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한 회사가 저를 배임으로 고소했는데 영업비밀 문제도 겹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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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한 회사가 저를 배임으로 고소했는데 영업비밀 문제도 겹쳤어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직원이 퇴사한 뒤 이직하거나 창업하는 과정에서, 전 직장이 업무상배임과 영업비밀 침해를 함께 걸어 형사고소를 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내가 만들거나 정리한 자료니까 내 것 아니냐”, “그냥 참고용으로 갖고 있었을 뿐 실제로 쓴 적은 없다”는 생각으로 재직 중 쓰던 자료를 개인 메일이나 클라우드에 옮겨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퇴사 후 이직처나 새 사업이 궤도에 오르기 시작하면, 전 직장이 “업무상배임이다”, “영업비밀을 빼돌린 것이다”라며 고소장을 접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자료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와 별개로, 업무상배임죄의 성립 여부는 반출 시점과 자료의 성격을 훨씬 엄격하게 따지는 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두 죄는 요건이 다르기 때문에, 영업비밀 혐의를 벗더라도 배임 혐의가 그대로 남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도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퇴사한 직원이 업무상배임과 영업비밀 침해로 함께 고소당했을 때 어떤 기준으로 유무죄가 갈리는지, 그리고 지금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지금은 퇴사했더라도 재직 중 자료를 반출했다면 업무상배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핵심은 지금 퇴사했는지가 아니라, 자료를 반출한 시점에 재직 중이었는지입니다.

업무상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합니다(형법 제355조 제2항, 제356조). 재직 중인 직원은 회사 자료를 관리·보호할 임무를 지는 지위에 있으므로, 그 자료를 개인 메일이나 외부 저장장치로 옮기는 행위 자체가 이미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단순배임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지만, 회사 업무로서 자료를 보관·관리하던 직원이라면 형이 더 무거운 업무상배임(형법 제356조)이 적용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다만 퇴사 시점의 처리가 중요합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습니다.

퇴사 시에 그 영업비밀 등을 회사에 반환하거나 폐기할 의무가 있음에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목적으로 이를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아니하였다면, 이러한 행위 역시 퇴사 시에 업무상배임죄의 기수가 된다(대법원 2017. 6. 29. 선고 2017도3808 판결).

같은 판결은 이어서, 회사직원이 퇴사한 후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더 이상 업무상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고, 반환·폐기하지 않은 자료를 퇴사 후에 유출하거나 이용하더라도 이는 이미 성립한 배임행위의 실행행위에 지나지 않아 따로 업무상배임죄를 구성하지는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회사가 “이직 후에 그 자료를 썼다”는 점만을 문제 삼는다면, 배임죄 성립 여부 자체는 재직 중 반출·미반환 시점에 이미 결정된 것이지 퇴사 후 행위로 새로 성립하는 것이 아닙니다.

배임 성립 여부의 출발점은 자료를 언제 가지고 나왔는지, 그 시점에 반환·폐기 의무를 다했는지입니다.


2.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아도 ‘영업상 주요한 자산’이면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영업비밀 요건을 벗어난다고 해서 형사책임까지 벗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상 영업비밀로 인정받으려면 세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합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지 않은 비공지성, 보유자가 경쟁상 이익을 얻거나 취득·개발에 상당한 비용과 노력이 들어간 경제적 유용성, 그리고 접근 제한·비밀유지서약 등으로 비밀로 관리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인식 가능해야 하는 비밀관리성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다투어지는 지점은 비밀관리성입니다. 전 직장이 문제 삼는 자료라도, 접근 권한을 특별히 제한하지 않았거나 비밀유지서약서를 받지 않았거나 “대외비” 같은 표시조차 없었다면, 그 자료는 영업비밀로 인정되지 않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은 성립하지 않을 여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대법원은 이렇게 판시했습니다.

영업비밀이 아니더라도 그 자료가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공개되지 않았고 사용자가 상당한 시간, 노력 및 비용을 들여 제작한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 경우에도 그 자료의 반출행위는 업무상배임죄를 구성한다(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도9089 판결).

즉 영업비밀의 엄격한 요건, 특히 비밀관리성을 다투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를 벗더라도, 형법상 업무상배임죄는 그보다 낮은 기준인 “영업상 주요한 자산”만으로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두 혐의는 요건이 다른 별개의 죄이므로 각각 따로 방어 논리를 세워야 합니다.

영업비밀 요건 미비로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을 벗어나더라도, 업무상배임 혐의는 별도로 남을 수 있습니다.


3. 고객명단·단가표·소스코드 등 구체적으로 어떤 자료였는지가 처벌 수위를 가릅니다

자료의 성격과 반출 방식에 따라 혐의의 무게와 방어 논리가 달라집니다.

실무에서 자주 문제 되는 자료는 고객사 연락처와 거래조건, 견적·단가표, 설계도면이나 소스코드, 인사·재무 관련 내부자료 등입니다. 이런 자료가 회사 홈페이지, 카탈로그, 명함처럼 이미 외부에 공개돼 있던 것이라면 비공지성이 결여돼 영업비밀은 물론 “영업상 주요한 자산”으로 보기도 어려워 방어 여지가 커집니다.

