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혐의로 조사를 받다가 수사기관의 압박에 못 이겨 일부 사실을 인정하는 진술을 하고 나면, 그 자백 하나로 사건이 끝났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가 자백뿐인 경우 그것만으로는 유죄를 인정하지 못하도록 못박고 있고, 횡령죄는 특히 회계장부나 통장 거래내역 같은 객관적 자료 없이는 자백의 진실성 자체를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문제는 압수수색이나 자체 조사 과정에서 회계장부가 애초에 남아있지 않거나 이미 폐기·분실된 경우입니다. 이 글에서는 횡령 사건에서 자백만 있고 회계장부 등 보강증거가 없을 때 그 자백이 실제로 유죄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 어떤 자료가 보강증거로 인정되고 어떤 것은 인정되지 않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자백만으로는 유죄가 안 된다 — 횡령죄와 자백보강법칙
형사소송법 제310조는 "피고인의 자백이 그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유일한 증거인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한다"고 규정합니다. 이는 헌법 제12조 제7항이 정식재판에서 피고인의 자백이 그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일 때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거나 처벌의 이유로 삼을 수 없다고 선언한 원칙을 형사소송법이 구체화한 것입니다. 자백 하나에 의존해 수사를 마무리하려는 유혹을 막고, 허위 자백으로 인한 오판을 방지하려는 목적이 이 조문에 담겨 있습니다.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자백이 강압이나 기망 없이 임의로 이루어져 증거능력 자체는 인정되는 경우라도, 그 자백만으로 유죄를 인정할 수 있는지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는 점입니다. 조사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위축돼 진술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지 않더라도, 그 진술을 뒷받침할 독립된 자료가 전혀 없다면 법원은 유죄를 선고할 수 없습니다. 횡령 사건에서 이 원칙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다음 항목에서 설명하겠습니다.
자백에 증거능력이 있는지와, 그 자백만으로 유죄를 인정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 형사소송법 제310조는 후자를 막아 놓았다.
횡령죄가 자백에 특히 취약한 이유 — 보관자 지위와 불법영득의사
횡령죄(형법 제355조 제1항)와 업무상횡령죄(형법 제356조)가 성립하려면 세 가지가 갖춰져야 합니다. 위탁관계에 따라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을 것, 그 재물을 위탁 취지에 반해 임의로 처분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는 행위가 있을 것, 그리고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소유권자처럼 처분하려는 불법영득의사가 있을 것입니다. 이 세 요건은 각각 위탁계약서·업무분장 자료, 자금 인출·이체 내역, 개인적 사용을 뒷받침하는 정황 자료로 확인되는 것이지, 진술 하나로 자동 증명되는 것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행위로서의 횡령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은 검사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갖게 하는 엄격한 증거로 증명해야 하고, 그런 증거가 없다면 유죄의 의심이 든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대법원 2017. 6. 19. 선고 2015도19591 판결). 자백은 이 엄격한 증명의 일부 자료가 될 수는 있어도, 그 자체로 세 가지 요건을 전부 대체하지는 못합니다.
보관자 지위 — 위탁계약서, 직책·업무분장 자료로 확인
횡령행위(임의처분·반환거부) — 자금 인출·이체 내역, 지출 증빙으로 확인
불법영득의사 — 개인적 사용 정황(사적 결제, 용도 외 지출 등) 자료로 확인
세 요건 중 하나라도 자백 외 자료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보강증거가 부실하다는 뜻
예를 들어 회사 운영자금을 관리하던 직원이 조사 과정에서 "급하게 개인 채무를 갚느라 일부를 가져다 썼다"고 진술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진술만으로는 그 자금이 실제로 어느 계좌에서 언제 얼마가 빠져나갔는지, 그것이 정말 사적인 채무 변제에 쓰였는지는 전혀 확인되지 않습니다. 통장 거래내역이나 채무 변제 영수증 같은 객관적 자료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이 진술 하나로는 보관자 지위·횡령행위·불법영득의사 세 요건 중 어느 하나도 완결짓지 못합니다.
