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나면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순간부터 그 집이 이미 매수인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계약일과 잔금일, 그리고 실제로 열쇠를 넘겨받는 인도일이 저마다 다른 날짜에 벌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 사이 기간에 집에서 나온 임대수익이나 세입자의 차임은 계약서 어디에도 명시되지 않은 채 다툼의 씨앗이 됩니다. 매도인이 잔금을 받기 전 세입자를 새로 들여 월세를 챙겼다면, 혹은 매수인이 잔금을 이미 다 냈는데도 인도가 늦어지는 사이 매도인이 계속 임대수익을 가져갔다면 누구 말이 맞는 것일까요. 이 문제는 감정이 아니라 민법이 정한 과실귀속 원칙과 잔금 지급 시점이 결정합니다. 이 글에서는 매매목적물의 인도 전 과실이 누구에게 속하는지, 잔금 완납 여부가 그 결론을 어떻게 뒤집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임대수익도 매매목적물의 과실이다 — 법정과실의 의미
민법 제101조 제2항은 "물건의 사용대가로 받는 금전 기타의 물건은 법정과실로 한다"고 정합니다. 임대차는 같은 법 제618조에 따라 임대인이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하고 임차인이 그 대가로 차임을 지급하는 계약이므로, 세입자가 매달 내는 월세나 보증금의 운용이익은 정확히 이 법정과실에 해당합니다. 매매목적물이 상가나 원룸처럼 이미 임대가 놓여 있거나, 계약 체결 후 매도인이 새로 세입자를 들이는 경우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해서 소유권이 곧바로 매수인에게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부동산은 등기를 마쳐야 소유권이 이전되고, 동산이라도 인도가 있어야 소유권이 넘어갑니다. 계약 체결과 소유권 이전 사이에 시차가 있는 한, 그 기간 목적물에서 발생한 임대수익을 누가 가져가는지는 별도의 규정으로 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민법이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마련한 조문이 바로 다음 항목에서 다룰 제587조입니다.
임대차 차임은 민법 제101조 제2항이 정한 법정과실이고, 매매계약 체결만으로는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으므로 그 과실의 귀속은 별도 조문으로 정해진다.
인도 전 과실은 매도인에게 속한다는 원칙
민법 제587조는 "매매계약 있은 후에도 인도하지 아니한 목적물로부터 생긴 과실은 매도인에게 속한다"고 규정합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어도 아직 목적물을 넘겨주지 않았다면, 그 기간 발생한 임대수익은 원칙적으로 매도인의 것이라는 뜻입니다. 매수인 입장에서는 "내가 산 집이니 그 사이 나온 월세도 내 몫 아니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인도 전이라면 이 주장은 원칙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이 원칙이 존재하는 이유는 균형에 있습니다. 매도인은 인도할 때까지 목적물을 관리·보존할 의무를 지고 재산세 등 보유에 따른 부담도 계속 집니다. 그 부담에 대응해 그 기간의 수익도 매도인에게 남겨두는 것이 공평하다는 취지입니다. 반대로 매수인은 아직 대금을 다 내지 않았거나 목적물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그 기간의 이자나 수익 상실분을 떠안을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이 원칙에는 중요한 예외가 있고, 그 예외가 실제 분쟁의 승패를 가르는 지점입니다.
매도인이 계약 후 세입자를 새로 들여 받은 차임 — 인도 전이면 원칙적으로 매도인 몫.
기존에 임대 중이던 물건을 매매한 경우 — 인도 전까지 발생분은 매도인, 인도 후 발생분은 매수인.
매도인의 관리·보존의무와 재산세 부담이 이 원칙의 근거.
잔금을 완납하면 인도 전이라도 과실수취권은 매수인에게 넘어간다
민법 제587조는 매도인의 과실수취권을 무조건 인도 시점까지 인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1993. 11. 9. 선고 93다28928 판결에서, 매매목적물의 인도 전이라도 매수인이 매매대금을 완납한 때에는 그 이후의 과실수취권은 매수인에게 귀속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금을 전부 지급했다면 매도인은 더 이상 목적물을 보유할 대가관계상 이유가 없고, 실질적으로는 매수인이 소유자와 다름없는 지위에 서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판례가 실무에 던지는 의미는 분명합니다. 등기 이전이나 인도가 매도인 쪽 사정으로 지연되고 있는 사이라도, 매수인이 잔금을 전액 완납한 시점부터는 그 이후 발생하는 임대수익이 매수인 몫으로 넘어갑니다. 예를 들어 매수인이 8월 초에 잔금을 전부 치렀는데 매도인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도를 9월로 미루면서 그 사이 세입자로부터 월세를 계속 받았다면, 8월 잔금 완납 이후분의 월세는 매수인에게 반환해야 합니다. 반대로 잔금의 일부만 남겨둔 상태라면 이 예외는 적용되지 않고, 여전히 매도인이 과실을 취득합니다.