반대로 “내가 직접 만들거나 개발한 자료니까 내 것”이라는 생각은 실무에서 가장 자주 배신당하는 안심입니다. 재직 중 업무의 일환으로 작성·개발한 자료는 원칙적으로 회사에 귀속되고, 작성자가 본인이라는 사정만으로 개인 소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소스코드나 설계도면처럼 상당한 비용과 인력이 투입된 자료일수록 “영업상 주요한 자산”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출 방식도 쟁점입니다. 회사 메일에서 개인 메일로 전송한 기록, 개인 클라우드 업로드 이력, 외장하드·USB 복사 로그는 회사 측이 포렌식으로 비교적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증거입니다. 반출 시점이 재직 중이었는지, 어떤 경로로 얼마나 되는 양이 옮겨졌는지가 조사 초반의 핵심 쟁점이 됩니다.

공개된 자료인지, 회사 비용으로 만들어진 핵심 자료인지에 따라 방어 논리의 출발점이 달라집니다.


4. 이득액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지고, 영업비밀 혐의가 겹치면 형이 더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배임죄의 이득액 기준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은 별도로 누적될 수 있습니다.

업무상배임죄도 횡령죄와 마찬가지로 이득액 규모에 따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됩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이 무거워지고,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영업비밀 침해까지 함께 인정되면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가 별도로 적용됩니다. 국내에서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누설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재산상 이득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이고, 해외에서 사용하거나 사용될 것을 알면서 침해행위를 한 경우에는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의 벌금(이득액의 10배가 15억원을 초과하면 그 이득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까지 가능합니다.

업무상배임죄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은 보호법익과 성립요건이 다른 별개의 범죄이므로, 두 혐의가 함께 기소되면 실체적 경합으로 처벌 수위가 크게 높아질 수 있습니다. 다만 요건이 다르다는 것은 반대로 하나의 혐의를 방어했다고 해서 다른 혐의까지 자동으로 벗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해, 각 혐의를 따로 대응해야 합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되고 초기 대응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고소장 접수 직후 자료를 정리해두느냐가 이후 조사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업무상배임·영업비밀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사업장이 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반출 정황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압수수색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에 이르거나 증거인멸·도주 우려가 인정되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전 직장으로부터 배임·영업비밀 혐의로 고소당했다면, 감정적으로 반박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사실관계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1. 문제된 자료를 반출한 시점이 재직 중이었는지 퇴사 후였는지부터, 이메일 전송일시·클라우드 업로드 이력·근로계약 종료일을 대조해 정리합니다.

  2. 그 자료가 회사 내부에서 실제로 비밀로 관리되고 있었는지, 접근 권한 제한이나 비밀유지서약서 등이 있었는지 확인합니다.

  3. 반출된 자료가 이직처나 새 사업에서 실제로 사용됐는지, 그로 인한 손해나 이득이 구체적으로 발생했는지 관련 자료로 정리합니다.

이 세 가지를 먼저 정리해두면, 배임죄와 영업비밀 침해 혐의 중 어느 쪽이 실제로 다툴 여지가 있는지 변호인과 함께 훨씬 빠르게 방향을 잡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전 직장으로부터 배임과 영업비밀 혐의로 함께 고소를 당하면 “그냥 예전에 쓰던 참고자료였는데”, “이미 오래전에 정리한 파일인데”라는 생각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핵심 자료를 지키려는 회사 입장에서는 반출 정황과 실제 사용 여부를 최대한 촘촘히 확보하려 하고, 반대로 이직이나 창업을 준비하며 손에 익은 실무자료를 정리했을 뿐이라는 직원 입장에서는 그 경계가 억울하게 느껴지기 쉽습니다. 어느 쪽이든 반출 시점과 자료의 성격, 실제 사용 여부라는 같은 쟁점을 놓고 다투게 됩니다.

저는 회사 측 자료 유출 대응과 퇴사자의 배임·영업비밀 혐의 방어,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사실관계도 시점과 자료 성격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고소장을 받은 지금이 사실관계를 가장 정확하게 정리할 수 있는 시점입니다. 늦기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퇴사한 지 몇 달이나 지났는데도 배임죄로 처벌될 수 있나요?

A. 자료를 반출한 시점이 재직 중이었다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배임죄는 반출 당시, 또는 퇴사 시 반환·폐기 의무를 다하지 않은 시점에 이미 성립 여부가 결정되므로, 퇴사 후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성립 여부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Q. 회사 자료를 이미 삭제했는데도 문제가 되나요?

A. 삭제 사실만으로 혐의를 벗기는 어렵습니다. 반출 자체로 이미 임무위배행위가 있었는지가 쟁점이고, 삭제나 반환은 이후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될 수 있는 정도입니다. 다만 삭제 시점과 경위는 구체적으로 소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Q. 영업비밀이 아니라는 게 인정되면 완전히 무혐의가 되나요?

A.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영업비밀 요건, 특히 비밀관리성이 부족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그 자료가 회사가 상당한 비용과 노력을 들인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하면 업무상배임죄는 별도로 성립할 수 있습니다.

Q. 이직한 회사에서 실제로 그 자료를 쓴 적이 없다면 괜찮은가요?

A. 실제 사용 여부는 유리한 사정이지만 그 자체로 무죄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반출·미반환 시점에 이미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고, 실제 사용 여부는 손해 규모와 양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Q. 배임죄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동시에 기소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두 죄는 보호법익과 성립요건이 다른 별개의 범죄이므로 함께 기소되면 실체적 경합으로 처벌 수위가 높아질 수 있고, 각 혐의를 따로 방어해야 합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반출 시점·경위에 대한 초기 진술이 이후 사건 전체 방향을 결정하고, 디지털포렌식 압수수색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사전에 자료를 정리해둘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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