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무혐의 받으려면 자금 사용처를 어디까지 소명해야 하나요
횡령 무혐의 받으려면 자금 사용처를 어디까지 소명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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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 무혐의 받으려면 자금 사용처를 어디까지 소명해야 하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회사나 동업체의 자금을 관리하던 사람이 회계 감사나 동업 정산 과정에서 특정 지출 항목의 사용처를 제대로 밝히지 못해 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자금 관리자분들 중 상당수는 “그때그때 급해서 쓴 거라 영수증은 안 챙겼다”, “회사 통장에서 나간 돈이니 나중에 설명하면 될 줄 알았다”는 생각으로 지출 근거를 따로 정리해두지 않은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사가 시작되면 몇 년 전 지출까지 날짜별로 소명하라는 요구를 받고, 이미 기억도 자료도 남아 있지 않아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자금을 보관하던 사람이 그 행방이나 사용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불법영득의사를 추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구체적인 사용처를 밝히고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까지 제시한 경우에는 함부로 횡령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원칙을 동시에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횡령 혐의에서 자금 사용처를 어느 수준까지, 어떤 방식으로 소명해야 무혐의를 받을 수 있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사용처를 설명하지 못하면 입증책임이 사실상 넘어올 수 있습니다

불법영득의사의 입증책임은 원칙적으로 검사에게 있지만, 자금의 행방을 설명하지 못하면 그 부담이 사실상 보관자에게 넘어갑니다.

형법상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검사가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사, 즉 보관하던 재물을 마치 자기 소유인 것처럼 처분하려는 의사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이는 형사재판 원칙상 당연히 검사 쪽의 몫입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이 원칙이 그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나 조합 명의 계좌에서 특정 시점에 일정 금액이 빠져나간 사실 자체는 계좌 내역만으로도 쉽게 확인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그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보관자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면, 수사기관은 그 공백을 개인적 유용의 정황으로 채워 넣습니다.

예를 들어 회사 통장에서 매달 일정 금액이 특정 개인 계좌로 이체된 정황이 확인됐는데 그 지출 목적을 뒷받침할 자료가 전혀 없다면, 수사기관은 업무와 무관한 개인적 유용으로 강하게 의심합니다. 이 단계에서 “기억이 안 난다”, “당연히 회사 일로 썼을 것이다”는 식의 막연한 답변만으로는 혐의를 벗기 어렵습니다.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지만, 자금의 행방을 설명하지 못하는 공백은 결국 보관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2. 판례는 ‘설명하지 못한 경우’와 ‘설명하고 자료를 제시한 경우’를 분명히 구분합니다

사용처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까지 제시했다면 횡령으로 함부로 단정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보관·관리하던 자금을 인출·사용했음에도 그 행방이나 사용처를 설명하지 못하거나, 본인이 주장하는 사용처에 그 돈이 쓰였다고 볼 자료가 현저히 부족한 반면 개인적 용도로 썼다는 정황자료가 훨씬 많은 경우에는 불법영득의사에 의한 횡령으로 추단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보관·관리하던 자금을 인출하여 사용하였음에도 그 자금의 행방이나 사용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이를 인정할 만한 자료도 제시하지 못한다면 불법영득의 의사로 이를 횡령한 것으로 추단할 수 있으나, 불법영득의사의 존재를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을 들어 자금의 행방이나 사용처에 대하여 수긍할 만한 설명을 하고 이에 부합하는 자료를 제시하는 경우에는 함부로 횡령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6도9027 판결).

즉 같은 상황이라도 결론은 소명의 질에 따라 달라집니다. “회사 일로 썼다”는 주장만 반복하는 것과, 그 지출이 실제로 어떤 업무와 관련됐는지 날짜·금액·상대방이 특정된 자료로 뒷받침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조사 단계에서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회사 일로 쓴 것은 맞다”는 식의 답변보다는, 실제 자료를 통해 지출과 업무의 관련성을 구체적으로 재구성해 제시하는 것이 무혐의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입니다.

같은 지출이라도 구체적인 자료로 뒷받침된 소명과 막연한 주장은 전혀 다른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3. 재량 범위 안에서 쓴 자금이라면 영수증이 없어도 소명될 수 있습니다

지출 목적에 폭넓은 재량이 주어져 있었다면, 증빙자료 미비만으로 횡령이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모든 지출에 영수증이나 세금계산서가 남아 있어야만 소명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애초에 자금의 구체적인 사용 목적이나 사용 시기에 관하여 보관자에게 폭넓은 재량이 부여되어 있었고, 지출 후 사후보고나 증빙자료 제출이 애초에 요구되지 않는 성질의 자금이었다면, 증빙자료를 내지 못한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횡령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대표자의 업무추진비나 활동비처럼 성격상 건별 영수증 제출이 관행적으로 요구되지 않았던 항목이라면, 지출 시기·규모·업무와의 개연성 등 정황을 종합적으로 소명하는 방식으로도 혐의를 벗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원래 재량이었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실제로 그런 재량이 사규·정관·동업계약 등으로 부여돼 있었는지, 그리고 과거에도 같은 방식으로 지출이 이루어져 왔는지를 함께 보여줄 수 있어야 재량의 존재 자체가 인정받습니다.

