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직원이 자료를 들고 나갔는데, 영업비밀로 처벌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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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직원이 자료를 들고 나갔는데, 영업비밀로 처벌되나요? 

윤상현 변호사


들어가며

핵심 인력이 고객 리스트나 기술 도면을 USB에 담아 경쟁사로 옮기거나 똑같은 회사를 차리는 일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대표 입장에서는 명백한 도둑질이지만, 경찰서나 법원에서는 "직원 개인의 업무 노하우 아닌가요?"라는 답이 돌아오곤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회사의 중요한 정보라고 해서 곧바로 영업비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부정경쟁방지법이 정한 요건, 특히 평소 '비밀로 관리했다'는 사실을 회사가 입증해야 처벌도 배상도 가능합니다. 요건이 갖춰졌다면 처벌 수위는 결코 가볍지 않고, 최대 5배의 징벌적 배상까지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회사의 핵심 자료인데 왜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하나요?

법이 요구하는 세 요건, 그중에서도 '비밀 관리성'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영업비밀로 인정받으려면 ①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을 것(비공지성), ② 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있을 것(경제적 유용성), ③ 비밀로 관리되었을 것(비밀 관리성)을 모두 갖춰야 합니다. 법원은 "그렇게 중요한 정보라면 회사는 평소 무슨 노력을 했습니까?"라고 묻습니다. 접근 권한 제한(ID·비밀번호, 열람 범위 제한, 비밀 등급 표시), 입·퇴사 시 비밀유지 서약서와 전직금지 약정, DRM·USB 통제 같은 기술적 조치, 주기적 보안 교육과 기록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어야 합니다. 서류에 '대외비' 도장만 찍어 둔 정도로는 부족하고, 이런 조치가 없으면 법원은 그 정보를 누구나 접근할 수 있었던 직원 개인의 노하우로 보아 무죄를 선고하거나 청구를 기각할 수 있습니다. 2019년 개정으로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라는 문구가 '비밀로 관리된'으로 완화되긴 했지만, 관리 사실의 입증 책임은 여전히 회사에 있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제2호 —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

Q. 직원이 "아무것도 안 가져갔다"고 합니다. 어떻게 입증하나요?

디지털 포렌식으로 삭제된 기록을 복구하고, 증거가 사라지기 전에 보전 신청까지 해야 합니다. 유출한 직원은 대개 퇴사 직전 하드디스크를 포맷하거나 파일을 지웁니다. 따라서 포렌식을 통해 삭제 파일을 복구하고, 퇴사 직전의 이메일 전송 내역, USB 접속 기록, 클라우드 업로드 로그를 확보해야 합니다. 유출을 부인하는 상대방에게는 이 기록이 사실상 유일한 물증입니다. 다만 상대방은 "야근이나 재택근무 때문에 업무상 옮긴 것"이라고 반박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퇴사 통보 직후 새벽에 수천 개 파일이 한꺼번에 외부 저장장치로 복사된 것과 같은 비정상적 대용량 이동이나 업무 시간 외 접속 정황을 포착해 고의성을 뒷받침해야 합니다. 전자 기록은 시간이 지나면 덮어쓰기로 사라지므로, 법원에 증거 보전을 신청하는 등 속도가 관건입니다.

Q. 고소만 하면 되나요, 아니면 소송도 같이 해야 하나요?

형사 고소와 민사 가처분을 동시에 진행하는 투트랙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입니다. 훔쳐 간 기술로 경쟁 제품이 시장에 나오는 순간 손실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므로, 형사 결과만 기다려서는 안 됩니다. 법 제10조는 침해행위를 하거나 하려는 자에 대해 금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권리를 보장하므로, 즉시 전직금지 가처분이나 침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해 해당 직원이 경쟁사에서 그 정보를 쓰지 못하게 막아야 합니다. 형사 고소로 강제수사와 심리적 압박을 이끌어내고, 가처분으로 영업 피해 확산을 차단하는 구조입니다. 금지청구권은 침해 사실과 침해자를 안 날부터 3년, 침해행위가 시작된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하므로(제14조) 여기서도 속도가 중요합니다.

같은 법 제10조(영업비밀 침해행위에 대한 금지청구권 등) 제1항 — 영업비밀의 보유자는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하거나 하려는 자에 대하여 그 행위에 의하여 영업상의 이익이 침해되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법원에 그 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다.

Q. 인정되면 상대방은 어떤 책임을 지나요?

징역 10년 이하·벌금 5억원 이하의 형사처벌에, 고의 침해라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해야 합니다.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회사에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영업비밀을 취득·사용·누설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이고, 외국에서 사용할 목적이었다면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하며 징역과 벌금은 함께 부과될 수 있습니다(제18조). 민사에서는 2024년 8월 21일 시행된 개정법에 따라 고의적 침해에 대해 손해로 인정된 금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액을 정할 수 있게 되어(제14조의2 제6항), 침해자가 감당할 책임이 크게 무거워졌습니다.

같은 법 제14조의2(손해액의 추정 등) 제6항 — 법원은 영업비밀 침해행위가 고의적인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손해로 인정된 금액의 5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배상액을 정할 수 있다.

꼭 기억하세요

영업비밀 사건의 승패는 유출 이후가 아니라 유출 이전, 즉 회사가 평소 그 정보를 '비밀로 관리했는가'에서 갈립니다. 접근 제한·서약서·기술적 통제·보안 교육 기록이 없으면 아무리 중요한 정보라도 직원 개인의 노하우로 취급될 수 있습니다. 유출이 확인됐다면 포렌식으로 이메일·USB·클라우드 기록을 복구해 고의성을 입증할 증거부터 확보하고, 형사 고소와 전직금지·침해금지 가처분을 동시에 진행해 피해 확산을 막아야 합니다. 증거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고 금지청구권에는 시효가 있으므로, 이 사건은 속도가 곧 결과입니다.

이런 분은 상담이 필요합니다

  • 퇴사한 직원이 고객 명단·기술 자료를 가지고 경쟁사로 이직했거나 동종 업체를 차린 회사 대표

  • 유출 정황은 있는데 상대방이 부인해 포렌식·증거 보전이 필요한 분

  • 우리 회사 보안 체계가 '비밀 관리성' 요건을 갖췄는지 소송 전에 점검받고 싶은 분


※ 위 내용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로,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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