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 B씨는 어느 날 소장을 받았습니다. 발신인은 다름 아닌 회사 동료 A씨의 배우자. 청구 내용은 "배우자와 부정한 관계를 맺어 혼인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했다"는 이유의 위자료 청구, 이른바 상간소송이었습니다.
B씨는 황당했습니다. A씨와는 같은 부서에서 오래 일해온 편한 동료 사이였을 뿐, 남녀 관계로 발전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B씨 본인도 배우자와 원만한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었고, 놀랍게도 B씨의 배우자조차 A씨와 아는 사이였습니다. 두 부부는 서로 왕래는 없었지만, "회사에 친한 동료가 있다"는 정도는 이미 알고 지내던 사이였습니다.
상대방(원고)이 제출한 핵심 증거는 A씨의 휴대전화에 남아있던 통화 녹음 파일이었습니다. A씨는 고객 응대가 잦은 업무 특성상 통화 자동녹음 기능을 켜두고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사적으로 나눈 통화들까지 함께 녹음되어 있었습니다. A씨의 배우자는 우연히 이 녹음 파일을 발견했고, 그중 B씨와의 통화 내용을 근거로 상간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문제의 통화 내용에는 서로를 격려하거나 안부를 주고받는, 다소 살가운 표현들이 섞여 있었습니다. 친한 친구 사이에서도 흔히 오갈 법한 대화였지만, 부부 사이의 신뢰가 흔들린 상태에서 이를 접한 배우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오해할 만한 정황으로 보였을 것입니다.
이 사건을 수행하는 동안, 1) 한두차례의 통화 녹음만으로는 부정행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점, 2) 실제 만남의 정황이 전혀 없었다는 점, 3) 무엇보다 신체적 관계를 뒷받침할 증거가 전혀 없었다는 점, 4) 서로의 배우자도 두 사람이 원래 친한 동료임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 등을 기초로 부정행위에 이르지 않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오해를 살만한 통화내용이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경솔했던 언행으로 배우자에게 오해와 마음의 상처를 준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솔직하게 밝히면서도, 이는 어디까지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한 유감일 뿐 '부정행위'와는 명백히 구분되는 문제라는 점을 일관되게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저희 측 주장을 받아들여,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B씨와 A씨 사이에 부정한 관계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성관계가 없었더라도, 친구 이상의 대화가 카카오톡, 문자, 전화로 반복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부정행위'에 해당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그러나 개별 사안의 구체적 내용과 정도에 따라 이러한 결과도 나올 수 있습니다. 만약 이미 소송을 당한 입장이라면, 오해를 살 만한 언행이 있었다는 사정을 무조건 부인하기보다는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되, 그것이 '부정행위'에는 이르지 않는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구분하여 주장하는 전략이 오히려 신뢰도 높은 방어가 될 수 있습니다.
본 사례는 의뢰인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사건의 구체적 내용을 각색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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