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이 끝나기 전 가결산 수치만 보고 성과급 대신 배당부터 내보내는 회사가 있습니다. 실적이 좋아 보였던 해라면 별문제가 없었겠지만, 정식 결산에서 손실이 확인되거나 누적결손이 남아 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배당가능이익 없이 이익배당을 한 것은 단순한 회계 실수가 아니라 상법이 형사처벌 대상으로 정해둔 행위이고, 여기에 회사 손해가 크다면 배임죄까지 겹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위법배당이 왜 형사처벌로 이어지는지, 배임죄와는 어떻게 갈리는지, 그리고 대표이사가 형사·민사책임을 줄이려면 무엇을 갖춰둬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위법배당이란 무엇인가 — 배당가능이익의 계산부터 어긋난다
이익배당은 회사가 벌어들인 돈을 아무렇게나 나눠줄 수 있는 절차가 아닙니다. 상법 제462조 제1항은 회사가 대차대조표의 순자산액에서 자본금의 액, 그 결산기까지 적립된 자본준비금과 이익준비금의 합계액, 그 결산기에 적립하여야 할 이익준비금의 액, 그리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미실현이익을 공제한 금액을 한도로만 이익배당을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이 한도를 넘어서는 배당, 즉 회사에 실제로는 나눠줄 여력이 없는데도 이루어진 배당이 바로 위법배당입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지점은 당기순이익과 배당가능이익이 다른 개념이라는 것입니다. 그해 손익계산서상 당기순이익이 났더라도, 이전 사업연도에서 넘어온 누적결손이 남아 있거나 법정준비금을 충분히 적립하지 못한 상태라면 배당가능이익은 0이거나 오히려 마이너스일 수 있습니다. 재무팀이 당기순이익만 보고 "이익이 났으니 배당해도 된다"고 판단해 이사회에 안건을 올리는 경우가 실무에서 드물지 않은데, 이 판단 자체가 위법배당의 출발점이 됩니다.
예를 들어 전년도까지 누적결손이 3억원 남아 있던 회사가 당기순이익 2억원을 기록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겉보기에는 흑자로 전환된 것처럼 보이지만, 순자산액을 기준으로 다시 계산하면 자본금과 법정준비금을 채우고도 여전히 결손이 남는 구조라 배당가능이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상태에서 당기순이익 2억원 중 일부를 배당으로 내보냈다면, 회사 장부상 이익이 났다는 사실과 무관하게 배당가능이익 한도를 넘긴 위법배당이 성립합니다.
당기순이익이 났다는 사실과 배당할 수 있는 이익이 있다는 사실은 다르다 — 배당가능이익은 순자산액에서 자본금과 법정준비금, 미실현이익까지 공제한 뒤 남는 금액으로만 판단한다.
없는 이익을 배당하면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이유 — 상법 제625조 제3호
상법 제625조 제3호는 발기인, 이사, 집행임원, 감사위원회 위원, 감사, 검사인 등이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하여 이익이나 이자의 배당을 한 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상법은 "회사재산을 위태롭게 하는 죄"라는 표제 아래 규정하는데, 조문 표제가 보여주듯 이 처벌의 대상은 특정 주주 개인의 손해가 아니라 회사재산 자체가 부당하게 유출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배당가능이익 계산을 넘어서는 배당이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이유는 자본충실의 원칙에 있습니다. 회사의 순자산은 주주만의 몫이 아니라 거래 상대방과 채권자가 믿고 거래하는 최소한의 담보이기도 합니다. 대표이사나 이사가 그 한도를 넘겨 배당을 내보내면, 정작 회사가 채무를 갚아야 할 때 남아 있어야 할 재산이 이미 밖으로 빠져나간 상태가 됩니다. 법이 이를 단순한 정관 위반이 아니라 형사처벌 대상으로 정한 것은 이런 구조적 위험 때문입니다.
주의할 점은 이 죄의 주체가 정해져 있는 신분범이라는 것입니다. 배당 결의에 관여할 권한이 없는 일반 직원이 단독으로 이 죄의 정범이 되지는 않지만, 이사와 공모해 허위 재무자료를 만들었다면 공범으로 함께 책임질 여지가 남습니다.
상법 제625조 제3호는 회사재산 그 자체를 보호법익으로 삼는다 — 배당가능이익 한도를 넘긴 배당은 주주 간 분쟁이 아니라 형사처벌 대상이다.
위법배당이 배임죄로 번지는 지점 — 상법 제622조·형법 제356조와의 관계
상법 제625조는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조문이 아닙니다. 실무와 학설은 이 조문을 이사 등의 특별배임죄를 정한 상법 제622조와 형법상 업무상배임죄를 정한 형법 제356조의 보충규정으로 봅니다. 특별배임죄나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는 사안이라면 상법 제625조 위반죄는 별도로 성립하지 않고, 더 무거운 배임죄 쪽으로 흡수되어 처벌됩니다.
