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산이나 종중 땅에 모신 조상의 분묘를 두고 "설치기간이 지나면 강제로 철거당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는 의뢰인이 적지 않습니다. 2001년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분묘에도 존치기간이라는 개념이 처음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상담을 하다 보면 같은 선산 안에서도 어느 분묘는 이 기간 제한을 받고 어느 분묘는 받지 않는 경우가 섞여 있어 혼란이 큽니다. 분묘가 언제 설치됐느냐에 따라 적용되는 법리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분묘 설치기간 30년과 1회 연장 규정의 구체적 내용, 그리고 왜 이 규정이 2001년 이후 설치된 분묘에만 적용되는지 그 근거를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분묘 설치기간, 언제 어떻게 생겨났나
본래 우리 법에는 분묘의 존속기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습니다. 조상 대대로 내려온 선산의 분묘는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이라는 권리로 보호받았고, 이 권리에는 특별한 기한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국토 면적은 한정돼 있는데 묘지는 계속 늘어나기만 하는 문제가 반복되자, 정부는 2001년 1월 13일부터 장사 등에 관한 법률(법률 제6158호, 이하 장사법)을 새로 시행하면서 분묘에도 존치기간이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했습니다. 무한정 유지되던 분묘를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정리하도록 유도해 묘지 총량을 관리하려는 취지였습니다.
다만 최초 도입된 기간 구조는 지금과 달랐습니다. 2001년 시행 당시 장사법은 분묘의 설치기간을 원칙적으로 15년으로 정하고, 15년씩 3회에 한하여 연장할 수 있도록 해 최장 60년까지 존속이 가능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이후 2015년 12월 29일 개정(법률 제13660호)을 통해 이 구조가 지금 흔히 알려진 "30년 설치기간, 1회 연장"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15년씩 세 번 연장 신청을 해야 하던 번거로움을 줄이면서도 최장 존속기간인 60년은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지금 문제되는 30년+1회 연장 구조는 이 개정을 거쳐 확정된 현행 규정입니다.
분묘에 존치기간이 생긴 것은 2001년 장사법 시행부터이고, 그 계산 방식이 15년×3회에서 30년×1회로 바뀐 것은 2015년 개정 때다 — 다만 최장 60년이라는 한도 자체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한 적이 없다.
장사법 제19조 — 30년 설치기간과 1회 연장의 구체 구조
현행 장사법 제19조는 분묘 설치기간을 다섯 개 항으로 나눠 규정합니다. 제1항은 공설묘지 및 사설묘지에 설치된 분묘의 설치기간을 30년으로 정하고, 제2항은 이 30년이 지난 뒤 연고자가 관할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 또는 법인묘지 설치·관리 허가를 받은 자에게 연장을 신청하면 1회에 한하여 다시 30년 동안 연장해주도록 규정합니다. 즉 처음부터 60년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30년이 지난 시점에 연고자가 능동적으로 연장을 신청해야만 나머지 30년이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제3항은 합장 분묘의 경우 설치기간을 합장된 날을 기준으로 다시 계산하도록 정하고 있어, 부부가 각각 다른 시점에 세상을 떠나 합장한 경우라면 먼저 묻힌 분묘의 원래 설치일이 아니라 합장이 이루어진 날짜부터 30년을 새로 기산해야 합니다. 제4항은 지역별 묘지 수급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시·도지사나 시장·군수·구청장이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연장 기간을 5년 이상 30년 미만의 범위에서 단축할 수 있도록 한 예외 규정입니다. 즉 어느 지역에서는 연장 기간이 원칙인 30년이 아니라 15년이나 20년으로 줄어들 수 있으므로, 해당 묘지가 속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함께 확인해야 정확한 만료 시점을 알 수 있습니다.
설치기간 원칙 — 최초 설치 후 30년, 연고자 신청 시 1회 30년 연장(최장 60년).
