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교사, 경찰관, 소방공무원 등 여러 직군에서 성범죄 사건에 연루된 공무원들이 재판을 받는 사례가 잇따라 알려지면서, 벌금형도 실형도 아닌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경우에도 공무원 신분이 그대로 유지되는지를 묻는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공무원분들 중에는 “선고유예는 전과도 안 남는다는데, 그냥 다니던 대로 다니면 되는 것 아닌가요”, “벌금형도 아니고 선고유예인데 설마 자르기야 하겠어요”라는 생각으로 판결 확정 이후에도 별다른 대비 없이 지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소속기관 인사부서로부터 결격사유 통보를 받고, 판결 확정일을 기준으로 이미 당연퇴직 처리가 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헌법재판소와 국가공무원법은 선고유예를 받은 죄가 무엇인지에 따라 당연퇴직 여부를 달리 판단하도록 하고 있고, 성범죄는 그 판단에서 가장 무겁게 다뤄지는 범주 중 하나입니다. 형사처벌 수위가 낮아 보인다고 해서 공무원 신분에 미치는 영향까지 가벼운 것은 아닙니다.
아래에서는 성범죄로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 국가공무원법상 당연퇴직 사유에 해당하는지, 어떤 경우에 해당하고 어떤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지를 관련 법령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선고유예를 받아 전과가 남지 않는 것과 공무원 신분이 유지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형사처벌의 유예와 공무원 신분상 불이익은 서로 다른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형법 제60조는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날로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면소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선고유예 기간을 문제없이 넘기면 형사처벌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간주되고, 전과 역시 남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 때문에 실무에서는 선고유예를 “사실상 무죄에 가까운 결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국가공무원법은 형사처벌의 경중과는 별도로, 공무원이라는 신분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자체 기준을 두고 있습니다.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5호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에 그 선고유예 기간 중에 있는 자”를 공무원 임용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제69조는 재직 중인 공무원이 제33조 각 호의 결격사유에 해당하게 되면 별도의 징계 절차 없이 당연히 퇴직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즉 형사재판에서 선고유예를 받아 전과가 남지 않더라도, 그 선고유예 기간 중에는 국가공무원법상 결격사유에 해당할 수 있고, 이 경우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공무원 신분을 잃을 수 있습니다.
선고유예로 전과가 남지 않는 것과, 그 선고유예 기간 중 공무원 결격사유에 해당해 신분을 잃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2. 성범죄로 금고형의 선고유예를 받으면 재직 중인 공무원도 당연퇴직 대상이 됩니다
국가공무원법은 성폭력범죄·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등을 당연퇴직 대상 범죄로 특정하고 있습니다.
원래 국가공무원법은 범죄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재직 공무원이면 누구든 당연퇴직시키도록 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이런 일률적 규정이 범죄의 종류나 내용을 묻지 않고 선고유예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에만 결부시켜 당연퇴직시키는 것은 최소침해성 원칙에 반해 공무담임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보아, 이 부분을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습니다(헌법재판소 2003. 10. 30. 선고 2002헌마684 결정).
이 결정 이후 국가공무원법 제69조는 단서를 두어, 제33조 제5호(선고유예)에 따른 당연퇴직은 뇌물죄(형법 제129조부터 제132조까지), 직무와 관련한 횡령·배임(형법 제355조·제356조), 그리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에 따른 성폭력범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제2호에 따른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스토킹범죄 등 법률이 특정한 범죄에 한해서만 적용되도록 범위를 좁혔습니다.
따라서 재직 중인 공무원이 성폭력범죄나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고 그 선고유예 기간 중에 있다면, 전과 여부와 관계없이 국가공무원법 제69조에 따라 당연퇴직 대상이 됩니다.
성폭력범죄나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로 금고형의 선고유예를 받았다면, 재직 중인 공무원이라도 당연퇴직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3. 성범죄가 아닌 다른 범죄의 선고유예라면 재직 중인 공무원은 당연퇴직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재직 공무원의 당연퇴직은 법률이 열거한 범죄로 한정되고, 신규 임용 결격과는 판단 기준이 다릅니다.
