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각종 동호회·동창회·직장인 모임에서 총무나 회장이 회비를 관리하다가 개인 용도로 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형사 문제로 번지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총무들 중 상당수는 “회원들도 다 아는 사이고, 나중에 채워 넣으면 된다”거나 “회비 관리는 내가 다 하는 거니까 이 정도는 괜찮다”는 생각으로 모임 계좌의 돈을 개인 카드값이나 급전으로 돌려쓴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회비 사용 내역이 불투명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회원들이 문제를 삼으면, “회칙도 없는 친목 모임인데 무슨 횡령이냐”, “나중에 다 갚았다”는 식으로 방어해보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회비를 관리하는 지위가 법령이나 정식 계약에 의한 것이 아니어도 업무상횡령죄의 ‘업무’에 해당할 수 있다는 기준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동호회처럼 비공식적인 모임이라 하더라도 형사처벌의 예외가 되지 않으며, 회비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인출이 반복되면 누적 금액을 기준으로 처벌 수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동호회 회비를 개인적으로 쓴 경우 어떤 요건에서 횡령죄·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하는지, 그리고 문제가 불거졌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동호회 회비도 총무 개인 돈이 아니라 회원 전체에게 귀속되는 공동재산입니다
회비를 관리한다는 것은 소유가 아니라 보관일 뿐입니다.
동호회, 동창회, 취미 모임처럼 법인격이 없는 단체가 회원들에게서 걷은 회비는 민법상 이른바 ‘총유’ 재산에 해당합니다. 민법 제275조는 법인이 아닌 사단의 사원이 집합체로서 물건을 소유할 때 이를 총유로 한다고 정하고 있고, 제276조는 총유물의 관리·처분은 원칙적으로 사원총회의 결의에 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즉 회비는 총무 개인 명의 통장에 들어 있더라도, 법적으로는 총무 한 사람의 소유물이 아니라 회원 전체에게 귀속되는 재산입니다.
문제는 실무에서 이 구분이 흐려진다는 점입니다. 회비 통장이 총무 개인 명의로 개설되어 있고 입출금도 총무 혼자 관리하다 보니 “내가 관리하는 돈이니 내 돈이나 마찬가지”라는 착각을 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통장 명의가 누구인지와 별개로, 그 돈이 회원들의 회비로 모인 공동 자금이라는 실질이 인정되면 형법상 ‘타인의 재물’로 취급됩니다.
흔히 “곗돈은 계주 소유라던데 회비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되묻는 경우가 있는데, 계는 계원들이 낸 돈의 소유권이 관행적으로 계주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다뤄지는 특수한 형태이고, 동호회 회비처럼 회칙이나 관례상 모임의 공동 목적(회식·행사·경조사 등)을 위해 적립·관리되는 자금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회칙이 따로 없더라도 회비를 걷어 정해진 용도로 쓰기로 한 관행이 있었다면, 그 자금은 여전히 모임에 귀속되는 것으로 봅니다.
동호회 회비는 총무 개인 명의 통장에 있더라도, 법적으로는 회원 전체에게 귀속되는 공동재산입니다.
2. 무보수 총무라도 계속 회비를 관리해 왔다면 업무상횡령죄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업무’는 직업이 아니라 반복해서 맡아온 지위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형법 제355조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보관이 ‘업무’로서 이루어진 것이라면 형법 제356조가 적용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형이 무거워집니다.
여기서 많이들 오해하는 부분이 “나는 돈을 받고 하는 총무가 아니라 그냥 봉사로 맡은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업무상횡령죄의 ‘업무’를 판단할 때 보수 여부나 정식 임명 절차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업무상횡령죄에서 ‘업무’는 법령, 계약에 의한 것뿐만 아니라 관례를 좇거나 사실상의 것이거나를 묻지 않고 같은 행위를 반복할 지위에 따른 사무를 가리키며, 횡령죄에 있어 재물 보관에 관한 위탁관계는 사실상의 관계에 있으면 충분하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도13751 판결).
즉 동호회 총무가 별도의 급여 없이 회칙에 따라 또는 회원들의 신임으로 회비 관리를 맡아왔고, 그 일을 여러 달·여러 해에 걸쳐 반복해 왔다면, 그 지위 자체가 업무상횡령죄의 ‘업무’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번 한 번의 행사비를 임시로 맡아 대신 결제한 정도라면 계속·반복성이 부족해 단순횡령(형법 제355조)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돈을 받지 않는 총무라도, 회비 관리를 계속해서 맡아온 지위라면 업무상횡령죄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3. “나중에 채워 넣으면 된다”는 생각은 업무상횡령죄 성립을 막지 못합니다
인출한 순간 이미 범죄는 완성되고, 반환 의사는 성립을 막지 못합니다.
회비를 개인적으로 쓴 총무들이 가장 많이 하는 항변은 “어차피 다음 달 월급 받으면 채워 넣으려 했다”, “행사 끝나고 정산하면 문제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불법영득의사, 즉 남의 재물을 자기 것처럼 처분하려는 의사는 돈을 인출해 개인 용도로 쓴 시점에 이미 완성됩니다.