합장 분묘 — 원래 설치일이 아니라 합장된 날부터 30년을 새로 계산.
연장 기간 단축 —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5년 이상 30년 미만 범위에서 단축 가능.
연장 신청 상대방 —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 또는 법인묘지 관리 허가를 받은 자.
왜 2001년 이후 설치된 분묘에만 적용되는가
장사법 제19조가 정한 30년+1회 연장 구조는 모든 분묘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2001년 1월 13일부터 시행된 장사법 이후에 새로 설치된 분묘에만 적용됩니다. 장사법 부칙은 분묘의 설치기간을 제한하는 규정을 이 법 시행 이후 설치되는 분묘부터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법률불소급 원칙에 따른 것입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아무런 기한 없이 유지돼 온 분묘에 뒤늦게 존치기간을 소급 적용해 강제로 정리하도록 강요한다면, 조상의 묘를 수호해 온 후손들의 재산권과 신뢰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 시적 적용범위는 2015년 개정으로 구조가 15년×3회에서 30년×1회로 바뀐 뒤에도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2015년 개정법이 새로 손댄 부분은 존치기간을 계산하는 방식이지, 그 제도 자체를 언제부터 설치된 분묘에 적용할지를 가르는 기준선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금도 어떤 분묘가 이 30년+1회 연장 규정의 적용을 받는지 여부는, 그 분묘가 실제로 2001년 1월 13일 이후에 설치됐는지 아닌지 하나로 결정됩니다.
분묘 설치기간 30년+1회 연장 규정이 적용되는지 여부를 가르는 기준선은 오직 하나, 그 분묘가 2001년 1월 13일 시행 장사법 이후에 설치됐는지 여부다.
2001년 이전 분묘는 다르다 —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의 존속
그렇다면 2001년 1월 13일 이전에 설치된 분묘는 어떻게 될까요. 이 경우 장사법상 존치기간 제한을 아예 받지 않고, 당사자 사이에 별도 약정이 없는 한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이 인정되는 동안 계속 존속할 수 있습니다. 분묘기지권은 타인의 토지 위에 있는 분묘를 소유하기 위해 그 분묘의 기지 부분을 사용할 수 있는 지상권 유사의 관습법상 물권으로, 20년 동안 평온·공연하게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면 취득시효로 인정되는 것이 오랜 판례의 입장이었습니다.
이 관습법이 장사법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유효한지를 둘러싸고 다툼이 있었지만, 대법원 2017. 1. 19. 선고 2013다17292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를 정면으로 확인했습니다. 토지 소유자가 장사법 시행으로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이라는 관습법 자체가 더는 유효하지 않게 됐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 다수의견은 장사법 부칙이 존치기간 제한 규정을 시행 후 설치된 분묘에만 적용한다고 명시적으로 정한 이상, 2001년 1월 13일 이전에 설치된 분묘에 관해서는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의 법적 규범력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오래된 선산의 분묘라면 여전히 기한 없는 보호를 받는다는 뜻입니다.
