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사기·횡령·배임 등 재산범죄 피해자들이 가해자를 상대로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동시에 진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피해자분들 중 상당수는 “고소부터 넣어두면 나중에 민사는 천천히 해도 된다”, “유죄 판결만 나오면 돈은 자동으로 돌려받는 줄 알았다”는 생각으로 순서를 미뤄두는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사가 몇 개월씩 늘어지는 동안 상대방이 재산을 처분해버리거나, 소멸시효가 임박해서야 뒤늦게 민사소송을 서두르는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형사절차와 민사절차가 별개라는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민사재판에서 유력한 증거자료로 작용한다는 법리를 일관되게 확인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는 두 절차를 어떤 순서로 밟느냐에 따라 실제 회수 가능성과 소요 기간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래에서는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함께 진행할 때 어떤 순서로 대응해야 하는지, 그리고 각 단계에서 놓치기 쉬운 지점은 무엇인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형사와 민사는 별개 절차라 동시에 진행할 수 있습니다
형사는 처벌을, 민사는 배상을 목표로 하는 서로 다른 절차입니다.
형사고소는 국가가 가해자를 처벌하도록 요구하는 절차이고, 민사소송은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금전으로 배상받기 위한 절차입니다. 목적과 판단기관, 입증책임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하나를 반드시 먼저 마쳐야 다른 하나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소송법과 민사소송법 어디에도 두 절차의 선후관계를 강제하는 규정은 없습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두 절차를 완전히 동시에 진행하기보다, 사안의 성격에 따라 순서를 조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증거가 상대방 계좌나 통신기록처럼 개인이 확보하기 어려운 자료에 몰려 있다면 수사기관의 강제수사력을 빌리기 위해 형사고소를 먼저 진행하는 편이 유리하고, 반대로 상대방의 재산이 빠르게 흩어질 우려가 크거나 소멸시효가 임박했다면 민사소송(가압류 포함)을 먼저 서두르는 것이 안전합니다.
즉 “형사부터”냐 “민사부터”냐를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고, 증거 확보의 난이도, 재산 은닉 우려, 시효 임박 여부라는 세 가지 기준으로 사안별로 판단해야 합니다.
형사와 민사는 선후관계가 강제되지 않는 별개 절차이므로, 증거 확보 난이도와 재산 은닉 우려, 시효 임박 여부를 기준으로 순서를 조율해야 합니다.
2. 상대방 재산이 빠져나갈 우려가 있다면 민사 가압류부터 서둘러야 합니다
형사고소만 하고 재산보전을 미루면 유죄 판결을 받아도 받을 돈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형사고소를 접수하더라도 수사와 재판에는 통상 수개월에서 길게는 1~2년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그 사이 상대방이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예금을 인출해 재산을 은닉하면, 나중에 유죄 판결이나 배상명령을 받더라도 실제로 회수할 재산이 남아 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위험을 막는 절차가 민사상 가압류입니다. 가압류는 본안소송(민사소송) 제기 전이나 동시에 법원에 신청할 수 있고, 소명자료(고소장 사본, 계약서, 거래내역 등)만으로도 결정을 받을 수 있어 형사 수사 결과를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아울러 손해배상청구권에는 소멸시효가 있습니다. 민법 제766조에 따라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민사상 청구권이 소멸합니다. 형사 고소·수사·재판이 길어지는 동안 이 기간이 흘러가 버리면, 형사에서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정작 민사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해 있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재산 은닉 우려나 소멸시효 임박이 있다면, 형사 수사 결과를 기다리지 말고 민사 가압류와 소송을 먼저 서둘러야 합니다.
3. 형사 수사 결과는 민사소송에서 입증 부담을 크게 줄여줍니다
유죄로 확정된 사실은 민사재판에서 유력한 증거자료가 됩니다.
반대로 증거가 상대방의 계좌 내역, 통신자료, 사업장 압수수색이 아니면 확보하기 어려운 자료에 몰려 있다면, 형사고소를 먼저 진행해 수사기관의 강제수사력으로 증거를 확보한 뒤 민사소송에 활용하는 편이 유리합니다.
민사재판은 원칙적으로 형사판결의 사실인정에 구속되지 않지만,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다음과 같은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고 할 것이므로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형사재판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1993. 1. 15. 선고 92다31453 판결).
즉 형사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민사소송에서 가해자의 불법행위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입증할 필요 없이 손해액 산정에 집중할 수 있게 되어 입증 부담이 크게 줄어듭니다. 이 때문에 사실관계 다툼이 큰 사건일수록 형사 수사·재판을 먼저 진행한 뒤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순서가 실무상 선호됩니다.
사실관계 다툼이 큰 사건은 형사에서 유죄를 먼저 확정지은 뒤 민사소송을 진행하면 입증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4. 배상명령만 믿고 민사소송을 포기하면 회수액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배상명령은 간편하지만 인정 범위가 제한적입니다.