인도 전이라도 매수인이 대금을 완납한 순간부터는 과실수취권이 매수인에게 넘어간다(대법원 1993. 11. 9. 선고 93다28928 판결) — 기준은 인도가 아니라 완납이다.
거꾸로 먼저 인도받았다면 — 대금이자와 과실의 맞교환 구조
반대 상황도 있습니다. 매수인이 잔금을 다 치르지 않았는데도 매도인이 먼저 목적물을 넘겨준 경우입니다. 이때는 민법 제587조 2문에 따라 매수인이 목적물의 인도를 받은 날부터 미지급 대금에 대한 이자를 지급해야 합니다. 매수인이 미리 입주해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기 시작한 만큼, 그 사용이익에 상응하는 대가를 대금이자 형태로 매도인에게 지급하라는 취지입니다. 실질적으로는 목적물을 먼저 쓰는 대신 그 값을 이자로 치르는 구조입니다.
다만 이 이자는 대금 지급에 관해 기한을 따로 정해둔 경우에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계약서에 "잔금은 인도일로부터 3개월 뒤 지급한다"는 식으로 명시적인 유예기간을 약정했다면, 그 기간에는 이자를 낼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계약서에 이런 유예 약정이 없다면 원칙으로 돌아가 인도일부터 곧바로 이자가 발생하므로, 먼저 입주하려는 매수인이라면 계약서에 잔금 기한을 명확히 박아두는 편이 유리합니다.
동시이행항변권이 있으면 이자도 낼 필요 없다
매수인이 잔금을 못 낸 채 먼저 인도받았다고 해서 항상 이자를 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536조가 정한 동시이행의 항변권상,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나 근저당권 말소의무와 매수인의 잔금지급의무는 서로 맞물려 있는 관계입니다. 매도인이 말소해야 할 근저당권을 그대로 남겨둔 채 인도만 먼저 해준 경우처럼 매수인에게 대금지급을 거절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목적물을 먼저 인도받았더라도 민법 제587조에 따른 이자 지급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실무의 태도입니다(서울고등법원 2013. 1. 24. 선고 2011나32206 판결).
이 법리가 중요한 이유는, 매도인이 "인도했으니 이자부터 내라"고 요구할 때 매수인이 무작정 응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등기부에 아직 근저당이 남아 있거나 매도인이 이전등기 서류를 준비하지 않은 상태라면, 매수인은 그 위험 범위 안에서 대금지급 자체를 거절할 수 있고, 그 결과 이자 지급의무도 함께 면제됩니다. 다만 이 항변이 통하려면 근저당 잔액이나 서류 미비처럼 실제로 매수인에게 위험이 되는 사정이 있어야 하고, 단순히 "아직 등기 안 됐으니 안 낸다"는 식의 막연한 주장만으로는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실제 분쟁이 반복되는 두 장면
실무에서 가장 자주 부딪히는 장면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매도인이 계약 체결 이후 잔금을 받기 전 제3자에게 새로 임대를 놓는 경우입니다. 매수인은 "내가 살 집을 왜 마음대로 세를 놓느냐, 그 임대수익은 내 것"이라 주장하지만, 잔금을 완납하지 않은 상태라면 앞서 본 원칙상 그 임대수익은 매도인에게 귀속됩니다. 다만 매수인 동의 없이 장기 임대차를 새로 설정해 인도 자체가 지연되거나 매매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워졌다면, 이는 별도로 채무불이행이나 계약해제 사유가 될 수 있어 과실귀속 문제와는 다른 층위의 분쟁으로 번집니다.
둘째는 매수인이 인도받기 전에 스스로 세입자를 구해 임대수익을 챙기는 경우입니다. 아직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매도인 명의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게 하거나, 매도인 동의 없이 사실상 목적물을 사용·수익하며 제3자에게 세를 놓았다면, 매도인은 자신에게 귀속되어야 할 과실을 매수인이 가로챈 것이라며 부당이득반환청구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두 장면 모두 결국 잔금 완납 여부와 인도 여부라는 두 축을 정확히 짚어야 누구 주장이 맞는지 가려집니다.
매도인이 잔금 전 제3자에게 새로 임대 — 완납 전이면 임대수익은 매도인 몫이 원칙.
매수인이 인도 전 임의로 세를 놓음 — 매도인의 부당이득반환청구 대상이 될 수 있음.