재량이 인정된 자금이라도 그 재량의 근거와 관행을 함께 소명해야 실질적인 방어가 됩니다.


4. 소명에 실패하면 유용 금액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이득액 규모에 따라 적용 법조와 형량이 단계적으로 무거워집니다.

형법 제355조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 업무상 임무를 위배해 자금을 보관하던 중 이런 행위를 하면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형이 무거워집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 수위가 크게 높아지고,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소명하지 못한 지출이 한두 건이라면 금액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문제 삼는 기간이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있는 경우가 많아 포괄일죄로 묶여 합산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까지 커지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5. 소명자료는 조사받기 전에 이 순서로 정리해야 합니다

수사 개시 전 자료 정리 여부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횡령 혐의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업장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또는 인지수사 개시 → ②피의자·참고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에 이르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사용처를 의심받고 있다면, 조사 통보를 받고 나서야 자료를 찾기 시작하기보다 미리 아래 순서로 정리해두는 것이 훨씬 유리합니다.

  1. 문제되는 기간의 계좌 이체내역과 카드 사용내역을 날짜·금액 순으로 정리합니다.

  2. 각 지출에 대응하는 영수증·세금계산서·이체확인증 등 1차 증빙을 확보하고, 증빙이 없는 항목은 그 이유를 별도로 정리합니다.

  3. 해당 지출이 업무와 관련 있었음을 뒷받침할 품의서·문자·메일 등 정황자료를 함께 확보합니다.

이렇게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횡령 사건 방어 경험이 있는 변호사와 함께 소명 논리를 구성한다면, 수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무혐의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자금 사용처를 둘러싼 문제는 “그때는 별문제 없을 줄 알았다”는 생각 때문에 초기에 자료를 남겨두지 않아 나중에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금을 맡겼던 쪽 입장에서는 사용처가 불분명한 지출이 반복됐다면 그 정황을 시간 순으로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자금을 관리했던 쪽 입장에서도 “회사 일로 썼을 것이다”는 막연한 항변보다, 실제 지출과 업무의 관련성을 구체적인 자료로 재구성하는 것이 무혐의로 가는 가장 확실한 길입니다.

저는 자금을 관리하다 혐의를 받는 쪽과, 자금을 맡겼다가 사용처를 의심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소명자료를 어떻게 재구성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사용처 소명은 자료를 얼마나 빨리, 얼마나 구체적으로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영수증을 다 버렸는데 지금이라도 소명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원본 영수증이 없어도 계좌 이체내역, 카드사용내역, 거래처 확인서 등으로 지출 사실과 목적을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료 확보가 어려워지므로 서두르는 것이 좋습니다.

Q. 계좌 이체내역만 있으면 소명이 충분한가요?

A. 부족할 수 있습니다. 이체 사실만으로는 그 돈이 실제로 업무에 쓰였는지까지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체내역에 더해 지출 목적을 뒷받침할 자료가 함께 있어야 소명력이 높아집니다.

Q. 회사 카드와 개인 카드를 섞어 썼는데 문제가 되나요?

A. 혼용 자체가 곧바로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 용도 지출이 회사 자금으로 결제됐다면 그 부분은 별도로 소명해야 합니다. 두 계좌·카드의 사용 내역을 구분해 정리해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Q. 무혐의를 받으면 민사상 반환청구도 끝나나요?

A. 아닙니다. 형사상 무혐의와 민사상 반환·손해배상 책임은 별개의 절차입니다. 형사 절차에서 확보한 소명자료가 민사 대응에도 활용될 수 있지만, 결론은 각각 따로 판단됩니다.

Q. 동업자 동의를 받고 쓴 돈도 소명이 필요한가요?

A. 필요합니다. 동의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뒷받침할 자료(문자, 정산 합의서 등)가 없으면 나중에 “동의한 적 없다”는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동의의 존재도 별도의 소명 대상입니다.

Q.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어떤 자료를 어떤 순서로 제시하느냐에 따라 초기 진술의 신빙성이 달라지고, 이는 사건 전체의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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