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이나 마약 사건에서 형량만 준비해 오다가 판결 선고 때 추징금 액수를 듣고 놀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벌금은 재판부가 정한 금액을 내면 끝나지만, 추징은 내가 실제로 손에 쥔 돈과 맞아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액수를 정하는 기준이 남은 이익이 아니라 내가 취급한 범위이고, 그 과정에 쓴 돈은 빼주지 않습니다.
기본 구조는 형법 제48조에 있습니다. 범죄에 제공했거나 제공하려 한 물건, 범죄로 생기거나 취득한 물건, 그 대가로 받은 물건을 몰수하고 몰수할 수 없을 때 그 가액을 추징합니다. 여기서 몰수와 추징은 임의적이어서 요건을 갖췄더라도 할 것인지는 법원이 정하고(대법원 2018도8194 판결), 대상도 물건에 한정됩니다. 대법원은 물건을 민법상의 물건, 즉 유체물과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으로 봅니다(대법원 2020도2154 판결). 계좌로 받은 돈이 예금채권으로 남아 있다면 이 조항만으로는 다루기 어려워지고, 그래서 특별법이 따로 작동합니다.
마약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67조는 죄에 제공한 마약류와 시설, 장비, 자금, 운반수단, 그리고 그로 인한 수익금을 몰수하고 몰수할 수 없으면 가액을 추징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형법과 달리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어서, 유죄를 인정하면서 이를 빠뜨리면 그 자체로 위법이 됩니다.
마약 사건의 추징이 유독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성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추징은 이득을 되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징벌의 뜻을 함께 담고 있다고 보아, 돈이 최종적으로 누구 주머니에 들어갔는지와 무관하게 각자가 취급한 범위의 가액을 전액 추징합니다. 다만 같은 마약류를 두고 행위마다 거듭 물리지는 않고, 다른 취급자에게서 실물이 이미 몰수되었다면 그 부분은 중복해 추징하지 않습니다.
도박 사건은 계산 방식이 다릅니다. 국민체육진흥법은 유사행위를 통해 얻은 재물을 몰수하고 몰수할 수 없으면 가액을 추징하도록 하는데, 기준이 되는 것은 이용자들이 건 돈 전체가 아니라 운영자가 실제로 취득한 범죄수익입니다. 그렇다고 장부상 순이익을 뜻하는 것도 아니어서, 직원 급여나 사무실 운영비처럼 돈을 벌기 위해 쓴 비용은 빼주지 않습니다.
여럿이 함께한 사건에서는 나누는 방식이 문제됩니다. 대법원은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유사행위를 해 이익을 얻었다면 각자가 분배받은 금원을 개별적으로 추징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0도2074 판결). 거꾸로 급여만 받은 하위 가담자는 수익을 나눠 받은 것이 아니라 비용을 지급받은 것이어서 추징 상대방이 아니라고 본 판결도 있습니다. 총 수익이 22억 원인 사이트에서 공동운영자 한 사람에게 실질 귀속분 50퍼센트만 추징한 하급심 판결도 같은 맥락입니다.
돈이 계좌에 남아 있지 않은 사건에서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 적용됩니다. 범죄수익과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을 몰수할 수 있고, 몰수할 수 없거나 적절하지 않으면 그 가액을 범인에게서 추징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재산이 피해자에게 돌아가야 할 범죄피해재산이라면 추징하지 못합니다.
재산이 묶이는 시점은 판결보다 훨씬 앞입니다. 추징보전명령은 가압류명령과 같은 효력을 가지고, 명령 등본이 본인에게 송달되기 전에도 집행할 수 있습니다. 계좌와 차량이 먼저 묶인 뒤에야 사건의 무게를 실감하고 상담을 오시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추징을 다투려면 형량과는 다른 자료가 필요합니다. 내가 실제로 취급한 수량과 기간, 돈이 어디로 들어와 어디로 나갔는지, 다른 공범에게서 이미 몰수된 부분이 있는지를 계좌와 대화 기록으로 구분해 두셔야 합니다. 형이 가벼워져도 추징금은 그대로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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