보강증거로 인정되는 것, 인정되지 않는 것 — 회계장부의 자리
보강증거가 어느 정도 갖춰져야 하는지에 대해 대법원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17. 12. 28. 선고 2017도17628 판결(업무상횡령)은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가 범죄사실의 전부나 중요 부분을 인정할 수 있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자백이 가공적인 것이 아니라 진실한 것임을 인정할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직접증거뿐 아니라 간접증거·정황증거도 보강증거가 될 수 있고, 자백과 보강증거가 서로 어울려 전체로서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면 유죄의 증거로 충분하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횡령 사건에서 이 보강증거 역할을 하는 대표적 자료가 회계장부, 통장 거래내역, 정산서, 지출 증빙 같은 객관적 기록물입니다. 다만 정황증거라 하더라도 공소사실과 직접 관련이 있어야 하고, 단순히 범행 동기만 보여주는 자료는 보강증거가 될 수 없다는 한계도 함께 존재합니다.
반대로 보강증거가 될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는 말을 들었다는 제3자의 전문진술은 형사소송법 제310조가 말하는 '피고인의 자백'의 연장으로 취급되어 독립된 보강증거가 되지 못합니다. 자백을 다른 사람 입을 통해 한 번 더 옮긴다고 해서 그것이 별개의 증거로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보강증거는 범죄사실 전부를 커버할 필요는 없지만, 자백과는 독립된 별개의 자료여야 한다 — 자백을 전해 들었다는 진술은 보강증거가 되지 못한다.
회계장부가 없거나 부실하다면 — 엄격한 증명 원칙
문제는 애초에 회계장부가 부실하게 작성됐거나, 이미 폐기·분실돼 남아있지 않은 경우입니다. 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3도14777 판결(업무상횡령)은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횡령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검사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갖게 하는 엄격한 증거로 증명해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이 원칙 아래에서는 단순히 돈이 비거나 회계 처리가 미숙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돈을 피고인이 개인적 이익을 위해 사용했다는 점까지 검사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해야 유죄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즉 회계장부가 부실하다는 사정은 자백의 공백을 메워주는 사정이 아니라, 오히려 검사의 증명 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서류가 없다는 이유로 자백에 더 무게가 실리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로 자백을 뒷받침할 다른 자료가 없다는 사실이 부각되는 구조입니다.
다만 회계장부가 전혀 없다고 해서 언제나 무죄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통장 거래내역, 현금 인출 전표, 카드 사용 명세, 관련자 진술처럼 회계장부를 대체할 다른 객관적 자료가 남아있다면 그것으로도 보강증거 요건이 채워질 수 있습니다. 핵심은 '회계장부'라는 서류 자체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자백과 독립적으로 확인 가능한 자금 흐름 자료가 있는지입니다.
수사기관이 자백에 매달리는 이유 — 자백 편중 수사의 위험
실무에서는 계좌 추적이나 회계 감정에 시간과 비용이 들다 보니, 수사 초기에 진술을 확보하는 쪽으로 수사력이 쏠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위축된 피의자가 "일부 가져다 쓴 것은 맞다"는 취지로 진술해버리면, 이후 수사기관은 새로운 객관적 자료를 확보하기보다 그 진술을 뒷받침하는 데 집중하는 경향이 생깁니다.
여기서 발생하는 함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자백 자체에 강압이나 유도가 없었다면 그 증거능력은 그대로 인정되고, 이후 재판에서 진술을 번복하더라도 최초 자백이 여전히 기록으로 남는다는 점입니다. 다른 하나는, 보강증거가 부실한 상태에서도 자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소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어, 재판 단계에서 보강증거의 존부 자체를 다투는 것이 실질적인 방어선이 된다는 점입니다.
진술거부권은 헌법 제12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에 따라 조사 초기부터 보장되는 권리입니다. 회계 자료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부 진술부터 서둘러 내놓기보다, 자금 흐름을 뒷받침할 자료를 먼저 확인하고 진술의 시점과 범위를 신중하게 정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실제로 소규모 법인이나 개인사업장에서는 대표자나 경리 담당자가 조사 초기에 "일부는 개인적으로 썼다"는 취지로 답변한 뒤, 뒤늦게 세무사나 회계사를 통해 자금 흐름을 정리해 보니 실제 사용처가 최초 진술과 다르게 확인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최초 진술의 표현 하나하나를 되돌리려 하기보다, 그 진술을 뒷받침할 자료가 실제로 존재하는지부터 되짚는 편이 방어에 더 유리합니다.
