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대학 연구실에서 국가연구개발사업비로 학생연구원에게 지급된 인건비를, 지도교수가 다시 걷어 연구실 공동 경비로 쓰는 이른바 ‘인건비 공동관리’ 관행이 감사와 수사의 표적이 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교수님들 중 여럿은 “이건 우리 연구실의 오래된 관행이다”, “학생들도 다 동의했고 어차피 연구실 운영비로 쓴 것 아니냐”는 생각으로 인건비를 되돌려 받아 온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감사나 학생의 제보로 문제가 불거지면, “학생 동의가 있었다”, “사적으로 쓴 게 아니라 연구실을 위해 썼다”는 항변만으로는 형사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인건비처럼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연구비를 그 용도 밖으로 돌려쓰면, 설령 결과적으로 연구실을 위한 지출이었더라도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법리를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모든 인건비 회수를 기계적으로 범죄로 단정하지 않고, 학생의 실제 연구 참여 여부와 회수 경위를 면밀히 따지라는 취지의 판단도 함께 내놓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학생 인건비를 교수가 회수해 가는 행위가 어떤 경우에 업무상횡령이나 사기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의심 정황이 있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학생 인건비는 지급된 순간부터 그 학생 개인의 재산이지, 교수가 되찾을 수 있는 연구실 공동 자금이 아닙니다
학생인건비 통합관리제도는 애초에 교수 개인이 인건비를 좌우하지 못하도록 설계된 제도입니다.
국가연구개발혁신법과 그 하위 「국가연구개발사업 연구개발비 사용 기준」은 인건비를 실제로 연구를 수행한 사람 명의로 계상하고, 그 사람에게 직접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대학원생 등 학생연구원의 경우에는 2013년부터 도입된 학생인건비 통합관리제도에 따라, 인건비가 개별 연구과제나 지도교수 계좌를 거치지 않고 대학·연구기관 단위의 통합관리기관 계좌를 통해 학생 개인 계좌로 지급되도록 구조가 짜여 있습니다.
이 제도가 만들어진 이유 자체가, 지도교수가 학생 인건비의 지급 여부와 액수를 사실상 좌우하며 통제 수단으로 삼는 관행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학생 계좌로 인건비가 들어온 직후, 교수의 지시나 연구실 관행에 따라 그 돈을 현금으로 인출해 교수나 연구실 관리 계좌로 다시 보내는 이른바 ‘인건비 공동관리’가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일단 통합관리기관을 거쳐 학생 명의 계좌로 인건비가 지급되면, 그 시점부터 그 돈은 실제로 연구를 수행한 학생 개인의 급여이자 재산입니다. 학생이 자발적으로 연구실 운영에 보태고 싶어 일부를 되돌려주는 것과, 애초에 교수의 지시나 사실상의 압박에 따라 정기적·구조적으로 되돌려 받는 것은 법적으로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학생 명의로 지급된 인건비는 정산 전 조합 자금처럼 관념적으로 나뉘는 돈이 아니라, 지급된 순간 그 학생 개인에게 귀속되는 재산입니다.
2. 일단 학생 계좌로 넘어간 인건비를 되돌려 받으면 업무상횡령이 문제됩니다
연구실 공동경비로 썼다는 항변만으로는 불법영득의사가 부정되지 않습니다.
형법 제355조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 업무상 임무를 위배해 이런 행위를 하면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연구과제의 인건비 지급·관리 업무를 실질적으로 담당해 온 지도교수라면, 단순 횡령이 아니라 형이 더 무거운 업무상횡령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항변은 “개인적으로 쓴 게 아니라 실험 장비나 학회 참가비 등 연구를 위해 썼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그 용도 밖으로 쓰면, 설령 그 사용이 결과적으로 자금을 위탁한 쪽에 도움이 되는 면이 있더라도 그 자체로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타인으로부터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위탁받아 집행하면서 그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그 사용이 개인적인 목적에서 비롯된 경우는 물론 결과적으로 자금을 위탁한 본인을 위하는 면이 있더라도 그 사용행위 자체로서 불법영득의 의사를 실현한 것이 되어 횡령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4도15182 판결).
