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서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아 달라는 연락을 받으면 일단 안심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피의자가 아니라고 하니 아는 대로 말하고 오면 끝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인데, 조사를 받고 나온 뒤에 입건 통지를 받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참고인 조사의 근거는 형사소송법 제221조입니다. 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가 아닌 사람의 출석을 요구해 진술을 들을 수 있다는 조문이고, 피의자 신문과 달리 진술거부권을 고지할 의무가 붙어 있지 않습니다. 참고인은 혐의를 받는 사람이 아니라는 전제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조사를 받는 도중에 지위가 바뀔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대법원 2011도8125 판결은 진술거부권을 고지해야 하는 피의자 지위가 수사기관이 그 사람에 대해 범죄혐의를 인정하고 수사를 개시하는 행위를 한 때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범죄인지서를 쓰는 형식적인 절차를 거쳤는지가 기준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같은 판결은 반대쪽 경계도 그었습니다. 공범관계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참고인이 곧 피의자가 되는 것은 아니고, 수사기관이 진술거부권 고지를 피하려고 참고인 조사 형식을 취한 것으로 볼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필로폰 수입 사건에서 물건을 전달한 사람을 참고인으로 조사한 사안이었는데, 대법원은 그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실무에서 지위가 넘어가는 순간은 대개 질문의 방향에서 드러납니다. 다른 사람이 무엇을 했는지 묻던 질문이 내가 언제 무엇을 알았고 어떤 이익을 받았는지로 옮겨가면 조사의 초점이 이미 이동한 것입니다. 계좌나 대화 내역을 내 것으로 특정해 확인하기 시작하는 것도 같은 신호입니다.
참고인 조사에도 조사 과정의 기록 의무는 적용됩니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4는 조사 장소에 도착한 시각과 조사를 시작하고 마친 시각을 기록해 수사기록에 편철하도록 하고 있고, 이 규정은 피의자가 아닌 사람을 조사하는 경우에도 준용됩니다. 몇 시간이나 조사를 받았는지가 남는다는 뜻입니다.
조사를 마치고 나올 때 조서 사본을 받아 두기 어렵다면 열람이라도 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참고인으로 한 진술이 뒤에 피의자신문에서 나온 진술과 어긋나면, 어긋난 부분 자체가 신빙성을 다투는 재료가 됩니다. 내가 무엇을 어떻게 말했는지 기억에만 의존하면 몇 달 뒤 조사에서 불리해집니다.
사건과 조금이라도 얽혀 있다면 참고인이라는 말만 믿고 혼자 들어가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아는 대로 말했을 뿐인데 그 진술이 나중에 내 혐의를 인정하는 근거가 되는 일이 생깁니다.
출석 요구를 받으셨다면 무슨 사건에 관한 것인지, 나와 상대방의 관계가 무엇으로 정리되어 있는지부터 확인해 두시는 것이 먼저입니다.
함께 읽을 글 —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해도 되는지는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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