형사재판이 확정될 때 별도의 민사소송 없이도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는 제도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배상명령입니다. 같은 법 제25조에 따라 법원은 유죄판결을 선고하면서 직권으로 또는 피해자의 신청에 따라, 범죄행위로 인한 직접적인 물적 피해·치료비·위자료에 대해 배상을 명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배상명령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같은 법은 피해금액이 특정되지 않거나 피고인의 배상책임 유무나 범위가 명백하지 않은 경우, 배상명령으로 인해 형사재판이 현저히 지연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배상명령을 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재산범죄 사건에서는 손해액에 다툼이 있거나 사안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배상신청이 각하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따라서 “형사재판에서 유죄만 받으면 배상명령으로 다 해결된다”고 안심하고 민사소송 준비를 미뤄두면, 배상신청이 각하된 뒤에야 뒤늦게 민사소송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배상명령은 신청해보되, 손해액 다툼이 예상되는 사건이라면 민사소송도 함께 준비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배상명령은 요건이 까다로워 각하될 수 있으므로, 손해액에 다툼이 있다면 민사소송도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
5.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은 이런 순서로 진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접수 시점과 자료 준비 순서가 전체 결과를 좌우합니다.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함께 진행할 때 실무상 흐름은 대체로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및 조사 → ②필요 시 이 시점에 맞춰 민사 가압류 신청으로 재산 동결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기소 여부 결정 → ④기소되면 법원(수원지방법원) 형사재판 진행과 병행해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순서로 이어집니다.
다만 이 흐름이 고정된 것은 아닙니다. 사안에 따라 ②의 가압류를 ①보다 먼저 신청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소멸시효가 임박했다면 형사고소 접수와 무관하게 민사소송부터 제기해 시효를 중단시켜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함께 준비한다면,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소멸시효(민법 제766조: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일로부터 10년)와 공소시효가 얼마나 남았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상대방의 재산 상황을 파악해 가압류가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형사고소와 어느 쪽을 먼저 진행할지 정합니다.
계좌내역·계약서·대화기록 등 증거가 개인이 확보 가능한 자료인지, 수사기관의 강제수사가 필요한 자료인지 구분해 순서를 정합니다.
이러한 순서 판단은 사안마다 달라지므로, 형사와 민사를 함께 다뤄본 변호사와 초기 단계에서 상담해 전략을 세우는 것이 회수 가능성을 높이는 길입니다.
마치며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는 사실은 알아도, 두 절차를 어떤 순서로 밟아야 할지 막막해 초기 대응 시점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함께 준비하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재산 은닉과 시효 임박이라는 시간 압박 속에서 증거 확보와 재산보전 중 무엇을 먼저 챙길지 판단이 쉽지 않습니다. 순서를 잘못 잡으면 유죄 판결을 받고도 실제로 돌려받을 재산이 남아 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동시에 받은 입장에서도 대응 순서는 마찬가지로 중요합니다. 형사수사에서의 진술과 민사소송에서의 답변이 어긋나면 형사 결과가 그대로 민사에서 불리한 증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두 절차를 함께 보며 일관된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저는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함께 진행하려는 피해자, 그리고 두 절차를 동시에 받은 피고소인·피고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순서 판단 하나로 사건의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형사와 민사, 어느 쪽을 먼저 움직여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순서를 놓치기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형사고소를 먼저 하지 않고 민사소송부터 제기해도 되나요?
A. 됩니다. 형사와 민사는 별개 절차라 순서가 강제되지 않습니다. 소멸시효가 임박했거나 재산 은닉이 우려된다면 오히려 민사소송(가압류 포함)을 먼저 진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형사에서 무혐의가 나오면 민사소송도 질 수밖에 없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형사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높은 증명을 요구하지만 민사는 그보다 완화된 증명으로 충분하므로, 불기소·무혐의가 나와도 민사에서는 손해배상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배상명령을 신청하면 민사소송은 아예 안 해도 되나요?
A. 손해액 다툼이 없고 요건이 명확한 사건이라면 배상명령만으로 해결될 수 있지만, 액수에 다툼이 있거나 사안이 복잡하면 배상신청이 각하될 수 있어 민사소송도 함께 준비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Q. 가압류는 형사고소 전에 미리 해도 되나요?
A. 가능합니다. 가압류는 본안소송 제기 전이라도 소명자료만 있으면 신청할 수 있어, 형사 수사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진행할 수 있습니다.
Q. 형사와 민사에서 진술이 다르면 불리해지나요?
A. 그렇습니다. 형사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민사재판에서 유력한 증거자료로 취급되므로, 두 절차에서 진술이 어긋나면 신빙성에 타격을 줄 수 있어 일관된 대응이 중요합니다.
Q. 소멸시효가 얼마 안 남았는데 형사 수사가 오래 걸리면 어떻게 하나요?
A. 형사 수사 진행과 무관하게 소멸시효 완성 전에 민사소송을 제기해 시효를 중단시켜야 합니다. 민법 제766조에 따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일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청구권이 소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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