동의 없는 장기임대로 인도 자체가 지연되면 과실귀속과 별개로 계약해제·손해배상 문제로 확대될 수 있음.
계약서 특약과 정산 자료로 미리 막는 법
이런 다툼은 대부분 계약서에 과실귀속과 정산 방법을 미리 정해두지 않아서 벌어집니다. 잔금일과 인도일이 다르게 잡힐 가능성이 있는 계약이라면, 특약사항에 "잔금 완납일을 기준으로 그 이후 발생하는 임대수익은 매수인에게 귀속하고, 매도인은 이를 정산해 지급한다"는 식의 문구를 넣어두는 것이 분쟁을 가장 확실하게 막는 방법입니다. 반대로 매수인이 먼저 입주하는 구조라면 대금이자의 기산일과 유예기간을 명시해 제587조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도록 조정할 수 있습니다.
특약이 없더라도 분쟁이 생기면 결국 증거로 다투게 되므로, 임대차계약서와 차임 입금 내역, 잔금 영수증, 인도확인서(또는 열쇠 인수인계서) 같은 자료를 미리 챙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임대수익 정산을 요구하려면 그 기간 실제로 얼마의 차임이 발생했는지를 입증해야 하므로, 임대차계약서 사본과 통장 입금 내역을 확보해두는 쪽이 협상이든 소송이든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약서에 아무 약정이 없으면 임대수익은 무조건 매도인 것인가요?
A. 인도 전이고 매수인이 대금을 완납하지 않은 상태라면 민법 제587조 원칙상 매도인에게 속합니다. 다만 매수인이 대금을 전액 완납했다면 인도 전이라도 그 이후분의 임대수익은 매수인에게 귀속됩니다.
Q. 잔금을 일부만 냈는데 매도인이 임대수익을 계속 가져가면 문제없나요?
A. 대금을 완납하지 않은 이상 원칙적으로 문제되지 않습니다. 과실수취권이 매수인에게 넘어가는 시점은 인도일이 아니라 대금 완납일이므로, 잔금 일부가 남아 있는 동안은 매도인이 임대수익을 가져가는 것이 원칙에 부합합니다.
Q. 잔금을 못 낸 채 먼저 입주하면 이자를 꼭 내야 하나요?
A. 원칙적으로는 인도일부터 미지급 대금에 대한 이자를 내야 합니다. 다만 대금지급 기한을 별도로 약정했거나, 매도인의 근저당 미말소 등으로 매수인에게 대금지급을 거절할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이자 지급의무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Q. 매도인이 잔금 전에 임의로 세입자를 새로 들여도 되나요?
A. 인도 전이므로 그 자체로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임대수익도 원칙적으로 매도인 몫입니다. 다만 그로 인해 인도가 지연되거나 매매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워졌다면 채무불이행이나 계약해제 사유로 별도로 다툴 수 있습니다.
Q. 임대수익 정산을 요구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A. 잔금 완납일을 증명할 영수증이나 계좌 이체 내역, 그 기간의 임대차계약서와 차임 입금 내역을 준비해야 합니다. 정확한 발생액과 완납일을 특정해야 정산 요구나 부당이득반환청구가 받아들여지기 쉽습니다.
Q. 상가나 오피스텔처럼 이미 세입자가 있는 매물도 같은 원칙이 적용되나요?
A. 네, 기존에 임대 중인 물건을 매매하는 경우에도 동일한 원칙이 적용됩니다. 인도 전까지 발생한 차임은 매도인에게, 완납 이후 또는 인도 이후 발생한 차임은 매수인에게 귀속되므로 계약서에 정산 기준일을 명확히 적어두는 것이 특히 중요합니다.
맺음말
매매목적물의 과실귀속 문제는 계약일이 아니라 잔금 완납일과 인도일, 이 두 시점을 정확히 대조해야 결론이 나옵니다. 원칙은 인도 전 과실이 매도인 것이지만, 매수인이 대금을 완납하는 순간 그 흐름은 뒤집힙니다. 거꾸로 매수인이 먼저 인도받았다면 이번에는 매수인이 대금이자를 부담해야 하고, 다만 동시이행항변권이 성립하는 사정이 있다면 그 이자 부담도 면할 수 있습니다.
고액의 부동산 매매일수록 잔금일과 인도일 사이의 간극에서 임대수익을 둘러싼 다툼이 생기기 쉽고, 특히 광교처럼 상가·오피스텔 매매가 활발한 지역에서는 기존 임차인이 있는 매물의 정산 문제가 더 자주 불거집니다. 계약서 작성 단계에서 과실귀속과 정산 기준을 미리 특약으로 명시해두면 상당수의 분쟁을 사전에 막을 수 있습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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