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매장이나 물류창고 재고를 관리하던 직원이 재고를 몰래 처분하고 대금을 챙겼다가 뒤늦게 발각되는 사건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재고 관리는 원래 제 담당인데, 급한 돈 좀 막으려고 판 것뿐입니다”, “어차피 창고에 쌓여 있던 물건, 나중에 채워 넣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라며 억울해하는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그런데 막상 회사가 재고 실사 과정에서 차이를 발견하고 고소에 나서면, 이게 절도인지 횡령인지부터 다툼이 벌어지고, 죄명에 따라 적용 법조와 형량 구간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재고를 정식으로 맡아 관리·처분할 권한이 있었는지, 즉 위탁관계에 의한 보관자 지위가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횡령과 절도를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습니다. 같은 ‘재고를 임의로 판 행위’라도 그 사람이 어떤 지위에 있었느냐에 따라 죄명은 물론 처벌 수위까지 달라집니다.
아래에서는 회사 재고를 임의로 판매·처분한 행위가 어떤 경우에 횡령죄로, 어떤 경우에 절도죄로 의율되는지, 그리고 죄명에 따라 무엇이 달라지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재고를 보관하던 자리에 있었는지가 죄명을 가르는 첫 번째 기준입니다
위탁관계에 의해 재고를 점유·관리하던 자였다면 횡령, 그런 지위 없이 몰래 가져갔다면 절도가 문제됩니다.
형법은 횡령죄(제355조)와 절도죄(제329조)를 전혀 다른 조문으로 규율합니다. 형법 제355조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한 경우를 처벌하는데, 여기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사실상 또는 법률상 지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소유자와 보관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해야만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는 지위가 인정됩니다.
반면 절도죄는 애초에 그런 위탁관계 없이, 타인이 점유하고 있는 재물을 점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자기 지배로 옮기는 행위를 처벌합니다. 대법원도 절도죄의 성립요건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절도죄는 범인이 불법영득의 의사로 타인이 점유하고 있는 재물을 점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자기의 지배하에 옮기는 것으로 성립한다(대법원 1989. 6. 13. 선고 89도28 판결).
회사 재고에 이 법리를 그대로 대입하면, 매장 점장·재고관리 담당자·창고 책임자처럼 업무상 정식으로 재고를 맡아 사실상 지배·관리하던 사람이 이를 몰래 판매해 대금을 챙겼다면, 이는 애초에 자신이 점유하고 있던 재물을 처분한 것이므로 절도가 아니라 횡령의 문제가 됩니다. 반대로 재고 관리 권한이 전혀 없는 사람, 예컨대 청소 담당 직원이나 외부인이 야간에 몰래 창고 문을 열고 재고를 빼내 팔았다면, 그 사람은 애초에 재고를 점유·보관하는 지위에 있지 않았으므로 절도죄가 문제됩니다.
재고를 정식으로 맡아 관리하던 자리에 있었는지 여부가, 같은 ‘임의 판매’ 행위를 절도가 아니라 횡령으로 만드는 첫 번째 갈림길입니다.
2. 정상 판매 절차로 처분해도 보관자 지위를 벗어나면 업무상횡령이 성립합니다
매장·창고를 실제로 관리하던 지위에 있었다면, 물건을 몰래 들고 나가지 않고 정상 판매로 처분해도 그 대금을 개인적으로 쓴 순간 횡령입니다.
실무에서 종종 “재고를 몰래 훔쳐 나간 것도 아니고, 정상적으로 손님에게 팔았을 뿐인데 무슨 절도냐”는 항변을 듣습니다. 이 항변은 절반만 맞습니다. 정상 판매 절차로 처분했다면 절도의 구성요건, 즉 점유자의 의사에 반한 점유 이전 자체가 없으므로 절도죄는 애초에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무죄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업무상횡령죄가 문제됩니다.