인건비는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항목 중에서도 사용 용도가 가장 엄격하게 제한되는 항목입니다. 학생 명의로 산정·지급된 인건비를 교수가 회수해 실험재료비나 회식비, 다른 연구원의 급여 등으로 돌려썼다면, 그 지출이 아무리 연구실 전체를 위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위 법리에 따라 횡령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또 다른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3399 판결)도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함에 지장이 없다고 판시해, “나중에 학생에게 정산해줄 생각이었다”는 항변 역시 처벌을 면하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점을 확인해주고 있습니다.
“연구실을 위해 썼다”는 항변은 성립 자체가 아니라 양형에서만 고려될 뿐이며, 용도가 제한된 인건비를 되찾아 쓴 행위 자체로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3. 학생이 실제로 연구에 참여했는지와 인건비 변경의 경위에 따라 유·무죄 판단은 크게 갈립니다
모든 인건비 회수가 기계적으로 횡령·사기가 되는 것은 아니며, 법원은 개별 사정을 촘촘히 따집니다.
다만 인건비를 둘러싼 모든 사건이 곧바로 유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대학교수가 실제로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을 연구보조원으로 허위 등재해 산학협력단으로부터 연구비를 편취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등재된 학생들이 정말 아무런 연구보조 활동을 하지 않았는지, 인건비 수령인이 변경된 경위와 그 돈이 실제로 어떻게 쓰였는지를 충분히 심리하지 않은 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3도13999 판결).
이 판결이 의미하는 것은 ‘인건비 회수 = 무조건 처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학생이 실제로 일정 부분 연구에 기여했는지, 인건비 명의나 금액 변경에 연구계획 변경 등 합리적 사유가 있었는지, 회수된 돈이 실제로 무엇에 쓰였는지가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 쟁점이 됩니다. 반대로 말하면 이런 사정을 뒷받침할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정기적·기계적으로 인건비를 되돌려 받아 온 경우라면, 그만큼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행정 제재 측면에서도 이 구도는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제32조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 중앙행정기관은 학생인건비를 공동관리 방식으로 용도 외 사용한 경우, 그 금액이 전체 연구개발비에서 차지하는 비율과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5년의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제한 처분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최근 대법원은 이런 제재·환수 처분에 대해 연구책임자 본인도 다툴 수 있는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인정해, 제재의 정당성을 실제로 다툴 수 있는 길을 열어 두었습니다(대법원 2025. 2. 13. 선고 2024두57996 판결).
인건비 회수 경위와 실제 연구 참여 여부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있는지가 형사·행정 양쪽 절차에서 결과를 가르는 핵심입니다.
4. 회수한 금액과 사용 목적에 따라 처벌 수위와 제재 수준이 크게 달라집니다
개인적으로 유용했는지, 누적 금액이 얼마인지에 따라 적용 법조가 갈립니다.
업무상횡령죄는 유용한 금액, 즉 이득액 규모에 따라 적용 법조와 형량이 크게 달라집니다. 이득액이 5억원 미만이면 형법 제356조가 적용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하고,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이 무거워지며,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학생 1인당 회수 금액은 매달 소액이더라도, 여러 학생에게서 수년에 걸쳐 반복적으로 걷은 경우라면 포괄일죄로 묶여 합산 이득액이 커질 수 있습니다. 연구실 인원이 많고 회수 관행이 오래될수록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구간에 들어갈 위험이 커진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국가연구개발혁신법에 따른 제재부가금 부과, 이미 지급된 연구개발비 환수,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제한 처분이 병과될 수 있고, 사안이 무거우면 소속 대학의 징계 절차와 사립학교법 위반 여부까지 함께 문제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유용했는지 여부, 반환·정산 여부는 횡령죄 성립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이후 양형이나 제재 수위 판단 단계에서는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감사·고소장 접수 전 자료 정리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학생 인건비 회수 사건은 대개 대학 자체 감사나 국가연구개발사업 주관기관의 정산 감사에서 먼저 문제가 드러나고, 이후 학생이나 제3자의 고소·고발로 형사 절차가 시작됩니다.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소속 기관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이라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인건비 회수를 둘러싼 의심이나 문제 제기가 있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연구계획서와 정산보고서상 인건비 계상 근거(연구 참여율·지급 내역)가 실제 연구 수행 내용과 맞는지부터 확인합니다.
