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 위반 사건에서 집행유예나 벌금형까지 받아내는 데는 성공했는데도, 정작 재취업 단계에서 다시 발목을 잡히는 의뢰인이 늘고 있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집행유예 받았으니 이제 끝난 것 아닌가요”, “실형도 아니고 벌금형인데 회사 다니는 데 문제 있겠어요”라며 안심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이직을 준비하거나 새 회사에 입사한 뒤 인사팀의 결격사유 조회 과정에서 이 사실이 드러나면, 채용이 취소되거나 이미 다니던 회사에서도 퇴사를 종용받는 상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특경법상 취업제한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집행유예를 받았더라도 취업제한이 예외 없이 적용된다는 원칙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법률이 직접 부과하는 자격제한이라는 취지입니다.
아래에서는 특경법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어떤 회사에, 얼마나 오래 취업이 제한되는지, 그리고 이 제한을 피할 방법이 있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특경법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관련 기업 취업이 법으로 제한됩니다
취업제한은 형벌이 아니라 법률이 직접 부과하는 별도의 자격제한입니다.
특경법 제14조는 제3조(이득액 5억원 이상의 사기·공갈·횡령·배임), 제4조 제2항의 재산국외도피(미수범 포함), 제5조 제4항의 수재 등, 제8조의 사금융업 처벌 규정에 따라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람에게 별도의 취업제한을 부과합니다.
취업이 제한되는 곳은 크게 세 갈래입니다. 은행·증권사 등 금융회사등,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자본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출자했거나 그 출연·보조를 받는 공공성 있는 기관, 그리고 유죄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입니다.
제3조, 제4조제2항(미수범을 포함한다), 제5조제4항 또는 제8조에 따라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일정한 기간 동안 금융회사등,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자본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출자한 기관 및 그 출연이나 보조를 받는 기관과 유죄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
이 제한은 별도의 재판이나 행정처분을 거치지 않고, 유죄판결이 확정되는 순간 법률에 의해 곧바로 발생합니다. “형을 다 살았으니 이제 끝났다”는 생각이 실제로는 틀린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특경법 취업제한은 형벌과 별개로, 유죄판결이 확정되는 순간 법률에 의해 곧바로 발생하는 자격제한입니다.
2. 집행유예를 받아도 취업제한 기간은 그대로 진행됩니다
집행유예가 확정된 순간부터 이미 취업제한 시계는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취업제한 기간은 형의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 징역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날부터는 5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에는 그 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오해하는 지점은 “집행유예니까 실질적으로는 처벌받은 게 아니다”라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대법원 2022. 10. 27. 선고 2022두44354 판결은, 특경법위반(배임)죄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된 사람이 그 집행유예 기간 중 취업제한대상 기업체의 대표이사 취업승인을 신청했다가 법무부로부터 불승인 통지를 받은 사안에서, 취업제한 기간의 시기(始期)를 유죄판결이 확정된 때로 보아 집행유예 기간 자체도 취업제한기간에 포함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단에 따르면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경우, 유예기간 5년에 그 종료 후 2년을 더해 최장 7년 가까이 관련 기업 취업이 막힐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집행유예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취업제한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집행유예를 받았으니 취업에는 문제없다”는 생각은, 확정된 순간부터 이미 진행되고 있는 취업제한 기간을 놓치게 만들 뿐입니다.
3. 취업이 제한되는 회사의 범위는 생각보다 넓게 해석됩니다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 있는 기업체’는 직접 손해를 준 회사에 그치지 않습니다.
취업제한 대상 세 갈래 중 실무에서 가장 많이 다투는 부분은 “유죄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입니다. 특경법 시행령 제10조 제2항은 이 범위를 여러 유형으로 구체화하고 있는데, 공범이나 범죄로 이득을 얻은 제3자가 출자하거나 재직하는 기업, 그 범죄로 이득을 취득하거나 반대로 손해를 입은 기업체, 나아가 이런 기업체가 다시 출자한 자회사까지 폭넓게 포함될 수 있습니다.
즉 본인이 직접 횡령·배임한 회사가 아니라, 전혀 새로 지원하는 회사라도 그 자본관계나 인적관계가 예전 사건과 얽혀 있다면 취업제한 대상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직이나 재취업을 준비하면서 “예전 회사와는 아예 무관한 곳이니 괜찮겠지”라고 단순하게 판단했다가, 뒤늦게 자본관계가 얽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취업제한 대상 여부는 회사 이름만으로 판단할 수 없고, 자본관계·인적관계까지 확인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4. 승인 없이 취업제한을 어기면 별도의 형사처벌을 받습니다
승인 없는 취업은 취업제한기간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형사사건의 시작입니다.
특경법 제14조 제1항·제2항 또는 제5항을 위반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취업제한 대상인 줄 모르고, 혹은 알면서도 승인 없이 제한 대상 기업에 취업하면 그 자체로 별개의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구조입니다.
예외는 법무부장관의 취업승인뿐입니다. 헌법재판소 2026. 2. 26. 선고 2021헌바46 결정은 이 취업승인이 이미 발생한 취업제한의 효과를 예외적으로 해제하는 재량적 행정처분이라고 보았고, 그 요건과 절차를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도 헌법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승인이 자동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개별 사안을 심사해 결정되는 절차라는 의미입니다.