설치일자를 어떻게 확인하고 연장을 신청하나
실무에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내 조상의 분묘가 정확히 언제 설치됐는지 확인하는 일입니다. 공설묘지나 법인묘지라면 묘지 관리대장이나 사용계약서에 설치일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 비교적 확인이 쉽지만, 오래전부터 선산에 조성된 개인 분묘는 정확한 설치 연도를 뒷받침할 자료가 없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런 경우 족보, 묘비에 새겨진 몰년, 문중 회의록, 과거 항공사진 등을 종합해 설치 시점을 소명해야 하고, 애매하다면 지자체 묘지 관리부서에 문의해 관련 기록이 남아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2001년 이후 설치가 확인돼 존치기간 제한을 받는 분묘라면, 30년이 되기 전에 미리 연장 여부를 정리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연장 신청은 설치기간이 지난 뒤 연고자가 관할 행정청이나 법인묘지 관리자에게 하는 것으로, 신청만 하면 별도 심사 없이 1회에 한해 반드시 연장해 주도록 되어 있어 절차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연고자가 여러 명인 종중·문중 분묘라면 누가 연고자로서 신청 권한을 갖는지, 연장 신청 기한을 넘기지 않았는지를 미리 점검해 둘 필요가 있고, 조례로 단축 지역에 해당하면 30년이 아니라 그보다 짧은 시점에 만료가 도래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연장을 신청할 때는 통상 연장신청서와 함께 신청인이 연고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가족관계증명서, 제적등본 등), 그리고 분묘의 현재 위치와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사진 등을 함께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 실무입니다. 여러 지자체나 법인묘지 관리자마다 요구하는 서류 목록이 조금씩 다를 수 있으므로, 설치기간 만료가 다가오면 미리 관할 행정청이나 관리자에게 필요 서류를 확인해 두면 신청이 지연돼 자칫 기한을 넘기는 상황을 피할 수 있습니다.
공설·법인묘지 — 관리대장·사용계약서로 설치일 확인 가능.
개인·선산 분묘 — 족보, 묘비 몰년, 문중 기록, 항공사진 등으로 소명.
연장 신청 — 설치기간 경과 후 연고자가 관할 행정청·법인묘지 관리자에게 신청, 1회 한정 자동 연장.
연고자가 다수인 경우 — 종중·문중 내부에서 신청 권한자를 미리 정리해 둘 것.
설치기간이 끝나면 벌어지는 일 — 개장과 지료 문제
2001년 이후 설치된 분묘가 60년(30년+1회 연장 30년)까지 다 지나도록 정리되지 않으면, 해당 분묘는 개장 대상이 됩니다. 묘지 설치자나 관리자는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관할 시장 등의 허가를 받아 개장을 진행할 수 있고, 개장 전에는 반드시 3개월 이상의 기간을 두고 연고자에게 알리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으면 공고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존치기간 만료 자체가 곧바로 강제철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연장 신청을 하지 않고 방치하면 정해진 절차를 거쳐 개장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지자체는 관내 공설묘지를 대상으로 설치기간이 지났는데도 연고자가 확인되지 않는 분묘를 주기적으로 조사해 공고하는 방식으로 정리 작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오래전 조성된 가족 묘지가 있다면 해당 지자체 홈페이지나 게시판에 개장 예고 공고가 올라오지는 않았는지 미리 살펴보는 것도 실무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한편 2001년 이전 분묘처럼 관습법상 취득시효로 분묘기지권을 인정받는 경우라도, 더 이상 무상으로만 유지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7다228007 전원합의체 판결은 취득시효로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사람도 토지 소유자에게 토지 사용의 대가, 즉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지료 산정에는 법정지상권에 관한 민법 제366조를 유추적용하고, 토지 소유자가 지료를 청구한 때부터 지급의무가 발생한다는 것이 이 판결의 핵심입니다. 존치기간 제한을 받지 않는 오래된 분묘라도, 토지 소유자가 어느 날 갑자기 지료를 청구해 오면 그때부터는 대가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타인 토지에 승낙 없이 설치한 분묘라면 — 또 다른 2001년의 의미
2001년 1월 13일이라는 기준선은 존치기간 제한뿐 아니라,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설치된 분묘의 운명도 가릅니다. 장사법 제27조는 토지 소유자, 묘지 설치자 또는 연고자의 승낙 없이 그 토지나 묘지에 분묘를 설치한 경우, 토지 소유자 등이 관할 시장 등의 허가를 받아 그 분묘를 개장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규정 역시 장사법 시행 후, 즉 2001년 1월 13일 이후에 승낙 없이 설치된 분묘부터 적용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기준일 이후 무단으로 설치된 분묘는 연고자가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 자체를 주장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2001년 이전이었다면 20년간 평온·공연하게 점유했다는 사실만으로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할 여지가 있었지만, 그 이후 토지 소유자 몰래 설치한 분묘는 아무리 오래 방치돼 있었어도 토지 사용권이나 분묘 보존을 위한 권리를 주장할 근거가 없습니다. 따라서 남의 땅에 조상의 묘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면, 그 분묘가 2001년 이전부터 있었는지 이후에 새로 들어선 것인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대응 방향을 정하는 첫 단계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우리 집안 분묘가 2001년 이전에 설치됐는지 이후에 설치됐는지 확실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A. 묘지 관리대장, 사용계약서가 없다면 묘비의 몰년, 족보, 문중 기록, 과거 항공사진 등 정황 자료를 종합해 소명해야 합니다. 다툼이 생기면 결국 이런 자료들을 근거로 법원이 설치 시점을 사실 판단하게 됩니다.
