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중소기업이나 개인 사업장에서 경리·회계 업무를 맡던 직원이 회사 자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가 뒤늦게 발각되어 업무상횡령 혐의로 고소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경리 직원분들 중 상당수는 발각된 직후 “제가 다 갚겠습니다”, “회사에 손해 끼친 부분은 전액 변제하겠습니다”라며 사장님과 합의를 시도합니다. 실제로 원금을 갚거나 변제 각서까지 쓴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회사가 결국 고소장을 접수하면, “갚기로 했는데 왜 고소를 하느냐”며 당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업무상횡령죄에서 사후 변제 의사나 실제 변제 여부는 범죄 성립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법리를 일관되게 확인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경리 직원처럼 대표이사가 아니더라도 회사 자금 관리 업무를 사실상 담당해온 사람에게도 같은 법리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아래에서는 경리 직원의 회사 자금 유용이 어떤 경우에 업무상횡령죄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변제 약속에도 불구하고 고소가 진행되는 이유와 대응 방법을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경리 직원이 업무상 관리하던 회사 자금을 유용하면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합니다
직함이 아니라 실제로 자금을 관리했는지가 업무상횡령죄 성립의 핵심 기준입니다.
회사에서 경리 업무를 맡고 있다면, 통장·인감·회계 프로그램에 접근할 권한을 가지고 실질적으로 자금 입출금을 관리하는 지위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지위는 형법상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하고, 업무로서 그 지위를 갖게 되었다면 단순 횡령이 아니라 형이 더 무거운 업무상횡령죄의 적용을 받습니다.
실무에서 흔히 오해하는 지점은 “나는 대표도 아니고 회사 지분도 없는 그냥 직원인데 설마 큰 처벌을 받겠느냐”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대표이사가 아니더라도 회사 자금의 보관·운용에 관한 사무를 사실상 처리해온 사람이라면 같은 책임을 진다고 판단해왔습니다.
주식회사의 주주나 대표이사 또는 그에 준하여 회사 자금의 보관이나 운용에 관한 사무를 사실상 처리하는 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회사 자금을 사적인 용도로 임의 처분하였다면 횡령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22. 4. 28. 선고 2022도1271 판결).
경리 직원이 매달 조금씩 회삿돈을 개인 계좌로 옮기거나, 거래처에 지급할 대금을 부풀려 차액을 챙기거나,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한 뒤 지출 내역을 허위로 정리하는 행위 모두 이 법리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직함이 ‘경리’, ‘회계팀 대리’ 등 낮은 직급이라 해도, 실제로 자금에 대한 지배·관리권을 행사하고 있었다면 처벌 대상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직함이 아니라 실제로 회사 자금을 관리하는 지위에 있었는지가 업무상횡령죄 성립의 핵심 기준입니다.
2. “갚기로 했다”는 약속은 이미 성립한 범죄를 지우지 못합니다
변제 의사나 실제 변제는 불법영득의사 판단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발각 직후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제가 전부 갚겠습니다”, “당장 없으니 나눠서라도 변제하겠습니다”라는 약속입니다. 실제로 차용증이나 변제 각서를 쓰고 일부를 갚기 시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형사처벌 여부를 가르는 불법영득의사는 자금을 인출·유용한 그 시점에 이미 판단이 끝난 문제입니다.
실무에서 대법원은 이 지점을 다음과 같이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업무상횡령죄에서의 불법영득의 의사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반하여 보관하고 있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과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 지장이 없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3399 판결).
즉 “나중에 갚을 생각이었다”거나 “실제로 갚고 있다”는 사정은 이미 완성된 범죄 자체를 없던 일로 만들지 못합니다. 다만 변제 여부와 그 정도, 자백·반성 여부는 이후 양형 단계에서 형량을 낮추는 참작 사유로 작용할 수 있을 뿐입니다.
특히 경리 직원의 경우 유용 사실이 회계 프로그램·통장 거래내역에 비교적 뚜렷하게 남기 때문에, 들키기 전에는 갚을 뜻이 없다가 발각된 뒤에야 갚겠다고 나선 정황 자체가 오히려 계획적·반복적 유용이었음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쓰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나중에 갚겠다”는 약속은 인출 시점에 이미 완성된 범죄를 지워주지 못합니다.
3. 업무상횡령죄는 합의를 해도 고소를 취소할 수 없는 범죄입니다
친고죄도 반의사불벌죄도 아니므로, 합의는 처벌 자체를 막지 못합니다.