매장 점장이나 재고관리팀 직원처럼 업무로서 재고를 사실상 지배·보관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 정상 판매 대금을 회사 계좌가 아니라 개인 계좌로 받거나 현금으로 챙기고 전산에 매출로 기록하지 않았다면, 이는 보관하던 재물을 자기 소유인 것처럼 처분한 것이어서 형법 제356조의 업무상횡령이 성립합니다.
비슷한 법리는 위탁받아 보관하던 물건을 임의로 제3자에게 처분한 사건에서도 확인됩니다. 대법원 2013. 10. 31. 선고 2013도10020 판결은, 임대차 계약으로 넘겨받아 보관하던 컴퓨터 등 물건을 성명불상의 업체에 한꺼번에 처분한 행위를 횡령으로 판단했습니다. 재고 역시 마찬가지로, 정식으로 위탁받아 보관하던 물건을 판매 형식을 빌려 처분했다고 하더라도 보관자로서의 임무를 벗어나 자기 이익을 위해 처분한 이상 횡령의 죄책을 피할 수 없습니다.
물건을 몰래 들고 나가지 않고 정상 판매 형식을 빌렸더라도, 보관자 지위에서 벗어난 처분이라면 절도가 아니라 업무상횡령입니다.
3. 정상 매출처럼 꾸미거나 나중에 채워 넣어도 불법영득의사는 지워지지 않습니다
장부를 정상 매출로 꾸미거나 사후에 대금을 채워 넣어도, 처분 시점에 이미 범죄는 완성됩니다.
재고를 임의로 처분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항변이 “나중에 돈을 채워 넣거나 재고를 다시 채워 놓으면 문제없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그러나 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는 재물을 처분하는 시점에 이미 완성되며, 사후에 반환하거나 변상할 생각이 있었다는 사정은 죄의 성립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업무상횡령죄에서의 불법영득의 의사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반하여 보관하고 있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과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 지장이 없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3399 판결).
실무에서는 재고를 정식 매출로 전산 입력하지 않고 별도 경로로 판매한 뒤 대금만 챙기거나, 아는 사람에게 정상가보다 크게 낮은 가격에 넘기고 차액을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정상 거래처럼 위장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정황은 오히려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재고를 처분했다는 불법영득의사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작용합니다.
재고 실사에서 장부상 수량과 실제 재고 수량이 맞지 않는 ‘재고 차이’가 확인되고, 그 발생 시점이 특정 담당자의 근무 기간·판매 기록과 겹친다면, 수사기관은 이를 유력한 정황증거로 봅니다.
정상 판매처럼 꾸미거나 사후에 메꿔 넣었다는 사정은, 처분 시점에 이미 성립한 불법영득의사를 지워주지 못합니다.
4. 횡령이냐 절도냐에 따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적용 여부와 형량이 달라집니다
같은 금액이라도 절도로 의율되느냐 횡령으로 의율되느냐에 따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적용 여부가 갈립니다.
형법 제329조의 절도죄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형법 제355조의 횡령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 업무상 임무를 위배해 저질렀다면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형이 무거워집니다.
여기서 실무상 가장 큰 차이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적용 여부입니다. 이 법 제3조는 횡령·배임으로 취득한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처하도록 가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가중처벌 조항은 절도죄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즉 같은 금액의 재고를 유용했더라도, 절도로 의율되면 특경법의 적용을 받지 않지만, 업무상횡령으로 의율되면 금액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뛸 수 있습니다.
재고 유용은 한 번에 큰 금액이 아니라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소액으로 반복되는 경우가 많고, 이런 경우 포괄일죄로 묶여 합산 이득액이 산정됩니다. 매달 소액씩 처분했더라도 누적되면 특경법 가중처벌 구간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5. 재고 유용 의심 시 고소부터 재판까지 이렇게 진행됩니다
재고 실사 자료와 위탁관계를 뒷받침하는 업무분장 자료 확보가 죄명 판단의 출발점입니다.
재고 유용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업장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다만 고소장에 어떤 죄명으로 기재하느냐와 별개로, 수사기관은 실제 위탁관계·보관자 지위 여부를 조사해 죄명을 다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재고 유용을 의심하게 됐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문제의 인물이 재고에 관해 어떤 업무분장·권한을 갖고 있었는지(발주·입고·판매·재고 확인 권한 등) 확인합니다.
