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대표의 지시에 따라 회사 자금을 이체하거나 관리했던 실무 직원이, 나중에 그 거래가 문제되면서 대표와 함께 배임 공범으로 입건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실무자분들 중 상당수는 “저는 대표님이 시키는 대로 이체만 했을 뿐이다”, “결재 라인을 거쳐서 처리했으니 문제없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자금을 옮겼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사가 시작되면 “지시받아서 한 것뿐이다”, “저는 그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도 몰랐다”는 설명만으로는 공범 혐의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사무처리자 신분이 없는 사람이라도 신분자와 공모해 배임행위에 가담했다면 형법 제33조에 따라 공범 책임을 진다는 법리를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대표의 지시였다는 사정만으로는 배임의 고의가 부정되지 않으며, 오히려 자금 이동이 정상적인 절차를 벗어났다는 것을 실무자가 인식하고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아래에서는 대표 지시로 자금을 옮긴 직원이 어떤 경우에 배임 공범으로 처벌될 수 있는지, 그리고 입건 통보를 받았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대표의 지시를 따랐어도 배임 공범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사무처리자 신분이 없는 사람도 신분자와 공모하면 배임죄의 공범이 됩니다.
배임죄는 형법 제355조 제2항에 따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하는 범죄로, 회사 자금의 관리·집행 업무를 실제로 담당하는 사람만 정범이 될 수 있는 신분범입니다. 그 업무가 업무상 지위에서 이루어졌다면 형법 제356조 업무상배임이 적용되어 형이 더 무거워집니다.
문제는 자금 이체 실무를 맡은 직원처럼 그 자체로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지위가 없거나 애매한 사람도 얼마든지 공범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형법 제33조는 신분관계가 있어야 성립하는 범죄에 신분 없는 사람이 가담한 경우에도 공동정범이나 방조범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신분관계 없는 자가 신분자와 공모하여 업무상배임죄를 저지른 경우의 처단 방법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그와 같은 신분관계가 없는 자에 대하여는 형법 제33조 단서에 의하여 단순배임죄에 정한 형으로 처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9. 4. 27. 선고 99도883 판결).
즉 대표의 자금 이동 지시를 실행한 직원이 회사 자금을 관리하는 업무상 지위에 있었다면 업무상배임죄의 공동정범이 되고, 그런 지위 없이 단순히 이체만 대행했더라도 형법 제33조 본문에 따라 배임행위에 가공한 이상 공범 성립 자체는 피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신분이 없다면 같은 조 단서에 따라 처단형은 업무상배임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가벼운 단순배임죄 기준으로 낮아집니다.
사무처리자 신분이 없는 실무자도, 신분 있는 대표와 공모해 배임행위에 가담했다면 공범 책임 자체를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2. “몰랐다”, “시켜서 했다”는 말만으로는 배임의 고의를 부정하지 못합니다
배임의 고의는 확정적 인식이 아니라 미필적 인식만으로도 인정됩니다.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임무에 위배된다는 인식과, 그로 인해 자신이나 제3자가 이익을 얻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 즉 배임의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고의는 “손해를 끼치겠다”는 확정적 목적까지 요구하지 않습니다.
배임죄에 있어서 배임의 범의는 배임행위의 결과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염려가 있다는 인식과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의 이득을 얻는다는 인식이 있으면 족하고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다는 의사나 자기 또는 제3자에게 재산상의 이득을 얻게 하려는 목적은 요하지 아니하며, 이러한 인식은 미필적 인식으로도 족한 것이다(대법원 2004. 7. 9. 선고 2004도810 판결).
즉 이체 담당 직원이 “확실히 회사에 손해가 갈 것이다”라고까지 생각하지 않았더라도, 결재 절차를 건너뛰거나 이사회 승인 없이 거액이 빠져나가는 등 이례적인 정황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실행했다면 미필적 고의는 인정될 수 있습니다. “지시받았을 뿐”이라는 사정 자체는 고의를 부정하는 근거가 아니라, 그 지시의 이례성·위법성을 실제로 인식했는지를 가리는 하나의 사정에 불과합니다.
“몰랐다”, “시켜서 했다”는 설명은 그 자체로 고의를 없애주지 못하며, 절차의 이례성을 인식했는지가 실제 쟁점이 됩니다.
3. 지시대로 했을 뿐이라는 항변, 법원은 쉽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위법한 지시를 따랐다는 사정은 정당행위나 고의 없음의 근거가 되기 어렵습니다.
형법 제20조는 법령에 의한 행위, 업무로 인한 행위, 그 밖에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그러나 판례가 요구하는 정당행위의 요건, 즉 목적의 정당성·수단의 상당성·법익균형성·긴급성·보충성을 모두 갖추어야 하는데, 상급자 지시라는 이유만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자금 이동에 가담한 경우 이 요건을 온전히 충족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지시를 거부하거나 절차상 이의를 제기할 방법이 있었다면 보충성 요건에서부터 막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무에서는 공모의 정도에 따라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과 제32조의 방조범(종범)이 갈립니다. 자금 이동의 필요성이나 방법을 함께 논의하거나 문제를 인식하고도 적극적으로 실행에 관여했다면 공동정범으로, 상급자의 결정에 따라 절차적으로 이체 업무만 수행했을 뿐이고 임무위배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면 고의 자체가 부정될 여지도 있습니다. 종범으로 인정되더라도 형법 제32조 제2항에 따라 정범보다 형이 필요적으로 감경됩니다.