형사처벌을 좌우하는 범죄 유형 중에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가 있습니다. 그러나 업무상횡령죄는 이 둘 중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회사(피해자)와 합의하고 변제까지 마쳤다 하더라도, 이미 접수된 고소 사건이 자동으로 취소되거나 수사·기소가 중단되지 않습니다. 회사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더라도 수사기관과 검찰은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합의서에 “고소를 취하한다”는 문구를 넣더라도, 이미 진행 중인 수사나 기소를 되돌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합의·변제 사실, 피해 회복 정도는 검찰의 기소 여부 판단과 법원의 양형에서 유리한 정상으로 작용하므로, 합의 자체가 무의미한 것은 아닙니다.
업무상횡령죄는 합의해도 사건 자체가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 범죄입니다.
4. 유용한 금액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지고, 반복될수록 불리해집니다
매달 조금씩 유용한 금액도 합산되면 특경법 가중처벌 구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형법 제355조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횡령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 경리 업무처럼 업무상 임무로 보관하는 자금을 횡령한 경우에는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유용한 금액, 즉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이 무거워지고,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경리 직원의 유용은 대개 한 번의 큰 금액이 아니라 매달 소액씩 반복되는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이런 경우 개별 인출 행위가 별개의 범죄로 취급되지 않고,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 아래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 포괄일죄로 묶여 전체 기간의 유용액이 합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과적으로 처음에는 소액이었던 유용이 발각 시점에는 특경법 가중처벌 구간까지 커져 있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고소장 접수 전 자료 정리가 이후 대응 방향을 결정합니다.
경리 직원의 자금 유용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업장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회사)·피고소인(경리 직원)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이라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고소를 당했거나 고소를 준비 중이라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급여명세·직무기술서 등으로 실제 자금 관리 업무를 담당했는지, 그 권한 범위가 어디까지였는지부터 확인합니다.
회사 계좌·법인카드의 전체 거래내역을 발급받아 유용 시점·금액·빈도, 그리고 변제한 금액과 시점을 정리합니다.
변제 각서·합의서, 인출 경위에 대한 대화 기록 등 양형에 참작될 자료를 별도로 확보해 둡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업무상횡령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수사 단계에서의 대응은 물론 기소 이후 양형에서도 실질적인 방어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마치며
경리 직원의 회사 자금 유용 문제는 “그래도 오래 함께 일한 직원인데”, 혹은 반대로 “들키면 갚으면 되겠지”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금을 도난당한 회사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대응보다, 유용 규모와 기간을 정확히 특정하는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거래내역, 직무 권한 범위, 변제 여부에 대한 기록이 쌓일수록 형사 고소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유용 사실을 인정하거나 의심받는 직원 입장에서도 “갚겠다고 했으니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 업무 범위, 유용 경위, 변제 시점과 정도에 따라 기소 여부와 형량은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회사 자금 관리 업무를 둘러싼 횡령 사건에서 피해를 입은 회사 쪽과, 유용 사실로 조사받는 직원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하고 어느 시점에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합의를 시도하기 전이든, 이미 고소가 진행 중이든, 지금이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회사에 손해를 다 갚았는데도 고소를 당했습니다. 그래도 처벌받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업무상횡령죄는 친고죄도 반의사불벌죄도 아니어서, 변제나 합의가 있어도 이미 접수된 고소·수사가 자동으로 취소되지 않습니다. 다만 변제 사실은 양형에서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됩니다.
Q. 저는 대표도 아니고 그냥 경리 직원인데도 업무상횡령이 되나요?
A. 됩니다. 대법원은 대표이사가 아니더라도 회사 자금의 관리·운용을 사실상 담당해온 사람이라면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직급이 아니라 실제 관리 권한이 기준입니다.
Q. 회사가 고소를 취하하겠다고 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취하 의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업무상횡령죄는 고소 취하로 공소권이 소멸하는 범죄가 아니어서, 검찰과 법원이 독자적으로 기소·재판 여부를 판단합니다. 다만 취하 의사와 합의 경위는 양형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Q. 매달 조금씩 가져간 돈도 합산되나요?
A. 그렇습니다.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 아래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인출은 포괄일죄로 묶여 전체 기간의 금액이 합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액이 누적되어 특경법 가중처벌 구간에 이를 수 있습니다.
Q. 유용 금액이 얼마부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나요?
A. 합산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경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 선임은 언제 하는 게 좋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과 제출 자료가 이후 기소 여부와 양형 방향을 크게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Q. 회사 쪽인데, 변제를 약속받았지만 그래도 고소를 해도 되나요?
A. 가능합니다. 변제 약속이나 합의 시도가 있었다는 사정이 고소 자체를 막지 않으며, 유용 사실을 정리한 자료가 갖춰져 있다면 고소와 함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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