학생인건비 통합관리기관 계좌에서 학생 개인 계좌로 지급된 내역과, 그 이후 다시 인출·이체된 내역을 전체 기간에 걸쳐 정리합니다.
회수된 자금이 실제로 어디에 쓰였는지 연구실 공용계좌 지출 내역·영수증·카드 내역으로 대조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국가연구개발사업 인건비·연구비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형사 대응과 함께 참여제한·환수 등 행정 제재에 대한 불복 절차도 함께 검토해 실질적인 방어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학생 인건비 공동관리 문제는 “오래전부터 다들 이렇게 해왔다”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건비를 되돌려 준 학생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주장보다, 통합관리기관 지급 내역과 재이체 정황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계좌 내역, 연구실의 지시나 요구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화 기록이 쌓일수록 형사 고소와 행정 신고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인건비 회수를 이유로 조사받는 지도교수 입장에서도 “연구실 관행이었다”, “학생도 동의했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 연구 참여 여부, 인건비 변경의 정당한 사유, 회수한 자금의 실제 사용처가 무엇이었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학생연구원 인건비를 둘러싼 분쟁에서 인건비를 회수당한 쪽과 회수 경위를 해명해야 하는 지도교수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 정리와 법리 선택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저희 연구실은 예전부터 다들 인건비를 공동관리해왔습니다. 관행이라는 이유로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용도가 제한된 자금을 그 용도 밖으로 쓰면 결과적으로 연구실을 위한 지출이었더라도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될 수 있다고 보고 있어, 오래된 관행이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성립 자체를 막지 못합니다. 다만 반복·고의 여부는 양형에서 고려될 수 있습니다.
Q. 학생이 자발적으로 동의하고 인건비를 돌려줬다면 문제없나요?
A. 동의의 진정성이 핵심 쟁점이 됩니다. 지도교수와 학생 사이의 관계상 사실상 거절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루어진 동의라면 진정한 동의로 인정되기 어렵고, 동의 여부와 별개로 인건비를 용도 밖으로 사용한 사실 자체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회수한 돈을 개인적으로 쓴 게 아니라 실험 장비나 학회 경비 등 연구실을 위해 썼다면 괜찮은가요?
A. 괜찮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그 제한된 용도 이외로 쓰면, 그 사용이 결과적으로 자금을 위탁한 쪽을 위한 것이었더라도 그 자체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Q. 학생 한 명당 회수 금액이 매달 몇 만원 정도로 적은데도 처벌 대상이 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소액이라도 여러 학생에게서 장기간 반복해 걷었다면 포괄일죄로 합산되어 이득액이 커지고,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어 형이 크게 무거워집니다.
Q. 형사처벌과 별개로 학교에서 참여제한·환수 처분을 받을 수도 있나요?
A. 가능합니다. 국가연구개발혁신법에 따라 학생인건비 공동관리로 용도 외 사용이 확인되면 금액 비율과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참여제한 처분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고, 제재부가금·연구개발비 환수가 함께 병과될 수 있습니다.
Q. 참여제한이나 환수 처분이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다툴 수 있나요?
A. 다툴 수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이런 제재·환수 처분에 대해 연구책임자 본인에게도 법률상 이익이 인정된다고 보아, 처분의 적법성을 직접 다툴 수 있는 길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Q. 감사나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통보를 받은 직후, 첫 소명이나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에 어떤 자료로 회수 경위와 사용처를 설명하느냐에 따라 형사·행정 절차 전체의 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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