기존 특경법 사건의 형이 확정된 후에도 취업 이력이 뒤늦게 드러나 다시 수사·조사 대상이 되는 경우가 실무에서 드물지 않게 발생합니다.
취업제한을 어기고 몰래 취업하는 것은, 이미 마친 사건과 별개로 새로운 형사책임을 만드는 선택입니다.
5. 취업 전 취업제한 여부와 승인 가능성부터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법무부 승인 신청에 앞서 자신이 실제로 제한 대상인지부터 정확히 따져봐야 합니다.
특경법 사건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된 이후에는 통상 ①관할 법원(수원 지역 사건이라면 수원지방법원)에서 선고된 판결의 확정 → ②자신의 유죄판결이 제3조·제4조 제2항·제5조 제4항·제8조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취업하려는 회사가 밀접한 관련 기업체 범위에 들어가는지 검토 → ③법무부(범죄예방정책국)에 취업승인 신청서와 소명자료 제출 → ④법무부의 심사와 승인·불승인 통지의 순서로 절차가 진행됩니다. 승인이 거부되면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지만, 앞서 본 2022두44354 판결처럼 법원 판단도 사안마다 갈릴 수 있어 신청 단계에서부터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취업제한 대상인지 애매하다면, 취업 전에 아래 순서로 먼저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자신의 유죄판결이 제14조가 정한 제3조·제4조 제2항·제5조 제4항·제8조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이득액이 얼마인지부터 판결문으로 확인합니다.
취업하려는 회사가 금융회사등, 공공출자·출연기관,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 있는 기업체 중 어디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지 자본관계·인적관계를 확인합니다.
해당 가능성이 있다면 취업 전에 법무부 취업승인 신청 절차와 필요한 소명자료를 미리 준비합니다.
이 확인을 건너뛰고 취업했다가 뒤늦게 제한 대상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퇴사는 물론 앞서 본 형사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어 사전 검토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마치며
특경법 사건은 형이 확정되면 “이제 다 끝났다”고 여기기 쉽고, 그래서 취업제한이라는 부수적 효과를 뒤늦게, 그것도 가장 곤란한 시점에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형을 마친 뒤에도 재취업이 막혀 생계가 막막해진 당사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실제로 제한 대상인지, 승인을 받을 여지는 없는지부터 냉정하게 따져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채용한 뒤에야 직원의 전력을 알게 되어 곤란해진 회사 입장에서도, 취업제한 위반 사실을 방치하면 회사 측에도 불이익이 돌아올 수 있어 확인이 필요합니다.
저는 특경법 사건의 방어부터 유죄판결 확정 이후의 취업제한·취업승인 문제까지,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판결문 한 줄, 자본관계 하나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취업제한 대상인지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확인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지금,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특경법 유죄판결을 받으면 무조건 취업제한이 적용되나요?
A. 아닙니다. 특경법 제14조는 제3조(이득액 5억원 이상 사기·공갈·횡령·배임)·제4조 제2항(재산국외도피, 미수 포함)·제5조 제4항(수재 등)·제8조(사금융업 처벌)에 따라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로 대상을 한정합니다. 이 네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제14조의 취업제한이 곧바로 적용되지는 않으므로, 판결문상 적용 조항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Q. 집행유예를 받으면 실형보다 취업제한 기간이 짧아지나요?
A. 짧아집니다. 실형은 집행 종료·면제 확정일로부터 5년, 집행유예는 그 기간 종료일로부터 2년입니다. 다만 대법원 2022두44354 판결처럼 집행유예 기간 자체도 취업제한기간에 포함되므로,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면 유예기간에 종료 후 2년을 더한 상당히 긴 기간 동안 관련 기업 취업이 막힐 수 있습니다.
Q. 이직하려는 회사가 취업제한 대상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A. 금융회사등, 국가·지자체 출자·출연·보조 기관 여부는 비교적 확인이 쉽지만,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 있는 기업체’는 시행령이 정한 여러 유형(공범·수익자의 출자·재직 기업, 이득을 얻거나 손해를 입은 기업체와 그 자회사 등)에 해당하는지를 자본관계·인적관계까지 따져야 하므로 스스로 판단하기보다 사전에 검토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취업제한 기간이라도 법무부 승인을 받으면 취업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특경법 제14조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경우를 예외로 두고 있습니다. 헌재 2021헌바46 결정도 이 승인 제도를 이미 발생한 취업제한 효과를 예외적으로 해제하는 재량적 행정처분으로 보아 합헌으로 판단했으므로, 승인 여부는 사안별 심사 결과에 달려 있습니다.
Q. 승인 없이 취업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제14조 제1항·제2항·제5항을 위반해 취업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기존 사건과 별개의 새로운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것이므로, 취업 전 대상 여부 확인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Q. 이미 취업한 뒤에 취업제한 대상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퇴사부터 서두르기보다, 자신이 실제로 제한 대상에 해당하는지(적용 조항·기업체 해당 여부)를 다시 확인하고, 해당한다면 법무부 취업승인 신청이 가능한지, 지금 상태에서의 소명 방법은 무엇인지부터 변호사와 함께 점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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