이 관계가 실무에서 중요한 이유는 위법배당 사건 상당수가 결국 배임 프레임으로 기소되기 때문입니다. 상법 제622조는 이사 등이 임무에 위배한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에게 이를 취득하게 하여 회사에 손해를 가한 때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합니다. 배당가능이익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배주주 겸 대표이사 자신이나 특정 주주에게 유리하게 배당을 몰아준 정황이 확인되면, 단순히 배당 절차가 틀렸다는 문제를 넘어 임무위배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는 배임의 구성요건까지 충족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회계 처리 과정에서 실수로 배당가능이익을 잘못 산정했을 뿐 특정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몰아주려는 의도나 인식이 없었다면,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워 상법 제625조 위반 여부만 문제되는 선에서 정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쪽으로 갈지는 결국 배당 결정 과정에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있었는지, 그로 인해 특정인이 이익을 얻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상법 제625조는 특별배임죄·업무상배임죄의 보충규정이다 — 배임죄가 성립하면 위법배당죄는 별도로 성립하지 않고, 더 무거운 배임죄로 흡수된다.
이득액이 크면 가중처벌 —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적용 기준
위법배당이 배임죄 프레임으로 기소되고 그 이득액이 일정 규모를 넘으면, 형법이 아니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가 적용됩니다. 이 조문은 횡령·배임 등으로 취득한 이득액을 기준으로 형량을 큰 폭으로 올려두고 있어, 배당 규모가 큰 회사일수록 실질적으로 마주하는 형량이 달라집니다.
구체적으로는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합니다. 상법상 특별배임죄의 법정형인 10년 이하의 징역과 비교해도, 이득액 요건을 충족하는 순간 하한이 아예 새로 생기는 구조라 선고 형량의 편차가 커집니다.
이득액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 —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이득액 50억원 이상 —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이득액에 상당하는 벌금을 병과할 수 있음
형사처벌과 별도로 따라오는 민사책임 — 이사의 손해배상과 채권자의 직접 반환청구
위법배당은 형사처벌로 끝나지 않습니다. 상법 제399조는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한 경우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도록 정하고 있고, 그 배당 결의가 이사회 결의를 거쳤다면 결의에 찬성한 이사들도 함께 연대책임을 집니다. 배당가능이익 산정을 담당한 이사뿐 아니라, 안건에 별다른 이의 없이 찬성표를 던진 이사까지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뜻입니다.
더 특이한 것은 상법 제462조 제3항이 정한 채권자의 직접 반환청구권입니다. 이 조항은 배당가능이익 한도를 위반해 이익을 배당한 경우 회사채권자가 배당한 이익을 회사에 반환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회사를 거치지 않고 채권자가 배당받은 자를 상대로 직접 반환을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부당이득 법리보다 채권자 보호가 두텁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같은 조 제4항은 이 반환청구의 소에 상법 제186조를 준용하도록 정해, 회사 본점 소재지 관할 법원에서 다뤄지도록 관할까지 별도로 못박아 두고 있습니다.
이 구조에서 실제로 곤란해지는 쪽은 배당을 받은 주주 본인입니다. 대표이사가 지배주주를 겸하는 회사라면 배당가능이익 없이 나간 배당금 대부분이 결국 대표이사 자신에게 흘러가는 구조가 되는데, 회사가 도산 위기에 몰리면 거래처나 금융기관 같은 채권자가 회사가 아니라 대표이사를 상대로 직접 그 돈을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이미 써버린 배당금을 다시 채권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것입니다.
중간배당을 한 경우에는 별도 특칙이 있습니다. 상법 제462조의3 제3항은 당해 결산기 대차대조표상 순자산액이 배당가능이익 산정 기준금액에 미치지 못할 우려가 있는 때에는 중간배당을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같은 조 제4항은 이를 위반해 중간배당을 한 경우 이사가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그 차액을 배상할 책임을 지도록 하되, 이사가 그런 우려가 없다고 판단하면서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증명한 때에만 면책되도록 정합니다. 입증책임이 이사 쪽에 있다는 점에서, 정기배당보다 오히려 문턱이 더 높습니다.
회사채권자는 상법 제462조 제3항에 따라 배당받은 자에게 회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반환을 청구할 수 있고, 중간배당이라면 이사가 무과실을 스스로 입증해야 면책된다.
실무에서 위법배당이 발생하는 전형적인 상황들
위법배당은 처음부터 배당가능이익을 부풀리려는 의도에서만 생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절차를 서두르다가, 혹은 재무 상태 점검을 소홀히 하다가 뒤늦게 문제가 드러나는 경우가 더 흔합니다. 다음과 같은 상황이 실무에서 반복해서 나타납니다.