국가공무원법 제69조 단서가 열거한 범죄 목록에 들어 있지 않은 죄, 예를 들어 폭행이나 명예훼손, 단순 사기처럼 성범죄·뇌물·직무관련 횡령·배임에 해당하지 않는 죄로 금고형의 선고유예를 받았다면, 이미 재직 중인 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 제69조에 따른 당연퇴직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이 구분은 이미 공무원으로 재직 중인 사람에게만 적용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아직 임용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거나 임용을 앞둔 사람이라면,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5호가 그대로 적용되어 범죄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 기간 중에는 임용 자체가 제한됩니다. 제69조 단서의 범죄 한정은 이미 신분을 취득한 재직 공무원의 신분 박탈을 제한하는 조항일 뿐, 신규 임용 단계의 결격사유를 좁히는 조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열거된 범죄 목록에 없는 죄라 하더라도, 그 내용이 공무원으로서의 품위나 직무 수행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되면 별도의 징계절차(파면·해임 등)를 통해 신분을 잃을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당연퇴직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곧 아무런 신분상 불이익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열거된 범죄 목록에 없는 죄라면 당연퇴직 대상은 아니지만, 신규 임용은 여전히 제한되고 별도의 징계 위험은 남습니다.
4. 벌금형의 선고유예인지, 금고형의 선고유예인지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같은 “선고유예”라도 형의 종류에 따라 당연퇴직 여부의 결론이 갈립니다.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5호가 정한 결격사유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로 한정됩니다. 따라서 벌금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는 이 조항 자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성폭력범죄에 대해서는 별도로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6의3호가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을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 역시 벌금형이 실제로 선고·확정된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벌금형의 선고 자체가 유예된 경우까지 곧바로 포섭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실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는 사정이 다릅니다. 국가공무원법 제69조 단서는 제33조 제5호(선고유예)에 한해서만 범죄 종류를 제한할 뿐, 제33조 제3호(실형)·제4호(집행유예)에는 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즉 성범죄든 아니든 금고 이상의 실형이나 집행유예가 확정되면 범죄 종류를 가리지 않고 재직 공무원도 당연퇴직 대상이 됩니다.
정리하면 ①벌금형의 선고유예는 원칙적으로 당연퇴직 사유가 아니고, ②성범죄로 금고형의 선고유예를 받으면 당연퇴직 대상이며, ③범죄 종류와 관계없이 실형이나 집행유예가 확정되면 역시 당연퇴직 대상이 됩니다. 같은 “선고유예”라는 표현 안에서도 형의 종류가 무엇이었는지가 결과를 가르는 핵심 기준입니다.
5. 판결 확정부터 인사조치까지, 확인해야 할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판결이 확정된 뒤에는 소속기관의 결격사유 검토를 피할 수 없습니다.
성범죄 형사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예: 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경찰서·수원중부경찰서 등) 수사 → ②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기소 여부 결정 → ③법원(수원지방법원) 1심 선고 → ④상소를 거쳐 판결이 확정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판결이 확정되면 그 사실과 죄명·형종이 소속기관에 통보되고, 인사부서는 그 내용을 바탕으로 국가공무원법상 결격사유 해당 여부를 검토하게 됩니다.
당연퇴직의 인사발령은 법률상 당연히 발생하는 퇴직사유를 공적으로 확인하여 알려주는 이른바 관념의 통지에 불과하고 공무원의 신분을 상실시키는 새로운 형성적 행위가 아니므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독립한 행정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5. 11. 14. 선고 95누2036 판결).
이 판례가 의미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당연퇴직은 임용권자가 재량으로 내리는 처분이 아니라, 결격사유가 발생하는 순간 법률상 당연히 발생하는 효과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통보를 받은 뒤 그 인사발령 자체를 다투기는 매우 어렵고, 다투려면 그 전제가 된 형사판결에 대한 상소, 또는 적용된 죄명·형종이 국가공무원법 제69조 단서의 열거 범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다투는 방법을 검토해야 합니다.
그래서 판결이 확정되기 전, 아직 대응 여지가 남아 있는 단계에서 아래 순서로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확정된 재판 결과가 벌금형인지 금고 이상의 형인지, 그리고 그 형의 선고가 유예된 것인지 실제로 선고·확정된 것인지를 판결문으로 정확히 확인합니다.
적용된 죄명과 법조가 국가공무원법 제69조 단서가 열거한 범죄(성폭력범죄,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스토킹범죄, 뇌물죄, 직무관련 횡령·배임 등)에 해당하는지 대조합니다.
