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도면대로 시공했는데 하자가 났다면 — 수급인이 면책되는 조건과 한계
설계도면대로 시공했는데 하자가 났다면 — 수급인이 면책되는 조건과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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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도면대로 시공했는데 하자가 났다면 — 수급인이 면책되는 조건과 한계 

강대현 변호사

공사가 다 끝난 뒤에야 균열이나 누수 같은 하자가 드러나면, 도급인은 당연히 시공을 맡은 수급인에게 책임을 묻습니다. 그런데 수급인 쪽에서 "도급인이 준 설계도면 그대로 시공했을 뿐"이라고 항변하면 이야기가 복잡해집니다. 민법은 하자의 원인이 도급인이 제공한 재료나 지시에 있을 때 수급인의 담보책임을 면제해 주는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만, 이 면책이 아무 조건 없이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설계도면대로 지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면책되는지, 어떤 경우에 그 방패가 깨지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 — 원칙은 결과책임

완성된 목적물에 하자가 있으면 도급인은 민법 제667조 제1항에 따라 상당한 기간을 정해 수급인에게 하자보수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하자가 중요하지 않으면서 그 보수에 과다한 비용이 드는 예외적 경우가 아닌 한 이 보수청구권은 폭넓게 인정됩니다.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하자보수에 갈음하거나 하자보수와 함께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책임은 수급인의 고의·과실을 별도로 요구하지 않는 무거운 구조로 설계되어 있어, 시공 과정에 특별한 잘못이 없었다고 해도 완성물에 하자가 있으면 원칙적으로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 책임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하자가 중대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도급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지만, 민법 제668조 단서는 목적물이 건물 기타 토지의 공작물인 경우에는 해제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건물을 다시 철거하는 사회적 비용이 크기 때문에 해제 대신 손해배상으로 해결하도록 한 것입니다. 이처럼 수급인의 책임은 원칙적으로 무겁게 짜여 있는데, 그 무거운 원칙에 대한 대표적 예외가 바로 도급인이 재료나 지시를 제공한 경우입니다.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은 원칙적으로 고의·과실을 묻지 않는 무거운 책임이지만, 하자의 원인이 도급인 쪽에 있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민법 제669조 — 도급인이 제공한 재료·지시가 원인이면 면책

민법 제669조 본문은 "전 2조의 규정은 목적물의 하자가 도급인이 제공한 재료의 성질 또는 도급인의 지시에 기인한 때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정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원인은 크게 둘로 나뉩니다. 하나는 도급인이 직접 자재를 지정하거나 공급했는데 그 자재 자체의 성질 때문에 하자가 생긴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구조·시공방법·설계도면처럼 도급인이 준 지시대로 시공했는데 그 지시 내용 자체에 결함이 있었던 경우입니다. 건축 도급계약에서 흔히 문제되는 것은 후자, 즉 도급인이 제공한 설계도면대로 시공했더니 설계 자체의 결함 때문에 하자가 발생한 경우입니다.

이 조문의 취지는 분명합니다. 수급인이 통제할 수 없는 원인으로 발생한 결과까지 무과실책임으로 떠안기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입니다. 수급인은 시공 능력과 전문성을 제공하는 사람이지, 설계 자체의 적정성이나 도급인이 고른 자재의 품질까지 전부 책임지는 사람은 아니라는 사고가 깔려 있습니다. 그래서 하자의 뿌리가 도급인 쪽 선택에 있다면 원칙적으로 수급인은 담보책임에서 벗어납니다.

면책의 조건 — 부적당함을 알고도 고지하지 않았다면 방패가 깨진다

그러나 민법 제669조는 단서를 통해 이 면책에 제동을 겁니다. "수급인이 그 재료 또는 지시의 부적당함을 알고 도급인에게 고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것입니다. 즉 수급인이 도급인의 자재나 지시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 말 없이 그대로 시공했다면, 하자의 원인이 도급인 쪽에 있더라도 담보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대법원 1996. 5. 14. 선고 95다24975 판결은 이 구도를 건축 도급계약에 명시적으로 적용했습니다. 건축 도급계약의 수급인이 설계도면의 기재대로 시공한 경우, 수급인이 그 설계도면이 부적당함을 알고도 도급인에게 고지하지 않은 것이 아닌 이상, 그로 인해 목적물에 하자가 생겼다 하더라도 수급인에게 하자담보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의 결론입니다. 반대로 읽으면, 수급인이 설계도면의 오류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도급인에게 고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인정되는 순간 이 결론은 뒤집힙니다.

여기서 실무적으로 중요한 것은 "알았다"는 판단 기준입니다. 수급인은 해당 분야의 전문적 지식과 하자 없는 목적물을 완성할 능력을 갖춘 자로 전제되므로, 판례는 수급인에게 설계도면의 적합성을 스스로 검토하고 문제가 있으면 도급인에게 의견을 제시할 의무가 있다고 봅니다. 통상적인 전문 시공자라면 시공 과정에서 당연히 알아챌 수 있었던 명백한 오류를 그대로 지나쳤다면, 실제로 몰랐다고 주장해도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볼 사정이 인정되어 고지의무 위반과 같은 평가를 받을 여지가 있습니다.

