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를 사고팔 때 등기부에서 소유권 이전만 확인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그 토지가 이웃 토지를 통행하기 위한 지역권을 갖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지역권은 요역지 소유권에 딱 붙어 있는 종된 권리여서, 매도인이 따로 챙기지 않아도 매수인에게 자동으로 넘어갑니다. 문제는 이 부종성의 정확한 작동 범위를 모른 채 계약하다가, 등기부에 지역권이 애초에 기록조차 안 되어 있었거나 아직 시효취득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입니다. 이 글에서는 지역권이 요역지 소유권 이전에 따라 어떻게, 어디까지 함께 넘어가는지, 그리고 매수인이 계약 전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를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지역권이란 — 요역지와 승역지, 두 토지를 잇는 편익관계
지역권은 민법 제291조에 따라 일정한 목적을 위하여 타인의 토지를 자기 토지의 편익에 이용하는 권리입니다. 편익을 받는 토지를 요역지, 편익을 제공하는 토지를 승역지라고 부르며, 대표적인 예가 통행지역권입니다. 도로에 접하지 않은 맹지(요역지) 소유자가 이웃 토지(승역지)를 통과해 도로로 나갈 수 있도록 설정하는 구조입니다. 지상권이나 전세권과 달리 지역권은 특정 개인이 아니라 요역지라는 '토지 자체'를 위해 존재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이 '토지를 위한 권리'라는 성격이 뒤에서 살펴볼 부종성의 출발점입니다. 지역권이 설정 당시의 요역지 소유자 개인만을 위한 권리였다면, 그 사람이 토지를 팔고 떠나는 순간 지역권도 함께 소멸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입니다. 그러나 민법은 지역권을 요역지라는 물건 자체에 붙은 권리로 구성했기 때문에, 요역지의 주인이 몇 번을 바뀌어도 지역권은 그 토지를 따라다니며 계속 존속합니다. 지역권을 처음 설정할 때 승역지 소유자가 '이 사람에게만 통행을 허락한다'는 심정으로 계약했더라도, 등기가 된 이상 법적으로는 요역지 자체를 위한 권리로 취급됩니다.
지역권은 특정 개인이 아니라 요역지라는 토지 자체를 위해 존재하는 권리다 — 이 성격이 요역지 소유권 이전에 따라 자동으로 넘어가는 부종성의 출발점이다.
지역권 부종성의 핵심 — 민법 제292조가 정한 자동 이전
민법 제292조 제1항은 "지역권은 요역지소유권에 부종하여 이전하며 또는 요역지에 대한 소유권 이외의 권리의 목적이 된다"고 규정합니다. 요역지 소유권이 매매·상속·경매 등 어떤 원인으로 이전되든, 그 토지에 딸린 통행지역권도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새 소유자에게 함께 넘어간다는 뜻입니다. 매도인과 매수인이 매매계약서에 지역권에 관한 언급을 한 줄도 넣지 않았더라도, 등기부에 지역권이 기록되어 있는 이상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지는 순간 매수인은 지역권자의 지위를 당연히 취득합니다. 이것이 '부종성(附從性)' — 주된 권리에 종된 권리가 따라붙는 성질 — 의 의미입니다.
부종성이 실무에서 중요한 이유는, 당사자들이 지역권의 존재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 채 거래해도 법률효과가 그대로 발생한다는 데 있습니다. 예컨대 맹지 소유자가 오래전 이웃 토지에 통행지역권을 설정받아 등기까지 마쳐 두었다면, 이후 이 맹지를 상속받거나 매수한 사람은 통행로 확보를 위해 별도로 소송을 하거나 새로 계약을 맺을 필요가 없습니다. 반대로 승역지 — 통행로를 제공하는 쪽 — 를 매수하는 사람도, 등기부에 지역권 부담이 기록되어 있다면 그 부담까지 그대로 승계해서 매수하는 셈입니다. 요역지 쪽이든 승역지 쪽이든, 지역권은 계약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소유권 이전에 자동으로 따라붙습니다.
요역지 소유권이 이전되면 지역권도 별도 의사표시 없이 함께 넘어간다 — 계약서에 지역권을 언급하지 않았어도 법률효과는 그대로 발생한다.
