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사용한 뒤,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회사로부터 “해당 금액을 언제까지 변제하라”는 내용증명을 받고 당황해 상담을 요청하시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런 내용증명을 받은 분들 상당수는 “아직 고소는 안 했으니 시간이 있다”, “돈만 갚으면 이 일은 조용히 끝날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답변을 미루거나, 별다른 검토 없이 요구 금액을 서둘러 갚아버립니다. 그런데 막상 이후 상황을 지켜보면, 내용증명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또는 반대로 서둘러 갚았다는 사정만으로 형사 절차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업무상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는 재물을 유용한 시점에 이미 확정적으로 성립하며, 그 이후의 반환·변제 의사나 실제 변제 사실만으로는 범죄 성립 자체가 부정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반복해서 확인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회사가 보내는 변제 요구 내용증명이 형사고소와 실제로 어떤 관계에 있는지, 그리고 이를 받았을 때 무엇부터 확인하고 대응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내용증명은 형사고소로 가기 위한 법적 요건이 아닙니다
내용증명 없이도 회사는 언제든 형사고소를 할 수 있고, 내용증명을 받았다고 곧바로 고소로 이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내용증명은 발신인이 수신인에게 특정 내용의 문서를 언제 발송했는지를 우체국이 공적으로 증명해 주는 특수한 우편 제도일 뿐, 그 자체로 판결이나 압류 같은 강제력을 갖는 문서는 아닙니다. 다만 발송 사실과 시점, 그 안에 담긴 요구 내용이 객관적으로 남는다는 점에서, 이후 민사·형사 절차 모두에서 중요한 증거로 활용됩니다.
법적으로 회사는 내용증명을 보내지 않고도 곧바로 경찰서나 검찰청에 형사고소장을 접수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내용증명을 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고소로 이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즉 내용증명의 발송·수령 여부는 형사고소가 가능한지와는 법적으로 무관합니다.
그럼에도 회사가 실제로 내용증명을 먼저 보내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민사상 반환청구를 위한 이행최고로서, 발송 시점부터 지연손해금 기산일을 확정하고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 효과를 노리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형사고소로 갈지, 합의로 마무리할지를 회사 내부에서 결정하기 전 상대방의 반응(인정·부인·묵묵부답)을 확인해 이후 대응 방향을 정하려는 것이고, 그 답변 내용 자체가 나중에 고소장에 첨부되는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내용증명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는 형사고소의 전제조건도, 고소를 하지 않겠다는 신호도 아닙니다.
2. 요구대로 변제하더라도, 인출 시점에 이미 성립한 불법영득의사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갚을 생각이 있었는지, 실제로 갚았는지는 범죄가 이미 성립한 뒤의 사정일 뿐입니다.
형법 제355조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 업무상 임무에 위배해 이런 행위를 하면 형법 제356조에 따라 형이 무거워져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회사 자금의 관리·집행 업무를 맡고 있었다면 대개 단순 횡령이 아니라 형이 더 무거운 업무상횡령이 적용됩니다.
실무에서 내용증명을 받은 분들이 가장 크게 오해하는 지점이 바로 불법영득의사입니다. “변제 통보를 받았으니 지금이라도 갚으면 문제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습니다.
업무상횡령죄에서의 불법영득의 의사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반하여 보관하고 있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과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 지장이 없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3399 판결).
즉 내용증명에 “변제하겠다”고 회신하거나 요구받은 금액을 실제로 완납했더라도, 그 자체로 이미 완성된 범죄가 없었던 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3도15895 판결도 업무상횡령죄는 불법영득의사가 확정적으로 외부에 표시된 시점에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이후의 반환·변상·보전 의사만으로는 이미 성립한 범죄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취지를 재확인했습니다. 다만 변제·합의 여부는 범죄 성립 자체와는 별개로, 이후 양형 단계에서는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될 수 있습니다.
“갚으면 없던 일이 된다”는 생각은, 인출 시점에 이미 완성된 범죄를 지워주지 못합니다.
3. “받을 돈이 있어 상계한 것뿐”이라는 주장도 대법원은 엄격하게 봅니다
별도의 금전채권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이미 성립한 업무상횡령죄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내용증명을 받은 분들 중에는 “나도 회사에서 못 받은 급여·상여금·경비가 있어서, 그만큼은 내가 알아서 정산한 것뿐”이라고 항변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회사에 대한 별도의 채권이 있었던 경우도 있지만, 이 주장만으로 형사책임을 면하는 경우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3도15895 판결은, 업무상횡령죄는 불법영득의사가 확정적으로 외부에 표시된 시점에 성립하므로, 횡령행위를 한 사람이 회사에 대해 별도의 금전채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횡령행위 이전에 상계에 관한 의사표시를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이미 성립한 업무상횡령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시했습니다.
다시 말해 “정산은 나중에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먼저 돈을 인출하고 사후에 상계를 주장하는 방식은, 인출 시점에 이미 임무위배와 불법영득의사가 갖춰졌다고 보는 이상 방어 논리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채권이 실제로 존재했는지, 그 채권으로 사전에 상계하겠다는 의사표시나 합의가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되고, 이를 뒷받침할 문서나 대화 기록이 없다면 항변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정산되지 않은 채권이 있다는 사정은, 먼저 돈을 꺼내 쓴 행위를 사후에 정당화해주지 않습니다.