업무상횡령죄에서의 불법영득의 의사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반하여 보관하고 있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과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 지장이 없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3399 판결).
따라서 “나중에 다시 채워 넣었다”거나 “회원들에게 결국 피해가 없었다”는 사정은 횡령죄 자체의 성립을 막는 사유가 되지 못합니다. 다만 실제로 반환·변제가 이루어졌는지, 회원들과 합의가 됐는지는 기소 여부나 양형 단계에서 유리하게 참작될 수 있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또한 “회장도 알고 있었다”, “다른 총무들도 이렇게 해왔다”는 사정만으로는 정당화되지 않습니다. 명시적인 동의, 즉 회원총회 결의나 회칙에 근거한 승인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며, 단순히 묵인되었거나 관행이었다는 정도로는 형사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나중에 채워 넣으면 된다”는 생각은, 인출 시점에 이미 완성된 범죄를 지워주지 못합니다.
4. 회비 유용 금액이 쌓일수록 처벌 수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소액이라도 반복되면 포괄일죄로 합산돼 형이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동호회 회비는 회사 자금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은 경우가 많아, 대부분은 형법 제355조(단순횡령) 또는 제356조(업무상횡령)의 적용 범위에서 다뤄집니다. 다만 규모가 큰 동호회나 오랜 기간 누적된 시설비·행사기금을 관리해 온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유용한 금액, 즉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이 무거워지고,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특히 총무가 매달 회비 중 일부를 조금씩 빼돌리는 방식이라면, 개별 인출 금액은 소액이라도 그 행위가 포괄일죄로 묶여 합산 이득액을 기준으로 처벌 수위가 정해집니다. 몇 년에 걸쳐 매달 소액을 빼돌린 경우, 적발 시점에는 예상보다 훨씬 큰 금액으로 계산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5. 문제 제기부터 수사·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고소장 접수 전 회칙과 장부부터 정리해야 사건의 방향이 잡힙니다.
동호회 회비 횡령이 문제 되면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모임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에 이르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회비 사용 내역에 의심이 든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회칙이나 회비 관리 규정이 있는지, 있다면 회비의 용도와 지출 승인 절차가 어떻게 정해져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회비가 입금된 통장의 전체 거래내역을 발급받아 인출 시점·금액·빈도를 정리합니다.
인출된 자금이 실제로 회식·행사 등 모임 용도로 쓰였는지, 개인 용도로 흘러갔는지 영수증·정산 자료로 대조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단체 자금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형사 고소와 민사상 반환청구를 함께 검토해 실질적인 회수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동호회나 모임의 회비 문제는 “그래도 같이 어울려온 사이인데”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비를 뜯긴 회원들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주장보다, 어떤 자료가 불법영득의사를 뒷받침하는지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통장 내역, 회칙, 회비 사용에 관한 대화 기록이 쌓일수록 형사 고소와 민사 반환청구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회비 사용을 의심받는 총무 입장에서도 “다들 알고 있었다”, “나중에 채워 넣었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 동의가 있었는지, 회칙에 따른 승인 절차를 거쳤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동호회·동창회 같은 비법인 단체의 자금 분쟁에서 회비를 관리한 쪽과 문제를 제기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 정리와 법리 선택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동호회 회칙이 따로 없는데도 횡령죄가 되나요?
A. 됩니다. 회칙이 없더라도 회비를 걷어 모임의 공동 목적을 위해 관리해 온 관행이 있었다면, 그 자금은 총무 개인 소유가 아니라 회원 전체에게 귀속되는 재산으로 봅니다.
Q. 회비를 잠깐 썼다가 다음 달에 바로 채워 넣었는데도 처벌되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사후에 반환·변상할 의사가 있었더라도 불법영득의사 인정에 지장이 없다고 봅니다. 다만 신속한 반환은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됩니다.
Q. 무보수로 봉사하듯 맡은 총무도 업무상횡령이 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업무상횡령죄의 ‘업무’를 보수나 정식 임명 여부와 무관하게, 같은 행위를 반복할 지위에 따른 사무로 넓게 판단합니다. 다만 일회성으로 대신 결제한 정도라면 단순횡령에 그칠 수 있습니다.
Q. 회원들 대부분이 “그냥 넘어가자”고 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횡령죄는 고소가 있어야만 수사가 개시되는 범죄가 아니므로, 회원 다수의 묵인만으로 형사책임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피해 회복과 합의는 처분·양형 단계에서 참작될 수 있습니다.
Q. 회비 액수가 크지 않은데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나요?
A. 대부분의 동호회 회비 규모라면 형법상 단순횡령·업무상횡령으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반복 인출이 포괄일죄로 합산되어 이득액이 5억원 이상에 이르면 특경법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Q. 총무를 형사 고소하면서 동시에 회비 반환도 청구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형사 고소로 확보되는 수사 기록이 민사 반환청구(부당이득·손해배상)의 입증자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병행 전략이 회수에 유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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