등기 없이도 넘어가는 이유 — 별도의 지역권 이전등기가 필요 없는 구조
지역권 등기는 소유권 등기와 다른 방식으로 관리됩니다. 부동산등기법 제70조에 따라 지역권설정등기는 승역지의 등기기록에 기록되고, 같은 법 제71조에 따라 등기관이 직권으로 요역지의 등기기록에도 순위번호·승역지 표시·지역권의 목적과 범위 등을 함께 기록합니다. 즉 지역권 하나가 성립하면 승역지와 요역지 두 등기기록에 모두 흔적이 남는 구조입니다.
이 구조 덕분에 요역지 소유권이 이전될 때는 소유권이전등기 하나만 마치면 충분하고, 지역권을 위한 별도의 이전등기 신청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요역지 등기기록의 지역권 표시란 자체가 그대로 유지된 채 소유자 이름만 새 매수인으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등기실무상으로도 지역권은 요역지 소유권에 종된 권리로 취급되어, 소유권이전등기 신청서에 지역권을 함께 옮긴다는 취지를 별도로 기재할 필요가 없습니다. 매수인 입장에서는 등기부등본의 '지역권'란만 확인하면, 그 지역권이 자신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요역지 등기기록의 지역권 표시는 소유권이전등기와 별개로 관리되지만, 이전 절차는 소유권이전등기 하나로 충분하다 — 지역권만을 위한 별도의 이전등기는 필요 없다.
매수인이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함정 — 등기되지 않은 지역권은 부종성의 대상이 아니다
부종성이 작동하려면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요역지를 위한 지역권이 애초에 유효하게 성립해 등기까지 마쳐져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1971. 4. 6. 선고 71다249 판결은, 요역지 소유권의 일부가 제3자에게 이전되었더라도 아직 지역권설정등기를 이행받지 못해 지역권 자체를 취득하지 못한 상태였다면, 그 부종성에 의해 함께 이전될 지역권 자체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지역권이 등기부에 존재하지 않으면 이전할 대상 자체가 없다는, 당연하지만 실무에서 놓치기 쉬운 지점입니다.
현실에서는 이웃끼리 구두로 "이 길로 다녀도 됩니다"라고 합의했거나, 오랫동안 통행해 왔지만 지역권 시효취득 요건(민법 제294조 — 계속되고 표현된 것에 한하여 시효취득 가능, 통행지역권의 경우 승역지에 통로를 개설해 사용한 상태가 요구됨)을 아직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요역지를 매매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는 등기된 지역권이 아니라 채권적 합의이거나 아직 완성되지 않은 시효취득 상태이므로, 매수인에게 자동으로 승계되지 않습니다. 매수인이 계속 통행하려면 승역지 소유자와 새로 협의하거나, 시효취득 요건이 이미 갖춰져 있었다면 그 사실관계를 별도로 주장·증명해야 하는 부담이 생깁니다.
등기부 을구·지역권란에 지역권설정등기가 실제로 기록되어 있는지 확인.
기록이 없다면 구두 합의인지, 시효취득 진행 중인지부터 구분.
시효취득 주장 시에는 통로 개설 시점과 20년 계속 사용 사실을 뒷받침할 자료 확보.
부종성은 이미 유효하게 성립해 등기된 지역권에만 적용된다 — 구두 합의나 미완성 시효취득 상태의 통행 관행은 요역지 매매만으로 자동 승계되지 않는다.
분리 처분 금지 — 지역권만 따로 팔거나 저당권 목적으로 할 수 없는 이유
민법 제292조 제2항은 "지역권은 요역지와 분리하여 양도하거나 다른 권리의 목적으로 하지 못한다"고 못박습니다. 요역지 소유자가 소유권은 그대로 둔 채 지역권만 떼어 제3자에게 팔거나, 지역권에만 저당권을 설정하는 계약은 효력이 없다는 뜻입니다. 지역권은 요역지라는 물건의 편익을 위해 존재하는 종된 권리이므로, 주된 권리인 요역지 소유권과 분리되는 순간 그 권리로서의 존재 의미 자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제292조 제1항 단서는 "다른 약정이 있는 때에는 그 약정에 의한다"고 정해, 부종성의 적용 방식 자체를 당사자가 설정행위로 달리 정할 여지를 열어두고 있습니다. 예컨대 요역지가 여러 필지로 분필될 경우 지역권을 어느 필지에 존속시킬지 등을 설정 당시 특약으로 미리 정해둘 수 있습니다. 반면 제2항의 분리 처분 금지는 지역권이 종된 권리라는 본질 자체를 지키기 위한 규정이어서, 실무상 이 부분까지 특약으로 자유롭게 뒤집을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계약서에 지역권과 관련한 특약을 넣을 때는 이 두 조항의 성격 차이를 구분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역권만 따로 양도하거나 저당권의 목적으로 삼는 계약은 효력이 없다 — 지역권은 요역지 소유권과 분리된 순간 권리로서 존재할 수 없는 종된 권리이기 때문이다.
