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부부싸움이나 연인 간 다툼, 층간소음이나 주차 시비 도중 감정이 격해져 손에 잡히는 물건을 던지거나 발로 걷어차 부수는 일이 적지 않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한 행동이 얼마 지나지 않아 재물손괴 신고로 이어지는 사례도 함께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의뢰인들 중 상당수는 “화가 나서 그런 거지 일부러 부수려고 한 건 아니다”, “내 돈으로 산 물건이니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으로 그 순간을 넘겼던 분들입니다. 그런데 막상 상대방이 경찰에 신고하고 조사가 시작되면, “고의가 없었다”거나 “내 물건이었다”는 항변이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재물손괴죄의 고의를 계획적인 손괴 의도가 아니라 손괴 결과에 대한 인식과 용인 여부로 폭넓게 인정하고 있고, 물건이 완전히 파괴되지 않고 일시적으로 못 쓰게 된 경우까지도 처벌 대상으로 보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홧김에 물건을 던지거나 부순 행위가 어떤 경우에 재물손괴죄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신고를 받았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홧김에 던진 물건이라도 ‘고의’가 인정되면 재물손괴죄가 성립합니다
계획적으로 부수려 하지 않았어도, 망가질 수 있다는 인식만 있었다면 재물손괴의 고의는 인정됩니다.
형법 제366조는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하거나 은닉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성립을 위해서는 그 물건이 타인의 소유일 것, 손괴·은닉 기타 방법으로 효용을 해할 것, 그리고 그에 대한 고의가 있을 것이 필요합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 바로 이 고의입니다. 대법원은 재물손괴의 범의를 인정하는 데 반드시 계획적으로 손괴하려는 의도나 손괴 결과를 적극적으로 희망하는 마음까지 필요한 것은 아니고, 소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재물의 효용을 상실하게 한다는 인식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1993. 12. 7. 선고 93도2701 판결 등). 즉 미필적 고의만으로도 죄가 성립합니다.
홧김에 손에 잡히는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발로 걷어찬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물건을 던지면 깨지거나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결과이므로, “부수려고 한 게 아니라 화가 나서 그런 것”이라는 설명은 고의를 부정하는 근거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그 순간 격한 감정으로 유형력을 행사했다는 정황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획적인 파손 의도가 없었더라도, 물건이 망가질 수 있음을 인식한 채 던지거나 부쉈다면 재물손괴의 고의는 인정될 수 있습니다.
2. 완전히 부서지지 않았거나 잠깐 못 쓴 것도 재물손괴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물건이 형체를 잃지 않았어도, 본래 용도로 쓸 수 없는 상태로 만들었다면 재물손괴죄의 효용 침해에 해당합니다.
재물손괴죄에서 말하는 ‘효용을 해한다’는 것은 물건을 물리적으로 파괴하는 경우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재물의 효용을 해한다는 것을 물건을 본래의 사용목적에 제공할 수 없게 하는 상태로 만드는 것은 물론, 일시적으로 그것을 이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도 포함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재물손괴죄에서 재물의 효용을 해한다고 함은 사실상으로나 감정상으로 그 재물을 본래의 사용목적에 다시 제공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을 말하며, 일시적으로 그 재물을 이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대법원 2021. 5. 7. 선고 2019도13764 판결).
이 판례에서 대법원은 차량 앞뒤에 구조물을 붙여 17~18시간 동안 운행하지 못하게 한 사안과, 자동문을 수동으로만 여닫을 수 있게 만들어 자동잠금장치 기능을 못 쓰게 한 사안 모두 재물손괴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물건 자체에 흠집 하나 나지 않았더라도, 본래 목적대로 쓰지 못하게 된 시간이 있었다면 효용 침해로 본 것입니다.
홧김에 던진 휴대전화의 액정만 깨져 통화는 가능하더라도, 문을 부수지는 않았지만 경첩을 휘게 해 열고 닫지 못하게 만들었더라도 재물손괴로 평가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완전히 못 쓰게 된 건 아니다”, “수리해서 지금은 멀쩡하다”는 사정은 죄의 성립 자체를 막지 못하고, 이후 양형 단계에서 참작될 뿐입니다.
물건이 완전히 부서지지 않았거나 짧은 시간만 못 썼더라도, 본래 용도로 쓸 수 없는 상태를 만들었다면 재물손괴의 효용 침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3. 부순 물건이 ‘내 것’인지 ‘상대방 것’인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을 전제로 하므로, 완전한 단독 소유물이라면 애초에 성립하지 않지만 함께 쓰던 물건은 대개 타인성이 인정됩니다.
형법 제366조는 손괴의 대상을 ‘타인의’ 재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온전히 자신의 단독 소유인 물건을 홧김에 부순 경우라면, 그 자체로는 재물손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다만 공공장소의 시설물이나 다른 사람이 관리하는 물건을 부순 경우라면 별개의 문제입니다.
문제는 부부나 연인, 동거인처럼 함께 생활하며 물건을 공유하는 관계에서 자주 발생합니다. 함께 돈을 모아 산 가전제품이나 상대방 명의로 구입한 물건, 상대방이 개인적으로 쓰던 물건을 부순 경우에는 그 물건에 자신의 지분이 일부 포함돼 있더라도 전체적으로는 ‘타인의 재물’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유물은 각자 지분이 있더라도 다른 공유자와의 관계에서는 여전히 타인의 재물로 취급되는 것이 일반적인 법리입니다.
