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 정산합의서 대신 서명, 사문서위조 될까요
사건 개요
두 사람이 동업으로 사업체를 운영하다 정리하기로 하면서, 그동안의 매출과 비용, 남은 자산과 부채를 나누는 정산합의서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이 정산합의서에 두 사람의 서명이 모두 필요한데, 상대 동업자가 바쁘거나 자리에 없어 "알아서 처리해 달라"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비우는 상황에서 생깁니다. 급한 마음에 상대방 이름 옆에 대신 서명하고 도장을 찍어 정산합의서를 완성해 은행이나 거래처, 혹은 상대방의 채권자에게 제출하는 일이 실제로 적지 않습니다.
문제는 시간이 흐른 뒤 벌어집니다. 정산 내용을 두고 다시 갈등이 불거지면, 상대 동업자가 "나는 그 합의서에 서명한 적이 없다"며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행사로 고소하겠다고 나서는 것입니다. 분명 상대방의 말을 믿고, 오히려 상대방을 대신해 번거로운 일을 처리해 준 것뿐인데 형사 고소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워하며 상담을 청해 오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타인의 이름으로 서명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곧바로 사문서위조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처벌 여부를 가르는 것은 서명 당시 명의자의 승낙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가라는 하나의 지점이며, 이 지점은 사건 초기에 어떤 정황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정리해 두었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갈립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형법 제231조가 정한 사문서위조죄의 기본 요건 — "행사할 목적으로 권리·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문서를 위조"한 것으로 평가되는지, 즉 작성권한 없이 상대방 명의를 모용해 일반인이 진정한 문서로 믿을 만한 외관을 갖췄는지입니다(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둘째, 그 서명 당시 상대방의 승낙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입니다. 셋째, 그 정산합의서를 실제로 은행·거래처 등 제3자에게 제출해 위조사문서행사죄(형법 제234조)까지 함께 문제 되는지입니다.
세 가지 중에서도 승패를 가르는 것은 두 번째, 승낙의 존재입니다. 승낙은 "네가 대신 서명해도 된다"고 말한 명시적 승낙뿐 아니라 정황상 인정되는 묵시적 승낙, 나아가 서명 당시 현실적인 승낙은 없었지만 그 사정을 알았다면 당연히 승낙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승낙까지 포함합니다. 다만 대법원은 명의자의 명시적 승낙이나 동의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명의자가 사정을 알았다면 승낙했을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하거나 예측한 것만으로는 승낙이 추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7도9987 판결). "어차피 좋아할 일이니 동의했을 것"이라는 식의 막연한 짐작은 통하지 않고, 승낙을 뒷받침할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정황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승낙이 있었다'는 정황을 객관적 자료로 재구성하기
사문서위조 혐의를 다투는 사건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서명 당시 상대방의 승낙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를 최대한 끌어모아 시간 순서대로 재구성하는 것입니다. 앞서 본 판례 기준상 막연한 기대만으로는 부족하므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이 작업을 진행합니다.
1) 사전 대화 기록을 확보합니다.
정산합의서 작성 전후로 오간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통화 녹음 등에서 상대방이 정산 조건(금액·비율·지급방식 등)에 이미 동의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찾아 정리합니다. "네가 알아서 정리해", "그 조건으로 하자" 같은 표현이 남아 있다면 그 자체로 묵시적 승낙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근거가 됩니다. 대화가 구두로만 이루어졌다면, 그 자리에 있었던 제3자(공동 동업자, 직원, 거래처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해 둡니다.
2) 과거의 반복된 관행을 정리합니다.
동업 기간 동안 서로 상대방 명의로 서명하거나 도장을 찍어 처리해 온 사례가 있었는지 확인합니다. 세금계산서 발행, 계약서 날인, 은행 서류 제출 등에서 이미 관행적으로 서로의 서명을 대신해 왔다면, 이번 서명 역시 그 연장선에 있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정황이 됩니다. 다만 판례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추려면 "그동안 그래 왔으니 이번에도 괜찮았을 것"이라는 짐작에 그치지 않고, 실제 반복된 사례를 날짜·문서명까지 구체적으로 특정해 자료로 남겨야 합니다.
3) 상대방의 사후 행동을 정리합니다.
정산합의서 작성 이후 상대방이 그 내용에 따라 실제로 정산금을 받았거나, 정산합의서를 전제로 후속 절차(폐업신고, 지분 정리, 거래처 정산 등)를 함께 진행했다면, 이는 사후적으로나마 상대방이 그 문서의 효력을 받아들였다는 강력한 정황이 됩니다. 상대방이 이의를 제기한 시점과 경위도 함께 정리해, "처음부터 몰랐다"는 주장과 실제 행동 사이의 모순을 드러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위조의 고의와 행사 목적을 다투기
설령 승낙에 관한 정황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사문서위조죄는 고의범이므로 타인의 문서를 위조한다는 인식과 행사할 목적이 함께 인정되어야 처벌할 수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이 지점에서 다음을 함께 다룹니다.
1) 승낙이 있다고 믿은 근거를 고의를 다투는 자료로 씁니다.
앞서 정리한 대화 기록·관행이 승낙의 완전한 증명에는 다소 못 미치더라도, 최소한 피고인이 "상대방이 동의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면, 자신에게 작성권한이 없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문서를 작성했다는 위조의 고의를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이 부분은 진술의 일관성이 중요하므로, 수사기관 조사에 앞서 사실관계와 시간 순서를 변호인과 함께 정확히 정리해 둡니다.
2) 문서의 실제 행사 여부와 시점을 확인합니다.
위조사문서행사죄는 위조된 문서를 실제로 제3자에게 제시·교부한 경우에 성립합니다. 정산합의서를 작성만 하고 아직 은행이나 거래처에 제출하지 않았다면 행사죄는 별개로 판단됩니다. 이미 제출했더라도 어느 시점에, 누구에게, 어떤 목적으로 제출했는지를 정리해 두면, 행사죄의 성립 범위와 위조죄와의 관계(실체적 경합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사실관계를 갖출 수 있습니다.
3) 민사상 정산 효력 문제와 함께 정리합니다.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상대방이 정산합의서에 따라 이미 급부를 수령하거나 그 내용대로 후속 절차를 진행했다면, 이는 무권한 서명을 사후에 추인한 사정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어 정산합의서의 민사상 효력을 뒷받침하는 데에도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형사 대응과 민사상 정산의 효력 문제를 따로 떼어 놓지 않고 함께 정리해야, 고소인 측의 주장과 실제 행동 사이의 모순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습니다.
결론
동업 정산 과정에서 상대방 이름을 대신 서명한 일이 있다면, "그때는 당연히 괜찮을 줄 알았다"는 생각만으로 넘길 문제가 아닙니다. 사문서위조 혐의는 승낙의 존재를 얼마나 구체적인 정황으로 뒷받침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갈리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이 실제로 어떤 말과 행동을 했는지, 그동안 어떤 방식으로 서류를 처리해 왔는지를 지금 시점에서부터 정리해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고소를 이미 당했거나 고소를 예고받은 상황이라면, 관련 정황과 자료를 가지고 한 번 상담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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