보강증거 부존재를 다투는 법 — 구체적 방어 전략
회계장부가 없다는 사정 자체가 유리한 출발점이 될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저절로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압수수색이나 임의제출로 확보된 자료 목록을 확인해, 수사기관이 실제로 어떤 자금 흐름 자료를 갖고 있는지부터 파악해야 합니다. 통장 거래내역, 카드 사용 명세, 전자결재 기록처럼 회계장부를 대체할 자료가 이미 확보돼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회계 전문가를 통해 자금 흐름을 재구성하는 것도 유효한 방법입니다. 입출금 시점과 목적을 정리해 자백에서 언급된 금액·시점과 실제 자금 이동이 일치하는지 대조하면, 보강증거의 질과 양을 구체적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위탁관계 자체가 불명확하다면 애초에 보관자 지위가 인정되는지부터 다투는 방향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재판 단계에서는 검사가 제출한 자료가 실제로 자백과 독립된 보강증거인지, 아니면 단순히 자백을 재확인하는 정황에 불과한지를 하나하나 짚어야 합니다. 자금 관리 관행이나 정산 방식을 증인신문으로 밝히는 것도 불법영득의사를 다투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압수수색·임의제출 자료 목록부터 확인 — 회계장부 대체 자료(통장·카드 명세 등) 존재 여부
자금 흐름 재구성 — 회계 전문가를 통한 입출금 시점·목적 대조
위탁관계·보관자 지위 자체를 다툴 여지 확인
검사 측 증거가 자백과 독립된 보강증거인지, 자백의 재확인에 불과한지 개별 검토
회계장부가 없다는 사실은 유리한 출발점일 뿐이다 — 그 자리를 대신할 자료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실제 방어의 시작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횡령 자백만 있고 다른 증거가 전혀 없으면 무조건 무죄인가요?
A. 형사소송법 제310조에 따라 자백이 유일한 증거라면 법원은 유죄를 선고할 수 없습니다. 다만 수사 과정에서 통장 거래내역 등 최소한의 보강증거가 함께 확보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는 그 보강증거의 질과 양을 구체적으로 다투는 것이 관건입니다.
Q. 자백을 한 뒤 진술을 번복하면 불리해지나요?
A. 임의로 이루어진 최초 자백은 그 자체로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어 번복만으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번복 이유와 새 진술의 신빙성, 그 진술을 뒷받침하는 보강증거 유무가 함께 판단되므로 번복 자체보다 전체 증거관계를 다투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회계장부가 있긴 한데 부실하게 작성됐다면 어떻게 되나요?
A. 단순히 회계 처리가 미숙하거나 일부 내역이 빠져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유죄의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검사가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횡령행위를 엄격한 증거로 증명해야 하므로, 부실한 장부는 오히려 검찰의 증명 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Q. 보강증거는 범죄사실 전부를 증명해야 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판례는 보강증거가 범죄사실 전부나 중요 부분을 커버하지 않아도 자백이 진실한 것임을 인정할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다만 자백과는 독립된 별개의 자료여야 하고, 자백을 전해 들었다는 진술은 보강증거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Q. 조사 과정에서 진술을 거부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진술거부권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에서 보장하는 권리로, 회계 자료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부 진술부터 서두르기보다 자금 흐름 자료를 먼저 확인한 뒤 진술 시점과 범위를 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이미 자백한 상태인데 지금이라도 다툴 방법이 있나요?
A. 있습니다. 압수수색이나 임의제출로 확보된 자료가 실제로 자백과 독립된 보강증거인지, 단순히 자백을 재확인하는 정황에 불과한지를 개별적으로 짚어보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위탁관계나 보관자 지위 자체를 다툴 여지가 있는지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맺음말
횡령 사건에서 자백은 수사기관이 가장 먼저 확보하려는 증거이지만, 그 자백만으로는 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명확합니다. 회계장부·통장 거래내역 같은 객관적 자료가 없거나 부실하다면, 그 공백은 자백으로 메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검사의 증명 부담으로 돌아갑니다. 자백 여부와 별개로 보강증거의 존재와 질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특히 수원과 경기남부 지역의 중소기업·개인사업장에서는 회계 처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자금 관리가 이어지다가 뒤늦게 횡령 의혹이 불거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조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어떤 자료가 실제로 보강증거가 될 수 있는지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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