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에서 리베이트 받은 게 배임수재로 고발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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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처에서 리베이트 받은 게 배임수재로 고발됐어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거래처로부터 접대나 금품을 받았다가 회사로부터 배임수재 혐의로 고발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특히 구매·영업 담당자처럼 회사를 대신해 거래처와 계약을 맺거나 물품을 발주하는 자리에 있는 분들이 이런 상황에 자주 놓입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그냥 명절에 인사차 받은 것뿐이다”, “거래처가 알아서 챙겨준 것이지 내가 뭘 봐준 건 없다”는 생각으로 리베이트나 선물을 받아온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회사가 이 사실을 알게 되어 고발을 하면, “대가성이 없었다”, “업무에 영향을 준 적이 없다”는 식으로 방어해보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배임수재죄의 성립 요건 중 ‘부정한 청탁’이 반드시 명시적이고 구체적인 요구일 필요는 없다는 기준을 재확인하고 있습니다. 거래를 계속 유지해 달라는 취지만으로도, 그리고 노골적인 대가 요구가 없었더라도 상황에 따라 부정한 청탁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거래처에서 받은 리베이트나 접대가 어떤 경우에 배임수재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고발을 당했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거래처가 준 돈이라도 정당한 사례비가 아니라 배임수재가 될 수 있습니다

받는 사람이 회사를 위해 일하는 지위에 있다면, 거래처의 호의도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57조 제1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한 때를 배임수재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란 반드시 대표이사나 임원일 필요는 없고, 구매·영업·발주 업무처럼 회사를 대신해 거래처와의 관계에서 재량을 행사하는 지위에 있으면 충분합니다.

실무에서는 구매담당자나 영업담당자가 거래처로부터 명절 선물, 접대, 현금, 또는 매출액에 연동된 리베이트를 받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런 금품 수수가 단순한 감사 표시가 아니라, 거래를 유지하거나 유리하게 처리해 달라는 취지가 조금이라도 섞여 있으면 배임수재의 구성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회사에 손해를 끼친 적이 없다”, “오히려 거래처와의 관계를 좋게 유지해서 회사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배임수재죄는 회사에 실제 손해가 발생했는지를 요건으로 하지 않습니다.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이나 이익을 취득한 사실 자체가 처벌 대상입니다.

회사를 위해 일하는 지위에 있는 이상, 거래처가 준 돈이나 접대는 정당한 사례가 아니라 배임수재의 구성요건이 될 수 있습니다.


2. ‘부정한 청탁’은 노골적인 요구가 없어도 인정될 수 있습니다

명시적으로 대가를 요구하지 않았더라도, 정황상 청탁이 있었다고 볼 수 있으면 충분합니다.

배임수재죄가 성립하려면 재물이나 이익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있어야 합니다. 이때 부정한 청탁이 반드시 “이번 발주는 우리 쪽으로 달라”는 식의 명시적 요구일 필요는 없습니다.

대법원은 부정한 청탁의 판단기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부정한 청탁’이라 함은 반드시 업무상 배임의 내용이 되는 정도에 이를 것을 요하지 아니하고,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면 족하다(대법원 2011. 8. 18. 선고 2010도10290 판결).

즉 거래처 담당자가 “다음에도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취지로 접대나 금품을 제공했고, 받는 사람도 그 취지를 알면서 받았다면, 구체적으로 “이번 건은 우리 쪽으로 처리해 달라”는 말이 오가지 않았더라도 부정한 청탁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 2024. 3. 12. 선고 2020도1263 판결도 구체적이고 특정된 청탁이 없었더라도, 피고인의 지위와 상대방과의 관계, 재산상 이익의 규모 등에 비추어 묵시적 청탁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봐달라고 한 적 없다”, “그냥 알아서 챙겨준 것”이라는 항변만으로는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수사기관은 금품을 준 시점과 거래 발주·계약 시점의 근접성, 금액의 규모, 반복성 등을 통해 묵시적 청탁의 존재를 추론합니다.

부정한 청탁은 노골적인 말이 아니라 정황으로도 인정되므로, “요구한 적 없다”는 항변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3. ‘업계 관행이라서 받았다’는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업계 관행이라는 사정은 처벌을 면제하는 근거가 아니라 양형에서만 고려될 뿐입니다.

배임수재 사건에서 자주 나오는 방어 논리 중 하나가 “이 업계에서는 다들 이렇게 한다”, “영업을 위해 관행적으로 주고받는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배임수재죄는 개인 간의 도덕적 평가가 아니라 거래의 청렴성이라는 사회적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므로, 업계 관행이라는 사정만으로 구성요건 해당성이 없어지지 않습니다.

앞서 본 대법원 2010도10290 판결도 제약회사가 의료진에게 향후 의약품을 지속적으로 납품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 또는 이미 사용해 준 것에 대한 대가로 연구용역비나 명절 선물, 골프 접대 등을 제공한 사안에서, 이러한 금품·향응 제공에도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보아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거래를 계속 유지해 달라’는 정도의 막연한 취지도 부정한 청탁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받는 사람이 실제로 그 거래처에 유리한 조치를 해줬는지, 즉 결과적으로 부정한 처리를 했는지도 배임수재죄의 성립 요건이 아닙니다. 청탁을 받고 재물이나 이익을 취득한 시점에 이미 범죄는 완성되므로, 이후 실제로 봐주지 않았다거나 정상적으로 업무를 처리했다는 사정은 무죄의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업계 관행이라는 사정이나 실제로 부정한 처리를 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배임수재의 성립을 막지 못하고, 양형에서만 참작될 수 있습니다.