4. 유용 금액과 내용증명 대응 방식에 따라 이후 형량 구간이 달라집니다
합산 이득액이 5억원, 50억원을 넘는 순간 적용 법조 자체가 바뀝니다.
업무상횡령죄는 유용한 금액, 즉 이득액 규모에 따라 적용 법조와 형량이 크게 달라집니다. 이득액이 5억원 미만이면 형법 제356조가 적용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하고,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이 무거워지며,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내용증명에 적힌 금액이 한 번의 인출액이 아니라, 여러 차례에 걸쳐 누적된 합산 금액으로 기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기에는 소액으로 시작했더라도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반복되면 포괄일죄로 묶여 합산 이득액이 특경법 가중처벌 구간까지 커질 수 있으므로, 내용증명에 적힌 금액과 산정 근거를 그대로 인정하기 전에 실제 인출 내역과 대조하는 작업이 먼저입니다.
초범인지, 유용 경위가 어땠는지, 내용증명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변제·합의가 이루어졌는지는 성립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양형 단계에서는 참작되는 사정입니다. 내용증명 단계에서 감정적으로 전액을 인정하거나, 반대로 근거 없이 전부 부인하는 대응 모두 이후 절차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금액 검토 전에는 신중한 답변이 필요합니다.
5. 내용증명을 받은 뒤, 실제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답변서를 보내기 전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이후 전체 대응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내용증명을 받은 이후 실제로 형사 절차가 진행된다면,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업장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이라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다만 모든 내용증명이 곧바로 이 절차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고, 회사가 내용증명에 대한 회신과 변제 의지를 확인한 뒤 합의로 마무리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내용증명을 받았다면 곧바로 전액 인정도, 무대응도 아닌, 근거를 갖춘 답변을 준비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내용증명에 적힌 금액·기간·인출 내역이 실제 사용 내역과 일치하는지 통장 거래내역·법인카드 내역으로 대조합니다.
회사에 대해 주장할 수 있는 별도의 채권(미지급 급여·상여금·경비 등)이 있다면, 그 존재와 사전 상계 의사표시 여부를 뒷받침할 자료를 확보합니다.
내용증명에 대한 답변서를 보내기 전, 변호사와 함께 인정할 부분과 다툴 부분을 구분해 답변 수위를 결정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답변서를 준비하고, 필요하다면 회사와의 협상·합의까지 함께 검토한다면, 형사고소로 이어지는 것을 막거나 이어지더라도 유리한 결과를 끌어낼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마치며
회사로부터 내용증명을 받으면, “일단 지켜보자”거나 반대로 “빨리 갚아서 끝내자”는 성급한 판단으로 초기 대응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용증명을 보낸 회사 입장에서는 자금을 뜯긴 만큼 신속한 회수와 재발 방지가 급하고, 반대로 내용증명을 받은 당사자 입장에서는 실제 사용 경위와 금액이 통보받은 내용과 정확히 일치하는지, 자신에게 유리한 사정이 무엇인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급합니다. 어느 쪽이든 감정적인 대응보다 자료를 먼저 갖추는 쪽이 이후 절차에서 유리합니다.
저는 회사 자금 문제로 내용증명을 보내는 쪽과, 내용증명을 받고 대응해야 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 답변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이후 형사·민사 절차의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내용증명에 어떻게 답할지는, 그 자체로 이후 사건의 방향을 정하는 선택입니다. 답변서를 보내기 전,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내용증명에 답장을 하지 않으면 더 불리해지나요?
A. 무대응이 곧바로 불리한 증거가 되지는 않지만, 회사가 “해명이나 반박이 없었다”는 정황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투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근거를 갖춰 답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내용증명에 “변제하겠다”고 답장했는데, 이게 자백으로 쓰일 수 있나요?
A. 그럴 수 있습니다. 변제 의사를 밝힌 답변이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으므로, 답변 문구는 변호사와 함께 신중하게 작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Q. 내용증명을 받으면 며칠 안에 답해야 하나요?
A. 법적으로 정해진 답변 기한은 없지만, 대개 내용증명에 회신 기한(통상 1~2주)이 적혀 있습니다. 기한 내 검토가 끝나지 않는다면 우선 검토 중이라는 취지만이라도 알리는 것이 무대응보다 낫습니다.
Q. 내용증명을 받은 뒤 실제로 고소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나요?
A. 회사와 금액, 답변 태도에 따라 다릅니다.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변제·합의가 이루어지면 고소 없이 마무리되는 경우도 있지만, 다툼이 크거나 금액이 큰 경우 고소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Q. 이미 요구받은 금액을 전액 변제했는데도 고소를 당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대법원은 사후 변제·반환 의사가 있었더라도 불법영득의사 인정에 지장이 없다고 보므로, 전액 변제가 곧 불기소나 무혐의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변제·합의는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됩니다.
Q. 내용증명에 적힌 금액이 제가 실제 사용한 금액보다 많습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통장 거래내역과 법인카드 내역, 관련 대화 기록을 근거로 실제 사용 금액을 특정해 답변서에 반영해야 합니다. 근거 없이 전부 인정하면 이후 형사·민사 절차 모두에서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Q. 변호사를 선임하면 내용증명에 어떻게 대응하게 되나요?
A. 우선 실제 사용 내역과 내용증명 기재 내용을 대조해 인정할 부분과 다툴 부분을 구분하고, 별도 채권이나 상계 주장의 근거 자료를 함께 검토한 뒤, 형사고소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답변서를 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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