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퇴사한 직원에 대해 재직 중 사용한 법인카드 내역을 뒤늦게 전수조사한 뒤, 형사 고소를 예고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습니다. 퇴사 과정에서 감정이 상하거나 인수인계를 둘러싼 갈등이 생기면, 그동안 별문제 없이 넘어갔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이 새삼스럽게 문제로 떠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도 다 아는 내용인데 이제 와서 무슨 문제냐”, “그때는 다들 이 정도는 썼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놓는 퇴직자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막상 회사가 내부감사 자료를 근거로 고소장을 준비하기 시작하면, 재직 당시의 묵인이나 관행이라는 항변은 생각만큼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용 건수와 금액이 하나하나 정리되어 나오면서, 예상보다 훨씬 큰 형사·민사 리스크로 번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법인카드를 개인 용도로 계속적·반복적으로 사용한 행위에 대해 임무위배의 고의와 이득의 의사를 폭넓게 인정하는 입장을 확립하고 있습니다. 사용 당시 회사가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거나, 나중에 정산·변상할 생각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이러한 판단이 쉽게 뒤집히지 않습니다.
아래에서는 퇴사 후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이유로 고소를 예고받았을 때 어떤 혐의가 문제되는지, 그리고 조사에 앞서 무엇부터 정리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법인카드를 개인 용도로 반복해서 썼다면 퇴사 여부와 무관하게 형사책임이 문제됩니다
법인카드는 회사가 위임한 신용일 뿐, 개인이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재산이 아닙니다.
법인카드는 회사 명의로 발급되어 회사의 신용으로 결제가 이루어지는 수단입니다. 원칙적으로 그 사용 목적은 회식비, 출장비, 거래처 접대비 등 업무 관련 지출로 한정되어 있고, 카드 사용 권한을 위임받은 임직원은 그 목적 범위 안에서만 카드를 쓸 수 있는 지위에 있습니다.
대법원은 회사 임원이 공적 업무수행을 위해서만 쓸 수 있는 법인카드를 개인 용도로 계속적·반복적으로 사용한 사안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무위배의 인식과 그로 인해 자신이 이익을 얻고 회사에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업무상배임죄를 인정했습니다. 이 법리는 대표이사나 임원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법인카드 결재 권한을 위임받아 지출 업무를 실질적으로 처리하는 직원 역시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개인 용도로 반복 사용한 사실이 확인되면 같은 논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죄명이 문제되는지는 사용 방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법인카드로 직접 물건이나 서비스를 결제한 경우는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가하고 자신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얻은 것이어서 통상 업무상배임으로 구성되고, 반대로 법인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거나 실제로는 쓰지 않은 지출을 허위 영수증으로 정산받아 현금을 손에 쥔 경우라면 회사 자금을 보관하는 지위에서 이를 영득한 것이어서 업무상횡령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법인카드는 회사가 업무 목적으로 위임한 신용일 뿐, 개인이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재산이 아니라는 전제가 모든 판단의 출발점입니다.
2. “회사도 알고 있었다”, “다들 그렇게 썼다”는 항변만으로는 처벌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묵시적 승인이나 관행이 있었다고 다퉈도, 계속·반복적 사용이라면 고의가 쉽게 부정되지 않습니다.
퇴사 후 고소를 예고받은 분들이 가장 먼저 내세우는 방어 논리는 “재직 중에 회사도 다 알고 있었다”, “선임자들도 다 이런 식으로 썼다”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별다른 제지 없이 상당 기간 사용이 이어졌다면, 이런 항변이 통할 것이라 기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런 주장만으로 업무상배임의 고의가 부정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법인카드 사용에 대하여 실질적 1인 주주의 양해를 얻었다거나 실질적 1인 주주가 향후 그 법인카드 대금을 변상, 보전하여 줄 것으로 일방적으로 기대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업무상배임의 고의나 불법이득의 의사가 없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4. 2. 21. 선고 2011도8870 판결).
즉 회사 내부의 실질적 결정권자가 어느 정도 눈감아 준 정황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구체적인 지출 항목 하나하나에 대한 명시적 승인이 아니라 막연한 묵인이나 기대에 불과하다면 형사책임을 피하는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퇴사 후에야 문제 삼는 것이 부당하다고 느껴지더라도, 회사가 재직 중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사정 자체는 임무위배가 없었다는 증거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막연한 묵인이나 사후 변상에 대한 기대만으로는 임무위배의 고의를 부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최근 판례의 태도입니다.
3. “정산하면 된다”, “퇴직금에서 까면 된다”는 생각도 이미 성립한 범죄를 지우지 못합니다
회사에 받을 돈이 있다고 믿었더라도, 실제로 상계·정산을 마치기 전이라면 별개의 문제입니다.
퇴사를 앞둔 시점에는 “회사가 나에게 줄 돈(미지급 수당, 정산되지 않은 성과급 등)이 있으니, 이 정도는 미리 당겨 쓴 셈 치자”는 생각으로 법인카드를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는 문제가 불거진 뒤에야 “전액 갚겠다”, “퇴직금에서 공제해도 좋다”는 식으로 수습하려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횡령·배임 범행 이후의 사정만으로 이미 성립한 범죄가 지워지지는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업무상횡령죄에서의 불법영득의 의사는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인정함에 지장이 없고, 횡령의 범행을 한 자가 물건의 소유자에 대하여 별도의 금전채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범행 전에 상계, 정산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사유만으로 이미 성립한 업무상횡령죄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0도9871 판결).
