되려면 작성자가 실제 작성 사실과 내용에 관해 확인하는 등 별도의 요건도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증거가 부족할 때 확인할 체크리스트
사건 전후의 문자와 카카오톡 전체 대화를 보존했는가
통화내역·위치기록·계좌내역을 확인했는가
주변 CCTV의 위치와 보존기간을 확인했는가
사건 직후 촬영한 사진과 진료기록이 있는가
당시 상황을 직접 보거나 들은 사람을 확인했는가
목격자에게 구체적인 사실확인서를 받을 수 있는가
각 자료의 날짜와 사건 경위가 서로 일치하는가
직접 경험한 사실과 전해 들은 내용을 구분했는가
각 증거가 어떤 사실을 뒷받침하는지 정리했는가
CCTV나 녹음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절차를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할수록 당사자의 진술과 목격자의 신빙성, 사건 전후 정황의 일관성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남앤김 법률사무소 김도훈 변호사는 현재 확보된 자료를 검토해 추가로 확인할 수 있는 증거를 찾고, 목격자의 사실확인서에 범죄 성립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사실이 빠지지 않았는지 점검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많은 자료를 무작정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각 증거가 어떤 사실을 증명하는지 연결해 수사기관이 사건의 전체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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