재고 실사 결과와 전산 입출고 기록을 대조해 언제부터 재고 차이가 발생했는지 시점을 특정합니다.
문제의 판매·처분 대금이 회사 계좌가 아닌 개인 계좌나 현금으로 흘러갔는지 자금 흐름을 확인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재고·자산 유용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죄명을 절도가 아닌 횡령으로(또는 그 반대로) 다투는 문제부터 형사 고소와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함께 검토하는 문제까지 실질적인 대응 방향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재고 차이를 처음 발견했을 때는 “설마 그 정도겠나” 하는 생각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재고 유용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가 흩어지고 합산 금액도 커져, 대응이 늦어질수록 불리해지는 유형의 사건입니다.
재고 손실을 확인한 회사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대응보다, 문제의 인물이 재고에 대해 어떤 지위·권한을 갖고 있었는지부터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 지위에 따라 절도로 고소할지 횡령으로 고소할지가 갈리고, 잘못된 죄명으로 고소하면 수사가 지연되거나 불송치로 종결될 위험이 있습니다.
반대로 재고 관리 실수나 판매 방식을 두고 횡령·절도 혐의를 의심받는 입장에서도, 애초에 보관자 지위가 인정되는지, 불법영득의사가 실제로 있었는지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재고·자산 유용을 둘러싼 횡령·절도 사건에서 재고 손실을 확인한 회사 측과 혐의를 의심받는 직원·관리자 측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사실관계라도 보관자 지위를 어떻게 입증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재고 차이가 확인됐거나 죄명을 두고 다툼이 시작됐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지금,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재고 관리 담당자가 정상 판매 절차로 팔고 대금만 개인적으로 썼는데, 절도죄인가요?
A. 절도죄가 아니라 업무상횡령죄가 문제됩니다. 이미 정식으로 재고를 맡아 관리하는 보관자 지위에 있었다면, 정상 판매 형식을 빌렸더라도 그 대금을 개인적으로 쓴 순간 보관자 지위를 벗어난 처분으로 횡령이 성립합니다.
Q. 재고관리 권한이 전혀 없는 아르바이트생이 몰래 물건을 갖고 나가 팔았다면 무슨 죄인가요?
A. 절도죄가 문제됩니다. 애초에 재고를 위탁받아 보관하는 지위에 있지 않았던 사람이 점유자(회사)의 의사에 반해 물건을 자기 지배로 옮긴 것이므로 횡령이 아니라 절도의 구성요건에 해당합니다.
Q. 나중에 판매대금을 전부 채워 넣었습니다. 그래도 처벌되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사후에 반환하거나 변상할 의사가 있었더라도 불법영득의사 인정에 지장이 없다고 봅니다. 다만 반환·변제 사실은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됩니다.
Q. 얼마부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나요?
A. 횡령으로 의율되는 경우, 합산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경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다만 절도로 의율되는 경우에는 이 가중처벌 조항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Q. 회사가 절도로 고소했는데, 수사 과정에서 횡령으로 죄명이 바뀔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수사기관은 고소장에 기재된 죄명에 구속되지 않고, 실제 업무분장과 위탁관계를 조사해 보관자 지위가 인정되면 횡령으로, 인정되지 않으면 절도로 죄명을 판단합니다.
Q. 재고 차이를 발견했을 때 회사가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A. 문제의 인물이 재고에 대해 어떤 업무 권한을 갖고 있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이 지위 여부에 따라 절도로 고소할지 횡령으로 고소할지가 갈리고, 이는 수사 방향과 처벌 수위에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Q. 형사 고소와 별도로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한가요?
A. 가능합니다. 형사 고소로 확보되는 수사 기록과 재고 실사 자료는 민사상 손해배상 또는 부당이득 반환청구의 입증자료로도 함께 활용될 수 있어, 병행 대응이 실질적인 회수에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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