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조정 자동개시, 병원이 거부해도 사망·중상해 사건이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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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조정 자동개시, 병원이 거부해도 사망·중상해 사건이면 시작된다 

강대현 변호사

가족이 의료사고로 사망하거나 의식을 되찾지 못하는 중상해를 입으면, 유족이나 환자 측은 소송부터 벌이기보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 절차를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조정을 신청하려다 보면 "병원이 응하지 않으면 조정 자체가 열리지도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망설이게 됩니다. 실제로 의료분쟁조정법은 원칙적으로 피신청인인 병원이 절차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야 조정이 시작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사고 결과가 사망이나 중상해에 해당하면 이 원칙에 예외가 적용되어, 병원이 거부해도 조정절차가 자동으로 열립니다. 이 글에서는 자동개시가 정확히 어떤 사건에 적용되고, 개시된 이후 실제로 무엇이 달라지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조정신청의 원칙 — 병원이 응해야 절차가 열린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을 신청하면 원장은 그 신청서를 피신청인인 의료기관에 송달합니다.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분쟁조정법) 제27조 제8항은 피신청인이 신청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14일 이내에 조정절차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통지하지 않으면 원장이 그 조정신청을 각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즉 신청인이 조정을 원해도 병원 쪽이 응답하지 않거나 명시적으로 거부하면, 그 신청 건은 절차가 시작되지도 못한 채 종결되는 구조입니다.

이 원칙만 보면 의료분쟁조정 제도는 병원의 협조 여부에 전적으로 좌우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제도 시행 초기에는 병원 쪽이 조정 참여를 꺼려 각하율이 높다는 지적이 반복적으로 제기됐습니다. 소송으로 가면 시간과 비용이 몇 배로 늘어나는데, 조정 신청조차 병원의 선택에 달려 있다면 피해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선택지가 소송 하나로 좁아지는 셈이었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이 다음 항목에서 설명할 예외 조항이 만들어진 배경입니다.

각하된 신청 건을 이후 다시 접수하는 것 자체는 막혀 있지 않지만, 병원이 한 번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힌 사안에서 재신청만으로 태도가 바뀌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신청 전에 이번 사고가 자동개시 사유에 해당하는지부터 먼저 따져보고, 해당한다면 그 근거 자료를 갖춰 신청서에 함께 밝히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시간을 아끼는 방법입니다.

조정신청은 원칙적으로 병원이 14일 이내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통지해야 비로소 절차가 열린다 — 응답이 없으면 신청은 각하된다.

자동개시 요건 — 사망, 1개월 이상 의식불명, 중증장애

의료분쟁조정법 제27조 제9항은 위 원칙에 예외를 둡니다. 조정신청의 대상이 된 의료사고가 사망,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또는 장애인복지법령상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 해당하면, 원장은 피신청인인 병원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지체 없이 조정절차를 개시해야 합니다. 이때는 병원이 신청서를 송달받은 날 자체가 조정절차 개시일로 의제됩니다.

세 가지 사유 중 실무에서 가장 다툼이 되는 것은 의식불명 기간의 산정입니다. 단순히 수술 후 며칠간 의식이 없었던 정도로는 해당하지 않고, 진료기록·진단서 등으로 의식불명 상태가 1개월 이상 계속되었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소명되어야 합니다. 장애 요건도 마찬가지로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이 정한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진단서·장애진단 자료로 뒷받침해야 하므로, 신청 단계에서부터 이 자료를 함께 준비해 제출하는 것이 절차 지연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수술 중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한 환자가 한 달 넘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경우라면, 병원이 조정 참여를 거부하는 뜻을 밝히더라도 유족은 별도의 설득 절차 없이 자동개시 요건만으로 조정절차를 진행시킬 수 있습니다. 신청서를 접수할 때 진료기록과 함께 의식불명 지속 기간을 확인할 수 있는 경과기록지·간호기록지를 함께 제출해 두면 개시 여부를 두고 다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 사망 — 의료사고로 환자가 사망한 경우.

  • 의식불명 1개월 이상 — 진료기록으로 지속기간이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경우.

  • 중증 장애 — 장애인복지법령상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로 인정되는 경우(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

  • 위 셋 중 하나에 해당하면 병원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조정절차가 개시된다.