해당된다면 판결 확정일을 기준으로 소속기관 인사부서에 결격사유 발생 여부를 미리 확인하고, 필요하면 상소나 행정심판·행정소송 등 구제 절차를 함께 검토합니다.
수사 단계, 늦어도 1심 선고 전에 성범죄 사건과 공무원 신분 문제에 모두 밝은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두면, 확정 이후 갑작스러운 당연퇴직 통보에 대응할 여지를 훨씬 넓힐 수 있습니다.
마치며
공무원인 상태에서 성범죄로 재판을 받게 되면, 형사처벌 자체에 대한 불안 때문에 정작 공무원 신분에 미치는 영향까지는 미처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선고유예처럼 상대적으로 가벼워 보이는 결과를 받으면, 신분상 위험까지 함께 안심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재판을 받고 있는 공무원 입장에서는 형사절차와 별개로 국가공무원법상 결격사유에 해당하는지를 처음부터 함께 점검해야, 판결이 확정된 뒤 갑작스러운 당연퇴직 통보에 당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건 피해자 입장에서도, 가해자가 공무원인 경우 형사처벌 결과에 따라 신분상 불이익이 뒤따르는지를 함께 파악해두는 것이 이후 대응에 도움이 됩니다.
저는 성범죄 형사사건과 공무원 징계·신분 관련 사건을 함께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선고유예”라는 결과를 받고도 어떤 분은 신분을 유지하고 어떤 분은 당연퇴직에 이르는 사례를 모두 지켜봐 왔습니다. 그 차이는 결국 적용되는 법조문과 사실관계를 얼마나 정확히 파악하고 대응하는지에 달려 있었습니다.
재판 결과가 확정되기 전, 아직 대응할 수 있는 시점에 있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때입니다. 판결 확정 이후에는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선고유예를 받으면 전과가 남지 않는데도 당연퇴직이 되나요?
A. 그렇습니다. 형법상 선고유예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면소로 간주돼 전과가 남지 않지만, 국가공무원법은 이와 별도로 선고유예 기간 중 결격사유를 두고 있습니다. 성폭력범죄 등 법률이 열거한 범죄라면 전과 여부와 관계없이 당연퇴직 대상이 됩니다.
Q. 성범죄가 아니라 단순 폭행으로 선고유예를 받아도 당연퇴직되나요?
A. 원칙적으로 되지 않습니다. 국가공무원법 제69조 단서는 뇌물죄, 직무관련 횡령·배임, 성폭력범죄,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스토킹범죄 등으로 범위를 한정하고 있어, 그 목록에 없는 단순 폭행 등은 재직 공무원의 당연퇴직 사유가 아닙니다.
Q. 벌금형의 선고유예를 받았는데도 걱정해야 하나요?
A.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5호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만을 결격사유로 정하고 있어, 벌금형의 선고유예는 원칙적으로 이 조항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다만 사안에 따라 별도의 징계 절차가 진행될 수 있으므로 안심할 것은 아닙니다.
Q. 당연퇴직 통보를 받으면 다투는 방법이 없나요?
A. 당연퇴직 자체는 결격사유 발생과 동시에 효력이 생기는 것이라 인사발령을 다투기는 어렵지만, 그 전제가 된 형사판결에 대해 상소하거나, 결격사유 해당 여부(죄명·형종 판단)에 대해 다툴 여지는 있습니다.
Q. 집행유예를 받으면 성범죄가 아니어도 당연퇴직되나요?
A. 그렇습니다. 국가공무원법 제69조 단서는 선고유예에 대해서만 범죄 종류를 제한하고 있어, 금고 이상의 집행유예나 실형은 범죄 종류와 관계없이 재직 공무원의 당연퇴직 사유가 됩니다.
Q. 당연퇴직되면 퇴직금이나 연금은 그대로 받을 수 있나요?
A. 당연퇴직 자체와 퇴직급여 지급 여부는 별개의 문제로, 재직 중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퇴직급여가 일부 제한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제한 여부와 비율은 사안마다 다르므로 개별적으로 확인이 필요합니다.
Q.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데 미리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A. 있습니다. 수사·재판 단계에서부터 예상되는 형종과 죄명이 국가공무원법상 결격사유에 해당하는지를 함께 검토하면서 변론 방향을 정하는 것이, 확정 이후 당연퇴직 통보를 받고 나서 대응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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