요역지가 여러 필지로 나뉘거나 공유일 때 — 지역권의 불가분성
요역지가 분할되거나 그 일부가 양도되는 경우, 민법 제293조에 따라 지역권은 원칙적으로 요역지 각 부분을 위하여 그대로 존속합니다. 즉 요역지 한 필지를 둘로 쪼개 각각 다른 사람에게 팔았다면, 두 필지 모두에 통행지역권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지역권이 원래 요역지의 특정 부분만을 위한 것이었음이 등기나 설정계약상 명백한 경우에는, 그 부분에만 지역권이 존속하고 나머지 부분에는 미치지 않습니다.
요역지가 여러 사람의 공유인 경우도 마찬가지로 불가분성이 적용됩니다. 민법 제295조는 공유자 중 한 사람이 시효로 지역권을 취득하면 다른 공유자도 함께 취득한 것으로 보고, 지역권의 소멸시효는 공유자 전원에 대해 사유가 있어야 정지된다고 정합니다. 공유자 한 사람이 자신의 지분만 포기하는 방식으로 지역권을 소멸시킬 수도 없습니다. 요역지가 여러 필지·여러 공유자로 쪼개져 있는 물건을 매수할 때는, 등기부상 지역권이 그 필지·지분에도 그대로 미치는지를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뒤탈이 없습니다.
요역지가 분할되거나 공유 상태여도 지역권은 각 부분·각 공유자에게 불가분적으로 존속한다 — 지분 일부만 포기해 지역권을 소멸시킬 수는 없다.
승역지가 팔렸을 때는 — 새 소유자도 통행 부담을 그대로 승계한다
지역권 부종성은 요역지 쪽뿐 아니라 승역지 쪽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통행로를 제공해 온 승역지가 제3자에게 매매되더라도, 등기부에 지역권설정등기가 기록되어 있는 이상 새 승역지 소유자는 그 부담을 그대로 승계합니다. "이 지역권은 전 주인과의 개인적 합의였을 뿐 나와는 무관하다"는 주장은 등기된 지역권에 대해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승역지를 매수하려는 사람은 계약 전 등기부등본의 '지역권'란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지역권이 설정된 토지는 그만큼 이용에 제약이 있으므로, 매매가격 협상이나 이용계획 수립 시 이 부담을 미리 반영해야 나중에 분쟁을 피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지역권 설정 당시 존속기간이나 목적 범위를 좁게 정해두었다면, 새 소유자도 그 범위 안에서만 부담을 지므로 등기 내용을 꼼꼼히 살펴 부담의 정확한 범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역권 부담은 요역지뿐 아니라 승역지 쪽 소유권 이전에도 그대로 따라붙는다 — 등기된 지역권을 전 소유자와의 개인적 약속으로 되돌릴 수는 없다.
계약 전 실무 체크리스트 — 매매계약서에 무엇을 담아야 하나
토지 매매 계약을 준비할 때는 매도인·매수인 모두 등기부등본의 갑구·을구뿐 아니라 지역권 표시란까지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요역지를 매수한다면 그 지역권이 실제로 유효하게 등기되어 있는지, 존속기간이나 목적 범위에 제한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승역지를 매수한다면 그 부담을 얼마나 감수해야 하는지, 지역권 설정계약서(등기원인증서)에 특약이 있는지까지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등기부만으로 확인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지역권 설정 당시의 등기원인증서나 설정계약서 사본을 매도인에게 요청해 부종성의 적용 범위 — 즉 요역지 소유권 이전에 따라 자동으로 넘어가는 부분과, 설정행위에서 별도로 정해둔 특약이 있는 부분 — 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지역권 관련 분쟁은 등기부 기재와 실제 사용 현황이 어긋나 있을 때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계약 전 현장에서 실제 통행로 위치와 등기부상 범위가 일치하는지 함께 살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지역권 표시란 확인은 소유권 확인만큼 중요한 절차다 — 요역지·승역지 어느 쪽을 매수하든 등기된 지역권의 존속기간과 범위를 계약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역권이 등기되어 있으면 매매계약서에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매수인에게 넘어가나요?
