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형사사건에서 피해자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형사공탁입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언제까지 공탁을 해야 감형 효과가 있는지, 1심에서 놓치면 항소심에서는 이미 늦은 것은 아닌지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1심에서 이미 실형이 나왔으니 이제 와서 공탁해봐야 소용없다”거나, 반대로 “어차피 항소심에서 공탁하면 되니 1심에서는 급할 게 없다”는 두 가지 상반된 오해를 자주 만납니다. 그런데 막상 항소심 선고를 코앞에 두고 서둘러 공탁을 하면, 재판부가 그 시기와 경위를 문제 삼아 기대했던 감형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오히려 피해자 측의 반발만 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과 양형위원회는 형사공탁이 양형에 반영되는 방식에 관해 공탁을 한 시점 자체보다 피해 회복의 진정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흐름을 뚜렷이 하고 있습니다. 공탁만 하면 자동으로 감형된다는 인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습니다.
아래에서는 형사공탁을 1심과 항소심 중 언제 해야 하는지, 시기에 따라 감경의 폭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항소심에서 서둘러 공탁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을 최근 법령 개정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형사공탁은 1심에 한정되지 않고 항소심에서도 할 수 있습니다
공탁법상 형사공탁은 해당 형사사건이 법원에 계속되는 동안이라면 심급과 무관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공탁법 제5조의2가 정한 형사공탁의 특례는 피고인이 법령상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 피해자 이름 대신 사건이 계속 중인 법원과 사건번호, 죄명 등으로 피공탁자를 특정해 변제공탁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2022년 12월 9일 시행된 이 특례 덕분에, 가해자가 피해자의 연락처나 주소를 몰라도 형사사건이 진행 중인 법원 소재지 공탁소에 곧바로 공탁금을 맡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해당 형사사건이 계속 중”이라는 요건입니다. 1심 판결이 선고되었다고 해서 사건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항소하면 사건은 항소심 법원으로 그대로 이심되어 계속 중인 상태가 유지됩니다. 형사소송법 제364조가 정한 항소심의 성격, 즉 1심 심리를 바탕으로 사실관계와 양형사유를 다시 심사하는 속심 구조상 항소심에서도 새로운 양형자료를 제출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가능합니다.
실제로 1심에서는 합의 시도 중 피해자와 연락이 끊기거나 금액에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공탁을 하지 못한 채 선고를 맞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항소심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이라면 공탁 자체는 여전히 유효한 선택지입니다. 다만 뒤에서 보듯 시기가 늦어질수록 그 공탁이 양형에 어떤 무게로 반영될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심급이 1심에서 항소심으로 넘어갔다고 해서 형사공탁의 문 자체가 닫히는 것은 아닙니다.
2. 다만 공탁 시기에 따라 감경의 폭과 인정 가능성은 달라집니다
양형기준은 공탁을 합의와 다르게 취급해 왔고, 2026년 개정으로 그 기준이 한층 엄격해졌습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은 오랫동안 피해자와의 ‘합의’는 감경 폭이 큰 특별양형인자로, ‘공탁’은 그보다 감경 폭이 작은 일반양형인자로 구분해 왔습니다. 같은 금액을 냈더라도 피해자가 직접 받아들인 합의와,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법원에 맡겨두는 공탁은 양형에서 같은 무게로 취급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더해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2026년 3월 양형기준을 개정하면서, 여러 범죄군에 공통으로 규정돼 있던 ‘실질적 피해회복(공탁 포함)’, ‘상당한 피해회복(공탁 포함)’ 항목에서 ‘공탁 포함’이라는 문구 자체를 삭제했습니다. 이 개정 기준은 2026년 7월 1일 이후 공소가 제기된 사건부터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공탁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자동으로 실질적 피해회복으로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의사, 공탁금을 피고인이 회수할 수 있는지 여부, 피해 법익의 성질과 규모 등을 법원이 개별적으로 심리해 판단하게 됩니다.
이런 흐름에서는 시기가 문제되는 이유가 분명해집니다. 1심 단계에서부터 합의를 진지하게 시도하다가 불발되어 공탁에 이른 경우와, 1심에서는 별다른 시도 없이 있다가 항소심에 이르러서야 갑자기 공탁하는 경우는, 같은 금액이라도 법원이 피해 회복 노력의 진정성을 평가하는 무게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공탁 자체는 항소심에서도 가능하지만, ‘언제, 어떤 경위로’ 했는지가 감경의 폭을 좌우합니다.