정식 결산 전 가결산 수치만으로 배당 규모를 정했다가, 실제 결산에서 손실이나 손상차손이 확인되며 배당가능이익이 사라지는 경우
이전 사업연도의 누적결손을 반영하지 않고 그해 당기순이익만 기준으로 배당액을 산정하는 경우
중간배당을 하면서 이사회가 순자산 부족 우려를 별도로 점검하지 않고 정기배당과 같은 방식으로 처리하는 경우
자기주식 취득이나 임원 성과급 지급과 배당을 같은 시기에 함께 집행해 순자산이 예상보다 더 줄어드는 경우
이 네 가지 상황의 공통점은 배당 결의 시점의 재무 수치와 실제 확정 결산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연말 배당을 서두르는 회사일수록 정식 감사보고서가 나오기 전 가결산 자료로 이사회 안건을 확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간극에서 손실이나 손상차손이 뒤늦게 반영되면 이미 지급된 배당금 전체가 위법배당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대표이사가 형사·민사책임을 줄이려면 갖춰야 할 것
배당 결의 전 배당가능이익 산정 근거를 문서로 남겨두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 외부감사 대상 회사라면 감사인이 검토·확인한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배당가능이익을 계산하고, 그 계산 과정과 근거 수치를 이사회 의사록에 명시해 두어야 나중에 판단 시점의 재무 상태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습니다. 특히 중간배당처럼 순자산 부족 우려에 대한 무과실 입증책임이 이사 쪽에 있는 경우라면, 이 기록의 유무가 책임 면제 여부를 가르는 핵심 증거가 됩니다.
총주주의 동의를 받아두면 안심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절반만 맞는 이해입니다. 상법 제400조에 따른 총주주 동의는 상법 제399조가 정하는 이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면제하는 효력이 있을 뿐, 형사처벌인 상법 제625조 위반죄나 상법 제462조 제3항이 정한 회사채권자의 직접 반환청구권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주주 전원이 동의한 배당이라도 채권자를 해치거나 회사재산을 위태롭게 했다면 형사책임과 채권자 관계의 민사책임은 그대로 남습니다.
문제를 뒤늦게 인지했다면 방치보다는 즉시 대응이 유리합니다. 배당가능이익 초과분에 대한 반환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고, 정정 결산과 이사회 재보고를 통해 재발 방지 조치를 취해둔 사실 자체가 이후 형사·민사 절차에서 고의성이나 손해 확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유리한 정황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위법배당죄와 배임죄가 동시에 문제 되면 둘 다 처벌받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상법 제625조는 특별배임죄·업무상배임죄의 보충규정이라 배임죄가 성립하는 사안에서는 상법 제625조 위반죄가 별도로 성립하지 않고, 더 무거운 배임죄로 흡수되어 처벌됩니다.
Q. 배당받은 돈을 회사에 돌려주면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반환이 정상참작 사유는 될 수 있지만 자동으로 처벌을 면하게 하지는 않습니다. 상법 제625조 위반죄는 배당가능이익 한도를 넘겨 배당한 행위 자체로 성립하고, 사후 반환은 상법 제462조 제3항에 따른 채권자 관계의 민사책임을 정리하는 절차에 가깝습니다.
Q. 재무팀 실무자가 계산을 잘못한 경우에도 처벌 대상이 되나요?
A. 상법 제625조의 정범은 이사·집행임원·감사위원회 위원 등으로 한정된 신분범이라 실무자 단독으로는 정범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이사와 공모해 허위 재무자료를 만들었다면 공범으로 책임질 여지가 있습니다.
Q. 총주주가 동의한 배당도 위법배당이 될 수 있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총주주 동의는 상법 제400조에 따라 이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만 면제할 뿐, 형사처벌이나 상법 제462조 제3항이 정한 회사채권자의 직접 반환청구권에는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Q. 중간배당과 정기배당의 형사책임 판단 기준이 다른가요?
A. 처벌 조문 자체는 같은 상법 제625조 제3호가 적용되지만, 중간배당은 상법 제462조의3에 따라 순자산 부족 우려가 없었다는 점을 이사가 스스로 증명해야 민사상 연대배상책임을 면할 수 있어 정기배당보다 이사에게 불리한 구조입니다.
Q. 배당받은 주주도 형사처벌 대상이 되나요?
A. 상법 제625조의 정범은 이사 등으로 한정되어 있어 배당만 받은 주주는 원칙적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다만 상법 제462조 제3항에 따라 회사채권자에게 배당받은 이익을 반환해야 할 민사상 책임은 별도로 질 수 있습니다.
맺음말
위법배당은 절차를 깜빡한 실수가 아니라 배당가능이익 계산이라는 출발점부터 다시 짚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당기순이익이 났다는 사실만으로 배당해도 된다고 판단하면, 누적결손이나 법정준비금 부족 같은 변수를 놓치기 쉽습니다. 여기에 특정인에게 유리하게 배당을 몰아준 정황까지 확인되면 상법 제625조 위반을 넘어 더 무거운 배임죄로 사건의 성격 자체가 바뀔 수 있습니다.
형사책임과 민사책임이 따로 움직인다는 점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총주주 동의를 받아도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만 정리될 뿐, 형사처벌과 채권자의 직접 반환청구권은 그대로 남습니다. 배당을 결정하기 전 배당가능이익 산정 근거를 문서로 남겨두는 습관이,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의 범위를 가르는 가장 확실한 방어선이 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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