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회사 자금이나 동업 자금을 유용한 혐의로 조사를 앞둔 분들이 가장 먼저 묻는 질문 중 하나가 “저는 초범인데도 구속되나요”입니다. 특히 이득액이 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 위반 사건에서는 이 질문이 더 절박하게 다가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초범이니 조사만 잘 받으면 불구속으로 끝날 것”, “피해자와 합의하면 구속까지야 가겠어”라는 생각으로 여유를 부리다가, 막상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나서야 당황해 뒤늦게 변호인을 찾는 분들을 적지 않게 봅니다.
최근 대법원(법원행정처)은 구속 여부를 범죄의 경중만으로 재단하지 않고, 실제 도주·증거인멸 우려와 구속의 필요성이 있는지를 개별적으로 심사하도록 실무 기준을 정비했습니다. 그러나 이 말이 특경법 사건에서 구속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득액이 큰 사건일수록 그 심사에서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래에서는 특경법 횡령 사건에서 구속이 정말 ‘원칙’인지, 초범이라는 사정이 실제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구속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최근 실무 기준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원칙은 불구속수사이지만, 특경법 사건은 사실상 예외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속은 무죄추정원칙의 예외이지만, 실무에서는 범죄의 중대성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형사소송법 제198조 제1항은 “피의자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 상태에서 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아직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사람의 신체의 자유를 미리 제한하는 구속은, 헌법이 보장하는 무죄추정의 원칙상 예외적으로만 허용되는 처분입니다.
구속이 허용되려면 형사소송법 제70조 제1항에 따라 주거가 일정하지 않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거나,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어야 합니다. 이 세 가지 사유 중 어느 하나도 소명되지 않으면 검사가 영장을 청구하더라도 법원은 기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조 제2항은 법원이 구속사유를 심사할 때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도 함께 고려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2007년 개정으로 신설된 이 조항 때문에, 이득액이 큰 특경법 사건은 ‘범죄의 중대성’ 요소에서 이미 불리하게 평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특경법 위반이라는 이유만으로 구속영장이 자동 발부되는 것은 아니지만, 법정형이 무거운 사건일수록 도주·증거인멸 우려를 넉넉하게 인정하는 경향이 실무에서 나타납니다.
불구속수사가 원칙이지만, 범죄의 중대성을 고려하도록 한 형사소송법 제70조 제2항 때문에 특경법 사건은 사실상 예외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2. 구속 여부는 전과가 아니라 도주·증거인멸 우려로 판단됩니다
초범 여부는 구속사유가 아니라, 도주·증거인멸 우려를 판단할 때 참고되는 정황일 뿐입니다.
형사소송법 제70조가 정한 구속사유 어디에도 ‘전과 유무’는 직접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초범인지 여부는 그 자체로 구속을 결정하는 요소가 아니라, 도주할 염려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를 판단할 때 참고되는 여러 정황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이 원칙은 수사 단계의 구속영장뿐 아니라, 재판에서 실형이 선고될 때의 법정구속에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예전에는 실형이 선고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자리에서 구속하는 것이 관행이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피고인에 대하여 실형을 선고할 때에는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법정에서 피고인을 구속한다(대법원 법원행정처 「인신구속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 제57조 제2항, 2021. 1. 1. 시행).
이 예규는 종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정구속”이라는 표현을,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로 바꾼 것입니다. 즉 초범이든 재범이든, 실형이 예상된다는 사정만으로 구속이 자동으로 뒤따르는 것은 아니며, 여전히 도주·증거인멸 우려라는 실질적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초범이라는 사정만으로 구속을 면하는 것도, 반대로 구속이 자동으로 뒤따르는 것도 아닙니다. 핵심은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실질적으로 소명되는지입니다.
3.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에 들어가면 도주 우려가 더 쉽게 인정됩니다
특경법의 무거운 법정형 자체가 도주 동기로 평가되어 구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이 정한 도주·증거인멸 우려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피의자가 처한 구체적 상황 속에서 판단됩니다. 실무에서는 주거의 안정성, 직업과 소득, 가족관계처럼 사회적 유대가 얼마나 견고한지를 먼저 살피고, 여기에 예상되는 형량이 얼마나 무거운지를 함께 고려합니다.
문제는 특경법 위반 사건 자체가 이 예상 형량이라는 요소에서 이미 불리하게 출발한다는 점입니다. 이득액이 5억원을 넘으면 법정형 하한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정해져 있어,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처음부터 상당히 높게 평가됩니다.
형사소송법은 구속사유를 심사할 때 이런 사정을 함께 고려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주거가 일정하지 아니한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가운데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때에는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고, 이를 심사할 때에는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70조 제1항·제2항).
