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만 빌려준 바지 임대인도 전세사기 공범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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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공갈임대차

명의만 빌려준 바지 임대인도 전세사기 공범인가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무자본 갭투자 방식의 조직적 전세사기가 잇따라 적발되면서, 실제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임대인 명의자, 이른바 ‘바지 임대인’들이 주범과 함께 나란히 수사선상에 오르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에는 “그냥 명의만 빌려줬을 뿐 저는 돈 한 푼 받은 적 없어요”, “집주인이 누군지도 몰랐는데 왜 저까지 조사를 받나요”라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사가 시작되면, 명의를 빌려준 대가로 소액이라도 받은 정황, 임대차계약서·확인서에 직접 서명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단순 가담이 아니라 공범으로 입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실행행위를 직접 분담하지 않았더라도 범행 성공에 필수적인 역할을 맡았다면 공동정범으로 처벌한다는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명의만 빌려줬다는 사정만으로 형사책임에서 자동으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에서는 명의만 빌려준 바지 임대인이 어떤 경우에 전세사기 공범으로 인정되는지, 방조범과 공동정범은 어떻게 갈리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명의만 빌려줬다는 사정만으로 형사책임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사기죄의 핵심은 기망과 편취의 고의이지, 등기부상 명의자인지 실소유자인지가 아닙니다.

형법 제347조 제1항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를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전세사기는 대부분 이 사기죄를 기본 처벌 근거로 삼고, 사안에 따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이 함께 적용됩니다.

문제는 사기죄가 반드시 “돈을 직접 받은 사람”만 처벌하는 범죄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형법 제30조는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고, 형법 제32조는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자를 종범으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즉 실제 편취금을 만지지 않았더라도, 범행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에 따라 공동정범 또는 방조범으로 형사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바지 임대인은 등기부상 소유자이자 임대차계약의 당사자로 이름을 올리는 사람입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계약서에 서명한 사람이 바로 그 임대인이므로, 실제 자금 흐름을 주도한 사람과 별개로 명의자 본인의 서명·확인 행위 자체가 범행의 필수 요소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기죄는 기망과 편취의 고의가 핵심이지, 명의자인지 실소유자인지로 책임 유무가 자동으로 갈리지 않습니다.


2. 방조범과 공동정범은 가담의 정도에 따라 갈립니다

실행행위를 직접 하지 않았더라도 범행 성공에 필수적인 역할이었다면 공동정범이 됩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오해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나는 시키는 대로 서명만 했을 뿐이니 기껏해야 방조 아니냐”는 항변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공동정범과 방조범을 가르는 기준은 실행행위를 몇 퍼센트 분담했느냐가 아니라, 공동가공의 의사와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었는지입니다.

기능적 행위지배란, 전체 범행 계획을 알면서도 자신이 맡은 역할이 그 계획 실현에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중요했다면, 실행행위 일부만 담당했더라도 전체 범행에 대해 공동정범으로서 책임을 진다는 법리입니다. 대법원 2017. 5. 11. 선고 2017도2298 판결로 상고가 기각된 사건에서도, 무주택 근로자 전세자금 대출 제도를 악용해 약 35억원을 편취한 조직 사건에서 명의자를 모집하는 역할만 맡았던 피고인들에 대해서도 원심의 유죄 판단이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자신은 단순 소개·모집만 했다는 주장이, 범행 전체 구조에서 그 역할이 필수적이었다는 판단 앞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입니다.

반면 정범의 실행행위를 사전에 인식조차 못 했거나, 범행 성공과 무관한 부수적인 도움만 준 경우라면 종범, 즉 방조범에 그칠 수 있습니다. 방조범의 형은 형법 제32조 제2항에 따라 정범의 형보다 필요적으로 감경된다는 점에서 공동정범과 처벌 수위 자체가 달라집니다.

한편 형사상 공모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라도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4다235554 판결은, 임대인이 은행에 제출한 확인서에 적힌 통지의무를 게을리한 채 대출금을 임차인에게 넘긴 사안에서 사기 공모까지는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과실에 의한 방조로 민사상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형사 공범이 아니라는 판단이 곧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까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실행행위를 직접 하지 않았더라도, 범행 성공에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이었다면 방조가 아니라 공동정범으로 처벌됩니다.


3. 서명하거나 대가를 받았다면 단순 가담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계약서·확인서 서명, 대가 수수, 반복된 명의 제공은 모두 가담을 뒷받침하는 정황입니다.

수사기관과 법원이 바지 임대인의 가담 정도를 판단할 때 실제로 보는 지점은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①임대차계약서·전세자금대출 확인서에 본인이 직접 서명했는지, ②명의 제공의 대가로 소액이라도 금전을 받았는지, ③한 채가 아니라 여러 채에 걸쳐 반복적으로 명의를 빌려줬는지, ④자금 흐름이나 세입자 모집 구조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지가 대표적입니다. 이 요소들이 겹칠수록 “그냥 이름만 빌려준 것”이라는 항변은 설득력을 잃습니다.

실제로 경기 수원 권선구 소재 신축 빌라를 무대로 세입자 14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합계 18억원 상당을 편취한 사건에서, 범행을 주도한 강모씨는 수원고등법원 항소심에서 징역 7년을, 명의만 빌려준 김모씨 역시 별도로 기소되어 징역 4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김씨는 강씨로부터 명의를 빌려주면 임대차보증금을 수익으로 나눠 가지자는 제안을 받고 이에 응했는데, 이 대가 약속과 반복적인 명의 제공 정황이 단순 가담을 넘어선 책임의 근거가 됐습니다.