왜 이런 예외를 뒀나 — 이른바 '신해철법'의 도입 배경

이 자동개시 조항은 2016년 법 개정으로 신설돼 그해 11월 30일부터 시행됐습니다. 가수 신해철씨가 의료사고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도입 논의가 촉발돼 흔히 '신해철법'이라고도 불립니다. 개정 전에는 사망이나 중상해처럼 결과가 중대한 사건에서조차 병원이 조정 참여를 거부하면 유족이 조정을 통한 신속한 해결 기회를 아예 얻지 못하는 문제가 반복됐습니다.

입법 취지는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하나는 사망·중상해처럼 결과가 되돌릴 수 없는 사건일수록 피해자 측에 소송보다 빠르고 비용 부담이 적은 분쟁 해결 수단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의료기관 입장에서도 방치하면 확대될 수 있는 분쟁을 초기에 정리할 절차를 마련해 준다는 것입니다. 다만 병원 쪽에서는 원치 않는 절차에 강제로 끌려간다는 점에서 이 조항의 정당성을 둘러싼 다툼이 이어졌고, 이는 뒤에서 살펴볼 헌법재판소 판단으로 이어집니다.

자동개시가 곧 책임 인정은 아니다 — 개시와 배상책임 판단은 별개

자동개시 조항에서 가장 많이 오해되는 지점은, 조정절차가 자동으로 열린다고 해서 병원의 과실이나 배상책임까지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개시는 어디까지나 절차의 문을 여는 것일 뿐이고, 실제로 의료행위에 과실이 있었는지, 그 과실과 사망·중상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는 개시 이후 진행되는 감정 절차에서 별도로 판단됩니다.

병원 쪽도 조정절차가 자동으로 열렸다고 해서 방어권을 잃는 것이 아닙니다. 답변서를 제출해 과실이나 인과관계를 다툴 수 있고, 감정부의 감정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으며, 최종적으로 조정부가 낸 조정결정에 동의하지 않으면 조정 자체가 불성립됩니다. 즉 자동개시는 신청인에게 '절차를 시작할 권리'를 보장하는 장치이지, 병원의 실체적 방어 기회를 박탈하는 장치가 아닙니다.

자동개시는 절차의 문을 여는 장치일 뿐이다 — 과실과 인과관계, 배상책임은 개시 이후 감정·조정 과정에서 별도로 판단된다.

개시 이후 절차 — 감정부 감정부터 조정결정까지

조정절차가 개시되면 사건은 먼저 의료사고감정단 소속 감정부로 넘어갑니다. 감정부는 의료인 2인, 법조인 2인, 소비자권익 관련 위원 1인 등 5인으로 구성되어 진료기록과 양측 의견을 바탕으로 과실 유무와 인과관계를 검토해 감정서를 작성하는데, 실무상 개시 후 60일 이내에 감정서를 조정부에 송부하는 것을 목표로 운영됩니다. 조정부는 이 감정 의견을 참작해 조정결정을 내리는데, 그 기한은 조정신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이고 부득이한 사정이 있으면 조정부 의결로 30일 범위에서 한 차례 연장할 수 있어 최장 약 120일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신청금액이 1천만원 이하인 소액사건은 감정 절차를 생략하고 간이하게 처리하는 특례도 마련돼 있어, 자동개시 사유에 해당하더라도 청구금액이 크지 않다면 절차가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조정결정이 나오면 양 당사자에게 통지되고, 신청인과 병원 모두가 정해진 기간 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그 조정은 성립되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갖게 됩니다.

  • 감정부 — 진료기록·의견서를 검토해 과실·인과관계 감정(목표 60일 이내).

  • 조정부 — 감정 의견을 참작해 조정결정(90일 이내, 30일 범위 1회 연장 가능).

  • 소액사건(신청금액 1천만원 이하) — 감정 생략 등 간이절차 특례 적용.

  • 조정 성립 시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 — 같은 사건으로 다시 소송 제기 불가.

병원이 끝까지 비협조여도 '개시'는 되지만 '성립'까지 보장되진 않는다

여기서 자동개시 조항의 한계도 분명히 짚어야 합니다. 병원이 처음부터 끝까지 조정 자체에 부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경우, 절차는 열리더라도 감정 과정에서 필요한 자료 제출이나 의견 진술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조정부가 조정결정을 내리더라도 병원이 그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면 조정은 불성립으로 종결되고, 신청인은 결국 민사소송으로 넘어가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렇게 조정이 불성립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감정부가 작성한 감정서와 조정부의 조정결정 내용은 이후 소송에서 진료기록만으로는 확보하기 어려운 전문적 판단 자료로 참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자동개시된 조정에서 병원이 비협조적으로 나오더라도, 그 절차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며 향후 소송 준비를 위한 자료를 축적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병원이 자료 제출 요청에 계속 응하지 않으면 감정부는 신청인 측이 제출한 자료만으로 감정을 진행하게 되므로, 비협조가 병원에 항상 유리한 전략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고려할 부분입니다.