즉 초범이라 하더라도, 예상 형량이 무겁고 이득액 산정을 다툴 여지가 크지 않다면 도주 우려가 쉽게 인정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득액 산정에 다툼의 여지가 있거나, 주거·직업이 안정적이라는 자료를 충분히 제출한다면 초범이라는 사정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초범이라는 사정 자체보다, 예상 형량이 무겁다는 사실이 도주 우려 판단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4. 이득액 구간에 따라 법정형과 집행유예 가능 여부가 달라집니다
이득액 5억원을 넘는 순간부터는 집행유예조차 기대하기 어려워집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는 형법 제355조(횡령·배임) 또는 제356조(업무상횡령·배임)의 이득액을 기준으로 형을 가중합니다. 이득액이 5억원 미만이면 특경법이 아니라 형법이 그대로 적용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그칠 수 있습니다.
반면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경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되며, 형법과 달리 벌금형을 선택할 수 있는 조항 자체가 없습니다.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62조에 따른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를 선고할 때만 가능합니다. 특경법 적용 구간에서는 법정형 하한이 이미 3년이므로, 작량감경 등으로 형을 낮추지 못하면 집행유예 자체가 법리적으로 불가능해집니다. 실형 가능성이 이렇게 구조적으로 높다는 점이, 앞서 본 도주 우려 판단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하는 이유입니다.
5. 영장실질심사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구속영장 실질심사 전 소명자료를 얼마나 준비했는지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특경법 횡령 사건은 통상 ①고소·고발 또는 인지 수사(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경찰서·수원중부경찰서 등 관할서) → ②구속영장이 청구되면 구속전 피의자심문, 즉 영장실질심사(수원지방법원 영장전담판사)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기소 여부 결정 → ④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과 선고, 실형이면 법정구속 여부 심사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이라면 각 단계마다 구속 가능성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영장실질심사는 통보를 받은 뒤 짧은 시간 안에 준비해야 하므로, 조사 단계에서부터 미리 자료를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 순서로 확인해 두면 심사에서 유리한 사정을 제시하기 쉬워집니다.
주거의 안정성을 보여줄 자료(등기부등본·임대차계약서 등)와 직업·소득을 증명할 자료를 준비합니다.
이득액 산정의 근거가 된 계좌내역·정산자료를 확인해, 특경법 가중구간 해당 여부를 다툴 지점이 있는지 검토합니다.
피해 회복을 위한 공탁·합의 시도 등 구속 필요성을 낮출 수 있는 사정을 정리해 변호인을 통해 의견서로 제출합니다.
이런 자료를 미리 갖추고 영장실질심사에 임한다면, 이득액이 큰 특경법 사건이라도 초범이라는 사정과 결합해 구속을 피하거나 법정구속을 면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마치며
특경법 사건에서 조사 통보를 받은 분들이 초기 대응을 미루는 이유는 대체로 “초범이니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 때문입니다. 그러나 구속 여부는 전과가 아니라 소명자료와 준비 상태로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구속영장 심사가 도주·증거인멸 우려라는 명확한 기준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수사와 재판의 실효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기도 합니다. 피의자 입장에서는 억울하게 신체의 자유가 제한되지 않도록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고, 법원 입장에서는 이득액이 큰 사건일수록 증거인멸이나 재산 은닉 우려를 가볍게 볼 수 없다는 점도 함께 고려됩니다.
저는 특경법 위반 사건에서 구속영장 단계부터 대응해 온 변호사로서, 같은 사안이라도 소명자료를 얼마나 미리 준비했는지에 따라 구속 여부와 이후 재판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차례 확인했습니다.
초범이라는 사정만 믿고 대응을 미루기보다, 조사 통보를 받은 시점부터 구속 가능성을 함께 점검해야 합니다. 결론이 갈리는 그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초범이면 특경법 횡령이라도 구속영장이 청구되지 않나요?
A. 초범이라는 사정만으로 구속영장 청구가 배제되지는 않습니다. 검사는 이득액, 도주·증거인멸 우려 등을 종합해 청구 여부를 판단하며, 전과 유무는 여러 참작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Q. 피해자와 합의하면 구속을 피할 수 있나요?
A. 합의는 구속 필요성을 낮추는 유리한 사정이 될 수 있지만, 그 자체로 도주·증거인멸 우려를 완전히 없애주지는 않습니다. 합의서와 함께 주거·직업의 안정성을 보여주는 자료를 같이 준비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Q. 이득액이 정확히 얼마부터 특경법이 적용되나요?
A. 형법상 횡령·업무상횡령죄의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됩니다.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Q.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사건이 끝난 건가요?
A. 아닙니다. 구속영장 기각은 신체 구속 여부에 대한 판단일 뿐, 수사와 기소 여부는 별개로 계속 진행됩니다. 불구속 상태에서도 기소되어 유죄가 선고될 수 있습니다.
Q. 재판에서 실형이 선고되면 무조건 법정에서 구속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2021년 개정된 「인신구속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에 따라 실형 선고 시에도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법정구속이 이루어지도록 실무가 바뀌었습니다.
Q.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A. 주거의 안정성, 직업과 소득, 가족관계,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 등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낮다는 점을 뒷받침할 자료를 정리해 변호인을 통해 제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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