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이사인데 대표의 결정에 따랐다가 배임으로 같이 고발됐어요
등기이사인데 대표의 결정에 따랐다가 배임으로 같이 고발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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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배임

등기이사인데 대표의 결정에 따랐다가 배임으로 같이 고발됐어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회사 자금 유용이나 부당한 자산 처분으로 대표이사가 배임 혐의를 받으면서, 이사회에 이름을 올린 등기이사까지 나란히 고발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등기이사분들 중 상당수는 “대표님이 결정한 대로 서명만 했을 뿐입니다”, “저는 실무에 관여하지 않았고 그냥 따랐을 뿐입니다”라는 생각으로 이사회 안건에 별다른 이의 없이 동의했던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사가 시작되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왜 나까지 조사받아야 하느냐”는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대표이사와 함께 피의자 신분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등기이사가 대표이사의 결정을 따랐다는 사정만으로는 배임죄 공동정범 책임을 자동으로 면하지 못한다는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사회 결의에 어떤 경위로 관여했는지, 이의를 제기했는지, 임무위배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집니다.

아래에서는 등기이사가 대표이사의 결정을 따른 경우에도 배임죄 공동정범으로 고발되는 이유와, 형사책임을 가르는 실질적 기준이 무엇인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등기이사는 대표이사의 결정을 따랐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등기이사는 명의뿐인 자리가 아니라 회사에 대해 선관주의의무를 지는 법적 지위입니다.

상법상 이사는 회사와 위임관계에 있고,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상법 제382조 제2항, 민법 제681조)와 회사를 위해 법령·정관을 준수할 충실의무(상법 제382조의3)를 부담합니다.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는 바로 이런 지위를 가리키며, 등기이사는 대표이사와 마찬가지로 이 지위에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이름만 올려놓은 자리다”, “실무는 대표가 다 하고 저는 결재란에 서명만 했다”는 인식이 많지만, 형사법상 책임은 등기부에 이사로 등재되고 이사회에 참여하는 순간부터 발생합니다. 등기이사라는 직함 자체가 회사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를 인정하는 근거가 됩니다.

대표이사가 안건을 주도했더라도, 그 결정이 이사회 결의라는 형식을 거쳤다면 등기이사는 그 결의에 찬성표를 던진 구성원으로서 임무위배행위에 관여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결의 안건의 내용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서명했다는 사정은 오히려 주의의무 위반을 가중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등기이사는 대표이사의 결정을 따랐다는 사정만으로 형사책임에서 자동으로 벗어나는 지위가 아닙니다.


2. “대표님이 시켜서 한 것”이라는 항변은 공동정범 성립을 막지 못합니다

임무위배 사실을 인식하고 가담했다면, 지시를 따랐다는 사정은 방어 논리가 되지 못합니다.

형법 제30조는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공동정범이 성립하려면 공동가공의 의사와 그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어야 한다고 보면서도, 구성요건 행위 전부를 직접 분담하지 않고 안건 상정이나 결의 참여처럼 일부만 담당한 사람도 전체 범행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이른바 공모공동정범이 성립할 수 있다는 취지를 밝혀 왔습니다(대법원 2010. 7. 15. 선고 2010도3544 판결).

“대표님이 결정했으니 나는 따랐을 뿐”이라는 항변이 왜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지는 다음 판례에서 그 논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식회사와 주주는 별개의 인격으로서 동일인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회사의 임원이 그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회사에 손해를 가한 때에는 이로써 배임죄가 성립하고, 그 임무위배행위에 대하여 사실상 대주주의 양해를 얻었다고 하여 본인인 회사에 손해가 없다거나 또는 배임의 범의가 없다고도 볼 수 없다(대법원 2000. 5. 26. 선고 99도2781 판결).

이 법리는 등기이사가 대표이사(또는 실질적 지배주주)의 결정에 따른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회사와 대표이사는 별개의 인격이므로, 대표이사가 결정했다는 사정은 회사에 손해가 없다는 근거도, 등기이사의 배임 고의가 없다는 근거도 되지 못합니다. 결국 “누가 결정을 주도했는가”보다 “임무위배 사실을 인식하고도 가담했는가”가 책임의 갈림점입니다.

대표이사의 지시나 결정을 따랐다는 사정만으로는 공동정범 성립을 막을 수 없습니다.


3. 이사회 결의에 이의를 남기지 않으면 찬성한 것으로 추정되어 책임이 무거워집니다

의사록에 반대 의견을 남기지 않았다면, 나중에 “사실은 반대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상법 제391조의3은 이사회 의사록에 의안의 요지와 반대하는 자 및 그 반대 이유까지 기재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법 제399조 제3항은 이사회 결의에 참가한 이사로서 이의를 제기한 기재가 의사록에 없는 자는 그 결의에 찬성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합니다. 원래는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정한 조항이지만, 수사·재판 실무에서도 그 이사가 결의 내용을 인식했는지, 가담 의사가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유력한 정황증거로 함께 활용됩니다.

배임죄에서 임무위배행위가 무엇인지는 다음과 같이 정의되어 있습니다.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대법원 1999. 6. 22. 선고 99도1095 판결).

