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몇 년 새 갭투자 방식으로 다세대주택이나 오피스텔 여러 채를 사들였던 임대인들이 대출 이자와 역전세를 감당하지 못해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임차인들 중 상당수는 “전입신고하고 확정일자까지 받아놨으니 내 보증금은 안전하다”고 믿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갑니다. 그런데 막상 임대인의 파산선고 소식을 듣고 나서야, 그 믿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개인파산 절차에서 면책결정의 효력이 우선변제권이 인정되는 부분까지 포함해 보증금반환채권 전부에 미친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놓아, 그동안 임차인들이 가지고 있던 보호 기대를 크게 흔들어 놓았습니다.
아래에서는 임대인이 파산하면 보증금반환채권이 법적으로 어떻게 취급되는지, 대항력과 확정일자를 갖춘 경우와 소액임차인인 경우가 각각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최근 대법원 판결이 실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1. 임대인이 파산하면 보증금반환채권은 파산채권으로 성격이 바뀝니다
임대인 명의 재산은 파산재단으로 넘어가고, 임차인은 개별적으로 청구할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파산선고가 내려지면 임대인 소유의 부동산을 포함한 모든 재산은 파산재단에 편입되고, 그 관리·처분 권한은 임대인 본인이 아니라 법원이 선임한 파산관재인에게 넘어갑니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84조). 이때부터 임대인 개인은 자신의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임차인이 가진 보증금반환채권의 성격입니다. 파산선고 전에 이미 체결된 임대차계약에서 발생한 채권이므로, 이는 채무자회생법상 ‘파산채권’(제423조)으로 취급됩니다. 파산채권은 원칙적으로 파산절차 안에서만 행사할 수 있고, 임대인이나 파산관재인을 상대로 개별적으로 소송을 걸어 곧바로 돈을 받아낼 수 없습니다.
즉 계약 만료일이 됐다고 해서 곧바로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채권자들과 함께 파산절차의 배당 순서를 따라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다만 아래에서 보듯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은 예외적으로 우선순위를 인정받습니다.
임대인 파산 후 보증금반환채권은 파산채권이 되어, 원칙적으로 파산절차를 통해서만 행사할 수 있습니다.
2. 대항력과 확정일자를 갖췄다면 별제권자에 준하는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주택 인도와 전입신고, 그리고 확정일자, 이 세 가지가 있어야 우선순위가 생깁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은 임차인이 주택을 인도받고 전입신고를 마치면 그다음 날부터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이 생긴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까지 받아두면, 채무자회생법 제415조 제1항에 따라 파산재단에 속하는 그 주택(대지 포함)의 환가대금에서 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보증금을 변제받을 권리가 생깁니다.
이 권리에는 채무자회생법상 별제권에 관한 규정이 준용됩니다. 별제권이란 저당권처럼 파산재단에 속한 특정 재산에서 다른 일반 채권자를 제치고 먼저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데,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은 사실상 저당권자와 비슷한 지위를 인정받는 셈입니다.
실제로는 파산관재인이 채무자회생법 제492조 제14호에 따라 법원의 허가를 받아 그 주택을 환가(매각)하고, 그 대금에서 우선변제권자인 임차인에게 먼저 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절차가 진행됩니다. 이 절차는 일반 파산채권자들의 배당을 기다릴 필요 없이 별도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주택 인도와 전입신고, 확정일자를 모두 갖췄다면 임대인이 파산해도 그 주택의 환가대금에서는 우선적으로 보증금을 회수할 여지가 있습니다.
3. 확정일자가 없어도 소액임차인이라면 최우선변제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보증금이 일정 금액 이하라면 다른 담보권자보다도 앞서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확정일자를 받아두지 못한 임차인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는 보증금이 일정 액수 이하인 ‘소액임차인’에 대해 최우선변제권을 인정하는데, 채무자회생법 제415조 제2항은 이 권리를 파산절차에도 그대로 끌어와 다른 담보물권자보다도 우선하여 변제받을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임차인은 파산신청일까지 주택의 인도와 전입신고라는 대항요건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확정일자는 필요 없지만, 전입신고만큼은 파산 신청 전에 마쳐둬야 한다는 뜻입니다.
소액임차인과 최우선변제금의 기준액은 지역과 근저당 설정 시점에 따라 달라집니다. 예컨대 수원처럼 과밀억제권역에 속하는 지역은 보증금 1억4,500만원 이하인 경우 최대 4,800만원까지, 서울은 보증금 1억6,500만원 이하인 경우 최대 5,500만원까지 최우선변제 대상이 됩니다. 다만 이 기준은 임대차 계약일이 아니라 그 주택에 설정된 선순위 담보권의 설정 시점 당시 시행령을 따른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확정일자가 없어도 전입신고를 파산신청일 전에 마친 소액임차인이라면, 지역별 기준액 범위에서 최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4. 2025년 대법원 판결로 우선변제권이 있어도 면책 효력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면책이 확정되면 임대인 개인에게는 더 이상 보증금 반환을 직접 청구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실무상 가장 크게 부딪히는 문제가 면책결정입니다. 개인파산 절차가 끝나고 법원이 면책을 허가하면, 채무자인 임대인은 원칙적으로 남은 채무를 갚을 책임에서 벗어납니다(채무자회생법 제566조). 그동안 임차인들 사이에서는 우선변제권이 인정되는 부분만큼은 면책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2025년 6월 12일 선고한 판결에서 이 기대를 뒤집었습니다.