4. 리베이트 액수와 관계없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아니라 형법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금액이 크더라도 횡령·배임처럼 가중처벌 구간으로 넘어가지 않는다는 점이 방어 전략의 중요한 축이 됩니다.

형법 제357조 제1항은 배임수재죄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리베이트를 제공한 거래처 담당자에게는 배임증재죄가 적용되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실무상 중요한 지점은, 횡령·배임(형법 제355조·제356조)과 달리 배임수재죄(형법 제357조)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의 가중처벌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특경법 제3조는 사기·공갈·횡령·배임죄만 열거하고 있어, 이득액이 5억원이든 50억원이든 배임수재 자체만으로는 형법 제357조가 정한 법정형의 틀 안에서 처벌됩니다.

다만 리베이트 액수가 크고 반복적으로 수수한 정황이 있으면 여러 건이 포괄일죄나 실체적 경합으로 묶여 선고형이 무거워질 수 있고, 리베이트를 받으면서 별도로 회사 자금을 유용하거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등 다른 범죄가 겹치면 그 죄와 함께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형법 제357조 제3항에 따라 범인이 취득한 재물은 몰수되고, 몰수가 불가능하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에는 그 가액이 추징됩니다. 이미 써버린 리베이트라도 추징을 통해 별도로 금전적 불이익을 받게 되므로, 벌금·징역형과는 별개로 이 부분도 대응이 필요합니다.


5. 고발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고발장이 접수되기 전, 리베이트 수수 경위와 관련 자료를 먼저 정리해야 방향을 잡을 수 있습니다.

배임수재 사건은 통상 회사가 내부감사나 거래처 제보를 통해 리베이트 수수 정황을 파악한 뒤 회사 명의로 고발장을 접수하면서 시작됩니다. 절차는 대체로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업장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발장 접수 및 배당 → ②고발인(회사)·피고발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리베이트 액수가 크거나 여러 거래처로부터 반복적으로 금품을 수수한 정황이 있으면,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를 이유로 구속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고발 사실을 알게 됐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1. 거래처로부터 받은 금품·향응의 시기, 금액, 경위를 통장 거래내역과 함께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2. 금품을 받은 시점과 해당 거래처와의 발주·계약·단가 결정 시점이 근접해 있는지, 업무상 재량을 행사한 내역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3. 회사 내부 규정상 접대·선물 수수에 관한 신고 절차나 상한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이를 따랐는지를 확인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배임수재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부정한 청탁의 존재 여부와 청탁의 대가성을 다투는 방향으로 대응 전략을 구체적으로 세울 수 있습니다.


마치며

거래처에서 받은 돈이나 접대 문제는 “그래도 그동안 열심히 일한 대가인데”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리베이트 수수를 문제 삼는 회사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주장보다, 금품 수수 정황과 그로 인한 업무처리의 편향 여부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반대로 고발을 당한 담당자 입장에서도 “관행이었다”, “회사에 손해를 끼치지 않았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그 청탁과 재물 수수 사이에 대가관계가 있었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거래처 리베이트·향응 수수로 인한 배임수재 사건에서 고발을 한 회사 측과 고발을 당한 담당자 측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 정리와 법리 구성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거래처가 알아서 챙겨준 것이지 제가 먼저 요구한 적은 없는데도 처벌되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부정한 청탁은 명시적 요구가 아니라 정황상 묵시적으로도 인정될 수 있고, 대법원도 구체적이고 특정된 청탁이 없었더라도 지위와 이익의 규모 등에 비추어 묵시적 청탁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Q. 명절 선물이나 식사 접대 정도도 배임수재가 되나요?

A. 금액이나 형식과 관계없이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받은 것이라면 배임수재의 구성요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사회통념상 의례적인 수준인지, 업무 관련성이 있는지는 개별 사안마다 다르게 판단됩니다.

Q. 받은 금액이 몇십만원 정도로 크지 않은데도 처벌되나요?

A. 금액이 적더라도 부정한 청탁과 대가관계가 인정되면 배임수재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다만 금액의 다과는 양형 단계에서 참작되는 사정입니다.

Q. 회사와 합의하고 리베이트를 전액 반환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배임수재죄는 친고죄가 아니어서 합의나 고소 취소만으로 공소권이 소멸하지 않습니다. 다만 전액 반환과 합의는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될 수 있습니다.

Q. 리베이트를 준 거래처 담당자도 처벌되나요?

A. 그렇습니다. 형법 제357조 제2항에 따라 재물이나 이익을 공여한 사람도 배임증재죄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Q. 이미 퇴사한 뒤에 예전 리베이트 문제로 고발당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문제되나요?

A. 퇴사 여부와 관계없이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배임수재죄의 공소시효는 5년이므로, 리베이트를 받은 시점을 기준으로 시효가 지났는지부터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Q. 저는 사기업 직원인데, 이것도 뇌물죄가 되나요?

A. 아닙니다. 뇌물죄는 공무원 또는 이에 준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만 적용되고, 사기업 임직원이 거래처로부터 금품을 받은 경우에는 배임수재죄가 적용됩니다. 다만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임직원이라면 소속 기관의 성격에 따라 뇌물죄가 문제될 수 있어 이 부분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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