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적인 사표, 되돌릴 수 있나? - 사직서 철회 가능성
충동적인 사표, 되돌릴 수 있나? - 사직서 철회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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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적인 사표, 되돌릴 수 있나? 사직서 철회 가능성 

고재현 변호사

사직서, 한번 내면 정말 철회하기 어려울까요?

사직서는 절대 홧김에 내서는 안 됩니다. 아주 드물게 철회가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한번 제출하면 돌이키기 어렵습니다. 오늘은 실제 판결을 통해 사직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는 경우가 어떤 경우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사직서를 냈다고 무조건 철회가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내가 회사에 어떤 의미로 사직 의사를 전달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근로자의 사직 의사표시는 근로계약을 일방적으로 끝내겠다는 '해약고지'로 봅니다(대법원 2000. 9. 5. 선고 99두8657 판결). 이 경우에는 사직 의사표시가 회사에 도달한 순간, 원칙적으로 근로자 마음대로 철회할 수 없습니다. 사직서 처리 권한이 있는 사람에게 서류가 들어간 순간, 이미 내 손을 떠났다고 보는 거예요. 대부분의 사직서가 이렇게 해석됩니다.

반면 "회사가 받아주시면 퇴직하겠습니다"라는 취지로 사직 의사를 밝혔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이런 경우는 회사와 근로자의 합의로 근로관계를 끝내는 '합의해지의 청약'으로 볼 수 있거든요. 명예퇴직 신청 후 회사가 심사를 거쳐 진행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렇게 합의해지의 청약으로 본다면, 회사의 승낙이 근로자에게 도달하기 전까지는 철회할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다만 회사가 빠르게 승낙 의사를 전달해버리면, 그 이후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철회가 어려워집니다.

결국 사직서의 내용, 작성·제출 경위, 그 이후 정황까지 종합적으로 살펴서 판단하게 됩니다.

실제 사례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11. 22. 선고 2018가합567254 판결

한 근로자가 대학원 진학을 위해 회사에 휴직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후 여러 차례 사직 의사를 밝혔고, 2017년 8월 22일에는 8월 28일자로 사직하겠다는 사직원을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근로자는 회사 담당자에게 "아직 사직서 결재가 안 올라갔다면 취소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이미 퇴직 절차를 진행하고 있었죠. 근로자는 결국 사직 의사표시가 철회됐다고 주장하며 퇴직처리 무효를 다투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의 판단은?

안타깝게도 법원은 근로자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사직 의사표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약고지로 보아야 하고, 그 의사표시가 회사에 도달한 이상 회사의 동의 없이는 철회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근로자가 이미 여러 차례 사직 의사를 밝혔던 점, 사직원 내용도 회사의 승낙을 조건으로 한다기보다 확정적으로 근로관계를 끝내겠다는 취지로 보인다는 점이 근거가 됐습니다.

설령 합의해지의 청약으로 보더라도, 회사 측 승낙 의사가 이미 형성돼 근로자에게 전달된 것으로 볼 수 있어 그 이후 철회는 효력이 없다고 봤습니다.

"진심으로 그만두고 싶었던 게 아니다"라는 이유만으로는, 이미 낸 사표를 회수할 수 없습니다.

회사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마음이 상해서 충동적으로 사직서를 썼더라도, 그 당시 정말 회사를 그만둘 의사가 있었다면 사직 의사표시는 유효하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아직 퇴직일까지 시간이 남았으니 나중에 철회하면 되겠지"라고 안이하게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사직서를 내기 전에 두 번, 세 번 더 고민해보시는 게 가장 좋고, 이미 제출하셨다면 최대한 빨리 회사에 철회 의사를 명확히 전달하고, 회사가 승낙했는지, 사직 의사표시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확인해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사직서는 정말, 정말 신중하게 내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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