이사회에 참석해 안건을 듣고도 별다른 의견 없이 결의에 동의했다면, 그 순간 회사와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결의에 가담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실제로 문제를 제기했다면, 그 사실은 구두가 아니라 의사록이나 별도 서면으로 남겨두어야 나중에 의미를 가집니다.

이사회 결의에 이의를 남기지 않았다면, 사후에 반대했다고 주장해도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4. 가담 정도에 따라 공동정범과 방조범이 갈리고, 이득액 규모가 처벌 수위를 좌우합니다

적극적으로 결의를 주도했는지, 소극적으로 동의만 했는지가 죄책의 경중을 가릅니다.

배임죄는 형법 제355조 제2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업무상 임무에 위배해 범한 경우에는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형이 무거워집니다. 등기이사가 회사 업무로서 결의에 참여했다면 대개 업무상배임이 적용됩니다.

다만 모든 등기이사가 동일한 죄책을 지는 것은 아닙니다. 안건을 직접 기획하거나 상정을 주도하고 실행 과정에도 관여했다면 공동정범으로 평가되기 쉽지만, 안건 내용을 정확히 모른 채 형식적으로 결의에 동참한 정도라면 방조범이나 혐의없음으로 판단될 여지도 있습니다. 다만 등기이사로서 이사회에 출석해 표를 던진 이상, 아무런 관여도 없었다는 주장은 실제로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이득액 규모도 처벌 수위를 크게 좌우합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에 따라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중처벌됩니다. 대표이사가 주도한 사업이라도 이득액은 관련자 전체를 기준으로 산정되므로, 등기이사도 이 가중처벌 구간에 함께 들어갈 수 있습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되고 이렇게 대응해야 합니다

수사 초기에 이사회 의사록과 결재 문서부터 정리해야 대응 방향이 잡힙니다.

등기이사가 함께 고발되는 배임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회사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특가법 구간에 해당하면 대표이사뿐 아니라 함께 가담한 것으로 지목된 등기이사에게도 구속 수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대표이사의 결정에 따랐을 뿐이라는 항변만으로는 부족한 만큼, 조사에 앞서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1. 문제된 안건의 이사회 의사록과 첨부 자료, 자신의 결재라인을 확보해 실제로 어떤 의사결정에 어느 범위까지 관여했는지 확인합니다.

  2. 대표이사의 지시나 안건 상정 경위를 보여주는 이메일·메신저·회의 기록 등 객관적 자료를 확보합니다.

  3. 결의 당시 이의를 제기했거나 우려를 표시했던 정황이 있다면, 이를 뒷받침할 문자·메모·별도 서면 등을 찾아 정리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사의 배임 형사책임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공동정범과 방조·무혐의를 가르는 지점을 초기에 짚어 실질적인 방어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마치며

등기이사가 함께 고발되는 배임 사건은 “나는 그저 이사회 구성원이었을 뿐”이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손해를 입은 회사나 다른 주주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주장보다, 어느 이사가 어떤 경위로 결의에 관여했는지를 의사록과 결재 자료로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관여 경위가 구체적으로 드러날수록 형사 고소와 손해배상 청구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대표이사의 결정을 따랐을 뿐이라고 항변하는 등기이사 입장에서도 “시키는 대로 했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결의 당시 실제로 안건을 검토했는지, 이의를 남겼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이사의 배임 형사책임 사건에서 회사·주주 측과 등기이사 측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이사회 관여 경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등기이사이긴 하지만 실무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처벌될 수 있나요?

A. 관여 정도에 따라 다릅니다. 이사회 결의에 출석해 찬성했다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안건 내용을 전혀 몰랐고 결의에도 참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자료로 확인되면 책임을 벗을 여지가 있습니다.

Q. 이사회에 아예 참석하지 않았는데도 책임을 질 수 있나요?

A. 불참했다면 그 결의에 대한 찬성 추정 자체가 적용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유리합니다. 다만 사후에 결의 내용을 보고받고 실행에 관여했다면 별도로 공동정범 여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이사직에서 사임하면 책임을 면할 수 있나요?

A. 사임 자체가 과거 행위에 대한 책임을 소급해서 없애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사임 시점과 경위는 이후 가담 여부를 판단하는 정황으로 참작될 수 있습니다.

Q. 보수를 받지 않는 명목상 이사도 같은 기준이 적용되나요?

A. 네. 보수 유무는 형사책임 판단의 결정적 기준이 아닙니다. 등기부에 이사로 등재되어 이사회 결의에 참여한 이상, 무보수라 하더라도 임무위배행위 가담 여부가 동일하게 문제됩니다.

Q. 저는 방조범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공동정범과 무엇이 다른가요?

A. 안건을 직접 기획하거나 실행을 주도했다면 공동정범, 결의에 동조한 정도에 그쳤다면 방조범으로 갈릴 수 있습니다. 다만 이사회에서 표를 던진 사실 자체가 소극적 가담으로만 평가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구체적 관여 경위를 자료로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대표이사만 처벌받고 저는 빠질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A. 임무위배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 또는 결의에 실질적으로 가담하지 않았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확보되면 가능합니다. 다만 이는 사안별로 판단이 크게 갈리는 부분이라 초기 자료 정리가 관건입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에서 관여 경위를 어떻게 설명하느냐가 공동정범과 방조·무혐의를 가르는 핵심 자료가 되고, 이득액이 큰 사건은 구속 수사 가능성까지 함께 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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