A. 네, 민법 제292조의 부종성에 따라 요역지 소유권이 이전되면 등기된 지역권도 별도의 약정 없이 자동으로 함께 넘어갑니다. 다만 설정행위에서 부종성의 적용 방식을 별도로 다르게 정해 두었다면 그 약정이 우선 적용될 수 있습니다.
Q. 이웃과 구두로 통행을 합의했을 뿐 지역권 등기는 하지 않았다면 매수인도 계속 다닐 수 있나요?
A. 등기되지 않은 통행 합의는 부종성이 적용되는 지역권이 아니라 당사자 사이의 채권적 합의에 가까워, 요역지를 매수했다고 자동으로 승계되지 않습니다. 계속 통행하려면 승역지 소유자와 새로 협의하거나 시효취득 요건을 갖췄는지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Q. 요역지를 여러 필지로 나눠 팔면 지역권도 각 필지마다 따로 등기해야 하나요?
A. 민법 제293조의 불가분성에 따라 지역권은 원칙적으로 분할된 요역지 각 부분을 위해 그대로 존속하며 별도의 재등기 절차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지역권이 요역지의 특정 부분만을 위한 것이었다면 그 부분에만 존속하고 나머지에는 미치지 않습니다.
Q. 승역지를 매수했는데 등기부에 지역권이 있는 걸 계약 후에야 알았다면 매매를 취소할 수 있나요?
A. 매매 자체의 효력이 바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고, 계약 내용이나 고지의무 위반 여부에 따라 매도인에게 하자담보책임이나 손해배상을 물을 수 있는지가 별도로 검토됩니다. 이런 분쟁을 피하려면 계약 전 등기부등본의 지역권 표시란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Q. 지역권을 요역지 소유권과 분리해서 지역권만 다른 사람에게 팔 수는 없나요?
A. 민법 제292조 제2항에 따라 지역권은 요역지와 분리해 양도하거나 다른 권리의 목적으로 삼을 수 없어, 지역권만 따로 매매하는 계약은 효력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지역권을 이전하려면 요역지 소유권 자체를 함께 이전하는 방법뿐입니다.
Q. 지역권 설정 당시 존속기간을 정해두지 않았다면 요역지를 팔아도 계속 유효한가요?
A. 존속기간을 정하지 않은 지역권은 별도의 약정이나 소멸사유가 없는 한 계속 존속하는 것이 원칙이며, 요역지 소유권이 이전되어도 그 상태 그대로 매수인에게 승계됩니다. 다만 설정계약서에 존속기간이나 해지 조건이 있는지는 계약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맺음말
지역권은 요역지라는 토지 자체를 위한 권리로 설계되어 있어, 요역지 소유권이 이전되면 별도의 절차 없이도 매수인에게 함께 넘어갑니다. 이 부종성 덕분에 통행지역권을 등기해 둔 맹지 소유자는 소유권이 몇 번 바뀌어도 통행로를 새로 확보할 필요가 없지만, 반대로 승역지를 매수하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통행 부담을 그대로 떠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자동 이전은 등기부에 유효하게 성립한 지역권에만 적용된다는 점을 놓치면 안 됩니다. 구두 합의나 미완성 시효취득 상태의 통행 관행은 요역지를 매수했다고 저절로 승계되지 않으므로, 매매 전 등기부의 지역권 표시란과 설정계약서 내용을 함께 확인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수원·경기남부 지역에서도 맹지나 통행로가 얽힌 토지 거래가 꾸준한 만큼, 계약 전에 지역권 등기 여부와 부종성의 적용 범위를 미리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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