설계도면대로 시공했다는 사실만으로 면책되지 않는다 — 그 도면의 부적당함을 알고도 고지하지 않았는지가 면책 여부를 가른다.

실제로 어떤 경우에 면책되고, 어떤 경우에 안 되나

구체적인 사안에서는 두 갈래로 나뉩니다. 면책이 인정되기 쉬운 쪽은, 하자의 원인이 구조계산이나 지반조사처럼 전문 설계자·감리자가 아니면 검증하기 어려운 영역에 있고, 통상의 시공자가 시공 과정에서 육안이나 통상적 점검으로 발견하기 어려운 성격의 결함인 경우입니다. 도급인이 특정 사양의 자재를 지정 공급하면서 그 성능에 관한 자료까지 함께 제공했고, 수급인이 그 성능을 별도로 검증할 위치에 있지 않았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대로 면책이 부정되기 쉬운 쪽은 통상적인 전문 시공자라면 시공 중 당연히 인지했어야 할 기본적인 오류를 그대로 밀어붙인 경우입니다. 배수 구배가 반대로 표시돼 있거나 방수층 시공 순서가 빠져 있는 등 시공 상식에 어긋나는 설계 오류를 발견하고도 별다른 이의 없이 그대로 시공했다면, 그 하자는 도급인의 지시가 원인이라 해도 고지의무 위반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큽니다.

가정해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도급인이 특수 배합의 마감재를 지정 공급했는데 그 배합 자체의 화학적 결함으로 균열이 생겼고 수급인이 통상적인 시공 지식으로는 그 결함을 사전에 알기 어려웠다면, 이는 면책 쪽에 가깝습니다. 반면 도급인이 넘긴 설계도면의 지붕 물매가 역경사로 표시돼 있어 시공하면 빗물이 안으로 흘러들 것이 시공 도면만 봐도 분명한데도 별다른 이의 없이 그대로 시공해 결국 누수가 발생했다면, 통상의 시공자가 당연히 알아챌 수 있었던 오류이므로 고지의무 위반 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 면책 쪽 — 구조계산·지반 관련 결함처럼 통상 시공자가 검증하기 어려운 전문 영역의 하자.

  • 면책 쪽 — 도급인이 자재를 직접 지정·공급하고 그 성능자료까지 제공한 경우.

  • 면책 부정 — 시공 상식에 어긋나는 명백한 설계 오류를 발견하고도 이의 없이 그대로 시공한 경우.

  • 면책 부정 — 현장 여건과 설계도면이 명백히 맞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그대로 진행한 경우.

  • 공통 — 수급인이 실제로 이의를 제기하거나 문제를 고지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지가 결정적.

면책되어도 사라지지 않는 책임 — 채무불이행·불법행위와의 구별

민법 제669조의 면책은 어디까지나 제667조가 정한 하자담보책임에 한정됩니다. 수급인이 설계도면과 다르게 시공했거나 계약에서 정한 시공방법·품질기준을 지키지 않은 부분이 따로 있다면, 그 부분은 담보책임이 아니라 민법 제390조의 채무불이행책임 문제이므로 제669조의 면책과 별개로 성립할 수 있습니다.

하자로 인해 건물이 붕괴하거나 제3자에게 피해가 발생하는 등 손해가 확대된 경우에는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책임이 문제될 수도 있습니다. 담보책임에서 면책됐다는 사정이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 책임까지 자동으로 막아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도급인·수급인 모두 정확히 구별해야 합니다. 수급인 입장에서는 담보책임 면책만 확보하면 끝이라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시공 자체가 계약 내용에 부합했는지도 별도로 점검해야 분쟁을 줄일 수 있습니다.

감리자가 있었다면 — 수급인 책임과는 별도로 작동하는 감리 책임

규모가 있는 공사에는 통상 감리자가 별도로 참여합니다. 감리자는 시공이 설계도서대로 이루어지는지, 설계 자체에 명백한 오류가 없는지를 점검할 책임이 있습니다. 판례는 책임감리업무를 수행하는 감리자가 설계상의 오류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 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는, 당시 감리자의 기술수준과 경험에 비추어 설계도서 검토를 통해 그 기술적 문제를 발견하는 것이 가능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봅니다.

이는 수급인의 민법 제669조 면책 판단과는 별개의 책임 관계입니다. 수급인이 설계도면대로 시공해 담보책임을 면하더라도, 감리자가 통상적인 감리 업무 수준에서 발견했어야 할 설계 오류를 놓쳤다면 감리자는 감리계약상 책임을 별도로 부담할 수 있습니다. 하자 소송에서 수급인·설계자·감리자 중 누구에게 얼마만큼 책임이 귀속되는지가 함께 다투어지는 경우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면책을 다투는 실무 — 수급인이 갖춰야 할 증거

소송에서 제669조 단서의 고지 여부는 결국 증거 싸움입니다. 구두로 "이 도면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한마디 했다는 주장만으로는 재판에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시공 전이나 시공 중 설계도면의 문제점을 지적한 공문, 현장회의록, 감리자와 주고받은 이메일이나 메신저 기록처럼 시점과 내용이 특정되는 자료를 남겨두는 것이 실질적인 방어수단이 됩니다.

