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 개요
의뢰인 A씨는 오랫동안 작은 음식점을 꾸려 온 자영업자입니다. 코로나로 가게 문을 닫으면서 생계가 흔들렸고, 다시 일어설 방법을 찾지 못한 채 몇 해가 흘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광고를 보았고, 해외에 서버를 둔 카지노 도박사이트에 접속했습니다.
그 뒤 아홉 달 동안 A씨는 사이트가 지정한 계좌로 마흔 번 넘게 돈을 보내 사이버머니를 충전하고, 화면 속 게임 결과에 그 돈을 걸었습니다. 단속 이후 작성된 공소장에는 그 송금액의 합계가 2억 원이 넘는 숫자로 적혔습니다. A씨는 처음부터 모든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 사건의 쟁점과 어려움
숫자가 사건을 압도했습니다. 도박 사건에서 액수와 횟수는 처벌 수위를 가르는 가장 강력한 지표입니다. '2억 원대, 41회'라는 기재만 놓고 보면 가볍게 끝나기 어려운 사건으로 읽힙니다.
다툴 것이 없었습니다. 접속도 송금도 베팅도 모두 사실이었고, 계좌 내역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있었습니다. 무죄를 주장할 여지가 없는 사건에서 변호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처분의 무게를 다루는 것뿐입니다.
원인이 남아 있었습니다. A씨 본인도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를 멈출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재판이 끝나도 그 상태가 그대로라면 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고, 재판부가 그 위험을 그대로 본다면 처분은 무거워집니다.
시간이 많지 않았습니다. 이미 기소되어 선고 기일이 정해진 상태였고, 그 사이에 보여줄 수 있는 변화가 무엇인지 빠르게 정해 실행에 옮겨야 했습니다.
■ 변호인의 조력 — 숫자를 다시 읽는 일
⭐ 공소장의 액수가 무엇을 뜻하는지부터 — 온라인 도박에서 공소장에 기재되는 금액은 대개 '충전을 위해 보낸 돈의 총합'입니다. A씨는 충전과 환급을 반복했고, 환급받은 돈을 생활비로 쓰다가 여유가 생기면 다시 충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같은 돈이 여러 차례 오간 흔적이 합산된 것이지, 그만큼의 재산을 투입했다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변호인은 계좌의 입출금 흐름과 당시의 경제적 처지를 함께 제시해, 실제로 소비된 자금은 그보다 훨씬 적은 규모였음을 설명했습니다.
원인에 대한 조치 — A씨는 전문 심리교육기관의 도박중독 치료 프로그램을 스스로 찾아가 이수했습니다. 기관은 소견서에서 "스스로 도박 행동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중단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 변화와 실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평가했고, 이 문장은 재판부에 그대로 전달되었습니다.
경위의 소명 — 폐업과 생활고, 그 시기에 접한 광고까지의 경과를 정리했습니다. 어떤 사정도 도박을 정당화하지 않지만, 계획적·직업적 범행과 우발적으로 빠져든 경우는 처분에서 달리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태도의 기록 — 단속 직후부터 일관되게 인정하고 출석요구에 성실히 응한 경과, 자필 반성문을 자료로 남겼습니다.
주변의 소명 — 고령의 어머니를 부양하는 사정과 주변인들의 탄원서를 함께 제출했습니다.
■ 적용 법리
도박죄에는 벌금형이 규정되어 있어, 사안에 따라 재판에서 벌금으로 마무리될 수 있습니다. 다만 상습성이 인정되거나 액수·횟수가 크면 처벌은 무거워집니다. 여기서 실무상 중요한 것이 '도박액'이라는 개념의 해석입니다. 온라인 도박의 송금 총액은 도박의 규모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는 하지만, 순환된 자금까지 포함된 수치일 수 있으므로 그 내부 구조를 살펴야 실제 사안의 무게를 알 수 있습니다. 법원이 처분을 정할 때 보는 것도 숫자 하나가 아닙니다. 기간과 횟수, 자금의 출처, 다른 사람을 끌어들였는지, 도박으로 이익을 얻으려 조직적으로 움직였는지, 그리고 범행 이후 어떤 조치를 했는지가 함께 저울에 오릅니다.
■ 결과
법원은 벌금 4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2억 원이 넘는 숫자가 적힌 공소장으로 시작한 사건이, 그 숫자의 의미를 다시 읽고 원인에 대한 조치를 증명하는 과정을 거쳐 벌금형으로 마무리된 것입니다.
■ 이 사례의 의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라고 해서 변호인이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건에서 변론의 핵심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기록에 적힌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설명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재판이 끝난 뒤에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근거를 미리 만들어 두는 일이었습니다. 치료 이수증과 소견서는 그 두 번째 작업의 결과물입니다.
■ 맺음말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온라인 도박은 처벌 대상이고, 액수가 커지면 벌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중독은 스스로 멈추기 어렵습니다. 이미 수사가 시작되었다면 계좌 내역부터 정리해 실제 자금의 흐름을 파악하시고, 처분을 기다리는 시간에 치료와 상담을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그 기록이 재판에서 당신을 대신해 말해 줍니다. 그리고 가장 확실한 답은 오늘 접속을 끊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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