헌법재판소가 본 자동개시 조항 — 2019헌마321 결정

이 자동개시 조항의 정당성은 헌법재판소에서도 다뤄졌습니다. 병원 측 청구인은 원치 않는 조정절차에 강제로 참여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 행동의 자유, 평등권, 재판청구권, 일반적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21. 5. 27. 선고 2019헌마321 결정에서 의료분쟁조정법 제27조 제9항 중 '사망'에 관한 부분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사망과 같이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사건일수록 피해자 측이 신속하고 공정한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조정절차를 실효적으로 활성화할 공익이 크고, 이는 의료기관이 원치 않는 절차에 참여해야 하는 불이익보다 훨씬 중대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조정절차가 개시되더라도 병원은 답변과 자료 제출, 이의제기를 통해 절차 안에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재판청구권 자체가 봉쇄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고려됐습니다. 이 결정으로 자동개시 조항을 둘러싼 위헌 논란은 일단락됐고, 사망·중상해 사건에서는 병원의 거부와 무관하게 조정절차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재확인됐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조정신청을 하면 병원은 무조건 응해야 하나요?

A. 원칙적으로는 아닙니다. 병원이 신청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14일 이내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통지하지 않으면 조정신청은 각하됩니다. 다만 사고 결과가 사망이나 1개월 이상 의식불명, 중증장애에 해당하면 병원의 동의와 무관하게 조정절차가 자동으로 개시됩니다.

Q. 자동개시되면 병원의 배상책임도 함께 인정되나요?

A. 아닙니다. 자동개시는 절차를 여는 것일 뿐이고, 과실 유무와 인과관계는 개시 이후 감정부의 감정과 조정부의 조정결정 과정에서 별도로 판단됩니다. 병원은 답변서 제출과 감정 결과에 대한 이의제기로 계속 다툴 수 있습니다.

Q. 의식불명 기간은 어떻게 증명하나요?

A. 진료기록과 진단서 등 객관적 자료로 의식불명 상태가 1개월 이상 계속되었음을 소명해야 합니다. 단기간의 의식소실만으로는 자동개시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신청 단계부터 관련 기록을 정리해 함께 제출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소명자료가 불충분하면 원장이 자동개시 요건 해당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절차가 지연될 수 있습니다.

Q. 자동으로 개시된 조정도 병원이 계속 거부하면 결렬될 수 있나요?

A. 그렇습니다. 개시는 자동이지만 조정의 성립에는 여전히 양측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병원이 조정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면 조정은 불성립으로 끝나고, 신청인은 민사소송 등 다른 절차로 넘어가야 합니다.

Q. 조정이 불성립되면 그동안의 절차는 소용없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감정부가 작성한 감정서와 조정부의 판단 내용은 이후 소송에서 참고자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자동개시된 조정절차가 곧바로 소송 준비 자료를 축적하는 과정이 되기도 합니다. 진료기록만으로 다투기 어려운 과실·인과관계 쟁점을 전문가 시각에서 미리 정리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Q. 소액 사건도 자동개시가 적용되나요?

A. 예. 자동개시 여부는 청구금액이 아니라 사망·의식불명·중증장애라는 사고 결과 자체로 정해지므로, 신청금액이 크지 않아도 요건에 해당하면 자동개시됩니다. 다만 신청금액이 1천만원 이하인 소액사건은 감정을 생략하는 간이절차가 별도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맺음말

병원이 조정에 응하지 않으면 신청 자체가 무산된다는 것이 의료분쟁조정법의 원칙이지만, 사망이나 1개월 이상 의식불명, 중증장애처럼 결과가 중대한 사건에서는 이 원칙이 뒤집힙니다. 병원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조정절차가 자동으로 개시되고, 헌법재판소도 이 조항이 정당하다고 확인했습니다.

다만 자동개시는 절차의 문을 여는 것일 뿐, 배상책임을 자동으로 확정해 주는 제도는 아닙니다. 개시 이후에도 감정과 조정결정을 거쳐야 하고, 병원이 끝까지 이의를 제기하면 조정이 불성립돼 소송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특히 수원을 비롯한 경기남부 지역에서 의료사고로 조정 신청을 고민하고 계시다면, 자동개시 요건에 해당하는지와 이후 감정·조정 절차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먼저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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