3. 항소심에서 선고 직전 공탁하면 ‘기습공탁’ 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94조의5가 신설되며, 판결 선고 전 피해자 의견 청취가 법원의 의무가 됐습니다.
그동안 실무에서는 판결 선고 기일을 코앞에 두고 갑자기 공탁을 하는 이른바 ‘기습공탁’이 반복적으로 문제 되었습니다. 재판부가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할 시간 없이 공탁 사실만으로 감경 사유를 인정해버리면, 피해자는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형이 정해지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2024년 10월 16일 공포된 개정 형사소송법(법률 제20460호)은 제294조의5를 신설해, 법원이 피고인의 공탁 사실을 알게 된 경우 판결을 선고하기 전에 반드시 피해자 또는 그 유족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이 조항은 공포 후 3개월이 지난 2025년 1월 16일부터 시행되어, 그 이후 이루어진 공탁부터 적용되고 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권리 회복에 필요한 금전을 공탁한 경우에는 판결을 선고하기 전에 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형사소송법 제294조의5).
이 규정은 1심에도 그대로 적용되지만, 특히 항소심에서 선고 직전에 이루어지는 공탁일수록 문제가 더 두드러집니다. 항소심은 통상 기일이 많지 않아 결심 이후 곧바로 선고가 잡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단계에서 갑자기 공탁이 이루어지면 재판부로서는 의견 청취 절차 때문에 선고를 연기하거나, 의견 청취 결과 피해자가 강하게 반대하는 경우 공탁을 감경 사유로 거의 반영하지 않는 방향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결국 항소심 막바지에 공탁을 서두르는 전략은, 법이 바뀌기 전처럼 조용히 감형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절차 지연과 불확실성만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선고 직전 기습적인 항소심 공탁은 더 이상 조용히 넘어가지 않고, 피해자 의견 청취라는 별도의 절차를 통과해야 합니다.
4. 공탁금은 원칙적으로 되돌려받을 수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개정 공탁법 제9조의2가 시행되며, 감형만 노린 ‘먹튀공탁’은 사실상 막혔습니다.
‘기습공탁’과 짝을 이루던 또 다른 문제가 ‘먹튀공탁’이었습니다. 공탁으로 일단 감형을 받은 뒤, 피해자가 수령을 거부하거나 찾아가지 않은 공탁금을 피고인이 다시 회수해가는 방식입니다. 겉으로는 피해 회복을 위해 돈을 맡긴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감형이라는 실익만 챙기고 피해자에게는 아무 것도 돌아가지 않는 결과가 됩니다.
이를 막기 위해 2025년 1월 17일 시행된 개정 공탁법 제9조의2는, 형사공탁금은 원칙적으로 회수할 수 없다고 명시했습니다. 예외적으로 회수가 허용되는 경우는 착오로 공탁한 때, 피해자가 회수에 동의하거나 수령을 거절하는 의사를 공탁소에 통고한 때, 그리고 해당 형사사건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되거나 불기소결정(기소유예는 제외)이 있는 때로 한정됩니다.
이 규정은 공탁 시점이 1심이든 항소심이든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다시 말해 항소심에서 뒤늦게 공탁하더라도, 일단 공탁금을 맡기고 나면 실형이 확정되거나 항소가 기각되는 등 결과가 기대와 달라도 원칙적으로 그 돈을 되돌려받을 수 없습니다. 공탁을 서두르기 전에 금액과 시기를 신중히 정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금액의 상당성도 함께 봐야 합니다. 피해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적은 금액의 공탁은 법원이 진지한 피해 회복 노력으로 평가하지 않을 수 있고, 반대로 무리하게 큰 금액을 항소심에서야 갑자기 마련해 공탁하는 경우 그 경위 자체가 진정성을 의심받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5. 공탁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공탁을 준비하기 전에 사건이 지금 어느 법원, 어느 심급에 있는지부터 정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형사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수사 → ②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기소 여부 결정 → ③1심 법원(수원지방법원) 공판 및 선고 → ④피고인 또는 검사가 항소하면 항소심 법원(수원지방법원 항소부 또는 사건에 따라 수원고등법원) 심리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형사공탁은 이 가운데 ①을 제외한 어느 단계에서도, 사건이 계속되는 법원 소재지의 공탁소에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앞서 본 것처럼 어느 단계에서 하느냐에 따라 재판부가 그 시기와 경위를 살피는 정도가 달라지므로, 실제로 공탁을 준비하기 전에는 지금 사건이 어느 법원에 몇 번째로 계속 중인지, 결심이나 선고 기일까지 얼마나 남았는지부터 정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항소심 단계라면 1심에서 이미 어떤 양형자료가 제출되었는지, 피해자가 그 사이 의사를 표명한 적이 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이런 사정을 모른 채 서둘러 공탁만 하면, 앞서 본 피해자 의견 청취 절차 때문에 오히려 선고가 지연되거나 기대한 감형에 이르지 못할 수 있습니다.
