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채무 상환이나 손해배상 문제를 두고 상대방을 강하게 압박하다가, 정작 돈은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공갈죄로 고소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어차피 돈은 못 받았으니 미수 아니냐”, “실패한 건데 처벌이 약하지 않겠냐”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사가 시작되면 미수라는 이유만으로 처벌을 면하거나 형이 가벼워질 거라는 기대와 달리,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를 적지 않게 봅니다.
최근 대법원은 미수범 감경이 법관의 재량에 따른 임의적 감경일 뿐, 미수라는 사정만으로 형이 자동으로 낮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법리를 재확인하고 있습니다. 돈을 받지 못했다는 사정은 양형에서 참작될 수 있는 요소일 뿐, 처벌 여부나 형량을 결정짓는 절대적 기준이 아닙니다.
아래에서는 공갈죄의 기수와 미수가 어떻게 갈리는지, 돈을 받지 못한 경우에도 왜 처벌 대상이 되는지, 그리고 미수라는 사정이 실제 형량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최근 법리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공갈죄는 재산상 이익을 실제로 취득해야 기수가 되고, 그 전 단계는 미수에 해당합니다
협박, 외포심, 처분행위, 재산취득이 인과관계로 이어져야 공갈죄는 완성됩니다.
공갈죄가 완성되려면 ①상대방을 협박해 겁을 먹게 하고, ②그 겁먹은 상태에서 상대방이 스스로 재물을 교부하거나 재산상 이익을 처분하며, ③실제로 가해자나 제3자가 그 재물·이익을 취득하는 단계가 순서대로, 그리고 인과관계로 이어져야 합니다. 이 네 단계 중 어느 하나라도 끊기면 공갈죄의 기수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흔한 단절 지점은 마지막 단계, 즉 재산취득입니다. 상대방이 겁을 먹었더라도 끝내 돈을 보내지 않거나, 경찰에 신고하는 쪽을 택해 실제로 재산이 이전되지 않았다면, 가해자가 원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므로 공갈죄는 미수에 그칩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계좌로 돈을 이체했거나 현금을 건넸다면, 그 순간 재산상 손해가 현실화되어 공갈죄는 기수에 이릅니다. 판례는 공갈죄의 기수 시기를 재산상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때로 보고 있어, 협박의 강도나 반복 여부와 무관하게 실제 재산 이전 여부가 기수·미수를 가르는 핵심 기준이 됩니다.
협박과 외포심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이 넘어가야 공갈죄는 기수가 됩니다.
2. 재산을 취득하지 못했어도 협박을 시작한 시점부터 이미 처벌 대상입니다
형법은 공갈죄의 미수범도 기수범과 같은 조문으로 처벌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형법 제350조는 사람을 공갈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 제3자로 하여금 재물·이익을 취득하게 한 경우도 동일하게 처벌합니다.
그리고 형법 제352조는 제350조의 미수범을 처벌한다고 별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돈을 실제로 받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갈취할 의사로 협박을 실행에 옮긴 시점부터 이미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판례도 일찍이 공갈죄의 실행의 착수 시기를 갈취의 의사로 협박이 개시된 때로 보아 왔습니다(대법원 1969. 7. 29. 선고 69도984 판결). 문자메시지나 통화로 협박성 요구를 전달한 시점, 또는 만나서 위협적인 언동을 시작한 시점에 이미 범죄는 시작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돈을 받지 못했다는 사정은 무죄를 뜻하지 않습니다. 협박을 실행한 순간부터 공갈미수로 처벌 대상이 됩니다.
3. 미수라는 사정만으로 형이 자동으로 낮아지지는 않습니다
미수범 감경은 법관의 재량에 맡겨진 임의적 감경이지, 반드시 적용되는 필요적 감경이 아닙니다.
형법 제25조 제2항은 미수범의 형을 기수범보다 감경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감경할 수 있다”는 표현이 핵심입니다. 법률상 반드시 감경해야 하는 필요적 감경과 달리, 법관이 감경 여부 자체를 재량으로 판단하는 임의적 감경이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이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임의적 감경의 경우에는 감경사유의 존재가 인정되더라도 법관이 형법 제55조 제1항에 따른 법률상 감경을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대법원 2021. 1. 21. 선고 2018도5475 전원합의체 판결).