“동의 없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는 항변이 통하려면, 애초에 대가를 약속받은 사실도 없고, 서류 작성 경위도 전적으로 타인이 주도했으며, 임대차 구조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인식할 만한 계기조차 없었다는 사정이 함께 뒷받침돼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이 세 가지가 모두 갖춰진 경우보다, 어느 하나라도 걸리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서명·대가 수수·반복된 명의 제공이 확인되면, 단순 가담이라는 주장만으로는 방어가 어렵습니다.


4. 가담 정도와 편취액 규모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공동정범이면 정범과 같은 법정형, 방조범이면 필요적 감경이라는 차이가 결정적입니다.

공동정범으로 인정되면 형법 제347조 제1항에 따라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법정형 범위 안에서, 실제 자금을 편취한 주범과 원칙적으로 동일한 처벌 기준이 적용됩니다. 반면 방조범, 즉 종범으로 인정되면 형법 제32조 제2항에 따라 이 형이 필요적으로 감경됩니다. 같은 사건에 관여했더라도 공동정범과 방조범 중 어느 쪽으로 평가되느냐에 따라 실제 선고형이 크게 달라지는 이유입니다.

편취액 규모도 처벌 수위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입니다. 여러 세입자로부터 반복적으로 보증금을 편취한 조직적 전세사기는 대개 포괄일죄로 묶여 이득액이 합산되는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에 따라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은 2024. 10. 2. 선고 2023고단898 판결에서,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다수 세입자의 보증금을 편취한 주범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

바지 임대인이라 해서 이 합산 이득액에서 자동으로 제외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명의로 진행된 계약 전체가 공동정범으로 인정되는 범행의 범위에 포함되면, 그 계약들에서 발생한 이득액 전체를 기준으로 처벌 수위가 정해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5. 조사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초기에 어떤 자료를 정리해 제출하느냐가 공동정범과 방조범, 나아가 무혐의를 가르는 분수령이 됩니다.

바지 임대인 관련 전세사기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고발 접수 → ②피해자·피의자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편취액이 특경법 가중처벌 구간에 해당하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명의만 빌려준 것 같은데 조사 통보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1. 임대차계약서, 전세자금대출 확인서 등 본인이 실제로 서명한 서류가 무엇인지부터 확인합니다.

  2. 명의 제공의 대가로 받은 금전이 있는지, 있다면 그 시점과 경위를 정리합니다.

  3. 명의를 제안받을 당시 상대방과 주고받은 문자·통화 내역 등 고의 유무를 판단할 자료를 확보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전세사기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공동정범과 방조범, 무혐의 중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를 초기 단계에서부터 정확히 짚어 대응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마치며

바지 임대인 관련 사건은 “나는 그저 이름만 빌려준 것뿐인데”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사 통보를 받고서야 사안의 심각성을 깨닫는 분들을 자주 뵙습니다.

보증금을 뜯긴 세입자 입장에서는 계약 당시 눈앞에 있던 임대인이 실소유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그 명의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가 가장 먼저 궁금한 지점입니다. 반대로 명의를 빌려준 쪽 입장에서도 대가를 받았는지, 서류에 어디까지 서명했는지, 구조를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었는지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저는 전세사기 사건에서 보증금을 돌려받으려는 세입자 쪽과, 명의만 빌려줬다가 공범으로 몰린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사실관계라도 어떤 자료를 먼저 확보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저는 명의를 빌려준 대가로 돈을 한 푼도 받지 않았는데도 공범이 될 수 있나요?

A. 예. 대가를 받지 않았더라도 임대차계약서나 대출 확인서에 직접 서명하는 등 범행 성공에 필요한 역할을 했다면 공동정범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대가 수수 여부는 가담 정도를 뒷받침하는 정황일 뿐, 성립의 절대 요건은 아닙니다.

Q. 사기 계획은 전혀 몰랐고 그냥 명의만 빌려준 것이라고 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정말 몰랐다는 사실이 인정되면 처벌을 피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임대차 구조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했다면 고의가 인정될 수 있어, 서류 작성 경위와 대화 내역이 핵심 증거가 됩니다.

Q. 방조범으로 인정되면 공동정범보다 형이 얼마나 줄어드나요?

A. 형법 제32조 제2항에 따라 방조범, 즉 종범의 형은 정범의 형보다 필요적으로 감경됩니다. 반면 공동정범으로 인정되면 이 감경이 적용되지 않고, 실제 편취금을 받은 정범과 동일한 법정형 범위에서 처벌받습니다.

Q. 제가 명의를 빌려준 계약은 한 건뿐인데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될 수 있나요?

A. 본인 명의의 계약 자체가 소액이라도, 공동정범으로 인정되는 범행 전체의 합산 이득액을 기준으로 특경법 적용 여부가 판단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5억원 이상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Q. 형사처벌과 별도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지나요?

A. 예. 형사상 공모까지는 인정되지 않더라도, 확인서 작성 등에서 통지의무 등 주의의무를 게을리했다면 과실에 의한 방조로 민사상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에서 가담 정도와 고의 유무가 사실상 정리되는 경우가 많고, 편취액이 큰 사건은 구속 수사 가능성까지 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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