공탁을 준비할 때는 아래 순서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현재 사건이 1심과 항소심 중 어느 단계에 있는지, 어느 법원에 계속 중인지부터 확인합니다.
피해자 측이 그동안 합의나 공탁에 관해 어떤 의사를 표명한 적이 있는지, 연락 시도 이력이 남아 있는지 확인합니다.
피해 규모에 비추어 상당한 공탁금액과 관할 공탁소, 그리고 남은 기일까지의 시간을 함께 계산합니다.
이 과정을 거쳐 형사공탁과 양형에 관한 경험이 있는 변호사와 함께 시기와 금액을 정한다면, 뒤늦은 공탁이라 해도 절차적 문제없이 진지한 피해 회복 노력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마치며
형사공탁을 알아보시는 분들 중 상당수는 “1심에서 이미 실형이 나왔는데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냐”며 초기 대응 시점을 놓친 뒤에야 저를 찾아오십니다. 급박하게 진행되는 재판 일정 속에서 공탁이라는 낯선 절차를 언제,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판단이 늦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피해 회복을 기다리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형이 정해지기도 전에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공탁이 감경 사유로 반영되는 것이 가장 억울한 지점입니다. 이제는 법원이 선고 전 의견을 반드시 들어야 하므로, 그 절차에서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뒤늦게 공탁을 준비하는 피고인 입장에서는, 시기가 늦었다는 이유만으로 공탁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왜 이제야 공탁하는지에 대한 설명과 금액의 상당성을 함께 갖추지 못하면 기대한 감경으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저는 형사공탁과 관련해 피해 회복을 기다리는 피해자 측과, 뒤늦게라도 진지하게 관계를 회복하려는 피고인 측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금액의 공탁이라도 시기와 절차를 어떻게 준비했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확인했습니다.
1심에서 놓쳤다고 포기하지 마시고, 항소심이라면 지금이 마지막으로 준비할 수 있는 시점입니다. 그 판단이 필요한 순간,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1심에서 공탁을 안 했는데, 항소심에서 처음 공탁해도 되나요?
A. 가능합니다. 형사공탁은 해당 형사사건이 법원에 계속되는 동안 이용할 수 있는 제도로, 항소심도 사건이 계속 중인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1심에서 시도하지 않은 경위를 함께 설명할 수 있어야 감경 폭에서 불리해지지 않습니다.
Q. 항소심 선고 직전에 공탁하면 감형에 도움이 되나요?
A. 예전만큼 자동으로 감형되지는 않습니다. 2025년 1월부터 법원은 판결 선고 전 반드시 피해자 의견을 들어야 하므로, 선고 직전 공탁은 오히려 선고가 지연되거나 감경 반영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Q. 공탁금을 냈는데 재판 결과가 안 좋으면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 어렵습니다. 개정 공탁법에 따라 착오공탁, 피해자의 회수 동의·수령 거절, 무죄 확정이나 불기소(기소유예 제외)와 같은 예외를 제외하면 형사공탁금은 회수할 수 없습니다.
Q. 합의와 공탁 중 어느 쪽이 감형에 더 유리한가요?
A. 양형기준상 합의는 특별양형인자, 공탁은 일반양형인자로 감경 폭에 차이가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피해자와의 합의를 우선 시도하고, 합의가 어려울 때 대안으로 공탁을 검토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Q. 피해자가 공탁금 수령을 거부하면 어떻게 되나요?
A. 피해자의 수령 거부 의사는 법원의 의견 청취 절차에서 그대로 반영되어, 공탁이 실질적 피해회복으로 평가받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2026년 개정 양형기준도 이러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심리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Q. 항소심에서 공탁을 준비한다면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가능한 한 빨리, 최소한 항소이유서를 준비하는 단계에서 함께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심 기일이 정해지고 나면 의견 청취 절차 때문에 시간이 촉박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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