즉 미수에 그쳤다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재판부가 반드시 형을 낮춰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협박의 정도, 요구 금액의 규모, 실제 재산 이전에 얼마나 근접했는지, 피해자가 입은 공포·불안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감경 여부와 폭이 정해집니다. 다만 감경을 하기로 하는 경우에는 형법 제55조 제1항에 따라 법정형의 장기와 단기를 모두 2분의 1로 낮추게 됩니다.
미수는 감경이 ‘가능한’ 사유일 뿐, 자동으로 형을 낮춰주는 사유가 아닙니다.
4. 요구 금액과 수단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단체·다중의 위력이나 위험한 물건을 동원했는지에 따라 법정형 자체가 달라집니다.
기본적인 공갈죄(형법 제350조)는 앞서 본 대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법정형입니다. 그런데 단체나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공갈을 저지른 경우에는 특수공갈(형법 제350조의2)이 적용되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으로 형이 크게 무거워집니다.
상습적으로 공갈을 반복했다면 상습범 가중 규정(형법 제351조)에 따라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될 수 있습니다. 여러 차례에 걸쳐 같은 상대방이나 여러 피해자를 상대로 반복해서 돈을 요구한 정황이 확인되면, 단순 공갈보다 훨씬 무거운 처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미수인지 기수인지는 이런 법정형 구간 안에서 양형을 정하는 하나의 요소일 뿐입니다. 요구 금액이 크거나 협박의 방법이 흉기·다중 위력을 동원한 경우라면, 설령 돈을 받지 못했더라도 결코 가벼운 처벌로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미수 여부와 무관하게 정식 절차가 진행됩니다
협박 정황과 재산 이전 여부를 뒷받침하는 자료 확보가 초기 대응의 핵심입니다.
공갈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미수에 그쳤더라도 이 절차 자체는 기수 사건과 다르지 않게 진행됩니다.
공갈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거나, 반대로 협박을 당했지만 돈을 지키기 위해 신고를 택한 입장이라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협박 정황을 뒷받침하는 문자·통화녹음·대화 캡처 등 증거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실제로 돈이나 재산상 이익이 이전됐는지, 계좌 이체 내역이나 현금 수수 정황을 확인합니다.
미수인지 기수인지, 그리고 감경을 주장할 만한 구체적 사정이 있는지 변호사와 함께 검토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공갈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기수·미수 여부를 다투는 것은 물론 양형 단계에서 유리한 사정을 효과적으로 주장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공갈 사건은 “어차피 돈은 못 받았으니 별일 아니겠지”라는 생각, 또는 반대로 “협박당했지만 신고하면 더 시끄러워질까” 하는 걱정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협박을 당해 신고를 고민하는 입장에서는 실제로 돈을 건네지 않았더라도 협박 정황을 보여주는 자료를 빠짐없이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공갈 혐의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도 “돈을 못 받았으니 처벌이 약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으로는 대응이 되지 않습니다. 어떤 협박이 있었는지, 요구가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협박당한 피해자 쪽과 공갈 혐의로 조사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미수냐 기수냐를 다투는 지점에서 사실관계 정리와 법리 구성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미수라는 사정만 믿고 안심하기에는, 생각보다 형이 가볍게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상황을 정확히 진단받고 싶다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했으면 무죄 아닌가요?
A. 무죄가 아닙니다. 형법 제352조는 공갈죄의 미수범도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어, 협박을 실행에 옮긴 이상 재산을 취득하지 못했더라도 공갈미수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Q. 미수면 무조건 집행유예가 나오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미수는 감경이 가능한 사유일 뿐 법관의 재량 사항이며, 요구 금액·협박 수단·전과 등 다른 양형 요소가 나쁘면 미수라도 실형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Q. 협박만 하고 실제로 돈을 요구하지는 않았다면 어떻게 되나요?
A.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요구하려는 의사 없이 단순히 겁을 준 것이라면 공갈죄가 아니라 협박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요구의 내용과 의도가 무엇이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Q. 문자나 카톡으로만 요구했어도 처벌되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협박의 수단이 대면인지 문자·메신저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갈취의 의사로 겁을 주는 내용을 전달한 시점에 이미 실행의 착수가 인정됩니다.
Q. 흉기를 보여주지 않고 말로만 협박했어도 특수공갈이 되나요?
A.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실제로 소지·제시했거나 여러 명이 위력을 보인 경우에 특수공갈이 적용됩니다. 단순히 말로만 협박했다면 기본 공갈죄가 문제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미수인지 기수인지, 감경 사유를 어떻게 주장할지는 초기 진술 방향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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