다만 그 상대방이 배우자나 직계혈족, 동거친족처럼 가까운 친족 관계에 있다면 형법 제365조에 따라 형이 면제되거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예외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신고를 받았더라도 상대방과의 관계, 동거 여부에 따라 절차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이 부분을 정확히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의 단독 소유물이라면 재물손괴죄가 성립하지 않지만, 공동으로 쓰던 물건이나 상대방 명의의 물건은 지분이 있어도 타인의 재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4. 손괴 방법과 피해 금액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집니다
위험한 물건을 휴대했거나 여럿이 함께 부순 경우, 피해 금액이 클수록 형이 무거워지고 합의 여부는 별도로 양형에 반영됩니다.
기본적인 재물손괴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지만, 형법 제369조는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고 재물을 손괴한 경우를 특수손괴로 규정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을 무겁게 정하고 있습니다. 술자리 다툼에서 술병이나 흉기가 될 만한 물건을 손에 든 채 던진 경우 이 조항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미수에 그친 경우에도 형법 제371조에 따라 처벌 대상이 됩니다. 물건을 던졌지만 빗나가 파손되지 않았거나, 부수려다가 제지당한 경우라도 수사와 처벌의 대상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재물손괴죄는 친고죄도 반의사불벌죄도 아니어서,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도 그 자체로 공소권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손괴된 물건의 수리비나 교환가치에 해당하는 금액을 변제하고 합의서를 받는 것은 초범 여부, 손괴 경위와 함께 벌금 수준이나 기소유예, 집행유예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양형 자료로 작용합니다.
위험한 물건을 동원했거나 여럿이 가담했다면 특수손괴로 형이 무거워지고, 합의는 처벌 자체를 없애지 못하지만 양형에서는 핵심적인 참작 사유가 됩니다.
5. 신고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신고 접수 초기에 어떤 진술과 자료를 준비하느냐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재물손괴 신고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신고·고소장 접수 → ②피해자와 피의자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되는 경우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특수손괴에 해당하거나 손괴 규모가 크다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재물손괴 신고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손괴 당시 상황을 뒷받침할 CCTV, 목격자 진술, 음주 여부 등 정황 자료를 확보합니다.
부순 물건의 소유·구입 내역(영수증, 명의, 공동구매 여부)을 확인해 타인의 재물에 해당하는지 정리합니다.
물건의 수리비나 교환가치를 견적받아 피해 변제와 합의를 준비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형사 절차에 익숙한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고의 여부와 소유 관계를 정확히 다투면서 동시에 합의를 통한 양형 참작까지 함께 준비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홧김에 벌어진 일이라는 이유로, 신고를 받고도 “별일 아니겠지”하며 초기 대응을 미루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물건을 잃은 쪽 입장에서는 감정이 격해진 상황이었다는 사정이 손해를 감수해야 할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손괴 경위와 피해 규모를 정리해두는 것이 형사 고소와 손해배상 청구 모두에서 도움이 됩니다. 반대로 순간적으로 손을 댔다가 신고를 당한 쪽 입장에서도 “화가 나서 그런 것”이라는 설명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물건의 소유관계와 손괴 정도, 합의 가능성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물건을 잃은 쪽과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신고를 당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에 어떤 자료를 정리하고 어떤 법리를 앞세우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화가 나서 던진 거지 부수려고 한 게 아닌데도 처벌되나요?
A.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계획적인 손괴 의도까지는 요구하지 않고, 물건이 망가질 수 있다는 인식만 있어도 미필적 고의로 재물손괴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Q. 제 돈으로 산 물건을 제가 부쉈는데도 신고가 됐어요.
A. 물건이 온전히 본인 단독 소유라면 원칙적으로 재물손괴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만 공동으로 구입했거나 상대방 명의라면 타인의 재물로 평가될 수 있어 소유관계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Q. 술에 취해서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은 형을 감경하는 사유일 뿐 성립 자체를 막지는 못하며, 오히려 스스로 음주 상태를 만들었다면 감경이 배제될 수도 있습니다. 기억이 불완전하더라도 CCTV나 목격자 진술로 고의 여부가 판단됩니다.
Q. 피해자와 합의하면 처벌을 안 받을 수 있나요?
A. 재물손괴죄는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합의만으로 공소권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합의와 피해 변제는 기소유예나 벌금 감경, 집행유예 등 양형에서 중요하게 참작됩니다.
Q. 배우자나 동거 가족의 물건을 부순 경우도 똑같이 처벌되나요?
A. 형법 제365조에 따라 배우자나 직계혈족, 동거친족 사이의 손괴는 형이 면제되거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예외가 적용될 수 있어, 일반 관계와는 절차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벌금형을 받으면 전과가 남나요?
A. 벌금형도 형의 선고이므로 수사·재판 경력이 전과로 남습니다. 다만 초범이고 피해가 크지 않으며 합의가 이뤄졌다면 기소유예나 약식 벌금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손괴된 물건 가액은 어떻게 정해지나요?
A. 통상 수리가 가능하면 수리비, 수리가 불가능하거나 수리비가 물건 가액을 넘으면 교환가치를 기준으로 산정합니다. 이 금액은 처벌 수위와 합의금 산정 모두에 영향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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