다시 말해 “회사가 나에게 줄 돈이 있었다”는 사정은, 실제로 그 시점에 상계·정산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기대에 불과했다면 형사책임에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다만 반환·변제 여부나 회사와의 합의 진행 상황은 이후 양형 단계에서는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될 수 있습니다.
받을 돈이 있었다는 믿음이나 사후 변제 의사는, 결제가 이루어진 시점에 이미 완성된 범죄를 되돌리지 못합니다.
4. 유용 금액과 마지막 사용 시점에 따라 처벌 수위와 시효가 달라집니다
이득액이 커질수록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고, 공소시효는 마지막 사용일부터 진행됩니다.
형법 제355조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횡령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면 같은 형으로 배임죄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해 이런 행위를 한 경우에는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형이 무거워집니다.
유용한 금액, 즉 이득액이 커지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됩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같은 법 제3조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재직 기간 동안 매달 소액씩 개인적으로 사용한 금액이라도, 하나의 범의 아래 반복된 것으로 보아 포괄일죄로 합산되면 이 기준을 넘어서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업무상횡령·배임죄는 법정형의 상한이 10년 이하의 징역이어서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는 10년입니다. 다만 여러 차례의 개인적 사용이 포괄일죄로 파악되면 공소시효는 각 결제일이 아니라 마지막 사적 사용일부터 진행되므로, “재직 초반에 쓴 것이라 시효가 지났을 것”이라는 판단은 섣부를 수 있습니다.
5. 고소장 접수부터 재판까지, 절차와 방어 준비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고소장이 접수되기 전, 사용 내역을 스스로 정리해두는 것이 방어의 시작입니다.
퇴사자를 상대로 한 법인카드 관련 형사 절차는 통상 ①회사의 내부감사·인수인계 과정에서 사용 내역을 전수조사 → ②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업장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및 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되는 경우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에 이른다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회사로부터 고소를 예고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재직 중 발급받았던 법인카드 전체 사용내역서(또는 카드사에 재발급 요청한 명세)를 확보해 회사가 문제 삼는 항목과 일일이 대조합니다.
각 결제 건이 회식·출장·거래처 접대 등 업무 관련 지출이었는지 소명할 자료(메신저 대화, 이메일, 지출결의서, 동행자 진술 등)를 항목별로 정리합니다.
회사의 법인카드 사용지침·결재라인과 실제 승인 관행을 확인해, 임무위배의 고의를 다툴 수 있는 지점이 있는지 가려냅니다.
이렇게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횡령·배임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형사 대응과 함께 회사와의 정산·합의 협상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퇴사한 마당에 법인카드 문제로 고소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다며, 이미 회사를 나온 상황에서 굳이 다퉈야 하나 위축되어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근거로 손해를 주장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반복적으로 유용된 금액과 그 경위를 자료로 정리하는 것이 먼저이고, 반대로 갑작스레 고소 예고를 받은 퇴직자 입장에서도 “회사도 알고 있었다”는 막연한 항변보다는 실제 승인 여부와 사용 목적을 구체적으로 소명하는 것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저는 회사 측을 대리해 법인카드 유용을 파헤치는 사건과, 반대로 퇴직자를 대리해 방어하는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사용 내역이라도 어떤 자료와 법리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고소가 예고된 상황이라면, 지금이 바로 그 결론을 준비해야 할 시점입니다.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재직 중에 회사가 알면서도 넘어갔던 것 같은데, 퇴사 후에 처벌될 수 있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실질적 결정권자의 막연한 양해나 사후 변상에 대한 일방적 기대만으로는 업무상배임의 고의가 부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Q. 퇴사한 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고소할 수 있나요?
A. 업무상횡령·배임죄의 공소시효는 10년입니다. 여러 차례의 사용이 포괄일죄로 파악되면 시효는 마지막 사적 사용일부터 진행되므로, 초반에 사용한 금액도 시효가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Q. 사용한 금액을 전부 갚으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사후에 반환·변상하더라도 이미 성립한 불법영득의사 인정에는 지장이 없다고 봅니다. 다만 반환·합의 여부는 양형 단계에서 참작될 수 있습니다.
Q. 회식비나 거래처 접대비로 쓴 것도 문제가 되나요?
A. 실제로 업무 관련 지출이었다면 원칙적으로 문제되지 않습니다. 다만 참석자·목적·시점 등을 소명할 자료가 없으면 개인적 사용으로 오인받을 수 있으므로 관련 기록을 정리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회사가 퇴직금에서 공제하겠다고 하는데 그대로 응해야 하나요?
A. 곧바로 동의하기보다, 공제하려는 금액의 산정 근거와 실제 유용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일방적인 공제 통보에 응한 사실이 오히려 혐의를 인정하는 정황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Q. 배임과 횡령 중 어떤 혐의로 고소될 가능성이 높나요?
A. 법인카드로 직접 결제한 경우는 통상 업무상배임, 현금서비스를 받거나 허위 정산으로 현금을 받은 경우는 업무상횡령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사안에 따라 검찰의 적용 법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으면 바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에서 임무위배의 고의와 사용 목적에 대한 입장을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이후 절차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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