설계도면 자체가 누가 작성해 누가 제공했는지, 시공 중 수급인이 임의로 변경한 부분은 없는지도 쟁점이 됩니다. 하자가 발생한 뒤에는 그 하자의 원인이 설계 결함인지 시공 부실인지를 가리는 것이 핵심이므로, 건축 관련 전문 감정기관의 하자 원인 감정을 통해 객관적 자료를 확보해 두는 쪽이 다툼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습니다.

  • 설계도면 문제점을 지적한 공문·회의록·메신저 기록 등 시점이 특정되는 자료 확보.

  • 도급인이 제공한 설계도면 원본과 수급인의 변경 여부 확인.

  • 하자 원인이 설계 결함인지 시공 부실인지 가리는 전문 감정 활용.

  • 자재를 도급인이 지정·공급했다는 사실을 증빙하는 발주·납품 자료 보관.

하자담보책임의 존속기간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면책 여부를 다투기 전에 애초에 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기간이 남아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민법 제670조는 하자보수청구·손해배상청구·계약해제를 목적물을 인도받은 날로부터 1년 내에 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다만 토지, 건물 기타 공작물에 대해서는 민법 제671조가 특칙을 두어, 인도 후 5년간 담보책임을 인정하고 목적물이 석조·석회조·연와조·금속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재료로 조성된 경우에는 그 기간을 10년으로 늘립니다.

이 기간이 지나면 하자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면책 사유가 있었는지를 따지기도 전에 청구 자체가 막힙니다. 반대로 수급인 입장에서도 이 기간이 지났다면 굳이 제669조의 면책 요건을 힘들게 다툴 필요 없이 기간 도과만으로 방어가 가능한 경우가 있습니다. 하자를 발견한 시점이 인도일로부터 얼마나 지났는지를 가장 먼저 계산해 보는 것이 순서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도급인이 준 설계도면대로 지었으면 수급인은 무조건 면책되나요?

A. 아니요. 민법 제669조 본문상 원칙적으로 하자담보책임을 지지 않지만, 수급인이 그 설계도면이 부적당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도급인에게 고지하지 않았다면 단서에 따라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Q. 수급인이 정말 설계 오류를 몰랐다고 하면 그것으로 끝인가요?

A.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수급인은 전문적 지식을 가진 자로 전제되므로, 통상의 시공자라면 시공 과정에서 당연히 알 수 있었던 명백한 오류였다면 몰랐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Q. 면책이 인정되면 도급인은 아무런 배상도 받지 못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면책은 민법 제667조의 하자담보책임에 한정되며, 시공이 계약 내용과 달랐거나 별도의 불법행위가 있었다면 채무불이행책임이나 불법행위책임으로 배상을 청구할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Q. 도급인이 자재만 지정하고 실제 공급은 하지 않은 경우에도 면책이 적용되나요?

A. 민법 제669조는 지시에 기인한 하자도 포함하므로 자재 지정만 한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수급인이 그 지정이 부적당하다는 것을 알고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마찬가지로 단서가 적용됩니다.

Q. 면책 여부를 다투는 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자료는 무엇인가요?

A. 설계도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공문·회의록 등 서면자료와, 하자 원인이 설계 결함인지 시공 부실인지를 밝히는 전문 감정 결과가 핵심 증거로 활용됩니다.

Q. 하자가 발생한 지 오래됐는데 지금이라도 문제 삼을 수 있나요?

A. 민법 제670조·제671조에 따른 존속기간이 이미 지났다면 면책 여부를 따지기 전에 청구 자체가 막힐 수 있습니다. 건물 등 공작물은 인도 후 5년, 재료에 따라 10년까지 인정되므로 인도일부터 기간을 먼저 계산해 보아야 합니다.

맺음말

도급인이 준 설계도면대로 시공했다는 사실은 수급인에게 유리한 출발점이지만, 그 자체로 끝이 아닙니다. 그 도면이 부적당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지하지 않았는지, 통상의 전문 시공자라면 당연히 알아챘어야 할 오류를 지나치지는 않았는지가 실제 분쟁에서 승패를 가릅니다. 면책이 인정되더라도 시공 자체가 계약 내용과 달랐거나 별도 손해를 발생시켰다면 그 부분은 다시 별도로 다퉈야 한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결국 이런 분쟁은 시공 당시 남겨둔 기록의 양과 질에서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계도면의 문제를 지적했다면 그 사실을 서면으로 남겼는지, 하자 원인을 객관적으로 밝힐 감정 자료를 준비했는지가 실제 소송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화성 향남·남양 일대 공단처럼 대규모 시공 현장이 몰린 지역에서는 이런 유형의 분쟁이 특히 자주 발생하는 만큼, 하자가 불거진 초기 단계부터 증거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두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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