따라서 입건 초기 단계에서는 “지시받아서 했다”는 사실관계 자체보다, 지시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임무위배성과 손해 발생 가능성을 실제로 인식하고 있었는지, 인식하고도 얼마나 적극적으로 관여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이 됩니다.
“시켜서 했다”는 사정은 정당행위의 근거가 되지 못하며, 임무위배성을 인식했는지와 관여 정도에 따라 공동정범·방조범·고의 유무까지 갈릴 수 있습니다.
4. 가담 정도와 유용 금액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이득액이 커질수록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가중처벌 구간에 들어갑니다.
사무처리자 신분이 있는 사람이 업무상배임으로 처벌되면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신분이 없어 형법 제33조 단서가 적용되는 공범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단순배임죄, 즉 형법 제355조 제2항의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간에서 처벌됩니다.
그런데 이 구간은 이득액 규모에 따라 다시 크게 바뀝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대표의 지시로 여러 차례에 걸쳐 자금을 옮긴 경우 개별 거래는 소액이라도 포괄일죄로 묶여 합산 이득액이 가중처벌 구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다만 가담 경위, 공모 정도, 개인적 이익 취득 여부, 수사 협조 여부 등은 배임죄의 성립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이후 처벌 수위와 양형 단계에서는 실질적으로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5. 입건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초기 진술과 자료 정리가 이후 절차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대표 지시에 따른 자금 이동이 배임으로 문제되면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업장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인지 및 입건 → ②관련자 조사(대표와 실무자가 각각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특경법 가중처벌 구간이라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입건 통보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금 이동을 지시받은 경위(구두 지시인지 서면 결재인지, 결재라인과 이사회 승인 절차를 거쳤는지)를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이체 내역과 메신저·이메일 등 지시가 오간 기록을 확보해 본인이 임무위배성을 언제·어떻게 인식했는지를 뒷받침할 자료를 모읍니다.
자금이 실제로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본인이 개인적 이익을 취득했는지 여부를 회사 자금 흐름 자료로 확인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배임 공범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공동정범인지 방조범인지, 나아가 고의 자체를 다툴 여지가 있는지까지 초기 단계에서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대표 지시로 움직였던 실무자가 배임 공범으로 입건되면, “그래도 회사 일이었는데”, “시켜서 한 것뿐인데”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금 이동을 지시한 대표 입장에서는 실무자에게 책임을 미루는 것만으로 자신의 책임이 가벼워지지 않는다는 점을 살펴야 합니다.
반대로 지시를 실행한 실무자 입장에서도 “시켜서 했다”는 설명만으로는 공범 혐의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렵고, 임무위배성을 인식했는지와 관여 정도가 실제 쟁점이 된다는 점을 냉정하게 짚어야 합니다.
저는 회사 자금 흐름을 둘러싼 배임 사건에서 지시를 내린 쪽과 지시를 따른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누가 어떤 사실을 어떻게 소명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대표님이 시켜서 자금을 옮긴 것뿐인데도 처벌받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사무처리자 신분이 없더라도 형법 제33조에 따라 신분자와 공모해 배임행위에 가담한 이상 공범 책임을 피하기 어렵고, 다만 신분이 없다면 형법 제33조 단서에 따라 상대적으로 가벼운 단순배임죄 기준으로 처단됩니다.
Q. 저는 이체 업무만 했을 뿐, 그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그래도 공범인가요?
A. 임무위배성과 손해 발생 가능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면 고의 자체가 부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배임의 고의는 미필적 인식만으로도 인정되므로, 절차상 이례적인 정황을 인식했는지가 실제 쟁점이 됩니다.
Q. 나중에 문제가 될 것 같아 서면으로 이의를 제기했는데도 결국 지시대로 이체했습니다. 이 기록이 도움이 되나요?
A. 유리한 사정입니다. 이의 제기 기록은 임무위배성을 인식하고도 저항했다는 정황이나 가담 정도가 소극적이었다는 정황으로 작용해, 공동정범이 아닌 방조범 판단이나 양형에서 참작될 수 있습니다.
Q. 대표와 저, 둘 다 똑같은 죄로 기소되나요?
A.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사무처리자 신분이 있는 대표는 업무상배임으로, 신분이 없는 실무자는 형법 제33조 단서에 따라 상대적으로 가벼운 단순배임죄 기준으로 처단되는 등 신분과 가담 정도에 따라 적용 조문과 형량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개별 이체 금액이 크지 않으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은 적용되지 않나요?
A. 개별 거래 금액이 작아도 여러 차례 반복된 이체가 포괄일죄로 묶이면 합산 이득액을 기준으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합산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까지 가능합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공동정범인지 방조범인지, 고의를 다툴 여지가 있는지는 초기 진술 방향에 따라 크게 달라지고, 이득액이 큰 사건은 구속 수사 가능성까지 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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