법 제566조는 주택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을 면책에서 제외되는 청구권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고, 위 보증금반환채권 중 우선변제권이 인정되는 부분 역시 마찬가지이므로, 법 제564조에 의한 면책결정의 효력은 우선변제권이 인정되는 부분을 포함하여 주택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 전부에 미친다(대법원 2025. 6. 12. 선고 2022다247378 판결).
이 판결에 따르면 우선변제권이 있는 임차인이라도 파산절차가 끝나고 면책이 확정된 뒤에는 임대인 개인을 상대로 “보증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낼 수 없습니다. 다만 채권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어서, 나중에 그 주택이 경매나 공매 등으로 환가될 때는 그 대금에 대해서만 우선변제권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결국 임대인 소유 주택이 실제로 팔리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으면, 임차인은 우선순위를 인정받고도 당장 돈을 받을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2025년 대법원 판결로 우선변제권이 있는 보증금반환채권도 면책결정의 효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됐고, 임차인은 주택이 환가될 때에만 우선변제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5. 파산 사실을 확인했다면 이 순서로 권리를 지켜야 합니다
확인이 늦어질수록 배당 참가 기회를 놓치기 쉽습니다.
임대인의 파산 절차는 통상 ①채무자(임대인) 주소지를 관할하는 회생법원(수원 지역이라면 수원회생법원)에 파산 신청 및 파산선고 → ②법원이 선임한 파산관재인의 재산 조사 및 채권자 목록 확정 → ③대항요건·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은 별제권 신고, 소액임차인은 최우선변제권 신고 → ④파산관재인이 법원 허가를 받아 주택을 환가하고 그 대금에서 우선변제를 실행한 뒤 면책 여부를 결정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임대인이 파산했다는 사실 자체를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등기부에 압류나 경매개시결정이 붙는 것을 보고서야 사태를 파악하기도 하는데, 그때는 이미 대응이 늦어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임대인의 파산을 의심하게 됐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관할 회생법원의 파산·회생 사건 검색을 통해 임대인 명의로 파산 사건이 진행 중인지, 파산선고와 면책 결정이 있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임대차계약서상 확정일자와 전입신고 일자를 다시 확인하고, 주민센터에서 전입세대열람내역을 발급받아 대항요건을 갖춘 시점을 증명할 자료를 준비합니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HUG·SGI 등)에 가입돼 있는지 확인하고, 가입돼 있다면 보증기관에 대위변제를 청구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파산·임대차가 겹치는 사건에 경험이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별제권·최우선변제권 신고부터 보증기관 구상 청구까지 절차를 놓치지 않고 진행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임대인의 파산 소식은 대개 임차인에게 미리 알려지지 않고, 등기부나 법원 서류를 통해 뒤늦게, 그것도 갑작스럽게 전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처지에 놓인 임차인 입장에서는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언제 갖췄는지부터 다시 확인하고, 소액임차인 요건에 해당하는지, 보증보험에 가입돼 있는지를 최대한 빨리 점검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여러 채무에 몰려 파산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던 임대인 입장에서도, 임차인의 우선변제권과 최우선변제권을 무시하고 재산을 처분하면 별도의 법적 책임 문제로 번질 수 있어 절차를 정확히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임대인의 파산·회생 절차와 임차인의 보증금 회수,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대항요건을 갖춘 시점 하나로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사례를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임대인이 파산 신청했다는 소식만 들었는데, 지금 당장 뭘 해야 하나요?
A. 우선 관할 회생법원에서 파산 사건 진행 여부와 절차 단계를 확인하고, 임대차계약서의 확정일자·전입신고 일자를 다시 점검해야 합니다. 대항요건을 갖춘 시점이 늦어지기 전에 서둘러 확인할수록 유리합니다.
Q. 확정일자를 안 받았는데 이미 늦은 건가요?
A. 아직 늦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확정일자가 없어도 파산신청일 전에 전입신고를 마쳤고 보증금이 소액임차인 기준 이하라면, 최우선변제권으로 일부를 돌려받을 여지가 있습니다.
Q. 면책이 확정되면 보증금은 완전히 포기해야 하나요?
A. 채권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임대인 개인에게 직접 이행을 청구할 수는 없고, 그 주택이 나중에 경매나 공매로 환가될 때 그 대금에 한해 우선변제권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Q.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돼 있으면 파산과 상관없이 돈을 받을 수 있나요?
A. 가입돼 있다면 보증기관에 대위변제를 청구해 먼저 보증금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후 보증기관이 임대인(파산재단)을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하는 구조이므로, 가입 여부부터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임대인이 회생절차(개인회생)를 신청한 경우도 파산과 같나요?
A. 다릅니다. 개인회생 절차에서는 그동안 우선변제권이 인정되는 범위에서는 면책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보는 실무례가 이어지고 있어, 2025년 파산 관련 대법원 판결과는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절차 종류부터 정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Q. 임대인 소유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면 저는 자동으로 배당받나요?
A. 자동으로 배당되지 않습니다. 배당요구종기 안에 권리신고 및 배당요구를 해야 하고, 이를 놓치면 우선변제권이 있어도 배당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Q. 최우선변제금액이 제 보증금보다 적으면 나머지는 못 받나요?
A. 나머지 금액은 일반 파산채권으로 남아 파산절차의 배당에 참가할 수는 있지만, 배당재원이 부족하거나 면책이 확정되면 사실상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초기에 별제권·최우선변제권 신고를 정확히 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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