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부동산 가격 하락기가 이어지면서, 전세보증금을 지렛대 삼아 무리하게 여러 채를 사들인 이른바 ‘갭투자’ 임대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형사 고소를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임대인분들 중 상당수는 “집값이 다시 오르면 어떻게든 맞춰서 돌려줄 수 있다”, “세입자도 급한 게 아니니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는 생각으로 계약을 계속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막상 집값이 계속 떨어지고 세입자가 고소장을 접수하면, “일부러 안 갚은 게 아니라 정말 돈이 없어서 못 갚은 것뿐”이라고 항변해보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무자본 갭투자로 인한 보증금 미반환 사건에서 단순한 자금 부족과 처음부터 반환할 의사·능력이 없었던 경우를 엄격히 구분해 판단하고 있습니다. 갭투자 실패라는 결과만으로 곧바로 사기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계약 체결 당시의 정황에 따라서는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갭투자 실패로 인한 보증금 미반환이 어떤 경우에 사기죄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임대인과 세입자 각각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갭투자 실패 자체는 범죄가 아니지만, 시점과 원인에 따라 책임이 달라집니다
보증금을 못 돌려주는 이유가 ‘경기 탓’인지 ‘처음부터 계획된 것’인지가 갈림길입니다.
갭투자는 매매가와 전세보증금의 차액만으로 집을 사들이는 투자 방식으로, 그 자체가 불법은 아닙니다.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에서 소액의 자기자본으로 여러 채를 매입하는 방식은 그동안 합법적인 투자 기법으로 널리 활용돼 왔습니다.
문제는 집값이 하락하거나 전세가가 매매가에 근접·역전되는 이른바 ‘깡통전세’ 상황이 오면서, 만기가 도래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가 급증했다는 점입니다.
이때 임대인이 형사처벌을 받는지는 단순히 ‘돈을 못 갚았다’는 결과가 아니라, 계약 체결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 반환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계약 이후 예측하지 못한 경기 침체로 자금 사정이 악화된 것이라면 이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할 뿐, 형사처벌 대상인 사기죄로 곧바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보증금을 못 돌려주는 원인이 계약 이후의 시장 상황 변화인지, 처음부터 예정된 결과인지가 형사책임을 가르는 출발점입니다.
2. 보증금 반환 불능이 사기죄가 되려면 계약 당시 ‘편취의 고의’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사기죄는 계약을 맺던 그 순간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형법 제347조 제1항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자를 사기죄로 처벌하며, 법정형은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기망행위, 그로 인한 상대방의 착오, 착오에 기한 처분행위, 재산상 손해라는 요건이 모두 갖춰져야 하고, 무엇보다 임대인에게 처음부터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는 편취의 고의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판단 시점입니다. 법원은 전세계약을 체결하던 바로 그 시점을 기준으로 편취 고의 유무를 살핍니다. 계약 당시에는 반환할 자산과 계획이 있었는데 이후 경기 침체나 예상치 못한 사정으로 자금 사정이 악화됐다면, 이는 사후의 채무불이행일 뿐 형사처벌 대상은 아닙니다.
다만 자금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정을 상대방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곧바로 기망행위가 인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대법원은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있는 주택을 매매하는 사안에서 관련 법리를 다룬 바 있습니다.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있는 부동산을 매매하면서 매수인이 임대인 지위를 승계하면 매도인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는 소멸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매수인의 보증금 반환 자력에 관한 사정은 매도인이 아니라 임차인과의 관계에서 문제 될 뿐이고,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자신의 자금 능력을 고지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대법원 2023. 6. 29. 선고 2022도16422 판결).
이 판결은 매도인에 대한 사기 여부를 다룬 사안이지만, 단순히 자금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정만으로 형사책임이 자동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잘 보여줍니다. 세입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임대인의 자산·부채 현황, 보유 주택 수와 담보 설정 여부, 깡통전세 인식 여부, 받은 보증금의 실제 사용처 등을 종합해 편취 고의를 판단합니다.
계약 체결 당시 반환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며, 사후의 자금 사정 악화만으로는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3. 돌려막기 구조나 깡통전세를 숨긴 정황이 있으면 사기죄 인정 가능성이 커집니다
새 세입자의 보증금으로 기존 세입자를 막아온 구조는 편취 고의의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실제로 법원이 사기죄를 인정한 사건들을 보면 공통된 특징이 있습니다. 자기자본이 전혀 없이 오직 새로 들어오는 세입자의 보증금으로만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는 이른바 ‘돌려막기’ 구조로 다수의 주택을 운용해온 경우, 처음부터 정상적으로 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이 없었다고 볼 유력한 근거로 인정됩니다.