Q. 30년이 지난 뒤 연장 신청을 깜빡하면 바로 분묘가 철거되나요?
A. 곧바로 강제철거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개장 절차가 시작되면 3개월 이상의 통지 또는 공고 기간을 거쳐 개장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기한을 넘기기 전에 미리 연장 신청을 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Q. 60년(30년+연장 30년)이 다 지나면 더는 연장할 수 없나요?
A. 장사법 제19조는 연장을 1회로 제한하고 있어, 이미 한 차례 연장해 60년을 채운 분묘는 같은 자리에서 다시 법정 연장을 신청할 근거가 없습니다. 이 경우 개장 후 봉안시설이나 자연장 등으로 이장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합니다.
Q. 2001년 이전 분묘는 지료를 내지 않아도 되나요?
A. 존치기간 제한은 받지 않지만, 취득시효로 분묘기지권을 인정받은 경우라면 토지 소유자가 지료를 청구한 시점부터는 그 대가를 지급해야 합니다. 무상 사용이 영구히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Q. 남의 땅에 있는 분묘를 발견했는데 언제 설치됐는지 알 수 없다면 어떻게 대응하나요?
A. 설치 시점을 특정할 자료가 없다면 우선 연고자를 찾아 협의를 시도하고, 연고자를 알 수 없으면 장사법이 정한 공고 절차를 거쳐 개장 허가를 받는 방법을 검토해야 합니다. 설치 시점에 따라 상대방이 주장할 수 있는 권리 범위가 달라지므로 초기에 사실관계부터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조례로 연장 기간이 단축된 지역인지는 어떻게 확인하나요?
A. 해당 묘지가 속한 지방자치단체의 장사 관련 조례를 직접 확인하거나, 묘지를 관할하는 지자체 담당 부서에 문의하면 연장 기간이 30년보다 단축돼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맺음말
분묘 설치기간 30년과 1회 연장이라는 규정은 언뜻 모든 분묘에 똑같이 적용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2001년 1월 13일이라는 시행일 하나를 기준으로 완전히 다른 두 갈래 법리가 작동합니다. 그 이후 설치된 분묘라면 장사법 제19조에 따라 30년, 연장 시 60년이라는 기한 안에서 관리해야 하고, 그 이전 설치된 분묘라면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으로 기한 없이 보호받되 지료 지급의무라는 별개의 부담이 생길 수 있습니다. 남의 승낙 없이 설치된 분묘 역시 같은 기준일에 따라 시효취득 가능 여부가 갈리므로, 어느 경우든 출발점은 설치 시점을 정확히 확인하는 일입니다.
용인 처인구나 양평처럼 선산과 종중 땅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는 지역에서는, 개발이나 상속을 계기로 오래된 분묘의 법적 지위를 뒤늦게 따져야 하는 상황이 자주 생깁니다. 설치 시점에 따라 연장 신청이 필요한지, 지료 분쟁에 대비해야 하는지가 달라지는 만큼, 분묘와 관련된 문제가 생겼다면 시점 확인부터 차근차근 짚어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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