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 개요
의뢰인 A씨는 작은 학원을 홀로 꾸려 온 원장입니다. 어느 날 초등학교 저학년 원생의 학습 문제가 마음에 걸려 학부모에게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학부모는 그만 다니겠다는 통보와 함께 학원비 환불을 요구했고, 며칠 뒤에는 아동학대 고소가 접수되었다는 경찰의 연락이 왔습니다. 그다음 날에는 학원으로 현장조사가 나왔습니다.
고소 내용은 무거웠습니다. 손톱으로 아이의 손등을 찍고, 색연필로 턱 밑을 찔러 멍이 들게 했으며, 여러 차례 폭언을 했다는 것. 죄명은 특수상해까지 더해져 다섯 개에 이르렀습니다. A씨는 전부 부인했습니다. 수업 중 목소리가 커진 적은 있었을지 몰라도, 아이를 해친 사실은 결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 사건의 쟁점과 어려움
학원 원장은 아동학대 사건에서 더 무거운 지위에 있습니다.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학대는 가중처벌 대상이고, 처벌이 확정되면 아동 관련 일 자체를 계속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의 결론에는 A씨의 생업 전부가 걸려 있었습니다.
직접증거는 사실상 아이의 진술뿐인 구조였습니다. 그렇다고 어린아이의 말을 정면으로 공격하는 방어는 위험합니다. 아이를 몰아세우는 모양새가 되는 순간, 사실관계와 무관하게 사건 전체가 불리해집니다.
전면 부인 사건의 숙제는 '아니라는 말'이 아니라 '아닐 수밖에 없는 기록'입니다. 말과 말이 부딪히는 구도에서 벗어나, 제3의 객관 자료가 말하게 해야 했습니다.
■ 변호인의 조력 — 달력과 공간이 말하게 하다
날짜부터 대조했습니다 — 고소장에 적힌 행위 일자의 출결 기록을 확인해 보니, 그날 피해아동은 수업이 없어 학원에 온 사실 자체가 없었습니다. 학대가 있었다는 날에 아이가 그 자리에 없었다는 것. 진술의 신빙성을 가르는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공간의 구조를 소명했습니다 — 학원은 한 층 복도에 여러 교습 시설이 나란히 붙어 있고, 교실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며 방음도 되지 않는 개방된 구조였습니다. 누구든 오가며 보고 들을 수 있는 곳에서 주장과 같은 행위가 거듭되기는 어렵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짚었습니다.
사건 이후의 장면들 — 고소 이후에도 피해아동이 A씨와 마주치자 웃으며 손을 흔들어 인사한 정황, 무료 보충수업과 학부모들과의 상시 소통 같은 평소의 교육 태도를, 다른 학부모들과 주변 교육 종사자들의 탄원서로 뒷받침했습니다.
판례로 판단 기준을 세웠습니다 — 피해자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직접증거인 때에는 그 신빙성을 더욱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는 판례(2011도16413)와, 학대인지 여부는 행위의 경위·방법·정도 등 여러 사정을 두루 살펴 가려야 한다는 판례(2017도5769)에 기초해 의견서 두 건을 제출하고, 두 차례의 피의자신문에 대응했습니다.
다투면서도 수습했습니다 — 사건 직후 자발적으로 CCTV를 설치해 같은 논란이 되풀이될 여지를 없앴고, 형사조정 절차에서 약 1,000만 원의 합의와 함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받았습니다. 혐의를 다투는 일과 갈등을 매듭짓는 일은 얼마든지 병행할 수 있습니다.
■ 적용 법리
아동학대 사건은 보호자와 시설 종사자에게 무겁게 설계되어 있고, 판단의 중심에는 아이의 진술이 놓입니다. 그러나 판례는 진술이 유일한 직접증거인 사건일수록 그 신빙성을 객관 정황과 대조해 엄격히 검증하도록 하고, 학대에 해당하는지도 행위 전후의 사정을 종합해 가리도록 합니다. 출결 기록, 공간의 구조, 사건 이후의 관계 — 진술 바깥의 사실들이 결론을 좌우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 결과
검찰은 다섯 죄명 가운데 특수상해를 포함한 셋에 대해 혐의없음(증거불충분) 결정을, 나머지 둘에 대해서는 기소유예 결정을 내렸습니다. 어느 것도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고, 사건은 수사 절차 안에서 전부 종결되었습니다. A씨는 학원과 아이들 곁의 일상을 지켰습니다.
■ 이 사례의 의의
일부나마 기소유예가 남은 것은 아쉬움입니다. 그러나 특수상해까지 걸려 있던 전면 부인 사건이 기소 없이 끝난 것은, 감정적인 해명이 아니라 출결 기록과 공간 구조라는 객관 자료가 진술과 나란히 검토된 결과였습니다. 부인할 사건일수록 목소리를 높일 것이 아니라 기록을 모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다툼과 수습이 서로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준 사건입니다.
■ 맺음말
아이를 가르치는 일을 하다 학대 신고를 받으셨다면, 먼저 출결부와 수업 일지 같은 기록부터 보전하시기 바랍니다. 고소인이나 아이를 탓하는 대응은 사건을 더 어렵게 만들 뿐입니다. 사실관계를 다투더라도 재발 방지 조치와 갈등 수습은 함께 진행할 수 있습니다. 혐의를 부인해야 하는 사건일수록, 초기에 변호인과 함께 객관 자료의 목록부터 만들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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