또한 임대차보증금이 실제 주택의 매매가격보다 높거나 근접한 이른바 깡통전세 상태라는 사실을 세입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계약을 체결한 경우, 이는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보증금이 매매가보다 높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애초에 그 조건으로 계약을 맺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기 자본 없이 수백 채에 이르는 주택을 매입해 운용한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 임대사업자 사건에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임대인이 자기 자본 없이 다수의 주택을 매수한 뒤 새로운 임차인으로부터 받은 임대차보증금으로 기존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는 방식을 반복하면서, 임대차보증금이 목적물의 실제 매매가격보다 높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면 임차인에 대한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고,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 확보 여부와 관계없이 보증금 회수를 위해 별도의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하는 부담 자체도 재산상 손해로 볼 수 있다는 취지(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2도13696 판결).
돌려막기 구조, 깡통전세 사실 은닉, 받은 보증금을 다른 채무 상환이나 개인 용도로 소비한 정황이 겹칠수록 사기죄 인정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4. 편취액 규모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지고, 피해자가 많을수록 합산됩니다
보증금 합계가 커질수록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됩니다.
사기죄로 유죄가 인정되면 형법 제347조 제1항에 따라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다만 편취한 금액, 즉 이득액이 커지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 제3조가 적용되어 형이 훨씬 무거워집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갭투자 실패 사건은 한 명의 세입자가 아니라 여러 채의 주택, 여러 명의 세입자와 얽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각 세입자에 대한 편취행위가 포괄일죄로 묶여 피해액이 합산되는지, 아니면 세입자별로 별도의 범죄로 다뤄지는지에 따라 적용 법조와 형량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다수인 사건일수록 합산 이득액이 특경법 가중처벌 구간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다만 실제로 반환 의사가 있었는지, 일부라도 변제·합의를 진행했는지는 사기죄의 성립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더라도, 이후 양형 단계에서는 중요하게 참작되는 사정입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고소장 접수 전 자료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사건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갭투자 실패로 인한 보증금 미반환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편취액이 특경법 가중처벌 구간에 해당하거나 피해자가 다수인 경우, 도주·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든, 갭투자 실패로 사기 혐의를 의심받는 임대인이든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임대차계약서와 등기부등본을 대조해 계약 체결 당시 이미 설정돼 있던 근저당·가압류 등 권리관계를 확인합니다.
임대인 명의 계좌의 거래내역을 확보해 받은 보증금이 기존 세입자 반환, 대출 상환, 개인 용도 중 어디로 흘러갔는지 정리합니다.
같은 임대인에게서 보증금을 받지 못한 다른 세입자가 있는지, 있다면 그 피해 규모와 시기를 함께 확인합니다.
이렇게 정리된 자료를 바탕으로 임대차·형사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형사 고소와 민사상 반환청구를 함께 검토해 실질적인 회수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갭투자 실패로 인한 보증금 분쟁은 “설마 집주인이 일부러 그러겠어”라거나, 반대로 “어떻게든 버티면 넘어가겠지”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주장보다, 임대인의 자산·부채 상태와 돌려막기 정황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등기부등본, 계좌 거래내역, 다른 피해자의 존재 여부가 쌓일수록 형사 고소와 민사 반환청구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갭투자 실패로 사기 혐의를 의심받는 임대인 입장에서도 “일부러 안 갚은 게 아니다”라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계약 체결 당시 실제로 반환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 그 근거를 구체적으로 소명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 쪽과, 갭투자 실패로 사기 혐의를 의심받는 임대인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 정리와 법리 선택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갭투자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사기죄가 되나요?
A. 아닙니다. 갭투자 자체는 불법이 아니며, 계약 체결 당시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는 편취의 고의가 별도로 인정돼야 사기죄가 성립합니다.
Q. 집값이 떨어져서 못 갚게 된 것도 사기인가요?
A. 원칙적으로는 아닙니다. 계약 이후 예측하지 못한 경기 침체로 자금 사정이 악화된 경우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할 뿐, 형사처벌 대상인 사기죄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Q. 제 보증금이 다른 세입자 보증금으로 돌려막아진 것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것만으로 사기가 인정되나요?
A.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자기자본 없이 새 세입자의 보증금으로 기존 세입자에게 돌려주는 구조가 반복됐다면, 처음부터 정상적인 반환 능력이 없었다고 볼 근거로 인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Q. 저는 우선변제권 있는 세입자라 손해가 없다고 임대인이 주장합니다. 맞나요?
A. 아닙니다.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 확보 여부와 관계없이,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별도의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하는 부담 자체가 재산상 손해로 인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Q. 얼마부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나요?
A. 편취액(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피해자가 여러 명이면 합산 여부에 따라 적용 구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형사 고소와 별도로 민사소송도 진행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형사 절차에서 확보되는 수사 기록이 민사상 보증금 반환청구의 입증자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병행 진행이 회수에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Q. 고소를 당했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를 받기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고, 편취액이 큰 사건은 구속 수사 가능성까지 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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