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물건을 들었다면 — 특수폭행의 경계
위험한 물건을 들었다면 — 특수폭행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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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물건을 들었다면 — 특수폭행의 경계 

전우석 변호사

피해자와 합의를 마쳤는데 재판이 그대로 진행된다며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몸싸움 중에 옆에 있던 물건을 집어 들었다가 특수폭행으로 기소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폭행죄로 알고 계셨다면 합의로 끝나는 것이 맞지만, 앞에 특수가 붙는 순간 사건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형법 제260조는 폭행죄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로 정하면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반의사불벌 규정은 제260조 제1항과 제2항에만 붙어 있어서,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경우를 따로 정한 제261조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특수폭행은 그대로 재판을 받습니다. 법정형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올라갑니다.

실제로 하나의 사건에서 특수폭행이 증명되지 않아 일반 폭행으로 줄어든 부분만 처벌불원을 이유로 공소가 기각되고, 특수폭행과 특수협박은 그대로 유죄가 선고된 판결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 다툼은 그 물건이 위험한 물건이었는지 여부에서 주로 일어납니다. 대법원은 흉기가 아니더라도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해를 가하는 데 쓸 수 있는 물건이면 널리 여기 들어간다고 보면서, 본래 살상용으로 만든 것뿐 아니라 칼과 가위, 유리병, 각종 공구, 자동차, 화학약품까지 예로 들었습니다(대법원 2002도2812 판결). 목록만 보면 손에 잡히는 것 대부분이 해당할 것처럼 보입니다.

다만 물건의 종류만으로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판단은 그 물건을 그렇게 사용했을 때 상대방이나 곁에 있던 사람이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을 느낄 만한지를 사회통념에 비추어 봅니다. 그래서 같은 자동차라도 앞차 뒤에서 저속으로 두 차례 가볍게 부딪혔고 상해와 파손이 크지 않았던 사안에서는 위험한 물건성이 부정되었습니다. 부엌칼 손잡이로 머리를 툭툭 건드린 정도, 당구공으로 머리를 건드린 정도도 부정된 예로 정리됩니다. 반대로 절반으로 분리한 당구큐대처럼 단단하고 휘두르기 좋은 물건은 인정되었습니다.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는 항변도 잘 서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휴대를 범행현장에서 범행에 쓸 의도로 위험한 물건을 몸이나 몸 가까이 지니는 것이라고 봅니다(대법원 85도1851 판결). 협박편지에 청산염을 동봉해 우편으로 보낸 것은 현장에서 몸에 지닌 것이 아니어서 휴대가 아니라고 보았지만, 거꾸로 부엌에서 식칼을 집어 들어 상대에게 보여준 뒤 손에 쥐지 않은 채 때린 사안에서는 언제든 쓸 수 있는 상태에 두었다는 이유로 휴대가 인정되었습니다.

같은 가중요건은 옆 조문에도 그대로 붙습니다. 협박에 붙으면 특수협박이 되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 상해에 붙으면 특수상해가 되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입니다. 하나의 사건에서 세 죄가 함께 기소되는 일도 있습니다.

보복운전이 여기 걸리는 것도 이 구조 때문입니다. 차를 앞으로 밀어 앞을 막아선 사람의 무릎을 밀친 사안은 특수폭행으로, 편도 2차로 도로에서 끼어들기와 급제동을 반복하며 위협한 사안은 특수협박으로 의율되었습니다. 다만 충격의 강도와 결과가 가벼우면 위험한 물건성 자체가 부정되므로, 보복운전이라고 해서 언제나 특수범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선고는 우발성과 결과에 따라 갈립니다. 차량으로 밀친 특수폭행에 특수협박이 더해진 사건에서 양형기준 권고범위를 따진 뒤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었고, 보복운전 특수협박에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나왔습니다. 합의하고 초범인 사정을 들어 선고유예에 이른 사건도 있습니다.

조사를 앞두고 계신다면 물건의 이름보다 그것이 어떻게 쓰였는지를 먼저 정리하셔야 합니다. 어느 부위에 어느 정도의 힘으로 닿았는지, 상대가 실제로 다쳤는지, 진단서와 수리 견적이 어느 수준인지가 위험한 물건성 판단에 그대로 들어갑니다. 합의는 여기서 사건을 없애는 서류가 아니라 형을 낮추는 서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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